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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전남山行記

2012.04.22. [전남山行記 12] 전남 강진 덕룡산→주작산

by 사천거사 2012. 4. 22.

덕룡산-주작산 산행기

◈ 일시: 2012년 4월 22일 일요일

◈ 장소: 덕룡산 460m / 주작산  428m / 전남 강진

◈ 코스: 소석문 → 동봉 → 서봉(덕룡산) → 덕룡봉 → 작천소령 → 주작산 → 

           수양관광농원

◈ 시간: 5시간 30분    

◈ 회원: 청주 에코로바산악회 안내 산행


 


06:10   오늘은 청주에코로바산악회에서 안내하는 덕룡산 산행을 하는 날이다. 소석문에서 오소재까지 이어지는 덕룡산 주능선은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암봉과 암릉을 포함하고 있다. 그 주능선을 한 번에 주파하기는 쉽지 않고 또 시간도 많이 걸린다. 오늘 산행에는 소석문에서 시작해서 덕룡산을 거치고 주작산을 오른 다음 봉양제 앞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잡혀 있다.

 

실내체육관 앞 네파등산용품 판매점 앞에서 처음 따라 가보는 에코로바산악회 버스에  올랐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산행 버스에서 종종 만나는 김윤환 선생이 보이고 마침 그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 서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한 버스가 호남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가 정읍휴게소로 들어갔다. 지난 주 일요일에 월출산을 갈 때도 들렀던 곳이다.

 

아침 대용으로 라면정식을 먹었다. 버스가 다시 고속도로를 달린다. 버스는 월출산 갈 때와 같은 코스로 달린다. 기사들 끼리는 통하는 것이 있는 가 보다. 나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가 나주와 영암을 지나 강진 쪽으로 달린다. 석문공원과 만덕산 산행 들머리를 지난 버스가 도암면에서 소석문을 향하여 올라갔다.  


▲ 호남고속도로 정읍휴게소 [07:52]


10:00   소석문 옆 도로변에 차가 섰다. 앞서 온 버스에서도 산행객이 내리고 있다. 계류에 놓인 다리를 건너 정자 오른쪽으로 나 있는 산행로에 들어서는 것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어제 내린 비 때문에 계류의 물도 많이 불었지만 올라가는 길에도 물이 조금씩 흐르며 질척거린다. 산행을 시작한지 채 10분도 안 되어 바위지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잠깐 뒤들 돌아보니 아까 버스에서 내렸던 도로 위로 석문봉이 빼어난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어제 비가 온 탓에 물이 많이 불었다 [10:04] 

 

▲ 덕룡산 산행 들머리 [10:05] 

 

▲ 어제 내린 비로 길이 질척거린다 [10:08] 

 

▲ 산행 시작한지 10분도 안 되어 시작되는 바윗길 [10:15] 

 

▲ 조금 경사가 급한 길이다 [10:18] 

 

▲ 석문봉: 봉우리 뒤에는 만덕산 들머리가 있다 [10:19]


10:21   첫 번째 밧줄이 설치된 곳에 도착했다. 세 가닥 밧줄이 매어져 있는데 경사도 그렇고 길이도 그저 그렇다. 이후부터는 계속 암릉 산행이 이어졌다. 가끔씩 나타나는 진달래꽃이 어제 내린 비에 힘을 잃었는지 모양이 별로다. 잎이 난 진달래 나무도 많다. 옅은 운무가 깔려 있기는 하지만 시야가 아주 나쁘지는 않다.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봉황저수지의 물빛이 흙색깔이다. 어제 비가 많이 온 모양이다.


▲ 밧줄이 세 개 설치되어 있는 암벽 [10:21]

 

▲ 암릉을 걷고 있는 산행객들 [10:25] 

 

▲ 암릉을 오르는 산행객 [10:33] 

 

▲ 봉황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10:35] 

 

▲ 앞으로 가야할 봉우리 [10:42] 

 

▲ 방금 넘어온 봉우리 [10:45] 

 

▲ 멋있는 수석 작품 하나 [10:51] 

 

▲ 암릉길이 계속 이어진다 [10:54] 

 

▲ 암봉에 올라서 있는 산행객들 [11:01]


11:03   서서히 제대로 핀 진달래꽃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꽃잎의 물기가 마르고 또 고도가 높아지면서 한창 만개한 꽃들이 산행로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 있다. 신록도 만만찮다. 초록색의 향연이라고 할까. 옅은 색에서부터 진한 색까지 풀과 나무에 따라 초록색이 다양하다. 거기에 진달래가 한 몫을 거들고 있다. 정말 아름다운 봄색깔이다.


