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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 길

2017.05.04. [산티아고 순례길 22] 레온→비야단고스 델 파라모

by 사천거사 2017. 5. 4.


산티아고 순례길 트레킹 22

 

일시: 20175 4일 목요일 구름 많음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코스: 레온 → 트로바호 델 까미노 → 라 비르헨 델 까미노 → 산 미겔 델 까미노  비야단고스 델 파라모

 거리: 20.7km  걸은 거리 486.9km  걸을 거리 377.7km

 시간: 4시간 40

 회원: 5






06:00   지난 밤에는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든 탓인지 4시 경에 한 번 깨고 푹 잠을 잤다. 6시 기상,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빵과 잼, 커피로 아침을 먹고 출발, 어제 발을 삐긋한 처제는 동키 서비스를 이용해 배낭을 오늘 묵을 알베르게로 부치고 일단 걸어가 보기로 했다. 레온은 큰 도시다. 그렇다 보니, 레온 시를 벗어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도시임에도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시내는 아주 조용하다. 성당과 고급 호텔이 있는 산 마르코스 단지를 지나 베르네스가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넜다.


▲ 알베르게 식당에서 제공하는 빵, 잼, 커피로 아침식사 [06:16]


▲ 식사 후 알베르게 출발 [06:42]


▲ 가로등만 빛나고 있는 레온 거리 [06:49]


▲ 현재 기온은 섭씨 영상 12도 [06:51]


산 마르코스


16세기 가난한 이들을 돌보기 위해 만들어진 순례자를 위한 병원이었으나 현재는 호화로운 고급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는 플라테레스코 양식의 걸작인 파사드가 있다. 르네상스 양식 건축물이 단지를 이루는 주위는 산 마르코스 단지로 불리는데 이 단지에는 성당과 교육 센터, 신학교, 감옥이 있었다고 한다. 성당에는 첨두아치로 된 아름다운 회랑이 있으며, 올리바레스 백작의 명령으로 스페인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염세주의 문학가 프란시스코 데 케베도가 갇혀있던 감옥을 볼 수 있다. 건물의 앞에는 호세 마리아 아퀴나(José Maria Aquña)가 조각한 순례자상이 있는데 메세타를 힘들게 걸어온 순례자가 신발을 벋어놓고 십자가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산 마르코스 단지 [07:09]


▲ 호세 마리아 아퀴나가 조각한 순례자상과 십자가 [07:10]


▲ 지금은 고급 호텔로 사용되는 산 마르코스 건물 [07:11]


▲ 베르네스가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간다 [07:12]


▲ 다리 위에서 바라본 베르네스가 강 [07:13]


07:14   길 옆 아카시아 나무에 꽃이 하얗게 매달렸다. 벌써 아카시아꽃이 필 때가 되었나? 시간 참 빨리 흘러가네. 트로바호 델 까미노에 들어섰다. 예전에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레온과 인접한 위성도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철도 위에 놓인 육교를 건너 시내를 가로지른 후 오른쪽 언덕으로 올라갔다. 트로바호 주택단지 뒤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도 날이 좋으려나 보다. 언덕을 넘어가는 길에서는 땅굴을 파서 만든 포도주 저장고가 많이 보였다.


▲ 길 옆 아카시아 나무에 꽃이 피었다 [07:14]


▲ 길 오른쪽에 서 있는 조형물 [07:15]


트로바호 델 까미노(Trobajo del Camino)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던 트로바호 델 까미노는 20세기 중반부터 레온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레온 근교의 베드타운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까미노를 걸으면서 보아도 레온과 트로바호 델 까미노는 마치 합쳐진 것처럼 보인다. 도시가 바뀐다는 이정표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중세에도 이 마을은 로마 시대부터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었고 도시의 중심에는 레온에서 활동하는 군대의 거주지였다고 한다. 까미노 도시답게 산티아고에게 봉헌된 성당과 산티아고 상, 산티아고의 십자가와 조개껍질로 장식된 성당 등이 있다.


▲ 트로바호 델 까미노 마을에 진입 [07:21]


▲ 순례자 상이 식당 메뉴를 들고 있다 [07:26]


▲ 트로바호 마을에 있는 삽지가 [07:31]


▲ 철도 위에 놓인 육교를 건너간다 [07:32]


▲ 18세기에 만들어진 사도 산티아고 성당이 보인다 [07:39]


▲ 언덕에 올라 바라본 트로바호 주택 뒤 일출 광경 [07:48]


▲ 언덕 구릉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포도주 저장고 [07:49]


07:56   까미노는 차도 왼쪽을 따라 계속 이어졌다. 공업지대를 거쳐 N-120 도로 옆으로 난 길과 만났고 곧 이어 라 비르헨 델 까미노 마을에 들어섰다. 새로 닦은 도로 사이에 놓여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까미노의 성모에게 봉헌된 까미노 성모 성당이 있다. 까미노의 성모는 가족 문제, 순례에 대한 문제와 여러 기도를 들어준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져서 해마다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이 마을을 찾는다고 한다. 거리에 설치된 전광판에 현재 기온이 섭씨 영상 15도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까미노를 시작할 때보다 많이 따뜻해졌다.


