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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 길

2017.04.29. [산티아고 순례길 17] 프로미스타→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by 사천거사 2017. 4. 29.


산티아고 순례길 트레킹 17

 

일시: 2017년 4 29일 토요일 구름 많음 맑음 추운 아침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코스: 프로미스타 → 포블라시온 데 캄포스  레벵가 데 캄포스  비야카사르 데 시르가 →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거리: 19.2km  걸은 거리 372.0km  걸을 거리 492.6km

 시간: 5시간 14

 회원: 5






06:00   지난 밤은 비교적 잠을 푹 잘 잤다. 6시에 일어나 배낭을 꾸리고 알베르게 앞에서 화이팅을 외친 후 출발, 오늘도 아침에는 여전히 춥다. 영하와 영상을 넘나드는 날씨다. 프로미스타 시내를 벗어나자 해가 뜨려는지 동쪽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마을을 벗어나면서 곧바로 P-980 도로 오른쪽을 따라 나 있는 까미노에 들어섰다. 오늘 걷는 까미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차도와 나란히 평행선을 이루며 팔렌시아 지평선을 향하여 나아간다. 하늘이 한층 더 붉어지더니 마침내 구름 전체에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는 멋진 일출광경이다.    


▲ 프로미스타에 있는 알베르게 출발 [06:32]


▲ 알베르게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06:37]


▲ 가로등 불빛만 비치는 프로미스타 거리 [06:41]


▲ 해가 뜨려는지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 [06:54]


▲ P-980 오른쪽을 따라 보행자 도로가 계속 이어진다 [06:56]


▲ 산티아고 가는 길 이정표: 포블라시온 3km, 카라온 18km  [07:01]


▲ 오랜만에 보는 멋진 일출 광경 [07:07]


▲ 오랜만에 보는 멋진 일출 광경 [07:13]


▲ 마침내 해가 떠오르기 시작 [07:20]


▲ 붉은 하늘이 황금색으로 바뀌었다 [07:21]


07:27   포블라시온 데 캄포스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 있는 집 중에는 벽돌로 만든 벽 위에 아랍식 기와를 얹은 것들이 있다. 산 미겔 성당 근처의 가로수 길은 이 마을의 매력을 보여주는 곳이다. 이 마을은 1410년 알폰소 7세에 의해 예루살렘 성 요한 기사단에 기부되었다고 한다. 마침 문을 연 바(bar)가 있어 아침을 먹고 가기로 결정했다. 아침으로 주문한 음식은 가운데에 스테이크, 베이컨, 치즈 등을 넣은 바게트 샌드위치였다. 그런데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네 조각으로 잘라 죽어라고 먹었는데 결국 한 조각은 남기고 말았다. 그것 참!


바(bar)에 앉아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다. 세 명, 이어서 무려 일곱 명. 일곱 명 팀은, 원래 10명이 서울에서 모여 왔는데 이미 3명은 떨어져나갔고 나머지 7명도 곧 와해될 것 같단다. 그럴 수밖에 없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 온 부부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는 동안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짜그락거린다는데, 생면부지의 여러 사랆들이 모여 그 긴 여정을 일사불란하게 맞춰 나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사람마다 걷는 능력이 다르고, 먹는 음식이 다르고, 여유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팀은 팀웍이 아주 뛰어나다. 일단 한국에서 계획한 대로 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잘 돌아가고 있다. 팀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팀 전체를 위해서 자신의 작은 손해는 감수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순레자들이 내 옆을 지나가며 '부엔 까미노'를 외친다. 자동차 안에서는 손을 흔들어준다. 나는 지금 혼자 걸어가고 있지만 혼자가 아니다. 내 옆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과 어렇게 저렇게 얽혀 있다.


▲ 포블라시온 데 캄포스 마을에 진입 [07:27]


▲ 문을 연 바(bar)가 있어 아침을 먹고 가기로 결정 [07:32]


▲ 아침을 먹은 바의 내부 모습 [07:38]


▲ 가운데에 고기를 넣은 거대한 바게트 샌드위치 [07:59]


▲ 아침을 먹고 있는 한국인 순례자들이 많다 [08:20]


▲ 포블라시온 데 캄포스 마을을 벗어나는 중 [08:28]


▲ 마을과 마을 경계지점에 서 있는 십자가 [08:28]


▲ 중앙분리대도 없는 P-980 왕복 2차로의 최대 속도가 무려 90km다 [08:30]


▲ 혼자 걸어가지만 결코 외롭지 않은 까미노 [08:38]


▲ 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별로 없다 [08:48]


09:00   레벵가 데 캄포스 마을에 진입했다.  순례자의 십자가, 프랑스 길이라는 거리가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까미노 마을이다. 또한 16~17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집이 남아 있고 스페인의 역사에 남을 만한 유명한 사람들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12세기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 옆에 있는 작은 기념물은 이 마을에서 태어난 바르톨로메 아모르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그는 독립전쟁 때 침략자들과의 전쟁에서 팔렌시아 시를 지켜낸 인물이다.


