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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 길

2017.05.15. [산티아고 순례길 33] 아르수아→라바코야

by 사천거사 2017. 5. 15.


산티아고 순례길 트레킹 33

 

일시: 20175 15일 월요일 대체로 맑음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코스: 아르수아 → 살세다 → 산타 이레네 → 아 루아 → 페드로우소  라바코야

 거리: 29.3km  걸은 거리 765.0km  걸을 거리 99.6km

 시간: 8시간 39

 회원: 5







06:00   지난 밤에는 두세 번 잠에서 깼다. 알베르게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 하늘에는 달이 중천에 걸려 있는데 주위는 아주 깜깜하다. 보통 담력으로는 여자 혼자 걷기에 힘든 산길이다. 예전에 혼자서 백두대간 종주를 할 때, 이른 새벽에 산에 들면 기분이 아주 묘해졌다. 무서운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야릇한 기분이 감도는데, 서서히 어둠이 걷히면서 주변에 있는 사물이 뚜렷해지면 그런 기분도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아르수아 알베르게에서 기록 중인 동서 [06:13]


▲ 알베르게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 [06:14]


▲ 가로등 불빛만 비치는 아르수아 마을 거리 [06:15]


▲ 가로등 불빛이 이정표 역할을 하고 [06:18]


▲ 가로등도 없는 캄캄한 거리: 처제 [06:30]


▲ 가로등도 없는 캄캄한 거리: 규필 친구 [06:32]


▲ 주변 사물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 [06:46]


▲ 해가 뜨려는지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06:49]


▲ 새벽 하늘에 보름달이 떠 있고 [06:50]


06:55   점차 날이 밝아오면서 주변의 사물이 조금씩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 한쪽을 물들이고 있는 붉은 기운은 그냥 그러다가 말 모양이다. 까미노가 숲길과 들판길로 이어졌다. 새벽 공기가 조금 쌀쌀하기는 하지만 그 상쾌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건물 벽에 코팅지가 한 줄로 꽤 길게 게시되어 있는 게 보였다. 뭐지? '지혜의 벽(The Wall of Wisdom)'? 가까기 가서 읽어보니, '조화(Harmony)'라는 책을 출판하려는데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전단지를 1.5유로에 구입하는 것으로. 


▲ 하늘이 많이 밝아졌다 [06:55]


▲ 하늘을 물들인 붉은 기운은 그냥 그대로다 [07:00]


▲ 아직은 조금 어두운 숲길 [07:07]


▲ 도로 옆 순례자 추모비 [07:13]


▲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는 목초지 [07:16]


▲ 타베르나 베야 마을에 이정표 [07:24]


▲ 코팅지가 게시되어 있는 '지혜의 벽(The Wall of Wisdom)' [07:25]


▲ '지혜의 벽' 안내문 [07:26]


07:27   도로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칼사다 마을에 진입했다. 마을에 들어서니 조금 이른 아침인데 마침 문을 연 바가 있어 아침을 먹고 가기로 했다. 거의 아침마다 변함이 없는 메뉴, 빵이나 케익, 오렌지주스, 그리고 아메리카노 한 잔. 아침으로 부족할 것 같지만 충분하다. 이 정도만 먹어도 20km 정도는 너끈하게 걸어갈 수 있다. 물론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로서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다른 팀원들도 별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냥 견딜만한 모양이다.

 

▲ 공사 중인 도로 위에 놓인 다리가 보인다 [07:27]


▲ 옅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는 마을 풍경 [07:33]


▲ 칼사다 마을 표지판 [07:33]


▲ 칼사다 마을에 있는 바가 문을 열었다 [07:37]


▲ 아침 식사를 주문하고 있는 팀원들 [07:43]


▲ 빵과 커피, 오렌지주스가 아침 식사 메뉴 [07:45]


▲ 처제 부부 [07:45]


▲ 소박하고 단순한 아침 식사 메뉴 [07:45]


08:00   간단히 아침을 먹고 출발, 길 왼쪽으로 젖소들이 모여 풀을 뜯고 있는 목장이 보인다. 조용한 숲길을 걸어 오우테이로(Outeiro) 마을을 지났다.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작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까미노를 걷노라니, 마치 제주도에 있는 올레길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 사는 모습이 어디라고 다르겠는가. 사는 곳은 다르더라도 살아가는 방식은 거의 다 그게 그거다. 비포장 마을길에서 벗어나 N-547 도로 옆으로 나왔다. 멀리 칼세다 마을 표지판이 보인다.