라 비르헨 델 까미노에 도착한 순례자는 각자의 체력과 상황에 맞추어서 두 개의 까미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왼쪽으로 가는 까미노는 비야르 데 마사리페 루트라고도 불리며 레온에서부터 약 22킬로미터에 이르는 루트다. 이 루트를 선택한 순례자는 다음 일정에서는 아스토르가까지 약 29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라도 이 루트는 도로와 인접해 걷는 오른쪽 까미노보다 훨씬 조용하며 지루하지 않다. 정면으로 향하는 까미노는 발베르데 데 라 비르헨과 산 미구엘 델 까미노를 거쳐 비야단고스 델 파라모에 이르는 루트다. 우리 팀은 정통 프랑스길인 비야단고스 루트를 걷기로 했다.


▲ 라 비르헨 델 까미노로 이어지는 공업지대 [07:56]


▲ 계속 이어지는 공업지대 [08:10]


▲ 라 비르헨 델 까미노 마을 표지판 [08:20]


▲ 지금은 섭씨 영상 15도 [08:25]


▲ 비야르 데 마사리페 가는 길과 비야단고스 가는 길이 갈라진다는 안내판 [08:30]


▲ 순례자 조형물 뒤로 보이는 포도주 저장고들 [08:32]


▲ 비야르 데 마사리페 가는 길과 비야단고스 가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 프랑스길로 진행 [08:35]


▲ 가구점 마토(MATO) 앞에서도 길이 갈라진다: 프랑스길로 계속 진행 [08:41]


▲ 정통 프랑스길인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진행 [08:44]


08:49   차도 옆길을 벗어나 비포장도로에 들어섰다. A-66 도로 아래를 지나 잠시 진행하자 발베르데 데 라 비르헨 마을이다. 발베르데 주변은 우아한 물푸레나무와 상큼한 초원이 가득하다. 이 마을의 가옥들은 아담한 성당 곁에 모여 있고, 성당의 종탑에는 여름마다 황새 부부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른다. 원래의 마을 이름은 발베르데 델 까미노(Valverde del Camino)였으나 발베르데 데 라 비르헨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자전거 순례자들이 보인다. 차도가 아니라 순례자가 걷는 까미노를 달리는 순례자들이다.


자전거로 까미노를 순례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까미노와 병행하는 차도를 따라 달리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순례자가 걷는 까미노를 따라 달리는 사람들이다. 사실, 차도를 따라 달린 사람들은 자전거 순례를 한 게 아니라 자전거 여행을 한 것이다. 이에 비해 까미노를 따라 달린 사람들은 자전거 순례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자전거로 편안하게 차도를 따라 달린 사람이 과연 떳떳하게 순례를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차도 옆길을 벗어나 비포장도로에 진입 [08:49]


▲ A-66 도로 아래를 통과 [08:54]


▲ 비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08:59]


▲ 무슨 시설물 사이로 나 있는 길 [09:03]


▲ 비포장도로를 마감하고 다시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진행 [09:13]


▲ 발베르데 데 라 비르헨 마을에 진입 [09:16]


▲ 발베르데 마을에 있는 산타 엔그라시아 교구 성당 [09:21]


▲ 까미노를 달리고 있는 자전거 순례자들 [09:28]


▲ 산 미겔 마을에 진입 [09:34]


09:38   길 왼쪽에 까미노 순례자 조형물이 서 있다. 잠시 후 오늘의 목적지인 비야단고스까지 8km가 남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지났다. 까미노는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데, 차도와 조금 떨어져 있기도 하고 또 도로 위를 다니는 차량도 별로 없어 예상 외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걸어갈 수 있었다. 추측컨대, 왼쪽으로 AP-71 고속도로가 신설되어 교통량이 줄었기 때문인 것 같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날이 많이 더워졌다.


▲ 까미노 왼쪽에 서 있는 순례자 조형물 [09:38]


▲ 비야단고스 델 파라모까지 8km가 남았다 [09:43]


▲ 까미노 오른쪽 포도주 저장고 [09:38]


▲ N-120 차도 옆을 따라 나 있는 보행자 도로 [09:50]


▲ N-120 차도 옆을 따라 나 있는 보행자 도로 [10:05]


▲ N-120 차도 옆을 따라 나 있는 보행자 도로 [10:10]


▲ 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 [10:32]


▲ N-120 차도 옆을 따라 나 있는 보행자 도로 [10:40]


▲ 비야단고스 마을 입구에 있는 아베니다 호텔이 보인다 [10:55]


