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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 길

2017.04.23. [산티아고 순례길 11] 나헤라→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by 사천거사 2017. 4. 23.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11

 

일시: 2017년 4 23일 일요일 맑음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코스: 나헤라 → 아소프라 → 시루에냐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거리: 21km  걸은 거리 213.4km  걸을 거리 651.2km

 시간: 5시간

 회원: 5





06:00   밤사이 두어 번 깼었을 뿐 대체로 잠을 잘 잤다.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처제가 관리인을 데리고 왔다. 무슨 일이지? 간신히 알아듣은 그녀의 말은, 한 순례자가 먼저 침대 위에 물건을 놓고 자리를 맡아두었는데 처제가 그 물건을 치우고 침대를 차지해버렸다는 내용이었다. 처제의 말은, 침대 위에 셔츠 하나만 달랑 있기에 빈 침대인 줄 알고 그 침대를 차지했다는 것.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고 실수였다고 설명을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사과를 했다. 우리나라 사람 같으면 좋은 게 좋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유럽인들은 그렇지가 않다. 문화적 차이가 낳은 해프닝이었다.


알베르게 주방에서 우유에 시리얼을 탄 것, 토마토, 빵 등을 아침으로 먹고 까미노 9일 차 일정에 들어갔다. 오늘은 걸을 거리가 짧고 급격한 오르내림도 별로 없어 수월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나헤라 마을을 벗어나자 붉은 토양의 라 리오하 드넓은 평원이 펼쳐졌다. 석회암과 충적토가 많은 이 땅은 잡초를 억제하는 동시에 포도나무의 성장을 촉진해 준다. 스페인의 태양을 닮은 이 붉은 황토와 포도나무는 레온의 황무지까지 계속 이어진다. 길 양쪽은 대부분 포도밭이다. 이곳에서는 평소에 먹는 포도보다 훨씬 알이 작고 단맛이 강한 포도가 생산된다고 한다.


▲ 알베르게 주방에서 아침 식사 [06:33]


▲ 아침식사 메뉴는 시리얼, 우유, 토마토, 빵 등 [06:36]


▲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 [07:00]


▲ 지난 밤을 묵은 공립 알베르게 [07:03]


▲ 나헤라 마을 거리 [07:06]


▲ 비포장도로에 진입 [07:15]


▲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까미노 [07:25]


▲ 산티아고 가는 길 이정표 [07:29]


07:32   아소프라 가는 길 이정표를 만났다. 이정표에 햇살이 비치는 것을 보니 해가 뜨고 있는 모양이다. 몸을 돌렸다. 반쯤 떠오른 해가 대지를 덮고 있는 어둠을 서서히 걷어가고 있었다. 포도밭 사이로 나 있는 길이 계속 이어졌다. 포장도로인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계속 바뀌는 주변 풍경으로 인해 걷는데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나헤라에서 5.7km 떨어진 아소프라 마을에 들어섰다. 마을 곳곳의 저택과 귀족들의 문장은 이곳이 예사 마을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LR-206 도로를 건너 까미노는 다시 리오하의 대평원으로 들어갔다.


▲ 아소프라 가는 길 이정표 [07:32]


▲ 등 뒤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 [07:33]


▲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산티아고 가는 길 이정표 [07:41]


▲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07:52]


▲ 멀리 산꼭대기에 눈이 쌓여 있는 게 보인다 [08:04]


아소프라(Asofra)


아소프라는 투에르토 강의 비옥한 계곡에 자리잡은 아랍인의 마을이었다. 기사도의 전통과 중세의 유물, 오래된 집, 특히 에르비아스 백작의 저택 등이 있다. 8월 15일에 성모 마리아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1168년에 도냐 이사벨은 순례자를 위한 병원과 성당을 세우고 성 베드로에게 봉헌했다. 또한 까미노 데 산티아고에서 죽은 순례자들을 위한 묘지도 만들었다. 병원 건립을 알리는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칼라오라와 나헤라의 주교인 나 로드리고는 도냐 이사벨에게 아소프라 마을에 순례자만을 위한 병원과 묘지를 세우는 것을 허락합니다.' 이 병원은 19세기까지는 운영되었고 오늘날엔 폐허만 남아 있다.


▲ 아소프라 마을로 들어가는 길 [08:07]


▲ 나헤라에서 5.7km 떨어진 아소프라 마을 [08:11]


▲ LR-206 도로를 건너간다 [08:17]


▲ 까미노는 다시 대평원 속으로 [08:22]


▲ 길 옆 나무로 만든 조형물 [08:25]


08:32   아소프라의 원주가 서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아소프라 마을을 약 1킬로미터 쯤 빠져 나오면 시루에냐로 가는 까미노의 오른쪽에 있다. 이 원주는 땅에 정의를 세우는 칼을 연상시키며 악당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경고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포도밭과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까미노가 A-12 고속도로 왼쪽을 따라 이어졌다. 까미노와 고속도로 사이로는 라스 벤타스 개울이 평행선을 이루며 흘러가고 있었다. LR-207 도로를 건넜다. 라 리오하의 넓은 평원이 계속 끝없이 펼쳐졌다.

