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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북쪽 길

2018.04.27. [산티아고 북쪽 길 4] 생장 드 뤼즈→이룬

by 사천거사 2018. 4. 27.


산티아고 순례길 북쪽 길 트레킹 4

 

일시: 2018년 4 27일 금요일 / 맑음 흐림 비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북쪽 길 / 프랑스-스페인

 코스: 생장 드 뤼즈 → 시부르  위리뉴 → 엉데 → 이룬

 거리: 14.50km / 걸은 거리 42.91km / 걸을 거리 954.79km

 시간: 5시간 1

 회원: 2






06:00   지난 밤에는 0시에 잠이 깨고 다시 잠이 들어 3시 30분에 깼는데 한 시간 정도 누워 있어도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기사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역사적인 일이 또 벌어지나 보다. 통일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남북간의 전쟁 위험만 없어진다 해도 그게 어딘가. 오늘은 걸을 거리가 짧고 게다가 이룬(Irun)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가 오후 4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느긋하게 일어나 배낭을 꾸린 다음 1층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마음씨 좋게 생긴 할아버지가 반겨주신다. 이어서 나온 아침 식사는 크로아상, 바게트빵, 요거트, 과일, 커피, 꿀, 잼, 버트 등으로 푸짐했다. 가격은 7유로, 바욘보다 싸다. 오늘 또 열심히 걷기 위해 남김없이 싹 먹었다. 호텔 출발, 이곳은 처음부터 까미노 표시가 잘 되어 있어 큰 문제없이 진행을 할 수 있었다. 아침 날씨는 아주 쾌청하다. 바스크풍의 독특한 주택들이 늘어서 있는 시부르(Ciboure) 지역을 걸어간다.


▲ 호텔 식당에서 아침식사 [08:33]


▲ 아침 식사 메뉴 [08:38]


▲ 지난 밤을 묵은 호텔 [09:28]


▲ 건물 벽에 붙어 있는 까미노 표시 [09:30]


바스크 지방(Pays Basque)


비스케이 만(灣)을 따라 피레네 산맥의 서쪽 부분과 경계를 이루면서 스페인 바스크 주와 인접하고 있다. 이 지역은 피레네 산맥의 아니 봉(峯)에서 비스케이 만에 있는 비아리츠와 생장드뤼즈 주변으로 암석이 많은 장대한 해안까지 뻗어 있다. 기후는 매우 습해 산악지역에서는 연강우량이 3,000㎜를 넘는다. 강이 많아 푸른 초목으로 뒤덮인 골짜기가 수없이 많으며, 그 골짜기에서 농업과 임업을 하고 있다.


바스크 지방 주민이 쓰는 언어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것에 속한다. 바스크족은 그들 주변에 살고 있는 프랑스나 스페인 사람들과 민족적으로 구별되며, 선사시대 이후로 이 지방을 거쳐간 많은 이주민의 물결 속에서도 자신들의 동일성을 지켜왔다. 온화한 기후로 알려진 해안지방에서는 어업과 관광업이 경제활동의 근간을 이룬다. 스페인의 바스크 주에서 일어난 바스크 분리주의 운동과 관련된 문제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으나, 그 운동과 관련되었거나 그밖의 갈등으로 스페인에서 망명해온 사람들에게 피신처가 되고 있다.


바스크족(Basque)


바스크족은 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서부에 사는 소수민족이다. 신체적으로는 서부 유럽의 다른 민족들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으나, 사용하는 언어인 바스크어는 인도유럽어와 공통점이 없다. 주로 온화한 기후의 다습한 고지 삼림지대에 거주하면서, 전통적으로 저지대의 토지를 개간하고 경사지에서 기른 풀을 베어 소를 사육했다. 또한 바다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신대륙 정복자와 함께 신세계를 식민화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옛날부터 강한 민족적 연대감을 형성해왔으며, 민족의 전통법인 푸에로스를 지켜왔다. 자신들의 자율적 지위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어, 스페인 공화국 건립 이후 지속적으로 바스크 지역의 해방과 분립운동을 펴왔다. 따라서 바스크족은 현재까지도 대다수 스페인인들과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 바스크(Basque)풍의 주택들 [09:30]


