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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제주 올레길

2017.08.20. [제주 올레길 걷기 22] 17코스 광령1리→제주원도심

by 사천거사 2017. 8. 20.


제주 올레길 17코스 걷기

  

 ◈ 일시: 2017년 8월 20일 일요일 대체로 맑음 오후에 폭우

  장소: 제주 올레길 17코스

  코스: 광령1리 사무소 → 무수천 사거리 → 이호테우 해변  도두봉 정상 용두암 무근성  간세 라운지

 ◈ 거리: 18.6km

  시간: 4시간 38분


 

광령을 떠나 근심이 사라진다는 무수천을 따라 무심히 발걸음을 옮기면, 옛 선비들이 달빛 아래 풍류를 즐겼다는 외도의 월대와 내도의 알작지 해안을 만난다. 제주시내와 인접한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즈넉한 풍경이다. 외도에서 이어지는 바닷길은 작지(조약돌)들의 재잘거림으로 시작된다. 봄이면 청보리가 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 길을 지나고, 여름 밤 더위를 식혀 주는 이호테우해변과 한가로운 마을을 걷노라면 어느새 발길은 제주의 머리라는 도두봉에 오른다. 낮은 오름이지만 정상에서 보는 풍광만큼은 일품이다. 심심한 해안도로를 걷고 난 후 만나는 용두암과 용연다리도 볼거리다.

 

무근성과 목관아지를 지나 잠시 복잡한 제주시내를 통과하며 옛 다섯 성현들의 위패를 모신 오현단과 그를 둘러싼 제주성지에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난다. 사람 사는 냄새에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제주 최대의 재래시장인 동문재래시장이다. 긴 여정은 옛 모습으로 복원된 산지천 자락에 이르러 비로소 마침표를 찍는다.

 

각양각색의 다리 8개를 지나고, 도두의 오래물을 비롯해 대여섯 개의 용천탕을 지나는 제주올레 17코스는 제주 사람들이 과거에 살아온 모습과 지금 살아가는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걷는 길이다. 

 

12:09   오전에 올레길 16코스 걷기를 마치고 광령1리 사무소 앞 의자에 앉아 과자와 떡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 오후 일정인 17코스 걷기에 들어갔다. 간선도로를 따라 걷다 11365번 도로와 접속한 후 무수천 사가로에 도착했다. 무수천 사가로? 처음에는 '사가로'가 무슨 말인가 의문이 들었는데 '사거리'나 '네거리'를 한자로 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가로'는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사전에는 '사거리'로 나와 있다. 광령교를 지나 왼쪽 무수천 숲길에 들어섰다. 무수천 오른쪽을 따라 나 있는 길이다.


▲ 17코스 시작점인 광령1리 사무소 [12:09]


▲ 간선도로 옆 보행자 도로를 따라 진행 [12:14]


▲ 무수천 사가로에서 광령교를 건너간다 [12:18]


▲ 제주비엔날레 2017 안내판 [12:21]


▲ 무수천 숲길에 진입 [12:29]


▲ 올레길 왼쪽 무수천 [12:32]


▲ 외도동 올레 17코스 안내문 [12:38]


▲ 길 왼쪽 무수천 위에 놓인 제1사라교 [12:41]


12:45   시작점인 광령1리 사무소에서 3km 걸어온 지점에 도착했다. 걸린 시간은 36분, 아직까지는 걸음걸이가 양호하다. 다리를 건너면서 올레길이 무수천 왼쪽으로 옮겨갔다. 제주공항이 가까워졌는지 하늘에서 연신 비행기가 내려앉는 모습이 보인다.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뜨고 앉는 비행기의 숫자도 많을 수밖에 없다. 계속 바짝 말라 있던 무수천이 바다가 가까워지자 제법 많은 양의 물을 보 안에 담아두고 있었다. 


