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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 길

2017.04.20. [산티아고 순례길 8] 에스테야→로스 아르코스

by 사천거사 2017. 4. 20.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8

 

일시: 2017년 4 20일 목요일 맑음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코스: 에스테야 → 아예기 → 이라체 → 아스케타 →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 → 로스 아르코스

 거리: 21.3km  걸은 거리 133.8km  걸을 거리 730.8km

 시간: 5시간 31

 회원: 5





06:00   까미노 걷기 6일 째, 지난 밤에는 중간에 한 번밖에 잠에서 깨지 않았다. 오늘 걸을 까미노 거리는 21km 정도이고 표고차는 약 250m다. 거리와 표고차가 하루 걷기에 아주 적당하다. 알베르게 주방에서 달걀, 빵, 과일, 주스 등으로 아침을 먹고 파이팅을 외친 후 출발, 아침 바람이 차다.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그런지 아침에는 기온이 낮아 바람막이를 입어야 하지만 낮에는 기온이 많이 올라가 무척 덥다. 하지만 습도가 낮은 탓에 그늘에만 들어가면 쾌적하고 시원하다.


두 개의 주유소와 아름다운 성당을 지나 에스테야 마을을 벗어났다. 포장도로를 따라 2km 정도 걸어가면 아예기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은 에스테야와 붙어 있어 마치 에스테야의 일부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예기 마을은 에스테야의 도시화에 물들지 않고 전원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한다. 아예기에 있는 한 알베르게에서는 까미노에서 첫 100km 이상을 마쳤다는 아예기나(Ayegina) 증서를 무료로 발급해 주고 있다. 


▲ 알베르게 식당에서 먹은 아침식사 메뉴 [06:41]


▲ 적막에 싸여 있는 에스테야 아침 거리 [07:02]


▲ 알베르게 앞에서 오늘도 파이팅을 외치고 출발 [07:08]


▲ 에스테야에 있는 성당 [07:11]


▲ 아치 모양의 문을 통과 [07:13]


▲ 에스테야에서 로스 아르코스까지의 까미노 안내판 [07:21]


▲ 등꽃이 활짝 피었다 [07:31]


▲ 무슨 종교 건축물 같기도 하고 무덤 같기도 하고 [07:37]


▲ 아예기 마을에 진입 [07:39]


07:40   까미노와 관련된 책이나 블로그에서 반드시 보게 되는 포도주 샘으로 가는 길 이정표를 지났다. 5분 후 포도주 샘에 도착, 이곳은 보데가스 이라체 포도주 제조업체에서 만든 무료 포도주 시음 장소다. 이곳에는 수도꼭지가 2개 있는데 왼쪽에서는 포도주가 나오고 오른쪽에서는 물이 나온다. 그냥 갈 수 없잖아. 나도 포도주를 한 잔 따라 마셨다. 금방 속이 짜르르 해진다. 이라체 마을을 지나고 자동차 전용도로 아래를 지나 떡갈나무 숲길에 들어섰다. 오늘도 날이 참 좋다.


▲ 포도주 샘으로 가는 길 이정표 [07:40]


▲ 포도주 샘에 도착 [07:45]


▲ 보데가스 이라체라는 포도주 제조업체가 만든 포도주 샘 [07:48]


▲ 국영호텔로 운영되고 있는 이라체 수도원: 포도주 샘 왼쪽에 있다 [07:50]


▲ 로스 아르코스 가는 길 이정표: 오른쪽으로 진행 [07:58]


▲ 이라체 마을로 가는 길 [08:00]


▲ 이라체 공원 숙소 안내판 [08:07]


▲ 이라체 캠핑장 안내판: 한국어로 '어서 오세요'라고 적혀 있다 [08:09]


▲ 자동차 전용도로 아래를 통과 [08:15]


▲ 도로를 건너간다 [08:28]


