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여행/중국 운남성·쑤이창

2015.08.08. [중국 운남성 / 쑤이창 1] 아들 여행기: 인천국제공항→따리

by 사천거사 2015. 8. 29.

 

8월 8일 토요일

 

오늘은 와이프 선희와 함께 중국 운남성으로 여름 휴가를 가는 날이다. 여행 코스는 난징(남경)을 경유하여 쿤밍(곤명)에 도착 후 따리 → 리장 → 호도협 → 샹그릴라 → 곤명 → 인천공항의 순으로 총 8박9일의 여행 계획을 잡았다. 운남성은 중국 남서쪽에 있으며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인접하여 있고 민족전시장으로 불릴 만큼 많은 종류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전체의 38%가 소수민족). 그리고 샹그릴라, 호도협의 깨끗한 자연 환경과 따리 리장의 아름다운 고성 등이 잘 보전되어 있어, 자연 환경을 좋아하는 나와 역사 문화를 좋아하는 선희와 잘 어울리는 여행지이다.

 

 

인천에서 쿤밍 직항은 비행기 편이 자주 있지 않고 비싸서 남경을 경유하여 가는 항공권을 예매했다. 2시간 30분 정도 비행기를 타고 난징공항에 도착 후 출국심사를 받고 다시 국내선으로 이동하여 곤명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난징공항에서 약 4시간 정도 대기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 계획은 22시에 곤명공항에 도착하여 기차역으로 이동, 24시 따리행 기차를 타야 하는데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면서 기차를 못 탈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속이 타들어 간다. 비행기가 빨리 뜨기만 기도한다. 

 

1시간 정도 지연된 비행기가 드디어 출발한다. 곤명공항에 도착해도 곤명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 기차를 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다. 기차를 탈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차표도 취소하지 않았다. 곤명공항에 도착해 짐을 들고 택시 타는 곳으로 무조건 뛰었다. 택시를 잡고 곤명역으로 출발한다. 남은 시간은 40분, 거리는 28km, 택시기사에게 24시 기차라고 하니 걱정말라고 하며 곡예에 가까운 운전 실력을 보여주시곤 곤명역에 내려줬다. 도착했더니 시간이 남았다. 무서웠다.

 

 

오히려 시간이 10분 정도 남아 땀을 식히며 맥주 한 캔씩 들이켰다. 맥주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밍밍해서 맛이 없어 준비해 간 소주를 넣어 먹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기차역에는 역시나 사람이 많다. 우리가 예약한 기차는 3층 침대칸으로 중국에서 밤기차는 많이 타보아서 적응하는데 문제는 없다. 이동 시간은 8시간으로 자고 일어나면 따리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운남성이 멀긴 멀다. 하루 종일 이동만하여 몸이 피곤하다. 씻을 힘도 없어 침대에 누워 한번도 안 깨고 푹자고 일어나니 따리에 도착했다.

 

선희는 1층, 나는 3층에서 잤다. 잘 잤다

 

▲  곤명-따리행 기차, 드디어 따리 도착

 

따리(大理)는 바이족(백족)이 살던 마을이다. 대리석과 은이 유명하여 흰색을 숭배한다. 그래서 건물이 온통 흰색이다. 따리 기차역에서 택시를 타고 따리고성으로 이동했다. 가방이 무거우니 일단 숙소에 짐을 맡기고 고성을 둘러 보고 오토바이를 빌려 얼하이호수를 구경할 예정이다. 그런데 비가 온다. 선희는 내 이름에 비 雨 자가 있어 여행만 가면 비가 온다고 놀린다. 李善雨 .착한 비인데.

 

<따리고성 안에 있는 우리가 1박한 숙소의 마당,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다. 방은 평범한 수준으로 가격은 2만 원. 고성 안 옛건물이다 보니 방음은 전혀 안 된다. 우리는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밤 늦게 들어와 잠만 자는 스타일이어서 비싼 방을 예약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른 시간이라 체크인이 되지 않아 일단 짐을 맡기고 국수집에서 아침을 먹고 고성을 둘러 본다. 숙소가 북문에서 가까워 북문으로 올라가 따리고성 조망을 한다.

 

<배가 고파 일단 밥을 먹는다. 중국 음식은 샹차이(고수)만 빼고는 잘 먹는 편이다. 나는 국수를 시켰고 선희는 훈툰(?) 만두국을 주문했다. 생각보다 중국 맛이 안 나서 다음 날 또 가서 아침을 먹었다. 자꾸 먹으니 맛있다.

 

 

 

날씨가 흐려서 아쉬웠지만 고산지대에 있는 동네이다 보니 구름이 가까이 있다. 따리고성은 별로 고성 느낌이 안 난다. 고성 안에 버스, 자동차, 오토바이가 다니고 1층은 전부 식당 또는 기념품가게 상점들이다. 너무 상업화가 되어 있다. 사방에서 나오는 노래소리도 시끄럽다. 우리 일정이 중국 성수기라 사람도 엄청 엄청 많다. 다음 이동지인 리장이 더 복잡하고 상업화가 되어 있다는데 걱정이다. 너무 복잡스러워 일단 오토바이를 빌려 얼하이 호수를 돌아보기로 한다.