▲ 시작점에서 3km 걸어 온 지점 표지판 [12:45]


▲ 외도천교 아래를 통과 [12:55]


▲ 무수천 위에 놓인 외도천교를 건너간다 [12:59]


▲ 외도천교 위에서 바라본 무수천 [12:59]


▲ 연신 제주공항으로 내려앉고 있는 여객기들 [12:59]


▲ '남은 거리 15km'를 알려주는 간세 [13:04]


▲ 올레 17코스 이정표: 월대천 쪽으로 진행 [13:09]


▲ 무수천 물이 보 안에 갖혀 있다 [13:15]


13:25   외도 월대 앞에 도착했다. 도근천과 무수천이 만나는 합수머리 지점, 신선들이 모여 달이 동쪽에서 떠오를 때 맑은 물에 비친 달 그림자를 구경하며 놀았다는 누대가 바로 월대다. 예전에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현대식 건물 때문에 그런 풍취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외도교를 건너 해안 쪽으로 내려가자 내도동 방사탑이 보인다. 내도동에 유일하게 남은 이 방사탑은 제주도 향토유형유산 제10호로 지정됐으나 현재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굴러떨어진 돌과 쓰레기 더미와 함께 방치돼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올레길이 계속 이어졌다.


제주 월대


제주시 외도2동 도근천변에 수 백년 묵은 소나무, 팽나무가 물 위로 휘늘어져 선경(仙境)을 자아내는 곳이 있다. 예로부터 신선들이 모여 달이 동쪽에서 솟아오를 때 맑은 물에 비친 달 그림자를 구경하며 즐긴 누대라는 의미로 ‘월대(月臺)’라 이름했다 한다. 옛 선비들은 이곳에 나와 밤 정취를 즐겼으며, ‘월대’란 비석을 남겼다. 비신(碑身)의 높이는 72cm, 너비상단 38cm, 하단 36cm, 두께 13cm이며, 뒷면 여러 사람의 이름과 아울러 측면에 ‘乙丑三月 洪鐘時 書’라 새겨져 있어 1925년에 세워졌음을 알 수 있다. 도근천은 물이 깊고 맑아 뱀장어와 은어가 많이 살았다 하며, 이곳에서 나는 은어는 진상품이어서 일반인들의 은어잡이가 금지됐었다. 지금도 월대는 도근천 상류의 무수천과 함께 물 좋고 경치좋은 산수(山水)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 제주 월대 안내판 [13:25]


▲ 신선들이 달구경을 했다는 월대 표지석 [13:25]


▲ 바다와 인접해 있는 월대천 [13:27]


▲ 외도교 위에서 바라본 바다 쪽 풍경 [13:30]


▲ 향토유형유산 제10호인 내도동 방사탑 [13:36]


▲ 몽돌 해변 [13:37]


▲ 정상부가 구름에 덮여 있는 한라산 [13:40]


▲ 정상부가 구름에 덮여 있는 한라산 [13:44]


▲ 현사포구 [13:49]


13:53   이호테우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날이 더워 그런지 해수욕철이 조금 지났는 데도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이 꽤 많다. 떠나가는 마지막 여름을 즐기려나보다. 도두 추억愛 거리를 걸어간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전혀 생소한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공기놀이, 말뚝박기, 굴렁쇠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나이 든 사람들이 잠시 옛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구간이다. 도두항 위에 놓인 생선가시 모양의 작은 다리를 건넜다.

 

▲ 이호테우 해수욕장 [13:53]


▲ 차도 옆 보행자 도로를 따라 진행 [14:00]


▲ 차도 옆 보행자 도로를 따라 진행 [14:05]


▲ 출발한 곳에서 9km를 걸어왔네 [14:10]


▲ 도두 추억愛 거리 표지석 [14:12]


▲ 도두 추억愛 거리 [14:12]


▲ 다리를 건너간다 [14:22]


▲ 다리 위에서 바라본 도두항 [14:23]


14:25   도두봉으로 올라가는 길 들머리에 도착했다. 도들오름이라고도 하는 도두봉은 작은 오름이지만 해안가에 도드라져 있어 '제주시의 머리'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도두봉 정상에서는 제주국제공항이 내려다보였다. 활주로에서 연신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도 잘 보인다. 도두봉에서 내려와 다시 해안도로 옆길에 들어섰다. 길 왼쪽, 회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점보관광식당이 눈길을 끈다. 주 고객이 중국인 관광객이었던 모양인데 사드 문제로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어졌는지 한산함 그 자체다.   


