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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 길

2017.04.24. [산티아고 순례길 12]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벨로라도

by 사천거사 2017. 4. 24.


산티아고 순례길 트레킹 12

 

일시: 2017년 4 24일 월요일 맑음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코스: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 그라뇽 → 레데시야 델 까미노 → 카스틸데가도  빌로리아 → 비야마요르  벨로라도

 거리: 22.1km  걸은 거리 235.5km  걸을 거리 629.1km  

 시간: 5시간 42

 회원: 5






06:00   늘 그러하듯이, 지난 밤에도 두어 번 잠에서 깼다. 6시에 일어나 배낭을 꾸린 후 알베르게 주방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시리얼, 요구르트, 사과, 빵, 달걀, 녹차, 오렌지 주스 등이 아침 메뉴였다. 그런데 메뉴에서 무언가 이상한 게 없는가? 그렇다. 시리얼이 있는데 우유가 없다. 어제 수퍼에서 우유로 알고 산 게 아침에 확인해 보니 요구르트였다. 그리하여 시리얼을 요구르트와 비빈 다음 오렌지 주스를 부어 먹으니 그런대로 맛이 괜찮은 편이다.


알베르게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 오늘 걸을 거리는 22km 정도이고 경사가 급한 곳도 없어 순탄한 하루가 될 것 같다. 적막에 휩싸여 있는 산토 도밍고 거리를 지나 오하(Oja) 강 위에 놓인 다리 앞에 도착했다. 다리 입구에는 작은 성당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다. 24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산토 도밍고와 에르미타 다리를 건너간다. 꽤 넓은 오하 강에는 물이 별로 없고 자갈이 깔린 강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다리를 건너자 까미노는 도로 오른쪽 아래로 내려갔다.


▲ 알베르게 주방에서 아침식사: 시리얼을 요구르트에 비벼 먹었다 [06:29]


▲ 알베르게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 [07:08]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거리 [07:10]


▲ 도로를 따라 진행 [07:16]


▲ 오하(Oja) 강 위에 놓인 24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산토 도밍고와 에르미타 다리 [07:19]


▲ 다리를 건너기 전에 만나는 작은 성당 [07:19]


▲ 다리 위에서 바라본 오하 강 [07:20]


▲ 도로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간다 [07:21]


07:24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노란 유채꽃밭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이 눈부시다. 하늘을 가로지른 비행기들이 만들어낸 하얀 선들이 마치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보인다. 길 오른쪽 건물 벽에 한글로 커다랗게 '부엔 까미노'라고 적어 놓았다. 이국 땅이다 보니, 우리나라 글자만 보아도 반갑다. 널찍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가는데 오른쪽에 있는 집 마당에서 한 남자가 소리를 지른다. 뭐지? 아이구, 길을 잘못 들었단다. 웬일인지 까미노 표지가 영 보이지 않더라.


발걸음을 되돌렸다. 도대체 어디서 길을 잘못 든 건지 모르겠네. 찾았다. 그곳은 바로 '부엔 까미노'란 한글이 적혀 있던 곳이었다. 도로 표지판에 매달린 까미노 표지를 못 보고 '부엔 까미노'란 한글에만 정신이 팔려 직진을 하고 만 것이다. 길을 잘못 들어 다시 돌아오는데 들어간 시간은 22분 정도,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그 친절한 주민이 없었다면 계속 다른 길로 걸어갔을 테니 말이다. LR-201 도로를 따라 조금 걸어가다 도로를 건너 왼쪽 농경지 사이로 나 있는 길에 들어섰다. 