▲ 벽에 붙어 있는 까미노 표지 [09:35]


▲ 지금은 마로니에가 피는 철 [09:36]


▲ 예전에 있던 순례자 숙소의 십자가(1616년 제작) [09:41]


▲ 순례자 숙소가 있었다는 안내판 [09:41]


▲ 시내 도로를 따라 진행 [09:45]


09:53   가리비 껍질이 붙어 있는 까미노 이정표가 아주 보기에 좋다. 철로 위에 놓인 육교를 건너 D810 도로를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꺾어 슈망 다고헤따(Chemin d'Agorreta) 길에 들어선 후 D913 도로까지 걸어갔다. 여기서 도로 갓길을 따라 푸조 공장까지 걸어갔는데 까미노 표지도 보이지 않고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다. 발걸음을 되돌려 돌아오다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어 들어섰다. 대충 감으로 진행을 했는데 결국은 슈망 다고헤따 길과 만나는 D913도로에 다시 내려섰다. 그렇다면 여기서 푸조 공장 쪽으로 진행한 것이 잘못이라는 이야기인데...


▲ 가리비 껍질이 붙어 있는 까미노 이정표 [09:53]


▲ 철로 위에 놓인 육교 통과 [09:55]


▲ 마을도로에 진입 [09:58]


▲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 [10:01]


▲ D913 도로 갓길을 따라 진행: 길을 잘못 들었다 [10:05]


▲ 도로 오른쪽 푸조 공장 [10:10]


▲ D913 도로에서 길을 찾아 왼쪽 도로에 진입 [10:24]


▲ 길이 이상한 곳으로 이어졌다 [10:28]


10:38   찾았다. 까미노 표지는 D913 도로 건너편 잡초 사이에 묻혀 있었다. 이러니 알 수가 있나. 10분 정도 걸어 라롤레타(Larrouleta) 캠핑장 앞을 통과한 후 다시 D810 도로를 만났다. 오른쪽 위리뉴 방면으로 플라타너스가 줄을 지어 서 있는 도로를 잠시 걸어가자 오른쪽으로 샤토 뒤르튀비(Chateou d'Urtubie)가 있어 잠시 들렀다. 14~17세기에 지어진 이 성은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었다. 관람료는 7.5유로. D810 도로로 걸어나와 위리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D913 도로 건너편에서 발견한 까미노 표지 [10:38]


▲ 작은 연못이 있는 풍경 [10:46]


▲ 라룰레타(Larrouleta) 캠핑장 입구 [10:49]


▲ D810 도로: 샤토 뒤르튀비(Chateau d'Urtubie) 로 가는 길 [10:52]


▲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서 있는 도로 [10:55]


▲ 14~17세기에 걸쳐 지어진 샤토 뒤르튀비(Chateau d'Urtubie) 성 [10:56]


▲ 역사적 기념물인 샤토 뒤르튀비(Chateau d'Urtubie) 성 [10:57]


▲ 관람료가 7.5유로다 [10:58]


▲ 샤토 뒤르튀비에서 D810 도로로 가는 길 [10:59]


▲ 위리뉴 마을로 가는 길 [11:03]


11:05   위리뉴(Urrugne) 마을에 들어섰다. 위리뉴에는 팔각형 모양의 천주교 성당(Eglise St. Vincent d'Urrugne)이 있다. 마침 문이 열려 있어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유럽의 성당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 하나는, 성당 건물의 겉모습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내부는 시설이나 장식이 아주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이 성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D810 도로를 건너 지방도로에 들어서면서 시골지역이 펼쳐졌다. 주택 앞에 있는 등나무에 등꽃이 화려하게 피었다.   