도들오름


해발 65m이고 원추형 기생화산이며 도두봉이라고 부른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오름이지만 해안가에 위치하여 쉽게 구분이 간다. 이때문에 도드라져 보인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 도들오름이다. 오름의 정상에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도원봉수대터가 있고 주변에는 대부분 공동묘지로 이용되고 있다. 중턱에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자라며 정상에는 수풀이 덤성덤성 자란다. 오름의 서쪽 경사면 아래는 도두항이 위치하며 도두항을 내려다 보는 해안가 전망이 좋은 곳이다.


▲ 들머리에 있는 도두봉 공원 안내도 [14:25]


▲ 도두봉으로 올라가는 계단 [14:29]


▲ 도두봉 정상에 있는 도원봉수대터 표지석 [14:32]


▲ 도두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국제공항과 한라산 [14:34]


▲ 올레길 오른쪽 장안사 [14:39]


▲ 해안도로에 접속: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는 7.6km [14:46]


▲ 길 왼쪽 바다 풍경 [14:48]


▲ 회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점보관광식당 [15:03]


▲ 보행자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15:10]


▲ 도로 건너편은 제주국제공항 [15:16]


15:20   제주 올레 1코스 중간 스템프 찍는 곳을 지나 해안을 따라 계속 걸어간다. 용두암이 서 있는 바닷가를 지나고 용연 구름다리를 건너자 올해 1월 초 한라산 산행을 왔을 때 묵었던 라마다 호텔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여기서 그만 길을 놓치고 말았다. 라마다 호텔에 이르기 전에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호텔 왼쪽 해변길을 따라 계속 진행을 한 것이다. 다시 지도를 확인하고 길을 찾아가는데 조금 짜증이 났다. 헷갈리기 쉬운 갈림길에는 조금 더 확실하게 표시를 해 두면 어디가 덧나나.


▲ 올레 17코스 중간 스템프 찍는 곳 [15:20]


▲ 길 왼쪽 바다 풍경 [15:27]


▲ 길 왼쪽 바다 풍경 [15:29]


▲ 문주란 [15:33]


▲ 제주공항으로 내려앉고 있는 비행기가 보인다 [15:44]


▲ 올해 1월 8일 한라산 산행 후 저녁 회식을 했던 바다풍경 횟집 [15:47]


▲ 용두암이 서 있는 해변 [15:50]


제주 용연


용연은 한천 하류지역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으로 옛날에 용왕의 사자가 드나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연못의 양쪽에 8개의 바위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좁은 계곡이며 영주 12경 가운데 하나인 용연야범이라 불리워지는 곳이다. 용연야범은 풍류객들이 야간에 배를 띄우고, 기암절벽의 맑은 물 위에 비친 달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밤풍경이 아름다워 야간에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 용연구름다리에서 바라본 용연 [15:58]


▲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는 3km [15:59]


▲ 라마다 플라자 호텔 [16:09]


16:28   20분 정도 헤매다 제대로 길을 찾아 무근성 입구에 도착했다. 무근성은 탐라국 시대의 읍성인데 지금은 흔적 조차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제주목 관아와 관덕정을 거쳐 올레 17코스 도착점으로 가는 길은 제주시의 개발되지 않은 원래 시가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거 괜찮은 아이디어네. 제주 올레 17코스 종착점에 도착해 걷기를 마감하고 중앙로 사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이곳에서 직접 고내포구로 가는 버스가 없어 일단 광령1리 사무소 앞까지 가야 한다.