 

▲ 젖소들이 보이는 풍경 [08:02]


▲ 비포장 숲길 [08:07]


▲ 오우테이로(Outeiro) 마을 통과 [08:18]


▲ 오우테이로 마을 통과 [08:21]


▲ 줄을 지어 걷고 있는 팀원들 [08:30]


▲ 길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08:40]


▲ 야자수가 서 있는 풍경 [08:47]


▲ N-547 도로 오른쪽으로 살세다 마을 표지판이 보인다 [09:01]


09:08   길 오른쪽 담에 기예르모 와트를 기리는 추모비가 박혀 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닿기 하루 전에 유명을 달리한 순례자를 추모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고 한다. 숲길에서 벗어나 N-547 도로 왼쪽을 따라가던 까미노가 아 브레아(A Brea) 마을을 지난 후 N-547 도로 오른쪽을 따라 이어졌다. 지방도로라 그런지 차로에 다니는 차들은 별로 볼 수 없었다. 시골마을과 시골마을을 이어주는 우리나라의 지방도로와 많이 닮은 모습이다. 


▲ 기예르모 와트를 기리는 기념비 [09:08]


▲ 유칼립투스 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09:14]


▲ N-547 도로 왼쪽을 따라 진행 [09:25]


▲ 아 브레아(A Brea)마을에 도착: 오른쪽으로 진행 [09:30]


▲ 그림 같은 풍경 [09:31]


▲ N-547 도로 오른쪽을 따라 진행 [09:37]


▲ N-547 도로 오른쪽을 따라 진행 [09:40]


▲ 까미노 순례자를 위한 급수대 [09:45]


▲ N-547 도로 왼쪽을 따라 걸어오고 있는 팀원들 [10:09]


10:11   N-547 도로 왼쪽을 따라 계속 걸어가다 다시 유칼립투스 숲으로 들어갔다. 유칼립투스는 코알라와 깊은 관계가 있다. 코알라는 자는 시간 외에 나머지 시간을 유칼립투스 잎을 먹는 데 보낸다. 유칼립투스 잎에 알콜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코알라에게 유칼립투스 잎은 신경안정제 역할을 한다고 한다. 호주에서 유칼립투스 나무가 멸종위기에 처하자 코알라도 덩달아 멸종위기에 처할 만큼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을 안 먹고는 살지 못한다. 단, 코알라가 먹이로 섭취하는 유칼립투스는 몇 종에 한정된다. 700여종에 육박하는 유칼립투스 중 아무거나 먹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까미노는 숲길에서 N-547 도로 옆길로, 다시 숲길로 계속 이어졌다.


▲ N-547 도로 왼쪽을 따라 진행 [10:11]


▲ 도로를 벗어나 잠시 왼쪽 숲길로 진행 [10:19]


▲ N-547 도로 오른쪽을 따라 진행 [10:22]


▲ 산타 이레네(Santa Irene) 마을 통과 [10:28]


▲ N-547 도로 오른쪽으로 이동 [10:30]


▲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이 화려하게 피었다 [10:33]


▲ 다시 유칼립투스 숲으로 [10:38]


▲ N-547 도로 오른쪽으로 이동 [10:43]


▲ 길 오른쪽 순례자 쉼터 [10:44]


10:45   작은 마을을 지나는데 빨레를 널고 있는 엄마 옆에 남자 아기가 유모차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동물들의 어린 것들은 다 귀엽고 예쁘다. 아기도 그렇다. 이방인들을 빤히 쳐다보는 천진난만한 아기의 모습이 정말 귀엽다. 아 루아(A Rua) 마을을 지나간다. 스페인 사람들은 꽃으로 집 주변을 장식하기를 좋아한다. 장식에 이용하는 주된 꽃은 장미와 제라늄, 그것도 빨간색이 대부분이다. 까미노가 N-547 도로를 건너 다시 숲으로 들어갔다.