08:33   푸른 밀밭 뒤로 멀리 암벽이 띠처럼 둘러쳐진 고원이 보인다. 18분 정도 걸어 아스케타 마을에 도착했다. 이 곳은 손수 만든 개암나무 지팡이를 순례자에게 선물하는 파블리토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마을이다. 아스케타 마을을 벗어나면서 다시 밀밭 평원이 펼쳐졌다.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 마을이 가까워지면서 산꼭대기에 있는 몬하르딘 성이 점점 가깝게 보인다. 9세기에 지어진 몬하르딘 성은 10세기 데이오 팜플로나 왕조의 요새로 산초 가르세스가 이슬람교도를 물리친 요새다. 산 에스테반 데 데이오 성(Castillo San Esteban de Deyo)라고도 부르는 이 성은 14세기에 보수되었으며 현재도 복원 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까미노는 밀밭 사이로 계속 이어졌다. 하늘은 더없이 파랗고 아침 공기는 아주 상쾌하다. 한국은 미세먼지 때문에 난리라는데 이곳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다. 깨끗한 공기 하나만은 정말 부러운 곳이다. 비야마요르 마을에 우뚝 솟아 있는 산 안드레스 성당의 종탑이 보일 즈음, 길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 무어인의 샘(Fuente de los Moros)을 만났다. 13세기에 만들었다는 돌 천장을 두 개의 아치가 지탱해 주고 있는 이 샘은 1991년에 보수했으며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순례자들이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


▲ 푸른 밀밭 뒤로 보이는 풍경 [08:33]


▲ 정면으로 보이는 산꼭대기에 몬하르딘 성이 있다 [08:34]


▲ 길 옆 나무에 피어 있는 하얀 꽃 [08:39]


▲ 아스케타 마을로 들어가는 길: 왼쪽으로 산 페드로 아포스톨 성당이 보인다 [08:49]


▲ 아스케타 마을 통과 [08:54]


▲ 아스케타 마을을 벗어나면서 만나는 이정표: 로스 아르코스 13.4km,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 1.5km [08:58]


▲ 까미노 왼쪽으로 펼쳐져 있는 밀밭 [09:02]


▲ 오른쪽 산 정상에 있는 몬하르딘 성이 많이 가까워졌다 [09:09]


▲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에 있는 산 안드레스 성당 종탑과 무어인의 샘이 보인다 [09:13]


▲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무어인의 샘 [09:15]


09:18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 마을에 들어섰다. 이 마을은 바로크 스타일의 탑이 있는 로마네스크 성당인 산 안드레스 성당으로 유명하다. 이 성당 안에는 12세기에 제작된 은 십자가가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비야먀요르 마을을 벗어났다. 이제부터 목적지인 로스 아르코스까지 밭에서 일하는 농부나 순례자만 보면서 12.3km를 걸어가야 한다. 그것도 강렬한 햇볕이 내려쬐는 밀밭 길을. 순례자가 걷는 길이 그렇지 않은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해가 쨍쨍하든, 혼자든, 함께든, 순례자는 관계 없이 쉬지 않고 걸어야 한다. 


▲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 마을 입구: 산 안드레스 성당이 보인다 [09:18]


▲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 마을 통과 [09:20]


▲ 파란 하늘과 노란 유채곷이 잘 어울렸다 [09:31]


▲ 그림자와 함께 걸어가는 까미노 [09:41]


▲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길 [09:47]


▲ 목마른 순례자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급수대 [09:51]


▲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길 [09:59]


▲ 화초 양귀비가 반겨주는 길 [10:05]


▲ 악기를 연주하며 순례자들에게 힘을 돋구어주는 노부부 [10:07]


10:08   로스 아르코스 9km 전 이정표를 지났다. 밀밭 길이 여전히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걷고 있는 비포장도로에는 가뭄에 콩 나듯이 아주 가끔 자동차가 다니는데, 운전자가 순례자를 만나게 되면 최대한으로 속도를 줄인다. 왜? 먼지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순례자들을 위한 배려인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글쎄, 운전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대하기 힘든 일이 아닐까? 30분 정도 걸어 간이매점이 있는 쉼터에 도착했다. 물건을 구입해야 의자에 앉아 쉬어갈 수 있게 하는게 조금 야박하기는 하지만, 부부가 그 허허벌판에 판을 벌려 놓았으니 그만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 로스 아르코스 9km 전 이정표 [10:08]


▲ 끝이 보이지 않는 밀밭 길 [10:12]


▲ 밀밭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화 [10:15]


▲ 밀밭 길을 걷고 있는 순례자들 [10:15]


▲ 비포장도로에 먼지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달리는 자동차 [10:27]


▲ 도로 왼쪽에 자리잡고 있는 쉼터 [10:38]


▲ 쉼터에서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 [10:57]


▲ 까미노 표지석 위에 놓여 있는 등산화 한 짝 [11:04]


▲ 그늘을 찾아볼 수 없는 까미노 [11:06]


11:12   로스 아르코스 5.7km 전 이정표를 지났다.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 마을을 떠나 꽤 오랫동안 밀밭 평원을 걸어온 것 같은데 목적지인 로스 아르코스까지는 아직도 긴 거리가 남았다. 밀밭은 밀을 수확하기 위해 조성한 경작지이지만,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길을 걸어가다 보면 좌우로 펼쳐져 있는 푸른 밀밭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밀밭이 그려내는 풍경화는 모습이 아주 다양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른 그림을 보게 된다.   