▲ 노란 유채꽃밭 위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 [07:24]


▲ 비행기가 남긴 선이 마치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07:25]


▲ 길 오른쪽 건물 벽에 적혀 있는 '부엔 까미노' [07:26]


▲ 널찍한 길을 따라 계속 진행[07:28]


▲ 스프링클러로 밀밭에 물을 주고 있다 [07:33]


▲ 발걸음을 되돌린 곳: 마당에서 주민이 길을 잘못 들었다고 알려주었다 [07:38]


▲ 아침 햇살을 받으며 되돌아가는 길 [07:39]


▲ LR-201 도로를 따라 진행 [07:48]


07:54   다시 농경지 사이로 나 있는 길에 들어섰다. 밀밭길이다. 그러나 밀밭길은 잠깐, 길은 차도 왼쪽을 따라 계속 이어졌고 다시 N-120 도로 왼쪽과 평행선을 이루었다. 길 오른쪽에 서 있는 '용감한 자들의 십자가'를 만났다. 산토 도밍고와 그라뇽 마을 사이의 역사적 다툼이 깃들어 있는 십자가다. 까미노는 트럭들이 굉음을 내며 달리는 도로를 따라 나 있지만 까미노 왼쪽으로는 밀밭이 펼쳐져 있어 풍경이 아름답다. 시끄러운 도로와 평화로운 밀밭이 공존하는 곳, 그곳이 바로 까미노다.  


▲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길 [07:54]


▲ 차도 왼쪽을 따라 나 있는 까미노 [07:59]


▲ 밀밭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 [08:05]


▲ N-120 차도 왼쪽을 따라 나 있는 까미노 [08:12]


용감한 자들의 십자가(Cruz de los Valientes)


역사적으로 비옥한 그라뇽의 땅은 늘 다툼의 대상이 되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세기 초반에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와 그라뇽이 두 마을 사이에 위치한 데에사 밭을 두고 싸운 것이었다. 마을에서 대표로 한 명씩을 뽑아서 목숨을 걸고 결투를 해서 이긴 쪽 마을이 땅을 차지하기로 정했다.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은 그라뇽의 마르틴 가르시아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 결투를 ‘용감한 자들의 십자가’(Cruz de los Valientes)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이 사건을 기리기 위해 결투가 일어난 자리에 십자가를 세웠기 때문이다. 그라뇽에는 마르틴 가르시아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으며 마을의 주일미사에서는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풍습이 남아 있다.


▲ 용감한 자들의 십자가 [08:17]


▲ 밀밭 뒤 아스라이 보이는 산 꼭대기에 눈이 쌓여 있는 게 보인다 [08:18]


▲ 밀밭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 [08:18]


▲ N-120 도로 왼쪽 길을 따라 계속 진행 [08:29]


▲ 멀리 그라뇽 마을이 보인다 [08:40]


08:49   그라뇽 마을의 하얀 건물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라뇽은 리오하 중에서 까미노가 지나가는 마지막 마을이다. 순례자들은 우물과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점들을 지나게 된다. 그 중에서 빵 가게 두 곳은 이 마을에서 특별하고도 유명한 곳이다. 보요스 데 그라뇽은 버터 케이크로 유명하고, 막달레나 이 에스파뇰라는 쿠키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랴뇽 마을을 벗어나면서부터 까미노는 다시 아름다운 밀밭 사이로 이어졌다. 카스티야의 평원이 시작된 것이다.  


▲ 그라뇽 마을이 많이 가까워졌다 [08:49]


▲ 밀밭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 [08:51]


그라뇽(Granon)


그라뇽은 리오하 주에서 까미노 데 산티아고가 지나는 마지막 마을이다.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에 인접하여 있는 마을로 마리벨 언덕 위에 알폰소 3세가 세운 성벽의 보호를 받아 중세의 호황을 누렸던 마을이기도 하다. 특히 여름 몇 달 동안은 마요르 거리, 산티아고 거리, 라스 세르카스 거리 등을 거니는 순례자들로 인해 마을은 더욱 생동감이 넘친다. 마을의 오래된 거리를 거닐고 산 후안 바우티스타 성당(Iglesia de San Juan Bautista)을 방문해보라. 하이킹이나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로스 후디오스 소성당(Ermita de los Judios)을 가보는 것도 좋다. 이 성당은 마을 남쪽의 비야르타-킨타나 도로와 모랄레스-코르포랄레스 도로의 교차점 근처에 있다. 또한 그라뇽 남쪽 인근에는 카라스케도 소성당(Ermita de Carrasquedo)이 있는데, 상쾌한 숲 안의 산책로부터 성당까지 걸어갈 수 있다.