▲ 위리뉴 마을에 들어섰다 [11:05]


▲ 위리뉴 마을 거리 [11:08]


▲ 위리뉴에 있는 바스크풍의 주택 [11:10]


▲ 위리뉴에 있는 천주교 성당(Eglise St. Vincent d'Urrugne) [11:14]


▲ 천주교 성당 내부 [11:15]


▲ 천주교 성당 내부 [11:16]


▲ 위리뉴 주택가 [11:18]


▲ D810 도로를 건너간다 [11:23]


▲ 등나무가 꽃을 활짝 피웠다 [11:25]


▲ 우리나라 소와 신세가 비슷하네 [11:31]


11:35   시골집과 목초지, 떡갈나무 숲이 연이어 나타났다. 푸른 초원 위에 자리잡고 있는 바스크풍의 주택이 보기에 참 좋다. 마을도로를 계속 걸어간다.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 떼가 보인다. 복잡한 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정말 평화로운 풍경이다. D810 도로 회전교차로에 도착했다. 유럽에는 회전교차로가 아주 많다. 중소도시나 시골지역은 거의 대부분이 신호등이 없는 회전교차로다. 회전교차로는 교통 흐름을 빠르게 하고 교통사고도 줄여준다고 한다. 바람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도 회전교차로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란다. 


▲ 그림 같은 풍경 [11:35]


▲ 주택 옆으로 나 있는 마을 도로 [11:37]


▲ 마을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11:44]


▲ 야생화가 피어 있는 초원 [11:47]


▲ 양 떼가 풀을 뜯고 있는 목초지 [11:50]


▲ 까미노 표지로 사용된 가리비 껍질 [11:55]


▲ 비포장 마을도로 [12:01]


▲ D810 도로 회전교차로(로터리) [12:10]


12:16   고사리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지역에 들어섰다. 스페인은 고사리의 나라다. 사람도 안 먹고, 소나 양도 안 먹으니 고사리 천지가 될 수밖에. 지금은 바야흐로 스페인도 신록의 계절, 연록색의 물기가 잔뜩 오른 풀밭과 나무들이 다시 찾아온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잠시 진행하자 엉데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고 잠시 후 멀리 칸타브리아 해의 수평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허, 길 옆 언덕에 피어 있는 야생화 좀 보소. 꽃양탄자를 펼쳐 놓은 것 같네. 


▲ 고사리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지역 [12:16]


▲ 스페인은 지금 신록이 한창이다 [12:19]


▲ 사람 눈을 부시게 만드는 신록 [12:19]


▲ 비포장 마을도로 [12:28]


▲ 엉데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12:33]


▲ 멀리 칸타브리아 해가 보이기 시작 [12:36]


▲ 야생화가 피어 있는 초원 [12:46]


▲ 야생화가 화려한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12:47]


▲ 마을도로를 따라 진행 [12:49]


12:53   엉데(Hendaye) 지역에 들어섰다. 계속 까미노 표지를 따라가다 지하통로를 통과했는데 어느 사이엔가 까미노 표지가 사라지고 말았다. 큰 도시에 들어오면 늘 이게 문제다. 길이 여러 개이다 보니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길을 잃게 된다. 하는 수 없이 비다소아(Bidasoa) 강 쪽으로 내려갔다. 어차피 강을 건너야 이룬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다소아 강 건너편으로 온다리비아가 잘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멋진 풍광을 감상하려고 하는데 이런, 잔뜩 흐려 있던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상사태다. 부랴부랴 비옷을 꺼내 입었다.


비다소아 강 건너편 온다리비아 지역에는 공항이 있는지 비행기가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강변을 따라 나 있는 산책로에 내려섰다. 비가 내리고 있어 그런지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철교 아래를 통과한 후 왼쪽으로 올라갔다. 주민에게 이룬으로 가는 길을 물었더니 비다소아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가라고 한다. 비다소아 강 가운데로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이 지나가고 있다. 따라서 다리 건너기 전에 있는 엉데는 프랑스 지역이고 다리를 건너면 만나게 되는 이룬은 스페인 지역이다.   


