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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 길

2017.05.01. [산티아고 순례길 19] 테라디요스 데 로스 템프라리오스→엘 부르고 라네로

by 사천거사 2017. 5. 1.


산티아고 순례길 트레킹 19

 

일시: 2017년 5 1일 월요일 맑음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코스: 테라디요스 데 템프라리오스 → 모라티노스  사아군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 → 엘 부르고 라네로

 거리: 30.1km  걸은 거리 428.8km  걸을 거리 435.8km

 시간: 7시간 5

 회원: 5





06:00   지난 밤에는 두 번 잠에서 깼다. 언제나 한 번도 깨지 않고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6시에 일어나 배낭을 꾸린 후 알베르게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 어둠을 뚫고 발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오늘의 여정을 시작했다. 잠시 후 어둠이 서서히 걷히면서 동쪽 하늘이 노랗고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해가 뜨고 있는 모양이다. 오늘은 맑은 날, 그러나 바람이 차고 춥다. 길 옆 풀 위에 밤사이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가 보인다. 오늘부터 5월이 시작되는데 서리가 내리다니...


▲ 알베르게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 [06:37]


▲ 테라디요스 마을을 벗어나는 중 [06:38]


▲ 어둠을 뚫고 걸어가는 팀원들 [06:47]


▲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 [06:48]


▲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팀원들 [06:51]


▲ 까미노 오른쪽 태양광 발전 시설 [06:54]


▲ P-973 도로를 건너간다  [06:59]


▲ 오늘도 추운 날: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07:01]


▲ 동쪽 하늘 일출 광경 [07:04]


▲ 동쪽 하늘 일출 광경 [07:07]


07:13   오늘 여정에서 첫 번째 만나는 모라티노스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의 건물들은 대부분 진흙과 짚을 섞어서 만든 소박한 벽돌로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양식의 건축법은 무데하르 양식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마침 문을 연 바(bar)가 있어 아침을 먹기 위해 들어갔다. 크로아상, 오렌지주스, 커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출발, 해가 떠오른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날은 여전히 차다. 조금 춥다는 기분이 들지만 더워서 땀이 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모라티노스(Moratinos)



이미 955년의 역사서에 등장하는 모라티노스는 오로지 벽돌로만 만들어진 건축물들이 있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매력도 없고, 순례자들에게 특별히 친절하지도 않은 작은 마을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돌과 벽돌을 혼용해서 사용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성당을 포함한 모든 건물을 벽돌로만 지었다. 티에라 데 캄포스 지역의 주민은 대부분 중세 시대에 스페인 북부나 다른 유럽 왕국에서 이주하여온 사람들이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가 발전하자 새로운 삶을 꿈꾸며 많은 사람들이 이 땅으로 옮겨와 자신들의 꿈을 이루는 삶을 만들어갔다. 그러나 모라티노스 마을은 예외였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마을 주민들은 이베리아 반도 남쪽의 이슬람 왕국에 살던 기독교도였다. 이들의 이주와 함께 자신들의 고유한 건축 방식도 가지고 왔는데, 이것이 모라티노스만이 벽돌을 많이 쓰는 특이한 건축방식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 오늘 여정에서 첫 번째로 만나는 모라티노스 마을이 보인다 [07:13]


▲ 일출과 순례자들 [07:13]


▲ 모라티노스에서 아침을 먹은 곳: 알베르게, 바, 식당, 호스텔 겸업 [07:15]


▲ 아침식사 메뉴: 크로아상, 오렌지주스, 커피 [07:26]


▲ 아침을 먹고 있는 팀원들 [07:30]


▲ 모라티노스 마을의 포도주 창고 [07:42]


▲ 모라티노스에 있는 산 토마스 성당 [07:44]


▲ 산티아고 가는 길 이정표가 귀엽다 [07:47]


07:54   모라티노스 마을을 벗어나 다시 농경지 사이로 나 있는 길에 들어섰다. 파란 하늘에 비행기들이 만들어놓은 하얀색 선들이 아름답게 얽혀 있고, 푸른 밀밭 위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다. 그런 그림 같은 길을 30분 가까이 걸어 산 니콜라스 데 레알 까미노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까미노에서 팔렌시아 지방의 마지막 마을이다. 마을을 벗어나면서 까미노는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나 있는 보행자 도로와 연결되었다.  