비야멘테로 데 캄포스 마을은 레벵가 데 캄포스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어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아담한 마을은 멀리서 보면 지평선과 혼동되어 지나쳐 버리기 쉽다. 마을 안에는 벽돌로 지은 아담한 집이 있다. 이 마을은 알폰소 6세가 왕이었을 때 볼페헤라 전투가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에 있는 쉼터는 그림 같은 풍경 안에 지친 영혼에 안식을 주는 곳이며 우람한 소나무가 이곳을 지나는 순례자들에게 편안한 그늘을 제공한다.


▲ 레벵가 데 캄포스 마을에 진입 [09:00]


▲ 레벵가 데 캄포스 마을 거리 [09:02]


▲ 산 로렌스 교구 성당;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 [09:04]


▲ 레벵가 데 캄포스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 [09:07]


▲ P-980 도로 옆 보행자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 [09:15]


▲ 까미노 오른쪽 밀밭 풍경 [09:23]


▲ 비야르멘테로 데 캄포스 마을에 진입 [09:26]


▲ 비야르멘테로 데 캄포스 마을에 있는 벽돌집 [09:28]


▲ 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는 순례자 쉼터 [09:30]


09:31   비야르멘테로 델 캄포스 마을을 벗어났다. P-980 도로와 보행자 도로인 까미노는 계속 평행선을 다리고 있다. 도로 왼쪽과 까미노 오른쪽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밀밭이 펼쳐져 있다. 해발 800~900의 메세타를 덮고 있는 밀밭 풍경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이라 걷기에는 좋은데 대신, 끊임없이 이어지는 단조로운 풍경을 감내해야 하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햇살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다행히도 요즘 날씨가 쌀쌀한 편이라 햇살에 대한 부담은 많이 줄어들었다. 


▲ 비야르멘테로 델 캄포스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에 서 있는 십자가 [09:31]


▲ P-980 도로와 나란히 가고 있는 까미노 [09:33]


▲ P-980 도로와 나란히 가고 있는 까미노 [09:45]


▲ 까미노 오른쪽 밀밭 풍경 [09:45]


▲ P-980 도로와 나란히 가고 있는 까미노 [09:58]


▲ 까미노 오른쪽 밀밭 풍경 [09:59]


▲ 까미노 왼쪽 순례자 추모 십자가 [10:04]


▲ 밀밭 뒤로 보이는 비얄카사르 데 시르가 마을 [10:09]


▲ 유채꽃 뒤로 보이는 비얄카사르 데 시르가 마을 [10:11]


▲ 유채꽃밭과 밀밭이 만들어낸 풍경 [10:13]


10:16   비얄카사르 데 시르가 마을에 들어섰다. 이 마을은 순례자와 여행자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이다. 맛있는 음식 때문에 유명하고, 템플 기사단의 본거지였다는 점 때문에 마을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라면 반드시 방문해보아야 할 마을이라고 한다. 비얄카사스 데 시르가 마을을 벗어나면서 까미노는 다시 P-980 도로 옆을 찾아갔다. 지평선까지 뻗어 있는 까미노의 끝이 가물가물하다.


▲ 비얄카사르 데 시르가 마릉에 진입 [10:16]


▲ 유모차를 밀고 가는 여성 순례자를 또 만났다 [10:17]


▲ 비얄카사르 데 시르가 마릉 거리 [10:19]


▲ 비얄카사르 데 시르가 마릉을 벗어나는 중 [10:21]


▲ P-980 도로와 나란히 가고 있는 까미노 [10:24]


▲ P-980 도로와 나란히 가고 있는 까미노 [10:36]


▲ P-980 도로와 나란히 가고 있는 까미노 [10:48]


▲ 까미노 오른쪽 밀빝 풍경 [10:51]


▲ 멀리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가 보인다 [10:57]


11:11   오늘 까미노 걷기의 종착지인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에 들어섰다. 이 도시는 16세기까지는 역동적인 도시로 산업이 발달해 성당이 12군데 있었으며 순례자 병원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경제 침체와 농경 인구 감소로 성당이 6곳만 남아 있단다. 카리온은 팔렌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이며 까미노의 심장이라고도 불린다. 도시 입구에서 후미 팀원들과 만나 산타 마리아 성당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를 찾아갔다. 알베르게가 성당 옆에 있어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는 지리적으로 까미노 프란세스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까미노 데 산티아고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에 들어오면 16세기~19세기까지 만들어진 귀족들의 집과 건축물을 볼 수 있다. 히론 가문의 집(La Casa de los Giron), 로마나 가문의 집(La Casa de los Lomana), 눈물의 집(La Casa de las lagrimas)이라고 부르는 카사 그란데(La Casa Grande)가 특히 아름답다. 이 저택들을 방문하고 살다냐의 박물관(Museo en Saldana), 컨터니야 데 라 쿠에사의 로마 시대의 마을 등을 방문해보라. 또한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에서는 순례자들의 눈과 입이 즐겁다. 아마르기요(Amarguillos; 씁쓸한 맛이 나는 과자)와 토씨니요스 데 시엘로(Tocinillos de cielo; 돼지고기 요리) 그리고 유명한 살치차(Salchichas)라는 후식이 맛있다.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는 전원 서정가로 유명한 산띠야나 후작의 고향이기도 하다.