그라뇽에는 매력적인 먹을거리가 넘쳐나는데, 그 중에서 전통 음식인 그라뇽식 감자요리(Patatas a lo Grañon), 마늘 수프(Sopa de Ajo), 그라뇽식 순대(Morcilla de Grañon)를 추천 할만하다. 8월의 마지막 주에는 감사의 축제(Fiesta de Gracias)가 열린다. 축제 기간에 마을 사람들은 그라뇽식 감자요리를 준비해서 모두 함께 먹는다. 축제 기간엔 ‘카라스케도 성당 후원회’(Amigos de la Ermita de Carrasquedo)의 주관으로 산 후안 바우티스타 성당에서 빛과 소리의 축제가 열린다. 그라뇽 역사의 주요 에피소드를 연극으로 보여주고, 까미노 데 산티아고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며 마지막으로 빛과 소리가 어우러져 주제단화를 비추면서 마무리된다.


▲ 그라뇽 마을에 진입 [08:51]


▲ 그라뇽 마을 거리 [09:03]


▲ 그라뇽 마을에 있는 산 후안 바우티스타 성당 [09:06]


▲ 제라늄이 여러 가지 색깔의 꽃을 피웠다 [09:09]


▲ 그라뇽 마을을 벗어나 다시 밀밭 길로 [09:13]


▲ 밀밭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 [09:18]


▲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그림 같은 길 [09:22]


09:33   커다란 표지판을 만났다. 리오하 주와 카스티야 이 레온주의 경계지점을 가리키는 표지판이었다. 카스티야 지역은 워낙 넓기 때문에 부르고스(Burgos), 팔렌시아(Palencia), 레온(Leon) 세 지역으로 나누는 게 일반적인데, 표지판을 지나면서부터는 리오하 지역을 벗어나 부르고스 지역에 들어서게 된다. 22분 정도 걸어 카스티야 이 레온 주의 첫 마을, 부르고스 지역의 첫 마일인 레데시야 델 까미노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규모에 비해 까미노 순례자를 위한 서비스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다.


▲ 리오하 주와 카스티야 이 레온 주 경계에 서 있는 표지판 [09:33]


▲ 밀밭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 [09:35]


▲ 카스티야 평원 사이로 나 있는 길: 멀리 레데시야 델 까미노 마을이 보인다 [09:39]


▲ 밀밭 중앙을 가로지는 N-120 도로가 보인다 [09:39]


▲ 부르고스 지역의 첫 마을인 레데시야 델 까미노 마을로 가는 길 [09:47]


레데시야 델 까미노(Redecilla del Camino)


순례자들이 부르고스 지방에 들어와서 만나게 되는 첫 번째 마을이다. 까미노 때문에 발달한 전형적인 마을이며 마요르 거리에는 마을의 문장이 장식된 시골 풍 벽돌집이 늘어서 있다. 마을의 성당에는 스페인 로마네스크 미술의 보물이라고 불리는 세례반이 있다. 과거부터 이곳은 중세 프랑크 왕국의 중요한 점령지여서 많은 순례자들로 항상 붐볐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이 마을에는 순례자를 위한 병원이 두 개나 있다. 8월 16일은 성 로케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8월 말에는 아야고 성모의 순례를 기념하는 축제가 벌어진다.


▲ 레데시야 델 까미노 마을에 도착 [09:55]


▲ 레데시야 델 까미노 마을 거리 [09:56]


▲ 레데시야 델 까미노 마을 어린이 놀이터 [09:57]


까미노의 성모 성당(Iglesia de Nuestra Senora del Camino)


11세기에 만들어 진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으로, 17~18세기에 재건축되어 로코코 양식의 제단화와 가구 그리고 아름다운 세례반이 있다. 이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양식의 세례반은 11세기 작품으로, 비잔틴, 모사라베 양식의 영향을 받았다. 여섯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기단부와 세례반 둘레에는 도시 모양이 장식이 되어 있다. 여기에는 하느님의 도시인 천상의 예루살렘이 요새 같은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도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스페인 로마네스크 미술 중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다. 반원형 탑과 삼각형으로 튀어나온 휘장으로 덮여 있는 전망대 등도 천상의 예루살렘을 표현한 것이다.