▲ 유모차를 타고 있는 남자 아기 [10:45]


▲ 유칼립투스 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0:47]


▲ 순례자들의 흔적인가? [10:50]


▲ 아 루아(A Rua) 마을 통과 [10:50]


▲ 아름다운 꽃으로 벽면을 장식한 아 루아 마을 주택 [10:52]


▲ 그림엽서에 나올 만한 아름다운 풍경 [10:57]


▲ N-547 도로를 건너 오른쪽 숲길로 [11:01]


▲ 자전거 순례자들 [11:08]


11:12   페드로우소 마을에 도착했다. 알베르게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도로 한쪽에 서 있는데 공립 알베르게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왼쪽길을 따라 시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공립 알베르게를 찾는답시고 그만 도로 건너 오른쪽에 있는 숲길에 들어서고 말았다. 작은 마을을 지나 앞이 확 트인 평지로 나왔는데 아무래도 페르로우소와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 몇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니, 페드로우소는 이미 지나왔단다. 이런! 하는 수 없지. 그냥 계속 걸어가다 알베르게가 나오면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오 아메날(O Amenal) 마을에 도착, 마침 문을 연 식당이 있어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음식을 단품으로 주문했는데 그 양이 장난이 아니다. 포식을 했다.

 

▲ 페드로우소 마을 도로변에 서 있는 알베르게 안내판 [11:12]


▲ 페드로우소 마을에서 오른쪽 숲길에 진입 [11:15]


▲ 산 안톤(San Anton) 마을 통과 [11:22]


▲ 숲길을 지나 [11:29]


▲ 앞이 확 트인 평원으로 나왔다 [11:34]


▲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 [11:47]


▲ 도로 왼쪽으로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이 보인다 [11:51]


▲ 오 아메날(O Amenal) 마을에 있는 파리야다 호텔 식당에서 점심 식사 [12:14]


▲ 단품으로 나온 고기 양이 장난이 아니다 [12:46]


13:27   맛있게 점심을 먹고 출발, 이제 여유롭게 걸어가며 알베르게가 나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오전보다 날이 많이 개어 파란 하늘이 많이 드러났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유칼립투스 숲길, 이 지역은 유난히도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많은 곳이었다. 간이매점이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자 A-54 도로와 만났고 까미노는 산티아고 공항 철책 오른쪽을 따라 이어졌다. 산티아고 공항에서는 저가 항공편을 이용해 마드리드나 파리로 갈 수 있다.


▲ 점심 먹고 출발 준비 중 [13:27]


▲ 파란 하늘이 많이 드러났다 [13:34]


▲ 유칼립투스 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3:36]


▲ 계속 이어지는 비포장도로 [13:41]


▲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 [13:53]


▲ A-54 도로 왼쪽을 따라 진행 [14:01]


▲ 산티아고 공항 철책을 따라 진행 [14:07]


▲ 산티아고 공항 오른쪽을 따라 진행 [14:16]


▲ 산 파이오(San Paio) 마을에 있는 산 파이오 성당 [14:19]


14:20   산 파이오(San Paio) 마을을 지난 후 A-54 도로 아래를 통과했다. 20분 정도 걸어가니 라바코야 마을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가 어디 쯤인가? 어째 알베르게는 보이지 않지? 이러다 산티아고까지 가는 거 아냐? 납골당이 있는 라바코야 성당을 돌아 조금 진행하자, 빙고! 알베르게가 나타났다. 사설 알베르게라 요금이 12유로로 조금 센 편이었지만 지금 비용이 문제가 아니잖는가. 접수를 하고 방을 배정받았다. 처음에는 한산하던 알베르게에 순례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얼마 안 가서 빈 침대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여기도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구나.