▲ 진달래가 양쪽으로 피어 있는 길 [11:03] 

 

▲ 여기는 진달래꽃밭이네 [11:05] 

 

▲ 진달래꽃 속으로 들어갑니다 [11:07] 

 

▲ 내려가는 암벽길 [11:08] 

 

▲ 암벽 아래로 길이 나 있다 [11:12] 

 

▲ 진달래꽃 뒤로 봉황저수지가 보인다 [11:13]

 

▲ 진달래꽃이 지천이다 [11:15] 

 

▲ 지나온 암봉들 [11:20] 

 

▲ 날카로운 바위를 오르고 있는 산행객들 [11:20]


11:21   소위 '셀카'라는 것을 한 번 찍어보았다. 짧은 거리 때문에 얼굴 모습이 아주 이상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런대로 볼 만하다. 앞으로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을 때에는 종종 시도해보아야겠다. 암릉길은 계속 이어졌다. 진달래가 바위와 어우러지고 다시 운무와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옛날 신선이 걷던 길이 이런 길이 아니었을까.


▲ 처음 찍어본 셀카 [11:21] 

 

▲ 가야할 능선 [11:26] 

 

▲ 진달래와 바위 [11:29] 

 

▲ 진달래와 바위 [11:30] 

 

▲ 진달래와 운무 [11:38] 

 

▲ 진달래와 바위 [11:39] 

 

▲ 밧줄이 설치된 곳 [11:39] 

 

▲ 다른 회원이 찍은 내 뒷모습 [11:41]

 

▲ 동봉으로 올라가는 길 [11:42]


11:44   해발 420m의 동봉에 올랐다. 동봉에서 덕룡산 정상인 서봉까지는 불과 280m의 거리이지만 오늘 코스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부분이다. 물론 길이 조금 험한 곳에는 손잡이와 발판, 밧줄 등이 잘 설치되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그 지역을 통과할 수 있다. 작은 암봉을 오르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워낙 이름 있는 산이다 보니 산행객들이 많다.


▲ 해발 420m의 동봉에 있는 이정표 [11:44] 

 

▲ 암봉을 통과하고 있는 회원들 [11:45] 

 

▲ 손잡이를 잡고 절벽지대 통과 [11:47] 

 

▲ 뒤에 있는 것이 덕룡산(서봉) [11:48] 

 

▲ 운무에 싸인 암봉 [11:52] 

 

▲ 급경사 암벽지대 [11:55]

 

▲ 나도 같이 한 번 찍고 [11:55] 

 

▲ 추락사고 발생지점 안내판 [11:58] 

 

▲ 암봉을 오르고 있는 산행객들 [11:59] 

 

▲ 암봉을 오르다가 한 장 [12:00]

 

▲ 지금까지 걸어온 암릉 [12:02]


12:04   덕룡산으로 불리는 해발 432.9m의 서봉에 올랐다. 표지석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그냥 셀카로 한 장 찍고 정상을 떠나 작천소령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도 진달래가 많다. 바위 틈에 다소곳하게 피어 있는 놈은 그것대로, 사면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것들은 또 그것들대로 보기에 좋다. 꽃이 아름답게 보이면 나이가 들었다는 표시라는데......


▲ 덕룡산(서봉)에서 [12:04] 

 

▲ 덕룡산(서봉)에 있는 이정표 [12:04] 

 

▲ 진달래와 바위 [12:05] 

 

▲ 진달래와 바위 [12:10] 

 

▲ 진달래와 바위 [12:12] 

 

▲ 진달래와 바위 [12:14] 

 

▲ 진달래와 바위 [12:17] 

 

▲ 진달래와 바위 [12:20]

 

▲ 진달래와 바위 [12:22]


12:22   수양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를 지나자 다시 암릉길의 연속이다. 이곳은 산의 규모는 작지만 암봉이나 암릉의 아름다움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마치 설악산의 용아장릉이나 공룡능선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 그래서 걷는데 큰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온갖 수려한 바위들을 실컷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강산이 참 아름다운 나라다.


▲ 수양마을 갈림길 삼거리 이정표 [12:22] 

 

▲ 앞으로 걸어가야 할 암릉 [12:24]

 

▲ 바위 사이로 길이 다 나 있다 [12:30] 

 

▲ 한 폭의 수석전시장 [12:41] 

 

▲ 앞으로 넘어야 할 봉우리 [12:42] 

 

▲ 방금 넘어온 봉우리 [12:43] 

 

▲ 방금 넘어온 봉우리 [12:45] 

 

▲ 진달래와 바위 [12:48] 

 

▲ 진달래와 바위 [12:48]


12:49   빨간 동백꽃이 나를 반겨준다. 동백꽃도 보기에 좋다. 5분 정도 더 걸은 다음 봉양제와 수양관광농원이 잘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에 앉아 찹쌀떡과 사과로 점심을 먹었다. 서봉에서 1.2km 떨어진 곳에서 수양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바위가 없는 억새능선이다. 첨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났다. 커다란 동백나무가 꽃을 잔뜩 매달고 나를 반겨준다.