▲ 레데시야 델 까미노 마을에 있는 까미노의 성모 성당 [09:58]


10:02   레데시야 델 까미노 마을을 벗어났다. 까미노는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16분 정도 걸어 도착한 카스틸델가도 마을에 도착했다. N-120 도로가 관통하는 이 마을에는 11세기 카스티야 왕국의 알폰소 7세가 세운 수도원과 병원이 산 페드로 성당이 모습을 바꾸어 자리잡고 있다. 카스틸델가도 마을을 벗어나면서 까미노는 다시 N-120 도로 왼쪽으로 따라 이어졌다. N-120 도로는 국도임에도 불구하고 도로에 달리는 차들이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 레데시야 델 까미노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 [10:02]


▲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나 있는 까미노 [10:06]


▲ 멀리 카스틸델가도 마을이 보인다 [10:09]


▲ 밀밭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 [10:15]


▲ 카스틸델가도 마을로 들어가는 길 [10:16]


카스틸델가도(Castildelgado)


밀과 채소가 자라는 비옥한 땅과 산 훌리안 강가의 검정버드나무 숲 사이에 자리잡은 카스틸델가도는 화려한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캄포 성당과 눈부신 궁전은 이곳에서 태어난 역사적인 인물들을 떠올려주며, 순례자의 병원은 몇 백 년 동안 이곳을 지나간 순례자들의 고난을 떠올리게 해준다. 원래 이 마을의 이름은 비야푼(Villapun)이었다. 16세기에 베르베라나 백작 가문이 여기서 시작되어 루고와 하엔의 주교였던 돈 곤살로 힐 델가도(Don Gonzalo Gil Delgado)를 기리면서 마을의 이름을 가스틸델가도로 바꾸었다. 8월 5일과 6일에는 성 아구에다를 기리는 행사가 펼쳐진다.


▲ 카스틸델가도 마을에 진입 [10:18]


▲ 16세기에 만들어진 산 페드로 교구 성당 [10:22]


▲ 카스틸델가도 마을을 벗어나 다시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진행 [10:24]


▲ N-120 도로를 따라 나 있는 까미노 [10:30]


10:33   까미노가 도로 옆을 떠나 빌로리아(Viloria) 마을로 이어지는 갈림길 지점에 도착했다. 여기서 직진해 계속 도로 옆길로 가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산토 도밍고가 태어난 빌로리아 마을을 들르지 못하게 된다. 도로 옆길을 벗어나 빌로리아 마을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 10분 가까이 밀밭 길을 걸어 빌로리아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에는 까미노의 성인인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드가 세례를 받은 성모 승천 교구 성당이 있다. 빌로리아 마을을 떠나 15분 정도 걸어가자 다시 N-120 도로가 나타났다.  


▲ N-120 도로 옆을 벗어나 빌로리아 마을로 가는 길에 진입 [10:33]


▲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길 [10:34]


▲ 밀밭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 [10:38]


빌로리아 데 리오하


마을의 주민은 백 명이 채 안 되며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모든 순례자들에게 친절하다. 또한 스페인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는 1019년 빌로리아 데 리오하에서 태어나 1109년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에서 90세에 사망했습니다. 그는 까미노에 다리를 축조하고 길을 닦고, 병원을 설립하는 등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를 위해 평생을 살았다. 순례자라면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의 생가 유적과 그가 세례 받은 세례반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5월 12일 마을에서는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 빌로리아 데 리오하 마을에 진입 [10:42]


▲ 빌로리아 데 리오하 마을 거리 [10:44]


▲ 까미노의 성인인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가 세례를 받은 성모 승천 교구 성당 [10:45]


▲ 밀밭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 [10:49]