▲ 비행기들이 하늘에 하얀 선으로 그림을 그려놓았다 [07:54]


▲ 까미노 왼쪽 밀밭 풍경 [07:54]


▲ 햇살을 등에 지고 걸어가는 팀원들 [08:04]


▲ 농경지 사이로 나 있는 까미노 [08:12]


산 니콜라스 데 레알 까미노


산 니콜라스 데 레알 까미노는 팔렌시아 지방의 마지막 마을이다. 마을을 나오는 이정표에서부터 레온의 표시를 볼 수 있다. 중세에 이 마을에는 나병에 걸린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이 있었다. 이곳은 산티아고를 향해 계속 갈 수 없을 정도로 증세가 악화된 병자들이 머물던 마을이었다고 한다. 사아군까지는 아직 7킬로미터 이상이 남았으므로 마을의 바에서 간식을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걷는 것이 좋다. 사아군까지 지나가게 되는 마을도 없으므로 음료수는 반드시 구입하는 것이 좋다.


▲ 산 니콜라스 델 레알 까미노 마을에 도착 [08:17]


▲ 산 니콜라스 델 레알 까미노 거리 [08:17]


▲ N-120 도로 왼쪽 보행자 도로를 따라 진행 [08:22]


▲ 까미노 왼쪽 밀밭 풍경 [08:24]


▲ N-120 도로 왼쪽 보행자 도로를 따라 진행 [08:34]


08:37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나 있는 보행자 도로를 계속 걸어간다. 육교를 왼쪽으로 우회해서 잠시 걸어가자 표지판이 하나 보인다. 팔렌시아 주를 지나 레온 주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판이었다. 레온은 깊은 역사와 전통, 아름다운 예술, 풍요로운 자연풍광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N-120 도로를 건넌 후 작은 다리를 건너자 넓은 공터에 푸엔테 성모 성당과 조형물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까미노를 걷다 보면, 이렇게 외떨어진 곳에 성당이 자리잡고 있는 게 가끔 보이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레온(Leon) 주


현명왕 알폰소 10세가 연대기에 “레온의 첫 번째 왕이었던 돈 펠라요 왕과 함께”라고 기록한 것을 볼 때 카스티야보다 레온이 먼저 형성된 것을 알 수 있다. 풍요로운 역사만큼이나 레온은 예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수많은 켈트의 옛 성터, 라스 메룰라스의 로마 시대 광산, 아스투리카 아우구스타 즉 아스토르가에 있는 로마의 흔적, 산 미겔 데 에스칼라다 수도원의 모사라베 양식의 보물, ‘로마네스크의 시스티나’라고 할 수 있는 레온 산 이시도로 성당의 소성당, 독특한 양식의 사아군 성당들, 레온 대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르네상스 양식인 산 마르코스 병원, 그리고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인 아스토르가의 에피스코팔 궁과 레온의 카사 보티네스 등등 헤아리기조차 벅차다.


그러나 레온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역사, 예술, 전통뿐만이 아니다. 유럽의 산봉우리라는 이름을 가진 북쪽의 피코스 데 에우로파와 남쪽의 라 카브레라 산맥 사이에있는 비옥한 계곡 또한 장관이다. 드넓은 황무지와 평원, 초원을 흐르는 공기가 모여 다양한 경관의 모자이크를 이룬다. 떡갈나무와 밤나무로 덮인 그림 같은 계곡에 돌로 만든 집들이 있는 로스 안카레스(Los Ancares)와 라 바비아(La Babia; 스페인어로 ‘들떠 있다’는 뜻)에 가보면 이곳의 이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순례자는 마치 천국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덧붙여 깊은 골짜기, 푸른 대초원, 그늘진 숲 사이의 발포르케로 동굴 속에 있는 환상적인 자연 조각을 감상할 수 있다.