 

▲ 아소프라의 원주 [08:32]


▲ 멀리 A-12 고속도로가 보인다 [08:46]


▲ 까미노를 걷고 있는 팀원들이 보인다 [08:50]


▲ LR-207 도로를 건너간다 [09:02]


▲ 밀밭이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 [09:15]


▲ 까미노를 걷고 있는 순례자들 [09:19]


▲ 끝없이 뻗어 있는 길 [09:29]


▲ 유채꽃이 피어 있는 곳 [09:34]


▲ 끝이 보이지 않는 비포장길 [09:43]


▲ 밀밭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 [09:48]


09:54   간단한 먹거리를 기부금을 받고 제공하는 곳에 도착했다. 진열대 뒤에 서 있는 청년은 고도의 상술을 발휘하고 있었다. 무슨 상술? 사실 진열대 위에 있는 과일이나 생수 등을 집으면 적어도 1유로는 기부금으로 내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내가 가지고 있던 50센트 짜리보다 작은 액수의 동전을 기부함에 털어넣었더니 유로 동전은 남겨두고 센트 동전은 모두 골라내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로 짜리 동전을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벤치와 탁자가 있는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곳 날씨는 아주 특이하다. 아침에는 하얀 입김이 날 정도로 춥지만 낮에는 이마에 땀이 흐를 정도로 덥다.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 후 출발, 시루에냐 마을을 향했다. 생겨난 지가 천 년이 넘는다는 이 마을에 들어서면서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왼쪽으로는 골프장이 펼쳐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현대식 신축 빌라가 늘어서 있어 전혀 오래된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곳은 시루에냐 마을의 신시가지였고 구시가지는 마을 끝부분에 있었다.


▲ 기부금을 받고 물품을 제공하는 청년 [09"54]


▲ 벤치와 탁자가 있는 쉼터 [10:04]


▲ 시루에냐 마을로 들어가는 길 [10:18]


시루에냐(Ciruena)



로그로뇨에서 약 4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l다. 시루에냐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광장의 나무 그늘 밑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이곳에 살았던 역사의 주인공들처럼 보인다. 시루에냐가 기록에 등장하는 것은 약 1000년 전 쯤이다. ‘나바라 왕국 연대기’에서 960년에 빰블로나의 왕 가르시아 산체스와 카스티야의 페르난 곤살레스 백작 사이에서의 전투가 시루에냐에서 벌어졌는데, 전투에서 진 페르난 곤살레스 백작이 포로로 잡혔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런 마을의 분위기와는 맞지않게 까미노를 걷다 맨 처음 만나게 되는 시루에냐의 첫 모습은 근사한 골프장과 그 뒤로 신축된 빌라의 모습들이다. 새로 만든 마을의 신시가지를 한겨울에 지나다 보면 사람의 인적이 보이지 않아서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세트장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된다.


현재 시루에냐는 일 년 내내 축제가 벌어지는 흥겨운 마을이기도 하다. 5월 15일에는 이시드로 성인의 축일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리고, 6월 15일은 근교의 발바네라 수도원으로 순례를 가는 축제가 벌어진다. 9월의 첫 번째 주말은 레메디오의 성모를 기리는 축제가 있고, 11월 30일에는 성 안드레아의 축일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린다.


▲ 시루에냐 마을에 진입 [10:22]


▲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현대식 신축 빌라 [10:22]


▲ 시루에냐 마을에 있는 리오하 알타 골프 클럽 [10:23]


▲ 시루에냐 마을 신시가지 [10:25]


▲ 시루에냐 마을 구시가지 [10:36]


10:38   시루에냐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에서 LR-204 도로를 건넜다. 시루에냐 마을에서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까지는 5.7km, 까미노는 도로 옆길을 떠나 밀밭 사이로 들어갔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밀밭이 파란 하늘과 어울려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그 넓은 들판 사이를 그저 묵묵히 걸어가는 순례자들의 모습을 보노라니, 그냥 평화롭다거나 고독하다거니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처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까미노는 처절함이 배어 있는 그런 곳이다. 재미 삼아 심심풀이로 걷는 길이 절대 아니다.


