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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 길

2017.04.30. [산티아고 순례길 18]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테라디요스 데 템프라리오스

by 사천거사 2017. 4. 30.


산티아고 순례길 트레킹 18

 

일시: 2017년 4 30일 일요일 비 강풍 우박 맑음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코스: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 칼사디야 데 라 쿠에자  레디고스 → 테라디요스 데 템프라리오스

 거리: 26.7km  걸은 거리 398.7km  걸을 거리 465.9km

 시간: 5시간 50

 회원: 5





06:00   지난 밤에는 딱 한 번만 잠에서 깼다. 6시에 일어나 주방에서 빵과 오렌지주스 사과 바나나 등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곧바로 걷기에 나섰다.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아직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카리온 시내를 벗어나 조금 걸어가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주유소 옆에서 바쁘게 비옷을 입고 배낭 커버를 씌우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카리온에서 휴식 공간이 있는 칼사디야까지는 장장 17km, 운이 나쁘면 그 먼 거리를 비를 맞으며 계속 걸어가야 한다.


▲ 알베르게 주방에서 빵, 오렌지주스, 사과, 포도 등으로 아침식사 [06:25]


▲ 알베르게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 [06:50]


▲ 카리온 데 로스 칸데스 거리 [06:51]


▲ 카리온 강 위에 놓여 있는 다리를 건너간다 [07:00]


▲ 카리온 출구 어귀에 있는 십자가 [07:02]


▲ 조금 복잡한 도로 표지판 [07:05]


▲ 카리온을 벗어나는 중 [07:06]


▲ 비가 내려 주유소 옆에서 비옷 입고 배낭 커버 씌우고 [07:19]


07:25   N-120 도로를 건넜다. 다시 이어지는 PP-2411 아스팔트 포장도로, 차도이기는 하지만 다니는 차량이 거의 없어 걸어가는데 큰 문제는 없다. 빗줄기가 조금씩 강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하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보통 센 게 아니다.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 없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걷는 게 상책이다. 오늘은 함께 걸어가는 순례자들이 꽤 많이 보인다. PP-2411 도로가 끝나면서 까미노는 비포장 농로길로 이어졌다.


▲ N-120 도로를 건너간다 [07:25]


▲ PP-2411 도로에 진입 [07:26]


▲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 도로 [07:30]


▲ PP-2411 도로 표지판 [07:44]


▲ 강한 바람이 불며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07:54]


▲ 오늘은 함께 걷는 순례자들이 많이 보이네 [08:03]


▲ PP-2411 도로에서 벗어나 비포장도로에 들어섰다 [08:07]


▲ 계속 이어지는 비포장도로 [08:24]


08:27   잠시 비가 그쳤다. 파란 하늘이 드러나는 것을 보니 날이 곧 개일 것 같기도 하다. 메세타(고원지대)의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길이 계속 이어졌다. 길을 걸으며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나는 지금 왜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인가? 물론 처음에는 순전히 도전감 때문에 까미노 걷기에 나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까미노를 걸으면서 까미노에는 도전감 이상의 것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바로 인간관계였다. 혼자 걸으면서도 뗄레야 뗄 수 없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그런 진한 인간관계가 까미노 속에 들어 있었다. 


▲ 밀밭이 만들어낸 풍경 [08:27]


▲ 비가 그치면서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08:31]


▲ 밀밭이 만들어낸 풍경 [08:35]


▲ 밀밭과 농장 건물이 보이는 풍경 [08:44]


▲ 유채꽃밭이 만들어낸 풍경 [08:53]


▲ 포장도로를 건너 계속 진행 [08:56]


▲ 밀밭이 만들어낸 풍경 [09:00]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까미노 [09:00]


▲ 밀밭이 만들어낸 풍경 [09:11]


09:24   까미노 오른쪽으로 순례자 쉼터가 보인다. 까미노를 걷다 보면 순례자 쉼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마을에 휴식 공간이 적었던 옛날에는 순례자들이 유용하게 이용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마을마다 바(bar)나 카페가 있어 순례자들이 그리 많이 이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 지평선까지 뻗어 있는 비포장 까미노가 아득하게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것은 밀밭뿐, 사람 사는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잠시 빤하던 하늘에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길고 긴 고독의 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강한 비바람에 불어왔다. 어? 비가 아니네. 얼굴에 따갑게 부딪치는 그것은 우박이었다. 4월 마지막 날 까미노에서 우박을 맞았네. 마침내 오늘 여정의 첫번 째 마을인 칼사디야 데 라 쿠에사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 알베르게를 겸하고 있는 바(bar)가 있어 비도 피할 겸 안으로 들어갔다. 순례자들로 만원인 바 안에서 따끈한 커피를 한 잔 시켜 마시며 잠시 숨을 돌리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 까미노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 순례자 쉼터 [09:24]


▲ 지금은 하늘이 잔뜩 흐려 있는 상태 [09:35]


▲ 미류나무가 한 줄로 서 있는 밀밭 풍경 [09:38]


▲ 지평선까지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까미노 [09:55]