▲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까미노 [10:54]


▲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까미노 [10:56]


11:02   N-120 도로와 만나는 지점에 도착했다. 여기서 오른쪽은 로그로뇨, 왼쪽은 부르고스로 가는 길이다. 까미노는 N-120 도로를 따라 계속 이어졌다. 23분 정도 걸어 도로변에 위치한 비야마요르 마을에 들어섰다. 도로를 건너자 급수대가 있는 순례자 쉼터가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하며 후미 팀원들을 기다렸다. 회원들과 쉼터에서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 후 출발, 비야마요르 마을에서 벨로라도 마을까지는 거리가 4.7km 정도인데 까미노는 N-120 도로와 병행하며 거의 직선으로 나 있다.


▲ N-120 도로와 만나는 지점에 도착 [11:02]


▲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 까미노 [11:12]


▲ 밀밭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 [11:15]


▲ 비야마요로 델 리오 마을이 보이기 시작 [11:21]


비야마요르 델 리오


벨로라도와 같은 마을이었다가 18세기에 새로운 마을로 분리되었다. 바쁘게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라면 벨로라도의 분주한 삶으로 들어가기 전에 몸과 마음에 휴식을 취하고 숨을 가다듬기에 최상의 장소다. 시원하고 깨끗한 샘과 잎이 무성한 나무의 그늘, 고요함 등은 도시의 긴장감에서 벗어나도록 해준다. 조용한 이 마을에도 매년 9월 1일에는 산 힐을 기리는 축제 열린다.


▲ 비야마요르 델 리오 마을에 진입 [11:25]


▲ N-120 도로 건너에 있는 순례자 휴게 쉼터 [11:40]


▲ 휴식 후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계속 진행 [11:47]


▲ 이정표 위에 놓여 있는 등산화 한 짝 [11:48]


▲ 밀밭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 [11:56]


11:56   N-120 도로 왼쪽을 따라 계속 걸어간다. 날은 화창하고 바람 한 점 없어 무척 덥다. 게다가 도로를 따라 직선으로 끝없이 뻗어 있는 길이라 단조롭기까지 하다. 까미노 왼쪽으로 펼쳐져 있는 밀밭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에 위로를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다. 어찌 까미노가 항상 좋은 길이기만을 바랄 수 있겠는가. 노사연의 '바램'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노랫말처럼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여기면' 된다. 벨로라도 마을에 들어섰다. 벨로라도의 공립 알베르게인 엘 코로(El Corro) 알베르게는 N-120 도로에서 오르쪽으로 약간 벗어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 N-120 도로를 따라 끝없이 뻗어 있는 까미노 [11:56]


▲ 무척 단조로운 길이지만 걸어야 할 길이다 [12:13]


▲ 밀밭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 [12:23]


▲ 벨로라도 공립 알베르게 표지판 [12:29]


벨로라도(Belorado)



티론 강변에 위치한 도시로 벨로라도라는 이름의 어원은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서 왔다. 벨로라도의 성당, 까미노 길이 지나가는 마요르 길의 문장으로 장식된 집, 나무로 만든 간주가 돋보이는 집, 마요르 광장에 면한 테라스가 있는 집들은 특유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중세의 기독교 왕국들이 서로 차지하고자 경쟁이 치열했던 풍요로운 이 도시는 과거 카스티야 백작령, 나바라 왕국, 레온과 카스티야 왕국의 영토였다. 벨로라도는 상업이 발달했던 도시로 특히 모피 제조 산업이 발전하였고,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벌어진다.






1,000년경에 하늘에서 불이 비처럼 쏟아져 온 도시를 휩쓸었다는 전설이 있으나, 이후 이 도시는 마치 불사조처럼 살아나 활력으로 가득한 곳이 되었다. 또한 벨로라도에서는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제품의 질과 다양성에서 볼 때 가죽제품이 좋다. 이 지역의 유명한 채소와 강낭콩 요리도 지친 순례자의 하루를 풍성하게 해준다. 티론 강변의 델 소토와 델 비베로 식당이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 카브라스 동굴(Cueva de San Cabras)에 카프라시오 성인상이 보존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산 니콜라스 성당에 있다.