레온 주의 남쪽 라 카브레라 산맥에는 원래 빙하였던 트루치야스 호수와 라 바냐 호수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육체와 영혼의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또한 사아군, 아스토르가, 폰페라다, 레온, 몰리나세까,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 같은 아름다운 도시들에서는 깊은 역사, 아름다운 예술, 풍요로운 자연풍광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레온 지방은 생활 방식과 전통, 고유 음식, 풍요로운 대중 건축 등이 잘 보존된 곳이다. 유명하지 않더라도 비에르소의 돌로 만든 집, 마라가테리아의 마부의 집, 라 카브레라의 소박한 건축물 같은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덧붙여 코시도 마라가토(Cocido Maragato) 요리를 즐기지 않고 레온을 떠날 수는 없다. 라 바녜사의 강낭콩, 레온의 고추, 훈제 초리소, 양파를 넣은 순대, 비에르소의 햄(Botillo del Bierzo), 오르비고의 송어(Truchas del Orbigo), 후식으로는 신초의 양젖 치즈(Oveja como los de Cincho), 사함브레의 치즈(Vaca como los de Sajambre), 바비아의 염소젖 치즈(Cobra como los de Babia) 등이 대표적인 레온의 음식이다. 과자류로는 아스토르가의 버터과자, 사아군의 쓴 과자가 있고 비에르소 포도주(Vinos del Bierzo)도 반드시 맛보아야 한다. 특이한 축제와 전통으로는 라 마라가테리아의 축제, 사아군의 황소 엔시에로, 레온의 칸타데라 축제가 있다. 레온과 메디나 데 리오세코의 부활절 성주간의 행렬은 활기 넘치고 아름답다.


▲ 농사 지을 준비가 갖추어진 땅 [08:37]


▲ 육교에서 왼쪽으로 우회 [08:39]


▲ 팔렌시아 주에서 레온 주로 진입 [08:47]


▲ 까미노 왼쪽 밀밭 풍경 [08:55]


▲ N-120 도로 왼쪽 보행자 도로를 따라 진행 [09:03]


▲ N-120 도로를 건너간다 [09:07]


▲ 13세기 중세에 만들어진 다리: 발데라두에이 강 위에 놓여 있다 [09:10]


▲ 무데하르 양식의 푸엔테 성모 성당 [09:11]


▲ 성당 앞에 서 있는 조형물 [09:12]


▲ 농경지 사이로 나 있는 길 [09:17]


▲ N-120 도로 아래를 통과 [09:24]


09:28   레온 주에서 첫 번째로 만나는 큰 도시, 사아군에 들어섰다. 사아군은 레온 주에서 첫 번째로 만나는 큰 도시이다. 사아군은 놀랄 만큼 아름다운 무데하르 양식의 유적들로 가득 차 있다. 산 베니토 수도원 유적 뒤에 있는 산 티르소 성당, 먀요 광장에 있는 산 로렌소 성당, 그리고 황량한 외곽에 위치한 페레그리나 성당 등이 무데하르의 벽돌과 고딕 양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산 베니토 아치를 지나 세아 강 위에 놓인 칸토 다리를 건너갔다.


무데하르 양식


무데하르란 말은 기독교 세력의 재정복 이후에도 자신의 종교와 관습을 지키면서 스페인에 머물렀던 무슬림들을 의미한다. 이 문화는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문화가 공존하던 스페인의 관용적 사회 분위기에서 자라나고 번성할 수 있었다. 무데하르 양식이란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가 공존하는 가운데 12세기부터 이베리아 반도에 발현하기 시작한 건축 양식이다. 이 양식은 건물의 주재료가 벽돌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이슬람 스타일과 구분되는 이베리아 반도만의 지역적 특징은 정교한 타일워크나 브릭워크 나무 세공, 회반죽 등에 있어 장식 물질이 비교적 덜 비싼 재료를 이용한다는 것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벽이나 바닥 표면에 활기를 주기 위해, 무데하르 스타일은 복잡한 타일 패턴을 발전시켰다.