광령1리 사무소 앞을 지나가는 87번 버스에 올랐다. 제주시를 벗어나는데 시간이 무척 많이 걸린다. 신호등도 많고 오가는 차량도 많고, 제주 시내는 육지의 대도시 시내와 다름이 없다. 광령1리 시무소 앞에 도착, 이제 다시 다른 버스로 고내포구까지 가야 하는데 버스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970번 버스를 타고 기사분에게 고내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내려달라고 했다. 기사분이 내리라고 한 곳은 어디? 1136번 도로 상가리 입구였다. 고내포구 쪽으로 조금 걸어가자 어? 눈에 익은 건물이 보인다. 더럭분교였다.  


무근성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도2동에 있었던 성터. 제주목 관아지 서북쪽에 위치해 있는 옛 읍성으로, 탐라국 시대에 고(), 문(), 강()의 세 성씨의 부호가 살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무근성의 동쪽은 대부호 강만호 집, 서쪽은 고만호 집의 주위 부근을 무근성 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들이 살던 집터는 거의 원형을 잃고 사람들도 흩어져 있어 무근성에 대한 내력을 알기가 어렵다. 새로 축조한 성 이전의 것이라고 하여 묵은 성이라고 부른다.


『증보탐라지』에는 “고주성() 서북에 옛 성터가 있으니 동명을 진성동()이라 칭한다” 고 하였다. 현재 성터는 남아 있지 않고 제주시가 세운 “탐라시대 고성터”라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성은 석축으로 둘레 4,394척 높이 11척이라 했다. 서문 사거리에서 북쪽의 해안가로 연결된 탑동로의 오른쪽에 있는 길로서 작은 길(구린질) 사이를 무근성이라 한다. 관덕정 뒤 왼편에 해당된다.


▲ 무근성 표지석 [16:28]


▲ 거리의 벽화 [16:33]


제주목 관아


조선시대 제주지방 통치의 중심지였던 제주목 관아( )는 지금의 관덕정을 포함하는 주변일대에 분포해 있었으며, 이미 탐라국시대부터 성주청 등 주요 관아시설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아시설은 1434년 관부의 화재로 건물이 모두 불 타 없어진 뒤 바로 역사를 시작하여 그 다음해인 1435년에 골격이 이루어졌으며, 조선시대 내내 중.개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제주목 관아는 일제강점기 때 집중적으로 훼철되어 관덕정을 빼고는 그 흔적을 볼 수가 없었다.

제주시에서는 탐라국 이래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정치.행정.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제주목 관아를 원래의 양식으로 복구하고자, 1991년부터 1998년까지 4차례 발굴조사를 마친 결과, 탐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문화층과 함께 문헌상에 나타난 중심 건물인 홍화각(), 연희각(), 우연당(),귤림당() 등의 건물터와 유구()가 확인되고 유물()도 출토되었다. 1993년 3월 30일에 제주목 관아지 일대가 국가사적 제380호로 지정되었고, 발굴과정에서 확인된 초단.기단석 등을 토대로 하고, 『탐라순력도()』와 『탐라방영총람()』 등 당대()의 문헌() 및 중앙문화재위원·향토사학가·전문가 등의 고증과 자문을 거쳐 관아지 복원 기본설계를 완료, 2002년 12월에 복원()을 완료하였다.


▲ 국가사적 제380호인 제주목 관아 [16:38]


관덕정


제주시 삼도1동, 제주시의 중심가에 자리한 관덕정()은 제주에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 이중 기단 위에 세운 정면 5칸에 측면 4칸인 단층의 팔작지붕이다. 세종 30년인 1448년에 제주목사인 신숙청()이 병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서 지은 관덕정은 성종 11년인 1480년에 중수되었다. 관덕정은 그 뒤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이 관덕정은 “평소 마음을 바르게 하고 훌륭한 덕을 닦는다”는 뜻으로 ‘사자소이관성덕야(, 활을 쏘는 것은 높고 훌륭한 덕을 보는 것이다)’에서 지은 이름이다.