▲ 벨로라도 마을 입구에 도착 [12:34]


▲ 벨로라도 마을 입구에 있는 사설 알베르게 산티아고 [12:42]


▲ 벨로라도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길 [12:48]


▲ 벨로라도 공립 알베르게가 지척이다 [12:50]


12:52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는데 문이 닫혀 있다. 알베르게에 따라 다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립 알베르게는 오후 1시에 문을 연다. 잠시 기다렸다 접수를 하고 방을 배정받았다. 이용료는 8유로. 오늘도 뉴질랜드 부부를 포함해서 한국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났다.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벨로라도는 그리 큰 마을이 아니다. 광장 주변에 있는 식당에서 순례자 메뉴로 점심을 먹었다. 혼합 샐러드, 닭고기, 아이스크림, 와인, 빵, 물이 10유로. 식당에서 제공하는 하우스 와인을 두 병 마셨다. 점심 후 수퍼에 들렀는데 오늘이 공휴일이라 영업을 하지 않는단다.


▲ 벨로라도 공립 알베르게 앞에서 입실 시간을 기다리는 중 [12:52]


▲ 벨로라도 공립 알베르게 El Corro 건물 [12:53]


▲ 일단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13:15]


▲ 광장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믈 먹기로 [13:48]


▲ 순례자 메뉴로 점심식사 [14:07]


▲ 플라타너스 나뭇가지들을 서로 연결해 놓았다 [15:00]


▲ 점심 식사 후 벨로라도 마을 산책 [15:01]


▲ 16세기에 만들어진 산타 마리아 성당 [15:04]


15:45   알베르게로 돌아와 샤워하고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해서 빨래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침실 천장을 받치고 있는 나무들이 마치 우리나라의 서까래와 대들보 비슷해 친근감이 간다. 7시, 알베르게 식당에서 순례자 20여 명 정도가 모여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를 했다. 파스타, 생선, 바닐라 아이스크림 9유로, 와인 한 병에 5유로. 와인 두 병을 주문해서 옆 사람들과 나누어 마셨다. 우리 팀원끼리만 식사를 하다 오랜만에 다른 순례잘들과 함께 식사를 해보니 그것도 또한 괜찮다.


저녁을 먹고 마을 산책에 나섰다. 마침 바위 봉우리 아래에 전망대가 있어 올라가 보니, 벨로라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유럽풍의 붉은색 지붕들이 마을 전체를 덮었고 성당 종각에는 새들이 둥지를 틀었다. 참 평화로운 마을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부터 비가 온단다. 하긴 까미노 걷기를 시작한 지 오늘이 열흘 째인데, 첫 날 생장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만 약간의 비를 만났을 뿐 지금까지 화창한 날만 지속되었으니 비가 올 때도 되었다.


비를 내리는 것은 하늘이 하는 일이고 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까미노 걷기의 일부니 거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거부할 수 없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침낭에 들어가 눈을 감으니 밖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이상하게도 스페인 개들은 낯선 사람들을 보아고 잘 짖지 않았다. 오히려 꼬리치며 다가오는 경우가 더 먾았다. 하지만 한국이든 스페인이든 개는 역시 짖어대야 개다운 것이다. 개짖는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잠이 들고 있나 보다.


▲ 벨로라도 공립 알베르게 침실 [15:45]


▲ 알베르게 벤치에 새겨진 우리나라 글 [19:02]


▲ 저녁식사 전채는 파스타 [19:15]


▲ 알베르게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 순례자들 [19:16]


▲ 전망대가 있는 바위 봉우리 [20:18]


▲ 전망대에서 바라본 벨로라도 시내 [20:21]


▲ 전망대에서 바라본 벨로라도 시내 [20:21]


▲ 벨로라도 산타 마리아 성당 [20:31]


▲ 까미노 순례 조형물 [20:32]


▲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위 봉우리가 전망대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