▲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에 진입 [11:11]


▲ 까미노 오른쪽 밀밭 풍경 [11:15]


▲ 이곳에서 후미 팀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11:18]


▲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안에 도착 [11:44]


▲ 산타 클라라 수도원 [11:45]


▲ 데 라스 메르세데스 호텔 [11:48]


▲ 산타 마리아 성당 [11:49]


▲ 무슨 성벽 같기도 하고 [11:49]


▲ 광장에 있는 성모마리아 상 [11:51]


11:52   산타 마리아 성당에서 운영하는 산타 마리아 알베르게에 도착, 안으로 들어가자 수녀님이 반겨주며 차와 과자를 대접해 준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참 좋다. 덩달아 기분도 좋아졌다. 방을 배정받고 수퍼에서 사온 라면, 토마토, 우유, 파프리카 등으로 알베르게 주방에서 점심을 먹었다. 라면을 먹을 때마다 늘 생각나는 것, 파김치다. 아니, 그냥 김치라도 좋다. 하지만 언감생심, 이곳에서 어떻게 김치를 구할 수 있단 말인가. 샤워를 하고 빨레를 한 후 휴식, 오늘 이 알베르게에는 안면이 있는 순례자들이 많이 들어왔다. 같은 길을 각자 다르게 걷다가도 이렇게 알베르게에서 다시 만나는 게 바로 까미노다.


규필 친구에게 감기 기운이 있는 모양이다. 일교차가 워낙 심하다 보니 조금만 방심하면 감기라는 놈에게 지게 된다. 나는 피곤해서 그런지 코 밑이 헐었는데 지금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5시에 문을 여는 수퍼에 들르기 위해 밖으러 나가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미류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는 숲이 있고 마을 옆을 흘러가느 카리온 강에서는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수퍼에 들러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에 먹을 먹거리를 구입했다. 


▲ 산타 마리아 알베르게 도착 [11:52]


▲ 산타 마리아 알베르게 침실 [12:08]


▲ 알베르게 식당에서 점심식사 [13:04]


▲ 라면, 토마토, 파프리카 등으로 점심을 먹고 [13:04]


▲ 시원한 미류나무 숲 [16:56]


▲ 카리온 강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 [16:57]


▲ 수퍼에서 판매하는 파프리카가 엄청나게 크다 [17:07]


▲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거리 [17:23]


산타 마리아 델 까미노 성당


12세기에 만들어진 해서 이슬람교도들을 쫓아내어 처녀들이 풀려났다고 한다. 이밖에 성당 내부에는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승리의 성모와 도움의 그리스도가로마네스크 건물로 정문에는 동방박사의 경배가 조각되어 있고, 파사드에는 황소의 머리 조각상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카리온에서 이슬람교도들에게 처녀 백 명을 바쳐야 했다. 그 중 네 처녀가 성모 마리아에게 작별인사를 해달라고 청했고 그들을 동정한 성모가 황소 네 마리를 나타나게  있다.


▲ 산타 마리아 델 까미노 성당 [17:25]


18:00   알베르게 일층 거실에 순례자들이 모두 모였다.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산타 마리아 성당 수녀님들의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친교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다 함께 노래부르기, 순례자 자신 소개 및 까미노에 온 이유 발표하기 나라별로 노래부르기 등이 프로그램의 내용이었다. 우리 한국인 순례자들은 규필 친구의 선창으로 아리랑을 함께 불렀다. 수녀님이 까미노를 무사히 마치라는 강복을 주시고 이어 종이로 만든 다윗의 별을 선물로 주셨다. 까미노를 걷는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한 참 의미 있는 행사였다.


저녁을 먹으러 알베르게 주방으로 갔다. 주방 탁자 위에 놓여져 있는 것은 닭백숙이었다. 아니, 스페인 까미노 알베르게에서 닭백숙이라니. 처제가 온갖 솜씨를 발휘해 전혀 생각치도 않은 음식을 차려놓은 것이다. 닭백숙에서 와인, 포도 파프리키를 곁들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알베르게로 돌아와 휴식, 내일은 아침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다. 그 동안 계속 날이 좋았으니 비가 올 때도 되었다. 내일을 위해서 침낭 속으로 들어가자.


▲ 알베르게 일층 휴게실에서 가진 친교의 시간 [18:01]


▲ 알베르게 일층 휴게실에서 가진 친교의 시간 [18:01]


▲ 우리 한국인 순례자들은 아리랑을 불렀다 [18:28]


▲ 알베르게 일층 휴게실에서 가진 친교의 시간 [18:29]


▲ 수호와 행운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나누어 주셨다 [18:46]


▲ 저녁식사 상차림: 닭백숙, 닭죽, 토마토, 파프리카, 콩, 와인 등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