▲ 시루에냐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 [10:38]


▲ 로터리 중앙 지대에 있는 순례자와 가리비 조형물 [10:39]


▲ 끝이 보이지 않는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길 [10:45]


▲ 열심히 걷고 있는 팀원들 [10:53]


▲ 밀밭이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 [10:54]


▲ 까미노를 걷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11:01]


▲ 밀밭이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 [11:05]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마을이 보인다 [11:14]


▲ 유채꽃 뒤로 보이는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드 마을 [11:25]


11:36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마을에 들어섰다. 도시를 들어오는 입구 교차로 가운데에 있는 재판용 원주를 만났다.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단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원주로 아소프라에 이어서 두 번째로 만나게 되었다.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 후 접수를 했다. 이용료 7유로. 샤워장 많고, 주방 넓고, 빨래터도 있고, 옷걸이도 있는 여러 모로 좋은 곳이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 전에 먼저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해서 널었다. 규필 친구는 물집 때문에 계속 고전하고 있다.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



에스카라이 산에서부터 아로의 포도밭까지 펼쳐진 넓은 평원에, 늘씬한 탑이 우뚝 솟아 있다. 이 탑은 나침반처럼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나타내주는 역할을 한다. 탑이 있는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 대성당은 '까미노의 건축가 성인'이라고도 불리는 성인이 남긴 것이며 도시의 이름도 성인의 이름과 동일하다. 이곳에는 아름다운 성과 성당, 순례자를 위한 병원, 궁전, 스물 네 개의 아치로 만들어진 오하 강 위의 다리 등이 있다.




산또 도밍고 데 라 칼사다는 산띠아고 가는 길 때문에 만들어진 마을이다. 그래서 순례자를 위한 모든 서비스가 갖춰져 있고, 친절한 마을사람들이 있어 항상 순례자들로 붐빈다. 산또 도밍고 데 라 칼사다에서는 이 까미노의 성인을 기리는 축제가 항상 벌어진다. 4월 25일에는 닭이 작은 북과 함께 행진하는 축제가 있고, 5월 1일에는 성인의 빵을 나눠주는 축제가 벌어진다. 또한 5월 10일~15일에는 성인을 기리는 성대한 행렬이 이어진다.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마을 지도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마을에 진입 [11:36]


▲ 산토 도밍고 마을 거리 [11:46]


▲ 회전 교차로 중앙에 있는 재판용 원주 [1:51]


▲ 산토 도밍고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 가는 길 이정표 [11:58]


▲ 길 옆에 있는 까미노 순례 조형문 [12:00]


▲ 산토 도밍고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 [12:03]


▲ 공립 알베르게에서 접수 중 [12:09]


▲ 높이가 70m인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대성당 종탑 [13:29]


13:36   점심을 먹기 위해 알베르게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순례자 메뉴를 주문했다. 영어는 할 줄 모르고 스페인어만 할 줄 아는 직원에게 스페인어는 전혀 모르고 영어만 조금 할 줄 아는 내가 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지만 음식 한 가지가 잘못 나온 게 흠이지만. 맛있게 저녁을 먹고 알베르게로 돌아와 여유롭게 휴식을 취했다. 시내로 장을 보러 나갔다. 산토 도밍고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눠져 있는 도시였다. 수퍼에 들러 김치라면, 와인, 사과, 시리얼, 우유, 주스, 달걀, 빵 등을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식사용으로 구입했다.


피부에 와닿는 오후 햇볕이 따가울 정도로 강렬하다. 생장에서 까미노 걷기를 시작하면서 만났던 한국 사람들을 오늘도 여러 명 만났다. 같은 길을 가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서로 만나면 반갑다. 어쨌든 여기는 타국이 아닌가. 낯이 많이 익은 외국인들도 다시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비록 서로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얼굴만 보아도 손을 부딪치고 싶은 사람들, 까미노는 그런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이다. 까미노를 걷는 사람들은 만나면 어김없이 인사를 주고받는다. 지역 주민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하루에 수십 번씩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는다. 까미노는 바로 그런 곳이다.


저녁을 먹으러 주방으로 내려갔다. 우리 팀의 홍일점인 처제는 아침 저녁을 준비하느라 늘 바쁘다.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으니 오직 미안할 따름이다. 스페인식 김치라면에 와인 한 병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알베르게 침실로 돌아왔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 방 안은 벌써 취침 모드다. 알베르게 구성원에 따라 알베르게 분위기도 달라지는데, 오늘 이곳에서 묵는 순례자들 중에는 일찍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침대에 누워 아들이 한국에서 휴대전화에 심어준 전차책을 열었다. 유시민이 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읽으면서 서서히 잠에 빠져 들어갔다.


▲ 점심을 먹은 식당 입구 [13:36]


▲ 순례자 메뉴로 점심 식사 [13:54]


▲ 메인 메뉴: 돼지고기와 감자튀김 [14:12]


▲ 알베르게 침실 모습 [15:29]


▲ 알베르게 순례자 신발장 [17:31]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대성당 건물벽 조각들 [17:33]


▲ 저녁과 아침식사용 물품을 구입한 수퍼마켓 [17:51]


▲ 성당 안에 있는 성모상 [18:05]


▲ 알베르게에 귀환 [18:08]


▲ 알베르게 주방에서 스페인식 김치라면과 포도주로 저녁식사 [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