사아군(Sahagun)


사아군이라는 도시의 이름은 파쿤도 성인인 베르나르디노 데 사아군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돌 대신 벽돌을 주로 사용하여 건축하는 로마네스크-무데하르 양식으로 만들어진 건물들과 다양한 높이의 탑, 아치들은 이 도시만의 독특한 건축 양식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순례자라면 산티아고를 향해 가는 길에 반드시 들려야 하는 도시이며 활기찬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도시 근교에는 그라할 데 캄포스라는 성이 있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스페인의 훌륭한 16세기 군사 건축을 보여주는데, 특히 이스파노 궁전은 16세기 도시 건축의 좋은 본보기다. 특히 성당의 계단과 본당을 연결하는 아름다운 복도가 아름답다.


▲ 레온 주의 첫 도시인 사아군에 도착 [09:28]


▲ 사아군을 지나가는 철도 [09:34]


▲ 사아군 시내에 있는 십자가 [09:38]


▲ 알베르게 앞에 서 있는 순례자 조형물 [09:39]


▲ 사아군에 있는 성당 [09:39]


▲ 조용한 사아군 거리 [09:41]


▲ 17세기 산 베니토 데 사아군 수도원에서 만든 산 베니토 아치 [09:47]


▲ 십자가 뒤로 보이는 칸토 다리: 세아 강 위에 놓여 있다 [09:49]


▲ 칸토 다리 위에서 바라본 세아 강 [09:50]


09:53   다리를 건너면서 까미노가 다시 도로 왼쪽을 따라 가더니 잠시 후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나 있는 보행자 도로에 이어졌다. 길 왼쪽으로는 기구를 이용해 밀밭에 물을 뿌려주는 모습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N-120 도로를 달려가고 있는 자전거 순례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칼사다 델 코토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순례자는 여기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전통 프랑스 까미노를 따른다면, 차도 왼쪽 보행자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가면 된다. 옛 로마 도로 루트를 선택한 순례자들은 칼사다 델 코토 마을을 거쳐 만시야까지 걸어가야 한다. 우리 팀은? 당연히 프랑스 길을 택했다.


▲ 잠시 도로 왼쪽을 따라 진행 [09:53]


▲ 까미노 왼쪽 흙벽돌 담장 [10:02]


▲ 밀밭에 물을 뿌려주고 있는 모습 [10:07]


▲ N-120 도로를 달려가고 있는 자전거 순례자들 [10:11]


▲ N-120 도로 왼쪽 보행자 도로를 따라 진행 [10:23]


▲ N-120 도로와 A-231 도로가 갈라지는 지점 표지판 [10:33]


▲ 갈림길 지점인 칼사다 델 코토 마을 입구에 도착 [10:40]


▲ 까미노 왼쪽 풍경 [10:47]


▲ 보행자 도로 가로수인 플라타너스 잎이 강추위에 대부분 얼어버렸다 [10:54]


▲ 까미노 왼쪽으로 철도가 보인다 [11:07]


11:12   까미노 왼쪽에 벤치가 있는 쉼터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간식을 먹으며 물을 마셨더니 한결 낫다. 휴식 후 출발, 철도 아래를 지나 도로 왼쪽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십자가가 서 있는 순례자 쉼터 뒤로 아담한 페랄레스 성모 성당이 보인다. 쉼터를 지나 작은 시내를 건너자 1998년 이 길에서 생을 마감한 독일인 순례자인 만프레드 크레스를 기리는 대리석 십자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까미노를 걷는 도중에 삶을 마친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 벤치가 있는 쉼터에서 잠시 휴식 [11:12]


▲ 휴식 후 출발: 까미노, 도로, 철도가 나란히  [11:24]


