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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전북山行記

2013.06.06. [전북山行記 29] 전북 무주 덕유산

by 사천거사 2013. 6. 6.

 

덕유산 산행기

 

 

일시: 2013년 6월 6일 목요일

장소: 덕유산 전북 무주군 설천면  1614m

 코스: 구천동 → 인월담 → 칠봉 → 향적봉 → 중봉 → 오수자굴 백련사 구천동

거리: 22.5km

 시간: 6시간 4분

 

 

 

05:13   오늘은 제58회 현충일로 공휴일이다. 나라를 위해 한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 정신을 가슴에 품고 덕유산으로 산행을 떠난다. 덕유산은 여러 번 다녀왔고 설천봉에서 남덕유산까지 종주도 해보았는데 그 때는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올랐었다. 오늘은 덕유산 산행의 고전 코스인 구천동 계곡길을 이용해 한 바퀴 돌아올 예정이다.

 

5시 10분에 집을 나섰다. 이렇게 일찍 떠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일단 가는 길과 오는 길에 차가 밀리지 않고, 주차장 좋은 자리 차지할 수 있고, 산행을 일찍 시작하다 보니 혼잡하지 않아 좋다. 서청주 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 대전통영고속도로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우동을 아침으로 먹었다. 예상했던 대로 고속도로는 무척 한산하다. 덕유산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구천동 계곡을 향해 아침 공기를 가르며 달린다.

 

▲ 우리 아파트에 서 있는 내 차 [05:13]

 

▲ 대전통영고속도로 인삼랜드 휴게소 [06:05]

 

07:12   구천동 대형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그 넓은 주차장에 세워진 차가 별로 없다. 주차비 5,000원을 받는 사람도 없다. 나무 그늘 아래 차를 세우고 산행 준비를 한 후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시간이 이르다 보니 사람도 없고 세상이 다 조용하다. 한국전쟁 중에 구천동 지역에서 적과 싸우다 전사한 111명의 영령을 모신 구천동 수호비를 지나자 인월암 표지석이 보였다.

 

▲ 삼공리 구천동 계곡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07:12]  

 

▲ 야영장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07:19]

 

▲ 덕유산 국립공원 표지판 [07:21]

 

▲ 백련사까지는 계속 이렇게 길이 넓다 [07:24]

 

▲ 구천동 33경 중 제15경 월하탄 [07:31] 

 

▲ 덕유산 휴양림 가는 길 이정표 [07:34]

 

▲ 구천동 계곡 아침 풍경 [07:35]

 

▲ 현충일을 맞은 구천동 수호비 [07:41]

 

07:45   인월암 가는 길이 오른쪽으로 갈라지고 있다. 칠봉을 가려면 여기서 다리를 건너야 한다. 칠봉으로 가는 길은 비정규 탐방로는 아니지만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걷기에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꽤 긴 돌길을 오르자 바위틈에서 물이 떨어지는 칠봉 약수가 있어 시원하게 한 잔 마셨다. 그 다음은 경사가 급한 철계단이었다. 긴 철계단이 끝나자 길의 경사가 조금 약해졌다. 두 번째 철계단을 오른 후에도 칠봉 정상까지는 먼 거리였다.

 

▲ 인월암 가는 길 표지석 [07:45]

  

▲ 구천동 33경 중 제16경 인월담 [07:46]

 

▲ 칠봉 가는 길 이정표: 다리 건너 직진 [07:46]

 

▲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고 있다 [07:53]

 

▲ 여기는 길이 좋네 [08:02]

  

▲ 칠봉 1.5km 전 이정표 [08:06]

 

▲ 칠봉 1km 전 이정표 [08:15]

 

▲ 큼지막한 돌이 깔린 경사진 길의 연속이다 [08:23]

 

▲ 바위에서 떨어지는 칠봉 약수 [08:30]

 

▲ 경사가 심한 철계단 [08:32]

 

