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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중국 운남성·쑤이창

2015.08.12. [중국 운남성 / 쑤이창 3] 아들 여행기: 호도협 트레킹

by 사천거사 2015. 8. 29.

 

오늘은 호도협 1박2일 트레킹을 하는 날이다. 셔틀 버스를 예약하지 못한 관계로 아침에 일어나 리장 버스터미널로 가야 한다. 가는 길에 시장이 있어 시장 구경을 잠깐 했다. 그 많던 관광객들은 없고 리장에 사는 현지인의 활기 찬 아침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리장 터미널에 도착해 호도협 가는 버스를 물어보았다. 호도협에 가는 버스는 두 가지가 있다. 호도협 직행 버스, 그리고 샹그릴라행 버스를 타면 호도협에서 중간에 내려준다. 예상대로 둘다 13시 이후에나 표가 있었다. 그것도 한 장! 13시에 출발하면 어두워지기 전에 객잔에 도착할 수 없다.

 

터미널 앞에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삐끼 아저씨들이 접근해 온다. 호도협까지 가격 협상을 한다. 버스는 요금이 40원인데 150원을 부른다. 그것도 1인당. 두 명 요금을 250원에 합의를 본다. 아저씨가 우리의 절박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을 흥정하기가 쉽지 않다. 잠시 후 아저씨가 샹그릴라로 가는 승려 4명을 데려왔다. 우리처럼 표를 구하지 못했나 보다. 5인용 무쏘같은 차량에 뒤 짐칸까지 7명이 탔다. 동자승은 앞자리에 앉아 있다 경찰이 보이면 좌석 밑으로 숨어 없는 척 했다.   

 

리장고성에서의 마지막 아침! 비가 오지않아 다행이다

 

어느 나라 든지 시장은 항상 활기차다.

 

우리와 차량을 같이 탄 버스 놓친 샹그릴라 승려들, 무섭게 생겼지만 휴게소에서 우리에게 물도 사주고 친절하다.

 

중국도 승차 인원 단속을 하는지 경찰이 보이면 동자승은 좌석 밑으로 숨는다. 가는 동안 20번은 숨은 것 같다.

 

호도협 근처에 다다르자 차가 엄청 막힌다. 리장에서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중국도 이제 잘 살다 보니 자가용을 가지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많아 성수기 교통 체증이 장난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여 승려분께 인사를 하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고 무거운 배낭을 매고 트레킹을 할 수 없기에 입구에 위치한 제인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여기서 배낭을 맡아 준다 가격은 배낭당 10원. 내려올 때는 이곳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티나 게스트하우스 쪽으로 내려오는데 티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이쪽으로 오는 유료봉고차를 운영하기 때문에 상관은 없다. 샹그릴라로 갈 때도 이곳 제인 게스트하우스 앞 삼거리에서 버스를 탄다.

 

tip: 제인 게스트하우스는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약 200m 정도 걸어 들어가면 왼쪽에 있다.

 

▲ 제인 게스트하우스 입구: 많은 트레커들이 이곳에 짐을 맡긴다.

 

▲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날씨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다. 날이 흐리면 호도협의 경치를 못 볼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이다. 그 대신 햇볕이 너무 따갑다. 벌써부터 땀이 줄줄 흐른다. 멀리 옥룡설산이 보인다. 눈을 보니 조금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제인 게스트 하우스부터 마부 아저씨가 말 두 마리를 끌고 오며 한국말로 '말 타' '말 타' 하며 말을 타라고 계속 꼬신다. 외국인에게는 달라 붙지도 않는다. 유독 한국사람에게만 달라붙어서 말을 타라고 한다. 우리는 절대 말을 안 탄다고 가라고 했더니 조금 있으면 비가 온다느니 길이 위험하다느니 별소리를 다 한다. 그래도 친절히 길을 잘 알려준다.

 

▲ 첫 번째 목적지는 나시객잔이다. 나시객잔까지 원래의 길은 평지길로 약 2시간 정도 걷는 길인데, 우리가 방문한 날 그 길은 공사중이다. 어쩔수 없이 산길을 오른다. 고도가 2000m 정도인데도 숨이 턱턱 막힌다. 발바닥도 계속 아프다. 말타고 싶다.

 

호도협 강줄기: 우리가 늦게 출발한 탓에 사람들이 없이 한산하다.

 

아, 올라갈수록 점점 멋있어 진다. 산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커서 사진 한 장에 다 담을 수도 없다. 경치를 보며 힘을 내어 계속 올라간다.

 

 

드디어 28밴드 초입에 도착했다. 28밴드는 호도협 트레킹 코스 중 가장 힘든 코스다. 고개가 28개여서 28밴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까지 산길 타고 오르막만 올라왔는데 28밴드라니 아, 미치겠네.

 

그래서 말을 탔다. 우리가 많이 올라와서 그런지 처음 불렀던 가격보다 많이 싸졌다. 일인 당 100원에 탔다. 너무 편하다. 말을 타고 정상까지만 데려다 준다. 정상에서 다시 오늘의 숙소인 중도객잔까지 가야 한다. 이제부터는 평지길이라 어려움이 없다. 진작에 말을 탈 걸. 아빠랑 같이 왔으면 분명 말을 못 탔을 것이다.

 

이제는 평탄한 길이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설산 같아 보이지만 그냥 돌이다. 눈은 오른쪽에 조금 붙어 있다. 옥룡석산이 맞는 것 같다. 그래도 정말 멋있는 경치다. 사실 선희는 트레킹을 좋아하지 않아 호도협에 별로 오고 싶지 않아 했는데 잘 따라와 주어서 고맙다.

 

위에서 내려다본 호도협 물줄기: 레프팅하고 싶다.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힘내자.

 

 

 

 

드디어 우리의 숙소인 차마객잔에 도착했다. 12시부터 오르기 시작하여 18시에 도착했으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굉장히 늦게 왔다. 도착해 보니 한국 산악회에서 단체로 온 관광객이 50명은 된다. 지금까지 중국여행 중에 한국 사람은 거의 못 봤는데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오죽하면 차마객잔 메뉴에 닭백숙이 있겠는가. 호도협 트레킹은 외국인과 한국 사람만 하는것 같다. 중국 사람은 없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밥을 먹으러 갔다. 여기서 세 분의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분은 조선족 가이드, 한 분은 고등학교 선생님, 한 분은 여행사 아저씨다. 학교 선생님은 학생들을 데리고 올 예정인데 미리 답사중이라고 하셨다.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오늘도 역시 고맥(고량주와 맥주를 섞은 것)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술이 취하지 않는다.

 

차마객잔 숙소: 콘크리트 바닥에 침대만 있다, 가격은 70원

 

날이 저물고 있다. 내일은 샹그릴라로 이동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