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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강원山行記

2013.09.28. [강원山行記 44] 강원 양양 설악산 대청봉

by 사천거사 2013. 9. 28.

 

설악산 대청봉 산행기

 

 

일시: 2013년 9월 28일 토요일

장소: 설악산 대청봉 강원 양양

코스: 한계령 → 서북능선 → 끝청봉 → 중청 대피소 → 대청봉 → 오색

거리: 13.4km

시간: 6시간 44분

회원: 평산회원 4명(홍세영, 박운용, 신동갑, 이효정)

 

 

 

06:00   오늘은 평산회에서 설악산 대청봉으로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대청봉을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오늘은 한계령에서 산행을 시작해 대청봉에 오른 후 오색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았다. 신봉사거리에서 신동갑 회원이 타고, 봉명동에서 홍세영 회장님이 타고, 공단오거리 지나서 박운용 회원이 탔다. 서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해 북쪽으로 달린다. 대소갈림목에서 평택제천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이 고속도로는 얼마 전에 충주까지 길이 열렸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신설 고속도로는 달리기에 참 좋다.

 

5개월 동안 부인과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하고 돌아온 박운용 회원의 이야기 보따리가 풀렸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회갑을 지난 나이에 해외 배낭여행이라니. 중부내륙고속도로 북충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520번 지방도와 599번 지방도를 타고 달리다 중앙탑 휴게소로 들어갔다.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출발, 38번 국도를 타고 목계대교를 건넌 다음 19번 국도를 따라 원주 쪽으로 달렸다. 도로에 차가 별로 없어 자동차 전용도로가 고속도로와 같은 기분이 난다. 남원주나들목에서 중앙고속도로에 진입하여 홍천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이제부터는 44번 국도만 따라 죽어라고 달리면 된다.

 

▲ 중앙탑 휴게소에서 바라본 충주호 조정지댐 [07:17]

 

▲ 유유히 흐르고 있는 남한강 [07:17]

 

▲ 중앙탑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 [07:18]

 

09:40   청주를 출발한지 3시간 40분 걸려 해발 920m의 한계령 휴게소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빈 자리가 있기에 차를 세웠더니 관리인이 다가오며 산행을 할 거냐고 묻는다. 그렇다니까, 자기들이 주차장을 임대해서 쓰기 때문에 휴게소에 들르는 사람만 주차할 수 있으니 주차장 밖 도로변에 세우라고 한다. 아니,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뭐 하는 사람들이야? 국가시설을 사기업체에 빌려주고 국민들을 내쫓기게 하다니. 그래서 주변 도로가에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거구나. 하는 수 없이 주차장을 떠나 도로변을 비집고 들어가 간신히 차를 세웠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호떡을 사서 하나씩 먹은 후 매점 옆에 있는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계단 끝에는 정자도 아닌 것이 이름 하나는 거창한 설악루가 있다. 위령탑과 탐방 센터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다. 산행 하기에 조금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서북능선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지만 아직 비가 내릴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바위에 붙어 있는 키 작은 단풍나무 하나가 빨갛게 옷을 갈아 입었다. 설악에 단풍이 들기 시작한 모양이다.

 

▲ 한계령 아래 도로변에 주차 [09:50]

 

▲ 해발고도가 920m인 한계령 [09:51]

 

▲ 한계령 휴게소와 주차장 [09:52]

 

▲ 한계령 주차장에서 설악루로 올라가는 계단 [09:55]

 

▲ 한계령 휴게소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만나는 설악루 10:04]

 

▲ 잠시 길을 멈추고 뒤돌아 서서 바라본 남설악 풍경 [10:07]

 

▲ 단풍이 든 놈들이 있네 [10:16]

 

10:22   산길을 걷자 몸은 이내 더워지고 그래서 입었던 겉옷을 하나씩 벗었다. 가끔씩 보이는 단풍이 든 나무들을 보며 그리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을 계속 올라간다. 전망 바위에 올랐다. 서북능선 왼쪽으로 귀때기청봉이 보이고 오른쪽 대청봉 쪽 암릉도 잘 보인다. 설악산 암릉은 언제 보아도 보기에 좋다. 계곡으로 내려갔던 길이 다리를 건너면서 다시 오르막으로 바뀌었다. 이제 서북능선에 올라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 몸이 더워져서 겉옷을 하나씩 벗고 [10:22]

 

▲ 2012년 9월에 불어온 태풍 '산바' [10:31]

 

▲ 돌계단길이 계속 이어진다 [10:38]

 

▲ 한계령에서 벌써 1km나 올라왔다 [10:41]

 

▲ 여기에도 단풍이 든 놈이 하나 있네 [10:45]

 

