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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북쪽 길

2018.04.25. [산티아고 북쪽 길 2] 베이징→바욘

by 사천거사 2018. 4. 25.


산티아고 순례길 북쪽 길 걷기 2

 

일시: 2018년 4 25일 수요일 / 흐림 쌀쌀한 날씨 점심 때 맑았다 다시 흐림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북쪽 길 / 스페인

 코스: 베이징 공항 파리  바욘

 회원: 2





01:10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눈을 떠보니 잠든 사이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모여들었다. 중국, 사람 참 많은 나라다. 그런데, 어? 탑승 게이트가 바뀌었네? E08에서 E07로. 옆에 있는 게이트로 이동을 했다. 파리행 여객기라 그런지 E07 대합실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2시 5분, 정시에 에어 차이나 여객기가 베이징 공항을 이륙했다. 앞으로 11시간 정도 하늘에 떠 있어야 한다. 기내식이 나왔다. 샌드위치, 빵 두 개, 맥주, 커피.


지금 시각이 7시, 베이징과 파리는 6시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파리 시각으로는 오전 1시다. 잠을 자야 하는데 영 잠이 들지 않는다. 기내는 적막에 싸여 있고 비행기 엔진 소리가 기괴한 동물의 울음처럼 계속 들려올 뿐이다. 비행기 여행은 참 따분하다. 짧은 시간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지만 열 한 시간은 인내력을 시험하기에 딱 좋을 정도로 긴 시간이다. 앞 좌석에 붙어 있는 모니터로 영화를 두 편이나 보았는데도 시간은 제자리 걸음을 하는 느낌이다.


창문 덮개를 열었다. 하늘에 붉은 기운이 가로로 뻗어 있는 게 보인다. 해가 뜨고 있는 모양이다. 이 비행기가 서쪽으로 가고 있으니 몇 시간 동안 계속 해가 뜨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심칩을 교체했다. 작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30일용 12기가와 5기가짜리 두 개를 구입했다. 그런데 12기가짜리는 용량이 너무 컸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5기가짜리 두 개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아침식사로 기내식이 나왔다. 흰죽, 요거트, 달걀, 빵, 파인애플, 커피.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마침내 비행기가 착륙한다는 반가운 안내방송이 나왔다.


▲ 탑승 게이트가 E08에서 E07로 변경되어 이동 중 [01:15]


▲ E07 게이트 [01:19]


▲ 탑승을 하고 있는 승객들 [01:36]


▲ 앞 좌석에 있는 모니터로 영화 감상 [01:10 파리시간 적용 시차 -6]


▲ 창밖으로 내다본 일출 광경 [03:07]


▲ 기내식으로 나온 아침식사 [04:26]


▲ 비행기 안 풍경 [04:48]


▲ 비행기가 서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계속 일출 광경이 보인다 [06:11]


06:52   비행기가 파리 샤를 드골 공항 활주로에 무사히 내려앉았다. 파리 공항의 입국심사는 아주 간단했다. 수하물로 부친 배낭을 찾은 후 공항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를 했다. 파리에서 까미노 출발지인 바욘으로 가려면 고속열차 TGV를 이용하는 게 좋다. 한국에서 12시 52분에 몽파르나스 역에서 출발하는 열차편을 예약해왔으니 이제 몽파르나스 역으로 가야 한다. 파리 공항에서 몽파르나스 역까지는 공항 버스인 LE-BUS DIRECT를 이용하면 된다.


버스 승차권 자동판매기에서 승차권을 뽑았다. 요금은 18유로,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버스는 만원이었다. 8시 26분 버스 출발, 공항을 벗어난 버스가 한참을 달려 파리 시내로 들어갔다. 7년 전 2011년 8월, 서유럽 여행을 할 때 파리에 들른 적이 있다. 세월 참 빠르네. 리옹 역을 경유한 버스가 센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넜다. 문득, 센 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오르내리며 바라본 에펠탑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 때 에펠탑의 조명이 참 보기에 좋았다는 기억도 되살아났다. 


▲ 파리 샤를 드골 공항: 우리가 타고 온 여객기가 보인다 [07:10]


▲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는 중 [07:24]


▲ 공항 버스 LE-BUS DIRECT 매표소 [08:12]


▲ 공항 버스 LE-BUS DIRECT 노선표


▲ 몽파르나스 역으로 가는 버스는 4번 노선 [08:16]


▲ 버스 승차권 자동판매기 [08:16]


▲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버스 타는 곳 [08:25]


▲ 파리 시내에 진입 [09:13]


▲ 버스 밖 풍경: 파리 시내 [09:23]


▲ 버스 밖 풍경: 파리 시내 [09:25]


▲ 버스 밖 풍경: 센(Seine)강 [09:36]


09:54   공항을 떠난지 1시간 28분이나 걸려 몽파르나스(Montparnasse) 역 앞에 버스가 도착했다. 바욘행 TGV 열차 출발 시각이 12시 52분이니 3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그래도 파리 하면 에펠탑이 아닌가. 그리 먼 곳도 아니니 슬슬 걸어가볼까. 몽파르나스 역에서 에펠탑으로 가는 길은 의외로 한산한 편이었다. 마로니에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길을 40분 넘게 걸어 에펠탑 앞에 도착을 했다. 전망대에 올라갈 시간은 없고 그냥 멀리서 전체 모습만 보고 다시 몽파르나스 역으로 돌아왔다.