▲ 비댜안고스 마을이 보이기 시작 [10:59]


11:11   오늘의 목적지 비야단고스 델 파라모 마을에 들어섰다. 공립 알베르게는 마을 입구에 있었고 다행히도 문이 열려 있어 곧바로 접수를 할 수 있었다. 거의 매번 그렇듯이, 오늘도 우리 팀이 가장 먼저 알베르게에 도착을 했다. 처제 부부에게서 천천히 걸어오면서 점심을 먹고 가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일단 샤워와 빨레를 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비야단고스가 작은 마을이라 식당을 찾기가 힘들다. 딱 한 곳 뿐인 식당에서 순례자 메뉴로 점심을 먹었다. 가격은 10유로인데 음식은 맛이 괜찮은 편이었다. 


비야단고스 델 파라모(Villadangos del Paramo)


비야단고스 델 파라모는 ‘라 마탄사’(La Matanza)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드넓은 초원 위에 세워졌다. 이 지역에서는 벽돌과 흙으로 지은 전통가옥, 돌기둥 위를 짚으로 덮은 집을 볼 수 있다. 기차역 부근은 전투왕 알폰소 1세와 그의 아내 도냐 우라카가 1111년경에 벌인 전투가 일어난 장소다. 마을의 중심부에 있는 산티아고 성당의 현관에 새겨져 있는 전투장면은 산티아고 성인이 나타났던 클라비호 전투가 아니라 이 부부 사이의 전투를 묘사한 것이다. 한때 번성했던 이 마을은 레온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도시화로 인구가 감소되어 퇴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비야단고스 델 파라모 마을에 진입 [11:11]


▲ 비야단고스 마을 공립 알베르게 [11:25]


▲ 비야단고스 공립 알베르게 침실 [11:43]


▲ 알베르게 숙박 접수를 하고 있는 순례자들 [13:04]


▲ 점심을 먹으러 거리로 나왔다 [13:12]


▲ 순례자 메뉴 전채 요리: 러시안 샐러드 [13:30]


▲ 마을 중심지에 있는 리베르타드 식당에 점심식사 [13:33]


▲ 적막이 감도는 비야단고스 마을 거리: 참 깨끗하다 [14:31]


▲ 무너진 건물 벽이 코끼리의 코 모양과 흡사하다 [14:32]


14:40   점심을 먹고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와 보니 처제 일행이 도착해 있었다. 걸음을 빨리 할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걸을만 하단다. 큰 다행이다. 얼마간 휴식을 취한 후 마을 구경을 나갔는데 워낙 작은 마을이라 크게 볼거리가 없어 성당만 둘러보고 돌아왔다. 알베르게 앞 도로 건너에는 미류나무 숲인데 한마디로 말해서 까마귀 천국이었다. 미류나무마다 까마귀가 둥지를 틀었고 하늘에는 수 많은 까마귀가 날아다니며 까악 까악 울러대고 있었다. 그 숲이 까마귀 서식지인 모양인데 근처에 풍부한 먹잇감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알베르게에 묵는 순례자는 한국인 8명과 외국인 할머니 세 분, 아주 단촐하다.


▲ 점심 먹고 다시 알베르게로 귀환 [14:40]


▲ 알베르게 앞 까마귀 서식지 [16:08]


▲ 하늘을 날고 있는 까마귀들 [16:11]


▲ 지금 온도는 섭씨 22도 [16:16]


▲ 비야단고스에 있는 산티아고 교구 성당 [16:21]


▲ 지금은 장미가 피어나는 계절 [16:22]


▲ 우리나라처럼 여기도 운동기구가 있네 [16:23]


▲ 비야단고스 공립 알베르게 전경 [16:33]


18:48   저녁을 먹으러 다시 거리로 나섰다. 식당이 한 군데 뿐이라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서 다시 저녁을 먹었다. 이번에도 만만한 순례자 메뉴, 뉴질랜드 부부가 함께 저녁을 먹게 되어 와인을 3병이나 비웠다. 레드 와인의 알콜 도수가 9도~13도 사이고 보통 750ml가 병 안에 들어있으니, 3병이면 적은 양이 아니다. 어쨌든 그런 와인을 3병이나 마셨는 데도 크게 취한 기분이 들지 않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오늘 하루 여정을 무사히 마치게 된 것에 대해 감사의 기도를 드린 후 9시 30분에 침낭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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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을 먹으러 가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왔다 [18:48]


▲  마드리드에서 팜플로냐로 갈 때 이용했던 ALSA 버스 [18:57]


▲ 점심과 저녁을 먹은 리베르타드 식당 [19:01]


▲ 벌써 와인이 두 병이나 들어왔네 [19:19]


▲ 순례자 메뉴 전채 요리: 마카로니 [19:20]


▲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있는  팀원들 [19:52]


▲ 비야단고스 공립 알베르게 전경 [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