▲ 전망대에서 바라본 귀때기청봉과 서북능선 [10:47]

 

▲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있는 산행객들 [11:01]

 

▲ 계곡에 놓인 다리를 건너고 [11:10]

 

▲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신동갑 회원 [11:12]

 

▲ 고도가 높아지자 단풍 든 모습이 자주 보인다 [11:13]

 

11:21   서북능선에 올라섰다. 올해 7월 6일 귀때기청봉을 갈 때 오늘처럼 한계령에서 여기를 올랐었다. 이곳은 전망이 좋아 용아장성, 공룡능선, 울산바위 등을 볼 수 있다. 오늘은 날이 흐려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볼만하다. 간식을 먹으며 암릉 구경을 마친 후 능선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서북능선에 오르자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제 본격적인 단풍철이 되면, 아이구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시간도 그렇고 해서 산행로 오른쪽 공터에 자리를 잡고 점심상을 차렸다. 비록 김밥과 김치 뿐인 점심이지만 이렇게 산속에서 먹으면 진수성찬이다.

 

▲ 서북능선에 있는 이정표 [11:21]

 

▲ 서북능선에서 바라본 설악산 암릉들 [11:22]

 

▲ 서북능선에서 바라본 설악산 암릉들 [11:23]

 

▲ 바위들이 멋있게 솟아 있는 암릉 [11:33]

 

▲ 멋진 암릉 앞에서 한 장 [11:33]

 

▲ 설악산 주목도 대단하다 [11:38]

 

▲ 가을의 야생화 투구꽃 [11:39]

 

▲ 서북능선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11:44]

 

▲ 돌계단을 오르고 있는 신동갑 회원 [11:48]

 

▲ 즐거운 점심시간 [12:03]

 

12:18   이정표를 보니 중청대피소까지 4.4km가 남았다. 바위가 널려 있는 지역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많아 시간이 조금 걸린다. 고사목이 여럿 서 있는 봉우리에 올라 귀때기청봉 쪽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 후 10분 정도 걷자 슬슬 단풍이 든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설악산에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어제 나왔는데 여기를 말하는 건가? 완전히 물이 든 나뭇잎과, 반 쯤 물이 든 나뭇잎, 그리고 아직 푸른 나뭇잎들이 섞여 보기 좋은 수채화를 사방에 그려 놓았다. 자연은 이 세상 최고의 천재 화가다.

 

▲ 중청대피소 4.4km 전 이정표 [12:18]

 

▲ 커다란 바위들이 널려 있는 지역 [12:21]

 

▲ 산행로 왼쪽으로 보이는 암릉들 [12:23]

 

▲ 고사목이 몇 그루 서 있는 봉우리 [12:30]

 

▲ 귀때기청봉 왼쪽으로 남설악의 가리봉과 주걱봉이 보인다 [12:31]

 

▲ 올겨울 첫 설악산 단풍 [12:41]

 

▲ 올겨울 첫 설악산 단풍 [12:44]

 

▲ 올겨울 첫 설악산 단풍 [12:50]

 

▲ 올겨울 첫 설악산 단풍 [13:06]

 

▲ 고사목이 멋진 아취형 게이트로 변했네 [13:17]

 

13:21   이정표를 보니 중청대피소까지 1.6km가 남았다. 그렇다면 끝청도 그리 멀지 않다는 이야기인데. 10분 정도 걸어 해발 1610m의 끝청봉 정상에 올랐다. 끝청은 전망이 좋은 곳으로 귀때기청봉에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남설악의 가리봉과 주걱봉 능선까지 보였다. 기념사진 찍고 출발, 10분 정도 걷자 중청봉과 대청봉이 여인의 가슴처럼 나란히 솟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중청봉 정상은 군사시설 때문에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다.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중청대피소 쪽으로 내려간다.

 

▲ 중청대피소 1.6km 전 이정표 [13:21]

 

▲ 전망대에서 바라본 귀때기청봉, 그 뒤로 가리봉과 주걱봉 [13:28] 

 

▲ 해발 1610m의 끝청 정상에서 [13:32]

 

▲ 끝청에서 박운용 회원 [13:34]

 

▲ 끝청에서 홍세영 회장님 [13:35]

 

▲ 끝청에서 신동갑 회원 [13:36]

 

▲ 중청봉으로 가다 바라본 용아장성 [13:42]

 

▲ 중청봉과 대청봉이 한꺼번에 보이는 곳 [13:46]

  

▲ 해발 1708m의 대청봉 정상이 보인다 [14:02]

 