▲ 까미노 왼쪽 풍경 [11:29]


▲ 까미노 왼쪽 밀밭 풍경 [11:33]


▲ 순례자 쉼터에 있는 페랄레스의 성모 성당(Ermita de la Virgen de Perales)이 보인다 [11:38]


▲ 순례자 쉼터 앞에 있는 십자가 [11:39]


▲ 까미노 왼쪽 풍경 [11:45]


▲ 작은 개울: 이름은 아로요 델 발레 델 에스피나르 [11:46]


▲ 1998년 이 길에서 생을 마감한 독일인 순례자 만프레드 크레스 추모비 [11:46]


11:53   베르시아노스 마을에 진입했다. 벽돌로 지은 알베르게 앞을 지나 마을을 벗어나면서 다시 차도 왼쪽으로 이어지는 보행자 도로에 들어섰다. 칼사다 델 코토 마을 입구를 지나면서 계속 차도 왼쪽 보행자 도로를 걸어오고 있는데 가로수가 모두 플라타너스다. 그런데 나무 대부분의 잎이 말라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 잎들은 말라 버린 것이 아니라 추위에 얼어 버린 것이었다. 유난히 추위에 약한 프라타너스가 따뜻한 봄날씨에 잎을 피웠다가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에 된서리를 맞은 것이었다. 어쩌나? 올해에 다시 잎이 나기는 글렀네.  


베르시아노스(Bercianos del Real Camino)



베르시아노스는 카스티야 지방의 전원 건축을 구경할 수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점토와 짚으로 섞어 햇볕에 말린 가벼운 벽돌로 지은 집, 흙으로 만든 담, 바위를 파서 만든 저장고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바위를 파서 만든 저장고에 포도주와 돼지로 만든 전통 음식이 보관되어있는 언덕 위에는 언제 무너졌을지 모르는 성당의 유적도 있다. 마을 이름의 기원은 마을의 첫 거주자가 엘 비에르소(El Bierzo) 출신인 것에서 유래되었다. 베르시아노스를 지나가는 까미노 주위에는 저수지와 작은 연못들이 많은데 여름철에는 무더위 때문에 물이 모두 증발하여 사라지기도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이 길은 중세의 순례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길이었다고 전해진다.


▲ 베르시아노스 마을에 진입 [11:53]


▲ 베르시아노스 마을 거리 [11:59]


▲ 베르시아노스 마을 알베르게 [12:01]


▲ 까미노 왼쪽 풍경 [12:13]


▲ 차도 왼쪽을 따라 나 있는 보행자 도로를 따라 진행 [12:17]


▲ 미류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는 풍경 [12:26]


▲ 차도 왼쪽을 따라 나 있는 보행자 도로를 따라 진행 [12:27]


▲ 까미노 옆에 서 있는 십자가 [12:34]


▲ 차도 왼쪽을 따라 나 있는 보행자 도로를 따라 진행 [12:50]


13:01   A-231 도로 아래를 지나 조금 걸어가자 오늘의 목적지인 엘 부르고 라네로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를 알려주는 십자가가 서 있는 곳에서 후미 팀원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팀원들 도착, 함께 공립 알베르게를 찾아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서 발견한 광고판 내용: 신라면과 햇반 판매, 젓가락도 있어요. 아, 라면 먹고 싶다. 추측컨대, 팀원들 모두 같은 생각일 거다. 엘 부르고 라네로 거리는 아주 조용했으며 공립 알베르게를 찾는 데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 까미노 왼쪽 밀밭 풍경 [13:01]


▲ A-231 도로 아래를 통과 [13:07]


▲ 오늘의 목적지 엘 부르고 라네로 마을이 보인다 [13:18]