▲ 로스 아르코스 5.7km 전 이정표 [11:12]


▲ 오늘도 날은 더없이 화창하다 [11:12]


▲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길이 보이기 시작 [11:17]


▲ 밀밭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화 [11:17]


▲ 밀밭 사이로 나 있는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들 [11:22]


▲ 밀밭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화 [11:32]


▲ 이름 모를 꽃이 피어 있는 길 [11:46]


▲ 길 오른쪽 언덕에 야생화 군락지 [11:50]


▲ 유채꽃을 보며 걷는 길 [11:57]


▲ 로스 마르코스 마을로 내려가는 길 [11:59]


12:09   로스 아르코스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그리 큰 마을은 아닌데 이사악 산티아고(Isaac Santiago) 공립 알베르게가 오드론 강을 건너 도심에서 벗어난 지역에 있어서 찾는데 조금 애를 먹었다.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 접수를 마치고 방을 배정받았다. 우리 팀의 걷는 속도가 빠른 건지 알베르게에 도착해보면 우리 팀보다 먼저 접수한 사람들이 거의 없는 편이다. 하긴, 아침에 일단 출발하면 거의 쉬지 않고 계속 걸으니 그럴만도 하다.


방도 배정받았겠다 느긋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산타 마리아 성당 옆에 있는 산타 마리아 광장에는 노천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두 군데나 있었다. 순례자 메뉴를 주문했다. 내가 주문한 것은 샐러드와 닭고기, 여기에 빵과 와인이 곁들여졌다. 옆 좌석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있던 일본인 순례자가 남은 와인은 건네준다. 까미노는 두 명이나 세 명이 걷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 걷는 경우가 가장 많다. 우리처럼 5명이 한 팀을 이루어 걷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 로스 아르코스 마을 입구에 도착 [12:09]


▲ 로스 마르코스 마을 거리 [12:30]


▲ 17세기에 만들어진 카스티야 문: 산타 마리아 성당 옆에 있다 [12:38]


▲ 공립 알베르게 가는 길 이정표 [12:39]


▲ 공립 알베르게 이사악 산티아고(Isaac Santiago) [13:08]


▲ 종탑이 아름다운 산타 마리아 성당 [13:08]


▲ 산타 마리아 광장에 있는 식당 [13:17]


▲ 산타 마리아 광장 노천 식당 [13:17]


▲ 순례자 매뉴: 전채는 혼합 샐러드 [13:28]


▲ 메인 요리는 닭고기 감자튀김 [13:51]


14:30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알베르게로 돌아와 샤워와 빨래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얼마 동안 단잠에 빠졌다가 일어나 오늘 일정을 기록하고 저녁을 먹으러 알베르게 식당으로 내려갔다. 수퍼에서 구입한 재료를 이용해 처제가 저녁을 마련했는데 밥과 참치찌개, 와인이 저녁 메뉴였다. 세상에! 스페인 까미노 알베르게에서 따뜻한 밥을 다 먹어보다니. 맛있게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함 겸 밖으로 나왔다. 서머타임을 적용해서 그런지 8시가 다 되었는데도 해가 중천이다.


알베르게에 돌아와 9시 쯤 침대에 누웠다. 아랫층 주방에서 순례자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까미노를 걷는 이유와 목적은 다 다르겠지만 함께 모여서 아야기를 할 때는 하나가 된다. 나이와 성별, 그리고 국적을 초월하는 곳이 바로 까미노다. 깜박 잠이 들었다가 갑자기 잠에서 깼다. 몇 시지? 시계를 보니 11시가 다 되었다. 밖에서 악을 쓰며 떠드는 아이들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쟤들은 잠도 없나? 어쨌거나 자야 한다. 잠을 설치면 내일 걸을 때 고생한다. 자자. 자는 게 최고다.


▲ 산타 마리아 광장 [14:30]


▲ 다리 위에서 바라본 오드론 강 [14:31]


▲ 알베르게 근처 주택 풍경 [19:18]


▲ 알베르게 식당에서 저녁 식사 [19:22]


▲ 쌀밥, 참치찌개, 와인이 저녁 메뉴 [19:24]


▲ 까미노 야고보 성인 벽화 [19:49]


▲ 알베르게 옆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19:50]


▲ 로스 아르코스 공립 알베르게 내부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