▲ 빨간 동백꽃이 나를 반긴다 [12:49] 

 

▲ 조물주가 만든 작품 [12:53] 

 

▲ 점심을 먹은 곳에서 내려다본 봉양제와 수양관광농원 [12:55] 

 

▲ 수양마을 가는 길 삼거리 이정표 [13:11] 

 

▲ 바위가 없는 부드러운 길 [13:12] 

 

▲ 첨봉 가는 길 삼거리 이정표 [13:24] 

 

▲ 동백꽃도 활짝 폈다 [13:39] 

 

▲ 진달래와 바위 [13:43] 

 

▲ 덕룡봉 오르기 전 진달래 꽃밭 [13:52] 


13:53   해발 472m의 주작산 덕룡봉에 올랐다. 아까 지나온 동봉과 서봉이 덕룡산이라는데 덕룡봉은 또 뭔지 모르겠다. 그것도 주작산 덕룡봉이다. 덕룡봉에서 내려가는 길, 왼쪽 지능선의 바위들이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솟아 있다. 하얀 때죽나무 꽃이 흐드러진 곳을 지나 임도에 내려섰다. 여기서는 왼쪽으로 감아도는 임도를 따라 주작산 쪽으로 갈 수도 있고 오소재에서 연결되는 암릉으로 오른 다음 왼쪽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당연히 능선 쪽으로 올라갔다.

 

진달래와 바위들이 잘 어울린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계속 전개되었다. 7분 정도 걸어 주능선에 올랐다. 오른쪽은 오소재로 이어지는 능선인데 여기도 만만찮은 바윗길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오소재 쪽 암릉길은 다음에 걷기로 하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진달래와 바위가 잘 어우러진 작은 암봉을 지나니 다시 임도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다.


▲ 주작산 덕룡봉에서 [13:53] 

 

▲ 덕룡봉을 내려오며 바라본 왼쪽 풍경 [14:00] 

 

▲ 때죽나무 뒤로 오소재 쪽 암릉이 보인다 [14:07] 

 

▲ 임도에 있는 이정표 [14:09] 

 

▲ 임도에서 능선으로 오르며 바라본 오른쪽 풍경 [14:16] 

 

▲ 오른쪽은 오소재로 가는 길 [14:16] 

 

▲ 진달래와 바위 [14:18] 

 

▲ 진달래와 바위 [14:19] 

 

▲ 진달래와 바위 [14:20] 


14:29   다시 임도에 내려섰다. 감아도는 임도 사이로 야트막한 능선이 시작되는데 주작산으로 올라가는 산행로가 시작되고 있었다. 무슨 나무인지 모르겠는데 껍질이 하얀 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곳을 지나 계속 올랐다. 오른쪽으로 오소재에서 뻗어오른 암릉이 무딘 톱날처럼 펼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저기도 언제 걸아봐야 할 텐데. 다시 왼쪽으로는 지금까지 걸어온 덕룡산 능선이 활짝 핀 진달래꽃 뒤로 잘 보였다.

 

해발 428m의 주작산 정상에 올랐다. 덕룡산 능선과는 달리 이 주작산 쪽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크게 볼 만한 암봉이나 암릉이 없기 때문이다. 대충 사진 한 장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다시 임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정자도 보인다. 어, 트럭도 보이네. 임도를 따라 트럭이 올라온 모양이다. 주작산 꼭대기도 다녀왔는데 이제 어디로 내려가야 수양관광농원으로 가는 건지 모르겠네.


▲ 다시 임도에 내려섰다 [14:29] 

 

▲ 능선의 아름다운 나무들 [14:36] 

 

▲ 오소재에서 이어지는 능선 [14:48] 

 

▲ 진달래와 덕룡산 능선 [14:54] 

 

▲ 진달래와 덕룡산 능선 [14:55] 

 

▲ 해발 428m의 주작산 정상에서 [14:56] 

 

▲ 봉양제 뒤로 걸어온 덕룡산 능선이 보인다 [14:58]


15:05   주작산 해맞이제단 뒤로 팔각정자가 보인다. 팔각정자에 올라가보니 봉양제 뒤로 오늘 내가 걸어온 덕룡산 능선이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정자 아래에 봉양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저리 가면 수양관광농원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오나? 모르겠다. 그냥 가보자. 7분 뒤에 산불감시초소와 데크 전망대가 있는 곳에 도착했는데 전망대에서는 강진만 쪽이 잘 보였다.