09:00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해발 1307m의 칠봉 정상에 올랐다. 물론 아무도 없다. 경사가 별로 없는 길을 따라 20분 정도 걸어 스키 슬로프에 올라섰다. 스키 시즌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을 슬로프가 지금은 흙과 잡초 뿐이다. 지루한 슬로프를 24분 정도 걸었을까, 오른쪽으로 노란 꽃밭이 옅은 운무 속에 펼쳐졌다. 민들레였다. 키가 작은 민들레꽃이 슬로프를 따라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녹색의 캔버스 위에 점점이 박힌 노란색 꽃들은 자연이 그려낸 위대한 걸작품이었다.

 

▲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칠봉 정상 [09:00]  

 

▲ 아무도 없는 칠봉 정상에서 [09:02]

 

▲ 조릿대 사이로 나 있는 길 [09:19]

 

▲ 스키 슬로프가 시작되는 곳에 서 있는 이정표 [09:22]

 

▲ 설천봉 정상까지 이어지는 스키 슬로프 [09:31]

  

▲ 노란 민들레가 꽃밭을 이루었다 [09:46]

 

▲ 옅은 운무 속의 민들레 꽃발 [09:47]

 

▲ 움직이지 않는 리프트 [09:51]

 

▲ 민들레 꽃밭이 또 나타났다  [09:55]

 

 09:58   해발 1525m의 설천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곤돌라를 타고 올라 온 많은 사람들이 향적봉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었다. 곤돌라 때문에 어린애나 나이 든 어르신들도 덕유산 정상을 쉽게 밟을 수 있다. 덕유산에는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띄엄띄엄 피어 있는 철쭉꽃이 우리를 반겨주는 데크 길을 600m 걸어가니 향적봉이다. 기념 사진 찍고 정상 출발.

 

▲ 해발 1525m의 설천봉 정상부 [09:59]

  

▲ 설천봉에 서 있는 이정표 [10:00]

 

▲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가는 길이 시작되는 데크 계단 [10:01]

 

▲ 아직도 만개한 철쭉이 남아 있네 [10:11]

 

▲ 해발 1614m의 덕유산 정상에서 [10:15]

  

▲ 향적봉 정상부 풍경 [10:16]

 

▲ 향적봉에 서 있는 이정표 [10:16]

 

▲ 맨 뒤에 보이는 것이 중봉 [10:17]

 

10:20   향적봉 대피소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중봉으로 간다. 고운 철쭉꽃을 보고, 구상나무도 보면서 중봉으로 올라간다. 운무가 걷히지 않아 전망은 좋지 않은데 뒤돌아본 향적봉이 그런대로 아련하다. 중봉에 올랐다. 동엽령으로 가는 길은 오른쪽이고 오수자굴은 직진해야 한다. 오수자굴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한 돌길이다. 거리도 만만치 않아 중봉에서 오수자굴까지 내려가는데 30분이 걸렸다.

 

▲ 향적봉 아래에 있는 대피소 [10:20]

  

▲ 색이 고운 철쭉꽃 [10:23]

 

▲ 구상나무 군락지 [10:24]

 

▲ 멀리 중봉 꼭대기가 보인다 [10:32]

 

▲ 중봉을 오르다 뒤돌아본 향적봉 [10:34]

  

▲ 동엽령 가는 길 [10:36]

 

▲ 중봉 정상에 서 있는 이정표 [10:37]

 

▲ 얘들은 진달래꽃인데 [10:39]

 

▲ 오수자굴로 내려가는 경사 급한 길 [10:44]

 

▲ 오수자굴은 왜 안 나오는 거야? [11:05]

 