▲ 산 파이오 마을에서 다시 숲길로 [14:20]


▲ A-54 도로 아래를 통과 [14:24]


▲ 다시 나무가 울창한 숲길로 [14:28]


▲ 순례 소감을 적으면 작은 소품을 기념품으로 준단다 [14:39]


▲ 커다란 건물 옆을 통과 [14:39]


라바코야(Labacolla)


라바코야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국제공항 근처의 작은 마을이다. 인근에 있는 아름다운 떡갈나무 숲에 산 로케 성당과 깨끗한 시내가 있어서 여름에는 이곳에서 밤을 보내려는 순례자들이 많다. 칼릭스티누스 사본은 라바코야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산티아고에서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숲이 우거진 마을에 시내가 흐르는데, 프랑스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순례자들은 모두 이곳에서 사도 야고보를 만나기 위해 옷을 벗고 손발과 더러워진 몸을 모두 씻는다.”




피카우드는 악의적인 농담이었던 듯 이 마을을 ‘라바멘툴라’(Lavamentula; 라틴어로 멘툴라는 남성의 성기)’라고 불렀으며, ‘라바’(Lava; 씻다) ‘콜라’(Cola; 꼬리)’라는 마을의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설득력이 있는 주장은 이 시내에서 순례자들이 산티아고에 좀 더 우아한 모습으로 도착하기 위해 ‘코야스’(Collas; 중세에 사용하던 칼라)를 빨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이런 순례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몸에서는 좀처럼 지워 지지 않는 냄새가 남아있었을 것이다.


포타푸메이로의 유래


순례자들끼리 많이 하는 농담 중에 ‘파리는 순례자의 친구’라는 말이 있다. 이는 현재에도 마찬가지로 한 달이 넘게 땀에 절은 단 몇 벌의 옷만을 가지고 보도 여행을 하는 순례자에게는 항상 냄새가 나기 마련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인 것이다. 중세의 경우에는 더욱 심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는데, 라바코야에서 아무리 깨끗이 몸을 씻었다고 하더라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모여든 순례자의 몸에서는 냄새가 풍겼을 것이다. 포타푸메이로는 미사 도중 순례자들에게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순례자의 머리 위에서 커다란 향로를 피웠던 것에서 유래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 라바코야 마을 표지판 [14:44]


▲ 라바코야 성당 옆에 있는 납골당 [14:47]


▲ 라바코야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 [14:53]


▲ 알베르게 접수 중 [15:01]


▲ 라바코야 알베르게 침실 풍경 [16:40]


19:36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갔다. 건물 벽에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가 11km 라고 적혀 있다. 드디어 내일 조금 늦은 아침이면 산티아고에 도착하겠구나. 산 파이오(San Paio) 식당에 들어가 순례자 메뉴를 주문했다. 해산물 수프, 쇠고기, 포도주, 물, 커피,캔맥주로 이루어진 저녁식사, 성찬이 따로 없다. 내일은 걸을 거리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느긋하게 담소를 나누며 식당에서 여유를 즐겼다. 일단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본 게임은 끝난 거니까.


9시가 넘어서 식당 밖으로 나왔는데 아직도 하늘에 해가 떠 있다. 서머타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정책적으로 서머타임제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오늘 목적지를 잘못 판단해 예정보다 10km 가까이 더 걸었는데 전화위복인지도 모른다. 내일 산티아고에 일찍 들어가 산티아고 대성당 정오 미사에 참석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피곤함이 몰려온다. 자연스럽게 눈이 감긴다.


▲ 건물 벽에 산티아고까지 11km가 남았다고 적혀 있다 [19:36]


▲ 아 콘차(A Concha) 바 앞에 서 있는 조형물 [19:38]


▲ 저녁 식사를 한 산 파이오(San Paio) 식당 [19:40]


▲ 처제 부부 [19:57]


▲ 푸짐한 메인 메뉴 [20:12]


▲ 다정한 부부의 모습 [21:04]


▲ 라바코야 성당 [21:05]


▲ 알베르게 정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순례자들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