칼사디야 데 라 쿠에사


칼사디야 데 라 쿠에사는 아담한 마을로 멀리서 보면 지평선과 혼동하여 지나쳐 버리기 쉽다. 마을 안에는 벽돌로 지은 아담한 집이 있다. 그림 같은 풍경 안에 지친 영혼에 안식을 주는 시원한 샘이 있으며 우람한 소나무가 이곳을 지나는 순례자들에게 편안한 그늘을 제공한다. 이곳은 알폰소 6세가 왕이었을 때 볼페헤라 전투가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 칼사디야 레 라 쿠에사 마을 입구에 있는 알베르게: 바(bar)를 겸하고 있다 [10:17]


▲ 바에서 비를 피하며 커피 한 잔 [10:40]


▲ 간단히 휴식을 마치고 출발 준비 [10:48]


▲ 칼사디야 데 라 쿠에사 마을 거리 [10:49]


10:56   칼사디야 마을을 벗어나자 까미노가 N-120 도로를 건너 왼쪽으로 내려갔다. 이제부터 레디고스를 거쳐 테라디요스까지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나 있는 까미노를 약 9km 정도 걸어가야 한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N-120 도로를 오가는 차량은 가뭄에 콩 나듯 아주 드물었다. 땅덩어리가 워낙 넓은 탓도 있겠지만, 이 도로가 작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어쨌든 포장도로가 아닌 흙길을 걸어가니 그나마 다행이다.  


▲ N-120 도로를 건너 왼쪽으로 내려선다 [10:56]


▲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진행 [10:59]


▲ 까미노 왼쪽 밀밭 풍경 [11:04]


▲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진행 [11:10]


▲ 열심히 걸어오고 있는 팀원들 [11:37]


▲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진행 [11:44]


▲ 까미노 위에 돌로 사랑 마크를 만들어놓았다 [11:52]


▲ N-120 도로를 건너 오른쪽으로 진행 [11:58]


▲ 레디고스 마을이 가까워졌다 [11:59]


12:02   레디고스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1028년에 도냐 우라카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주교 영지로 이 마을을 기부했다. 기부할 당시에는  비둘기 집과 함께 여러 건물들이 있었다고 한다. 산티아고 성인에게 봉헌된 성당을 비롯해서 현재에도 당시의 전통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마을을 통과한 후 N-120 도로를 건너 30분 정도 걸어가자 오늘의 목적지인 테라디요스 데 템프라리오스 마을이다. '하케스 데 모라이'라는 사설 알베르게에 들어갔다. 마침 개인 침대에서 5명이 함께 잘 수 있는 방이 있어 신청을 했다. 이용료는 10유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 팀 5명만이 한 방에서 자게 되었다.


▲ 레디고스 마을에 진입 [12:02]


▲ 레디고스 마을 거리 [12:04]


▲ N-120 도로를 건너간다: 테라디요스까지는 2km [12:09]


테라디요스 데 템프라리오스


테라디요스 데 템프라리오스는 12세기에 설립된 템플 기사단의 영지였다. 현재 마을에는 기사단과 관련된 것은 거의 남지 않았으나, 마을의 이름에 끌린 많은 순례자들이 마을을 찾는다. 이 마을에는 황금알을 낳는 닭이 묻힌 자리에 대한 전설이 있는데 이 전설은 템플 기사단과 관련이 있다. 이 전설을 믿는 중세의 연금술사들과 보물 사냥꾼들이 끊이지 않고 이 마을을 찾았는데 이와 비슷한 내용의 전설은 나바라의 비아나에서도 전해지고 있다. 마을의 축제에서 먹는 전통 음식인 로스키야스 시에가스(Rosquillas Ciegas; 소경의 빵)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라.


▲ 테라디요스 데 템프라리오스 마을에 도착 [12:35]


▲ 테라디요스 데 템프라리오스에 있는 알베르게 [12:40]


▲ 규필 친구 도착 [12:42]


▲ 처제 도착 [12:44]


▲ 연철흠 선배와 동서 도착 [12:45]


14:10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알베르게를 나서려고 밖으로 나왔다. 아, 이런! 날씨 좀 보게, 비가 오고 우박이 떨어지던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네. 그것 참! 알베르게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메뉴는 햄버거, 샌드위치, 물, 포도주, 커피 등인데 맛이 괜찮은 편이었다. 점심 후 휴식, 저녁을 먹으러 다시 알베르게 식당으로 내려갔다. 점심을 진하게 먹은 탓에 이번에는 간단하게 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 와인에 취하고 마지막으로 나온 아메리카노 커피에 취하고 행복한 저녁이다. 내일은 30km 정도 걸어야 하는 긴 여정이다. 내일을 위해서 조금 일찍 9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 비가 오고 우박이 떨어지던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다 [14:10]


▲ 알베르게에서 운영하는 식당 [14:25]


▲ 햄버거, 샌드위치, 포도주 등으로 점심식사 [14:45]


▲ 저녁도 알베르게 식당에서: 뉴질랜드 교포 부부 [19:03]


▲ 이탈리아 순례자들, 한국 순례자 미카엘 [19:14]


▲ 저녁식사 메뉴는 스파게티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