 

얼하이 호수는 중국에서 7번 째로 큰 호수로 남북으로 42.6km, 동서로 약 8km의 폭을 가지고 있고 귀 모양처럼 생겼다. 북문 근처에서 오토바이를 70원 주고 빌렸다. 중국은 모터 바이크가 거의 없고 전부 배터리로 가는 오토바이다. 시동을 걸어도 아무 소리도 안 난다. 중국에서는 자전거로 분류되어 면허도 필요 없고 음주운전도 가능하다. 비가 왔다 그쳤다 계속 반복한다. 북문으로 나와 숭성사 삼탑을 갔다. 1300년이나 되었다고 하는데 들어가봐야 그냥 탑일 것 같고 입장료도 비싸서 밖에서만 보고 얼하이 호수로 이동한다.

 

 

얼하이 호수는 정말 크다. 바다처럼 끝이 안 보인다. 날씨가 흐림에도 아름다웠다. 경치 좋은 곳이 있을 때마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한참을 달리던 중 폭우가 쏟아진다. 미리 준비해 간 판쵸의를 입어도 소용이 없다. 팬티가 축축해진다. 오토바이 반납 시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어쩔 수 없이 다시 고성으로 돌아간다. 아, 돈 아까워.

 

 

연인들, 가족들이 자전거를 빌려 많이 타고 다닌다.

 

 

 

 

 

다시 고성 탐방에 나섰다. 역시 노래소리, 경적소리 등이 시끄럽고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러던 중 오래된 성당을 발견했다. 중국 건물 양식의 성당이라니, 참 특이했다. 오랜만에 성당에서 우리 여행의 안전을 기원하며 기도를 잠시 드렸으나 결과적으로는 그 기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절 처럼 생겼지만 성당이다.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덧 저녁 시간이 되었다. 맛집 정보가 없어 우리가 좋아하는 각종 꼬치에 소맥을 먹었다. 향신료 맛이 강하긴 했으나 종류가 워낙 다양해 맛있게 먹었다. 중국 식당은 자기네 식당에 메뉴가 없는 것은 사다가 먹어도 된다. 술도 마찬가지여서 미리 준비해 간 참이슬을 당당히 꺼내 놓고 마셨다.

 

 

먹을 수 있는 건 다 꼬치에 꽂아서 판다. 가격은 하나에 2원부터 10원까지 다양하다.

 

 

내일은 버스를 타고 리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오후에 갈 예정이기에 일정에 여유가 있다. 내일 오전에는 따리 창산에 갈까? 아니면 얼하이호에 있는 솽랑마을? 결국은 내일도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경치를 보는 산, 오토바이 여행은 포기하고 따리에서 염색으로 유명한 저우청 마을로 정했다.

 

밥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이곳 저곳 산책을 한다. 오늘이 운남성 소수민족들이 지내는 명절 중 하나인 火把节(후오빠지에, 횃불축제)라고 하는데 한쪽에서는 나무를 태우고, 백족 아주머니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고, 한쪽에서는 음식을 나눠먹고 있다. 밤 10시 경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이틀만에 샤워를 하니 너무 행복했다. 오래된 집이다 보니 옆 방 방귀 뀌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 한국에서 귀마개를 챙겨왔기에 그럭저럭 잘 잤다.

 

 

8월 10일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눈뜨자 마자 방문을 열어보니 비가 온다. 아, 비가 싫다. 생각해 보면 비행기 티켓이 저렴하던데, 우기(雨期)라서 가격이 쌌나 보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약 30분 정도 마을 버스를 타고 저우청 마을로 갔다. 여기는 정류장 개념이 없다. 길에서 손을 들면 다 세워서 손님 태우고 내려달라고 하면 아무 곳이나 다 내려준다. 기사에게 저우청에서 내려달라고 하니 다 왔다고 내리라고 한다. 내려서 일단 걷고 있는데 전통의상을 입은 할머니가 염색하는 집을 구경시켜 준다며 자기를 따라오란다. 삐끼 냄새가 심하게 났으나 딱히 계획이 없기 때문에 할머니를 따라간다.

 

따라간 집은 염색을 하는 공장 비슷했다. 염색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비가 와서 염색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할머니는 염색이 끝난 옷 스카프 등이 있는 방으로 우리를 데려가 구경시켜 준다. 하나 사라고 할 것 같았다. 근데 옷들이 생각보다 예뻐 선희는 치마를, 나는 후드 외투를 샀다. 중국 사람에게는 100원을 부르는데 한국인이라니 120원을 부른다. 치사해서 그냥 나올려고 하니 할머니가 90원에 준다고 하여 그냥 샀다.

 

다시 마을 버스를 타고 돌아와 리장으로 이동 준비를 한다. 리장까지는 약 3시간이 걸린다. 숙소 사장님한테 리장가는 버스편을 물어 물어 리장으로 떠난다. 따리 여행의 느낌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비가 왔고 여행 일정이 짧아 여유롭게 둘러보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고성의 느낌이 별로이고 너무 상업화되어 복잡스럽다. 리장은 어떨까 궁금하다.

 

염색완료된 옷들을 말리고 있다.

 

선희와 백족 삐끼 할머니

 

다양한 옷과 스카프 가방등이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동네 구경에 나섰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절이 있어 절 구경도 하고 잠시 쉬어 간다.

 

 

이곳에서도 火把节를 지내고 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우청은 그냥 조용한 시골 마을 같았다. 무엇보다 사람이 없어서 여유롭게 돌아 다녔다. 비만 안 왔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