14:05   끝청 갈림길에 도착, 왼쪽은 소청봉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대청봉으로 가는 길이다. 중청대피소에는 오늘도 사람이 많다. 편안히 앉아 음식을 먹을 곳이 여기 뿐이니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대피소 건물 왼쪽을 지나 대청봉으로 올라간다. 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 불과 600m의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대청봉 정상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표지석을 부여잡고 정상 사진을 찍으려고 늘어선 줄이 하염없이 길다. 늘 그러하듯이 오늘도 표지석과는 인연이 없다. 표지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 소청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끝청 갈림길 [14:05]

 

▲ 늘 사람들이 붐비는 중청대피소 [14:08]

 

▲ 대청봉을 오르다 바라본 중청봉과 중청대피소 [14:13]

 

▲ 대청봉을 오르다 바라본 공룡능선과 천불동계곡 [14:18]

 

▲ 끝청봉과 중청봉이 잘 보이는 곳 [14:24]

 

▲ 해발 1708m의 대청봉 표지석 [14:25]

 

▲ 대청봉 정상에서 신동갑 회원 [14:26]

 

▲ 대청봉 정상에서 오늘 산행에 참가한 회원들 [14:27]

 

▲ 대청봉 정상에서 회원 4명이 모두 모여 [14:28]

 

▲ 대청봉 정상에서 바글거리고 있는 사람들 [14:33]

 

14:34   대청봉 출발, 이제는 5km를 걸어 오색으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새벽 3시에 헤드렌턴을 비추며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오른 적은 몇 번 있지만 이렇게 환한 대낮에 이 길을 내려가는 것은 처음이다. 단풍이 조금 물든 지역을 지나자 급경사의 계단길과 돌길이 계속 이어졌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의 무릎 충격이 더 크기 때문에 조심 조심 내려가야 하는데 그게 말대로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어디서 올라와 내려가는지 모르겠지만 내려가는 사람들마다 모두 내뱉는 게 신음소리다. 설악산이 그런 산이다. 내려가는 일조차 힘든 산이다. 그래서 더욱 설악산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 대청봉 정상에 있는 이정표 [13:34]

 

▲ 여기도 단풍이 들었네 [14:44]

 

▲ 죽어서도 자연의 일부로 남아 있는 모습 [14:49]

 

▲ 오색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급경사 계단이 무척 많다 [15:11]

 

▲ 급경사 길을 내려가면 [15:22]

 

▲ 계곡에 걸려 있는 다리가 나온다 [15:25]

 

▲ 길은 평탄한데 여전히 돌길이다 [15:41]

 

▲ 벤취가 있는 쉼터 [16:06]

 

▲ 투구꽃이 무리지어 피었다 [16:10]

 

▲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 [16:36]

 

16:39   길고 긴 하산길을 마감하고 마침내 오색 탐방안내소 게이트를 통과했다. 다행히도 산행을 마치자 비가 조금씩 떨어진다. 잠시 후 조금 뒤처진 회원들이 모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차를 세워둔 한계령으로 올라갔다. 오색과 한계령을 오가는 택시는 아주 많다. 그런데 여자분인 택시기사의 입담이 보통이 아니다. 택시에 오르자 마자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조금의 막힘도 없이 술술 나온다. 예를 들어,

 

지난 2005년 양양 낙산사 산불이 났을 때 헬기가 동해바다에서 물을 떠다 산불 지역에 뿌렸는데, 물속에 함께 있던 물고기들이 불에 적당히 구어져서 이것을 먹으러 온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는 둥, 산불 진화작업를 하던 헬기 중 한 대가 거미줄에 걸렸는데 거미가 그 헬기를 잠자리인 줄 알고 뜯어 먹다가 이빨이 모두 깨졌다는 둥, 단풍철이 되면 관광객들이 이곳의 빨간 단풍을 보고 불이 난 줄 알고 119에 신고를 해서 소방차가 연신 출동을 한다는 둥,

 

오색에서 한계령까지 얼마 안 되는 거리를 올라가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는 분이었다. 택시에서 내릴 때 명함을 한 장씩 주면서 선전을 부탁한다. 개인콜택시 곽순옥 기사(010-4248-5164)이며 오색과 한계령을 오가는 운행을 주로 한다. 한계령에서 5시 20분에 출발해서 아침에 왔던 길을 되짚어 달렸다.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중앙탑 휴게소에 들러 음료수를 마신 후 다시 출발, 9시에 청주에 도착하여 제일수산에서 뒤풀이를 하며 단풍이 서서히 들어가는 설악산 대청봉 산행의 막을 내렸다.

 

▲ 산행을 마친 사람들의 표정은 다 그저 그렇다 [16:39]

 

▲ 도로 건너편 택시 승강장 [16:48]

 

▲ 비가 조금씩 내리는 한계령으로 다시 돌아왔다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