 

초소가 있는 봉우리를 내려오면서 길을 잘못 들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제 돌아갈 수는 없고 봉양마을로 내려가서 수양관광농원까지 걸어가야 한다. 22분 걸려 봉양마을 입구 이정표가 있는 곳에 내려섰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봉양제 쪽으로 걸었다. 삼인마을회관을 지나 봉양제 제방 왼쪽 끝에까지 갔는데 제방 오른쪽으로 돌아가야 할지 왼쪽 산을 가로 질러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리저리 길을 찾다가 제방 못미쳐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어 들어섰다. 제법 뚜렷한 산길이 나 있어 계속 따라 갔더니 봉양제 옆에 쓴 무덤까지 연결되는 길이었다. 길이 끊어졌다. 모르겠다. 없는 길 또 한 번 만들어보자. 대충 수양관광농원 쪽으로 방향을 잡고 숲을 헤치며 나아갔다. 다행히 나무가 꽉 우거지지 않아 그런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키보다 큰 대나무 숲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일반 대나무는 아닌데 조릿대보다는 큰 대나무 숲이었다.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고 대나무 숲을 통과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 대나무 숲의 규모가 작은 것이 아니었다. 좁은 대나무 틈새를 양팔로 헤치며 통과하는데 보통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몇 십 미터를 통과한 것 같은데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4시 30분이 하산 마감시간인데 4시 10분 넘었다. 사방이 대나무라 어디로 가야 이 숲을 벗어날 지 알 수가 없었다. 세상에 산에 다니면서 대나무와 사투를 벌이기는 처음이다.


▲ 주작산 해맞이 제단과 정자 [15:05] 

 

▲ 팔각정자에서 바라본 덕룡산 능선 [15:05] 

 

▲ 데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진만 풍경 [15:12] 

 

▲ 산불감시초소와 데크 전망대 [15:12] 

 

▲ 봉양마을에 내려서면 만나는 이정표 [15:34] 

 

▲ 삼인마을회관 건물 [15:44] 

 

▲ 봉양제 제방 옆 수로 [15:51] 

 

▲ 봉양제의 물이 수로로 흘러내리고 있다 [15:55] 

 

▲ 봉양제에서 바라본 덕룡산 암릉 [15:56]


16:19   마침내 지긋지긋한 대나무숲을 탈출했다. 숲을 벗어나서 뒤를 돌아보니 마치 '죽의 장막'처럼 늘어서 있는 대나무숲이 그렇게 평화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일단 들어서면 수없이 많은 갈레길이 있는 미로로 변하고 만다. 대나무숲 바깥은 잡목을 베어서 널어 놓은 벌목지대였다. 길은 없어도 대나무 숲속과 비교하면 여기는 천국이다. 우선 대나무숲을 헤쳐나오느라고 엉망이 된 셔츠를 갈아입었다.

 

멀리 버스가 서 있는 주차장이 보인다. 왼쪽으로 산에서 내려오는 뚜렷한 길도 보인다. 어디서 저 길을 놓쳤지? 봉양제로 흘러 들어가는 물길이 앞을 가로 막고 있어 등산화를 벗고 보를 건넜다. 보 위로 올라서니 주차장인데 우리 버스가 있는 곳은 도로를 따라 좀 더 올라가야 했다. 버스가 있는 곳에 도착해서 시계을 보니 4시 30분이 조금 넘었다. 간신히 정해진 시간에 도착을 했네.

 

배낭을 버스에 싣고 등산화를 운동화로 갈아 신은 다음 주최측에서 주는 두부찌개를 안주 삼아 소주를 큰 컵에 따라 한 병을 혼자 마셨다. 속이 짜릿하다. 긴장과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기분이다. 주차장 한쪽에서 두릅을 파는 할머니가 있어 만 원어치를 샀다. 집에 가서 아내하고 한 잔 해야지. 5시에 출발한 버스가 영암휴게소와 정읍휴게소를 들른 다음 청주를 향해 내쳐 달려 체육관 앞에 도착한 시각이 9시다. 진달래와 암릉과 운무가 어우러진 덕룡산과 주작산 산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 사투를 벌여 헤쳐나온 대나무숲 [16:19] 

 

▲ 주차장에서 바라본 주작산 [16:39] 

 

▲ 주차장 한켠 버스 옆에서 소주 한 잔 [16:36] 

 

▲ 13번 국도에 있는 영암휴게소 [1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