엘 부르고 라네로



모든 종류의 서비스가 갖춰져 있어서 순례자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근처의 작은 연못과 저수지가 강우량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데 이로 인해 솔개, 까치, 황새, 제비, 참새, 부엉이, 수리부엉이 등의 새들이 살기 좋다. 다양한 양서류도 많이 살고 있어서 동물을 좋아한다면 매우 흥미로운 마을이다. 그래서 마을의 이름이 라네로(Ranero; 언덕이 있는 땅)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설과 이 지역을 지나면서 많이 볼 수 있는 라나(Rana; 개구리)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설이 존재한다. 또한 이 마을은 남쪽에서 레온 근교 산에 있는 목장까지 가축을 이동시키기에 적당한 환경이다. 목축업자들은 시스띠에르나 계곡이나 리아뇨 계곡으로 가축을 이동시킬 때 기차로 이 마을까지 옮긴 후 이동을 시작한다.



엘 부르고 라네로에서는 매년 성 베드로 축일 전날에 마을의 젊은이들이 혼기가 찬 처녀들의 창문 아래 나뭇가지를 걸어 놓는 전통이 있다. 마을의 젊은이들과 어린아이들이 큰 모닥불을 피워 놓고 그 주변에서 밤늦도록 축제를 즐긴다. 축제 기간에는 이 지역에서 매우 인기 있는 프론톤이라고 불리는 전통 구기 챔피언을 뽑는다.


▲ 엘 부르고 라네로 입구에 있는 십자가 [13:22]


▲ 엘 부르고 라네로 마을 표지판 [13:22]


▲ 엘 부르고 라네로 거리: 아주 조용하다 [13:30]


▲ 우리말로 적혀 있는 신라면과 햇반 판매 안내문 [13:32]


▲ 인적이 드문 엘 부르고 라네로 거리: 정면으로 산 페드로 교구 성당이 보인다 [13:35]


▲ 공립 알베르게 가는 길 이정표 [13:36]


13:42   엘 부르고 라네로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이용료는 기부금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한 사람당 5유로 기부. 방을 배정받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마침 알베르게 바로 옆에 식당이 있어 순례자 메뉴로 점심을 먹었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휴식. 사람 몸은 참 신기하다. 이제 매일 걷는 것에 적응이 되었는지 30km 정도는 너끈하게 걸을 수 있고 10kg에 가까운 배낭 무게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


▲ 엘 부르고 라네로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 [13:42]


▲ 순례자 메뉴 전채 요리인 혼합 샐러드 [14:29]


▲ 디저트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 [14:53]


▲ 점심을 먹은 식당: 알베르게 바로 앞에 있다 [15:59]


▲ 알베르게 근처를 돌아다니는 고양이 [16:03]


▲ 알베르게 근처를 돌아다니는 고양이 [16:03]


▲ 알베르게 침실 [16:06]


▲ 알베르게 침실 천장 모습 [19:05]


▲ 날이 추워져 벽난로에 불을 피웠다 [19:06]


19:10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아까 마을로 들어올 때 보았던 신라면과 햇반 광고판이 떠올라 기꺼이 들렀다. 값은 꽤 비싸다. 신라면 3.5유로, 햇반 2.5유로. 그래도 오랜만에 고향의 맛을 느껴보기 위해 주문해 먹었는데 정말 아쉬운 것은 김치가 없다는 것, 언감생심 갓김치나 파김치는 바라지도 않고 그냥 배추김치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어쨌거나 신라면에 햇반을 말아 먹으니 한국에서 먹던 맛과 다를 바 없다. 수퍼에 들러 내일 아침거리를 구입한 후 알베르게로 귀환,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취침 모드에 들어갔다.


▲ 엘 부르고 라네로 마을 거리 [19:10]


▲ 신라면과 햇반으로 저녁을 먹은 식당 [19:15]


▲ 식당 안 주방 풍경 [19:19]


▲ 순례자들이 글을 적어놓은 메모지 [19:20]


▲ 신라면과 햇반이 오늘 저녁 메뉴 [19:42]


▲ 너무나 조용한 엘 부르고 라네로 거리 [20:04]


▲ 내일 아침거리를 구입한 수퍼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