▲ 엉데 마을에 진입 [12:53]


▲ 까미노 표지를 따라 간다 [12:58]


▲ 지하통로를 통과 [13:03]


▲ 엉데 마을의 바스크풍 주택들 [13:04]


▲ 비다소아(Bidasoa) 강과 칭구디 만(Bay of Txingudi) 뒤로 보이는 온다리비아(Hondarribia) [13:19]


▲ 전망대 위에 있는 성모상 [13:20]


▲ 비다소아 강 산책로에서 바라본 온다리비아 지역 [13:28]


▲ 비다소아 강변 산책로 [13:28]


▲ 철교 아래를 통과 [13:37]


▲ 엉데(Hendaye) 지역을 벗어나는 지점: 여기까지는 프랑스다 [13:47]


13:49   비다소아(Bidasoa) 강에 놓인 산티아고 다리를 건너 이룬에 들어섰다. 비다소아 강이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이루고 있으니 막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온 것이다. 까미노 표지를 따라 산타마리아 델 훈칼 교회에 도착했다. 큰 교회다. 교회 앞에서 한 할머니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순례자냐? 그렇다. 알베르게를 찾아 가느냐? 그렇다. 그러자, 이리저리 가면 알베르게가 있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신다. 자신도 알베르게 봉사자로 일을 했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누가 뭐라해도 스페인은 친절의 나라다.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알베르게 앞에 도착했다. 출입문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보니 문을 여는 시각이 4시다. 비는 오고 갈 데도 없고 그냥 문 앞에 앉아 바게트빵을 뜯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순례자들이 한 명 두 명 모여들기 시작했다. 알베르게가 문을 열었다. 순례자 증명서인 크리덴시알을 발급받고 오늘 밤을 묵을 방도 배정받았다. 이 알베르게는 침대가 모두 32개, 우리가 배정받은 곳은 이층 침대가 있는 6인실이었다. 요금은 기부제. 오랜만에 긴 거리를 걸어서 그런지 왼쪽 발에 작은 물집이 두 군데 잡혔다. 살펴보니, 그리 심하지 않아 내일 아침에 처치하기로 했다. 배낭을 정리하고 샤워를 한 후 저녁시간까지 잠시 휴식을 취했다.  


▲ 이룬 지역에 진입: 여기서부터는 스페인이다 [13:49]


▲ 비가 내리고 있는 이룬 거리 [14:01]


▲ 이룬에 있는 산타마리아 델 훈칼 교회 (Parroquia Santa Maria del Juncal) [14:08]


▲ 도로 왼쪽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 발견 [14:28]


▲ 공립 알베르게 입구 [14:28]


▲ 문을 여는 시각이 4시라 대기 중 [14:33]


▲ 접수를 하고 알베르게 룸에 들어왔다 [16:03]


▲ 6인실 이층 침대 [17:39]


17:52   휴식을 취한 후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작년 프랑스 길을 걸을 때는 순례자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이 많아 좋았는데 이곳은 어떤지 모르겠다. 알베르게 주변은 주택단지,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자 바(bar)가 있어 들어갔다. 감자튀김을 곁들인 치킨 반 마리, 달걀프라이 두 개, 포도주, 물을 주문했다. 가격은 7.5유로. 확실히 스페인이 프랑스보다 물가가 싸다. 맘껏 배를 채운 후 알베르게로 돌아오는 길에 수퍼에 들러 내일 걸으면서 먹을 바게트빵과 피망을 구입했다. 유비무환이요, 만사 불여튼튼이다. 순례자들로 가득 찬 알베르게로 귀환, 세수하고 침대에 누웠다. 일찍 자자.


▲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17:52]


▲ 저녁을 먹은 바 [17:57]


▲ 저녁식사 메뉴: 치킨, 달걀프라이, 감자튀김, 포도주 [18:20]


▲ 수퍼에서 내일 먹을 바게트빵과 피망 구입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