에피소드: 에펠탑을 구경하고 있는데 청년 한 명이 다가왔다. 영어 할 줄 아느냐? 조금 한다. 아이들을 위한 기부금을 모은다고 하며 이름 등등을 적고 20유로를 내란다. 뭔 소리여? 그냥 갈 수 없어 2유로를 내려고 돈을 꺼내는데 여자 한 명이 다시 접근하더니 서명판으로 내 시야를 막으면서 벨트 색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돈을 움켜쥐었다. 내가 손목을 잡자 돈을 놓고 다시 손을 빼낸다.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 소매치기 기술이 진화했네. 경찰을 부른다고 하려다 그냥 자리를 벗어났다. 유럽 대도시에 가면 소매치기 정말 조심해야 한다.


▲ 몽파르나스 역 앞에 버스 도착 [09:54]


▲ 에펠탑을 향하여 [10:11]


▲ 거리는 한산한 편이다 [10:25]


▲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 [10:42]


▲ 2011년 8월 전망대에 올라갔던 에펠탑 [10:43]


▲ 마르스 광장에서 바라본 에펠탑 [10:48]


▲ 군사학교 건물인가? [10:56]


▲ 하얀색 야생화가 마치 눈이 내린 것 같다 [11:00]


▲ 몽파르나스 역으로 돌아오는 길 [11:01]


11:24   몽파르나스 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점심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역 안에 있는 맥도날드로 들어갔다. 자동판매기로 주문 티켓을 끊어야 하는데 작동법이 꽤 어려워 망설이고 있자 직원이 다가와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손님 엄청 많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12시 52분에 출발하는 바욘행 TGV 열차가 어느 플래트폼에서 출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전광판을 살펴보았다. 열차 번호는 나와 있는데 플레트폼 번호는 나와 있지 않았다.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출발 시간이 가까워지면 어디로 가라고 하는데 잘 알 수가 없다. 대충 눈치로 때려잡고 플레트폼으로 이동을 했더니 열차번호가 예약 티켓과 일치했다. 바욘으로 가는 TGV 열차는 이층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 좌석은 이층. 12시 52분 정시에 열차가 몽파르나스 역을 출발했다. 중간중간에 열차가 설 때마다 배낭을 맨 사람들이 열차에 오른다. 바욘에서 프랑스 길의 시작지점인 생장 피에 드 포르로 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모양이다.  


▲ 몽파르나스 역에 귀환 [11:24]


▲ 역 안에 있는 맥도날드 [11:26]


▲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로 점심을 먹고 [11:36]


▲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 몽파르나스 역 [12:02]


▲ 바욘으로 가는 TGV 열차 [12:34]


▲ 이층으로 되어 있는 TGV 열차 [13:01]


▲ 바욘 역에서 TGV 하차 [16:48]


▲ 오늘의 목적지인 바욘에 도착: 배낭 멘 사람들이 많다 [16:50]


16:55   바욘(Bayonne)역에서 200m 정도 떨어져 있는 숙소 Hotel de la Gare에 도착, 미리 예약을 한 곳이다. 체크 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 보니, 이건 말이 호텔이지 업그레이드 된 알베르게 수준이다. 방 안에 더블 침대 하나, 화장실, 공용 사워실이 전부다. 저렴한 호텔을 찾다 보니 그런 모양이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비용을 절약하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샤워하고 빨래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저녁이라 그런지 날이 조금 쌀쌀하다.


먼저 아두르(L'Adour) 강 쪽으로 가보았다. 꽤 큰 강이다. 내일 건너갈 셍떼스쁘히 다리 왼쪽으로 생트마리 대성당(Catedral de St-Marie)의 종탑 두 개가 보인다. 수퍼에 들러 바게트빵, 오렌지주스, 오렌지, 맥주 등을 구입했다. 프랑스 길과는 달리, 북쪽 길에서는 아침이나 점심을 먹을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날 음식을 구입해서 배낭에 넣어가는 게 좋다. 호텔 옆에 있는 피자전문점으로 들어갔다. 10유로짜리 피자를 한 판 시키고 포도주를 한 병 주문했다.


10유로짜리 12.5도의 적포도주는 일 년 전에 경험했던 포도주 미각을 고스란히 되살려주었다. 조금 시큼하면서도 쌉사레한 맛이 작년 그대로다. 피자 한 판을 더 시켰다. 이곳이 맛집인지 손님들이 많다. 직원도 아주 친절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내일부터 본격적인 까미노 걷기에 들어가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미지의 곳을 찾아가는 일에는 야릇한 셀레임과 막연한 두려움이 반반 섞여 있다. 그리고 그 설레임과 두려움이 나중에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바뀌어 남게 되는 것이다. 포도주 덕분인가, 침대에 눕자 곧 잠이 들었다.


▲ 바욘 역에서 200m 정도 떨어져 있는 Gare 호텔이 보인다 [16:55]


▲ 호텔 내부 모습 [17:19]


▲ 오늘밤을 묵을 Hotel de la Gare [18:25]


▲ 뭔지 모르겠네 [18:27]


▲ 아두르 강 건너로 바욘 시내가 보인다 [18:33]


▲ 내일 건너갈 셍떼스쁘히 다리 [18:38]


▲ 내일 먹을 식품을 구입한 수퍼 [18:40]


▲ 호텔 옆 피자전문점 내부 풍경 [19:00]


▲ 피자와 적포도주로 저녁식사 [19:11]


▲ 피자전문점 내부 풍경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