11:07   마침내 오수자굴에 도착했다. 돌길이라 중봉에서 1.4km 내려오는데 30분이 걸렸다. '오수자' 라는 스님이 저 굴 안에서 득도를 했다는데 좁은 곳에서 고생 많이 하셨네. 오수자굴에서 조금 내려오자 오른쪽으로 구천동 계곡 상류를 만났다. 조금 허기진 기분이 들어 계곡으로 내려가 암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보며 쑥떡과 바나나를 점심으로 먹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출발, 계곡 왼쪽을 따라 돌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우연히 벨트 색 앞 포켓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어머, 차 열쇠가 없네! 뒤 포켓에 있나? 없네.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지? 아까 점심 먹을 때 벨트 색을 풀었는데 그 때 빠졌나? 열쇠를 차에서 안 뺐나? 지난 번 처럼 차 옆에 그냥 두고 온 건가? 별의 별 생각이 머리 속을 어지럽게 만들기 시작했다.

 

발걸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데 생각은 온통 열쇠 뿐이다. 만약 열쇠를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니야, 지난 번 처럼 차 옆에 있을 거야. 스스로에게 위안도 하고 대비책도 세우면서 계속 걷는다.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차가 있는 곳에 갈 때까지는 어떤 생각도 상황을 바꾸어 놓을 수 없는데도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자꾸 열쇠 생각만 난다.

 

▲ '오수자' 라는 스님이 득도를 했다는 오수자굴 [11:07]

  

▲ 구천동 계곡의 상류 지점 [11:13]

 

▲ 계곡 암반에 앉아 흐르는 물을 보며 점심을 먹었다 [11:16]

 

▲ 계곡 왼쪽으로 나 있는 돌길 [11:30]

 

▲ 약간 길이 좋아졌다가 [11:47]

 

▲ 또 계속 이어지는 돌길 [11:59]

 

▲ 백련사까지 계속 돌길 [12:06]

 

12:08   백련사 왼쪽으로 향적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 있다. 이정표를 보니 탐방지원센터까지만 해도 거리가 5.5km다. 백련사 구경은 엄두도 못내고 계속 걸음을 재촉한다. 구천동 계곡을 따라 줄줄이 나타나는 명소들도 그냥 지나친다. 계곡에는 이른 더위를 식히느라 물에 들어간 사람들이 꽤 많았다. 펜션지대를 벗어나자 주차장이 눈에 들어오는데 아침에 휑하던 주차장이 차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가슴은 왜 이렇게 뛰는 거야?

 

▲ 백련사 앞 도로에 서 있는 이정표 [12:08]

  

▲ 백련사로 올라가는 계단 [12:09]

 

▲ 덕유산 백련사 일주문 [12:12]

 

▲ 꽤 많은 물이 흐르는 구천동 계곡 [12:15]

 

▲ 길은 계속 널찍하다 [12:22] 

 

▲ 계곡에는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많다 [12:26]

 

▲ 아침에 건넜던 다리가 보인다 [12:51]

 

▲ 바야흐로 물놀이철이 돌아왔다 [13:11]

 

13:17   주차장에 서 있는 내 차에 다가가서 먼저 문을 열어 보았더니 잠겨 있다. 불안한 기대감을 갖고 차를 한 바퀴 돌면서 주변을 살피는데 야호! 운전석 뒷바퀴 아래에 열쇠가 얌전히 놓여 있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침에 차에서 내려 문을 잠그고 등산화 끈을 양손으로 조이기 전에 열쇠를 바닥에 놓았는데 그냥 자리를 뜬 모양이다. 어쨌든 십년감수했네.

 

기분좋게 차에 올라 집으로 간다. 올 때와는 달리 돌아올 때는 무주 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했는데 무주까지 4차로 도로가 잘 나 있어 고속도로나 다름이 없었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 집에 도착하니 3시가 채 안 되었다. 세상에, 20km가 넘는 덕유산 산행을 했는데 집에 온 시각이 이렇게 이르다니! 현충일 덕유산 산행은 한 가지 에피소드를 남긴 채 이렇게 무사히 막을 내렸다.

 

▲ 주차장에 서 있는 내 차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