이 정자에는 ‘관덕정’, ‘호남제일정()’ 등 세 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안평대군이 처음 썼던 현판은 불에 타 사라지고 지금은 선조 때 영의정을 지냈으며 이덕형의 장인이기도 한 이산해가 쓴 현판이 남아 있고, 보물 제322호로 지정되어 있다. 관덕정은 창건 이후 제주의 역사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1901년에 일어났던 신축교난 당시 지도자였던 이재수가 관덕정 광장에서 효수되었다. 1947년 2월 10일에는 제주 시내의 중학교 학생들이 이곳에 모여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양과자를 먹지 말자”고 외쳤다. 그리고 근세의 역사에서는 4ㆍ3항쟁 당시 무장유격대 사령관이었던 이덕구의 시신이 며칠이나 내걸려 있었던 비운의 현장이기도 하다.


▲ 관덕정: 현판은 보물 제322호로 지정되어 있다 [16:38]


▲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제주 구시가지 [16:40]


▲ 제주 올레 17코스 도착점 표지판 [16:47]


▲ 중앙로 사거리 버스정류장에 있는 버스시간표 안내판: 87번 버스를 탄다 [17:00]


18:43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 앞에 도착했다. 예전에 아내와 들렀던 곳이라 큰 감흥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어쨌든 폐교 위기에 처해 있던 작은 초등학교 분교가 관광명소로 변신했으니 박수쳐 줄 일이다. 더럭분교 바로 아래에 연화못이 있어 들러보았다. 연꽃이 남아 있으려나? 그리 많지는 않지만 연꽃이 보인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아까부터 우르렁거리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냥 비가 아니다. 억수같이 내린다. 우산을 펴들고 나무 아래에 꼼짝 않고 서 있었지만 금방 무릎 아래는 물천지가 되고 말았다.


제주도의 여름 날씨는 종을 잡을 수 없다지만 이럴 줄은 몰랐네. 참, 조금 전 더럭분교에서 웨딩 촬영을 하던 예비 신혼부부는 어떻게 되었을까? 무척 궁금하다. 웨딩 촬영을 망쳤다고 여길까? 아니면 하나의 멋진 추억이라고 생각할까? 어느 정도 비가 잦아들어 다시 고내포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하늘에 파란 기운이 감돌고 있다. 고내포구 차를 세워둔 곳에 도착, 불을 밝힌 어선들이 떠 있는 바다에 눈길을 한번 주고 차에 올라 서귀포에 있는 아들 집을 향해 달려가는 것으로 올레길 17코스 걷기를 마감했다.


▲ 색깔의 조화가 아름다운 더럭분교 건물 [18:43]


▲ 색깔의 조화가 아름다운 더럭분교 건물 [18:44]


▲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18:45]


연화지


순결, 고고함, 우아함, 절제된 사랑 등 연꽃의 꽃말은 다양하다. 단어만 봐도 고결함을 잃지 않는 연꽃의 모습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연화지는 아름다운 연꽃이 활짝 피어있는 제주도의 숨은 명소다. 도로 변에 위치해 있지 않고 작은 도로에 있어 비밀의 장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제주도에서 가장 깊고 넓은 연못으로 알려진 연화지는 연꽃과 각종 양서류 등 수많은 종류의 수생동·식물이 서식하는 습지다.


가운데에는 육각모양의 정자가 세워져 있어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또한 주위에는 팽나무, 무궁화, 백일홍 등이 있고 물속에는 흑백잉어, 홍잉어, 장어가 서식하고 있다. 연화지 주변에는 산책로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가족이나 연인과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연꽃은 8월까지 절정이니 휴가철 제주도 관광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참고해 볼 것. 주소를 치고 간다면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1359-1번지다. 입장료는 무료다. 


▲ 연꽃이 피어 있는 연화지 [18:48]


▲ 연꽃이 피어 있는 연화지 [18:49]


▲ 고내포구 가는 길: 오른쪽으로 그림 같은 집이 보인다 [19:06]


▲ 고내포구 가는 길: 1132번 도로를 건너간다 [19:06]


▲ 어? 청주에 있는 서원대학교 버스가 서 있네 [19:17]


▲ 차를 세워둔 고내포구 주차장에 도착 [19:18]


▲ 어선들이 불을 켜고 조업 중인 고내포구 앞 바다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