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경봉 - 고루포기산 산행기
◈ 일시: 2012년 1월 14일 토요일
◈ 장소: 능경봉 1123m 강원 평창 / 고루포기산 1238m 강원 평창
◈ 코스: 대관령 → 능경봉 → 횡계치 → 고루포기산 → 오목골 → 전략촌
◈ 시간: 4시간 11분
◈ 회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안내 산행
07:00 오늘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안내하는 능경봉과 고루포기산 산행에 참가하는 날이다.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은 해발이 1000m가 넘는 산이지만, 산행시점인 옛날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가 해발 832m이기 때문에 산행을 하는데 크게 힘이 들지 않는다. 대관령에서 능경봉을 거쳐 고루포기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백두대간이기도 한데, 특히 겨울에 내린 눈이 쌓여 화려한 설경을 만들어내므로 겨울철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기도 하다.
7시 7분에 청주실내체육관 앞 주차장을 떠난 버스가 서청주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차는 만원이다. 잠을 청해 보지만 역시 오늘도 잠은 오지 않는다. 45분 정도 달린 후 버스가 음성휴게소로 들어갔다. 한겨울이지만 바람이 없고 날은 포근하다. 그런데 영동고속도로에 버스가 진입하자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단골손님인 정체현상이 찾아온 것이다.
영동고속도로는 주말이면 늘 붐빈다. 특히 여름에는 동해바다, 가을에는 단풍, 연말연시에는 해돋이, 겨울에는 스키 등의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강원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정체현상은 더 심하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수도권에서 빠져나온 차들이 고속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거북이 걸음으로 가던 차가 횡성휴게소를 들렀다 나오자 도로가 많이 한산해졌다. 버스는 횡계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옛날 영동고속도로 휴게소로 올라간다.
▲ 중부고속도로 음성휴게소 [07:54]
▲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 [09:52]
10:57 예전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하행휴게소 옆 도로변에 차가 섰다. 왼쪽 상행휴게소 주차장에는 차가 가득하고 도로변에 선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연신 선자령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대신 능경봉 쪽으로 가는 사람은 그에 비해 그리 많지 않았다. 눈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가 있고 그 아래에는 풍력발전기 날개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 대관령 하행휴게소 옆 도로변에 하차 [10:58]
▲ 해발 832m의 대관령은 평창군과 강릉시의 경계다 [10:58]
▲ 눈밭 사이로 길이 나 있다 [11:00]
▲ 대관령의 명물 풍력발전기 [11:01]
▲ 고속도로 준공기념비와 이정표 [11:02]
▲ 고색창연한 이정표 [11:02]
▲ 이 지역은 한 번 내린 눈은 겨울내내 녹지 않는다 [11ㅣ06]
▲ 능경봉 위로 구름이 흐르고 그 위에 해가 빛나고 있다 [11:09]
▲ 새로 만든 이정표 [11:10]
▲ 잘 닦여진 길 끝이 삼거리다 [11:10]
11:12 제왕산으로 가는 길과 능경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는데 능경봉까지 거리가 1.1km라고 적혀 있다. 제왕산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보기로 하고 오늘은 예정된 코스인 능경봉 쪽으로 들어섰다. 온통 눈밭이지만 이미 사람들이 다닌 길이 잘 나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앞서 가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25분 정도 걸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섰고 다시 5분 정도 오르자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대가 나타났다. 강릉 시내와 동해바다가 보이고 골골이 눈이 하얀 산릉들이 보이는 조망처였다. 해발 1000m 정도의 높이에서 바라보는 강원도의 산세는 대단하다. 웬만한 산은 거의 다 1000m가 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전망대에서 능경봉 정상은 지척이었다.
▲ 삼거리에 있는 이정표 [11:12]
▲ 열을 지어 걷고 있는 산행객들 [11:12]
▲ 보호용 밧줄이 눈과 가깝다 [11:27]
▲ 한 봉우리에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산행객들 [11:36]
▲ 강릉 시내와 동해 바다가 잘 보이는 전망대 [11:41]
▲ 전망대에서 능경봉으로 가는 길 [11:41]
▲ 멀리 강릉 시내와 동해 바다가 보인다 [11:43]
▲ 강원도 산세는 대단하다 [11:43]
11:45 해발 1123m의 능경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표지석 글자가 다 안 보이는 것을 보니 눈이 많이 오기는 온 모양이다. 사방을 둘러본 후 고루포기산으로 이어지는 전망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상에서 8분 정도 걷자 오른쪽에 눈에 덮인 행운의 돌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내문을 보니 백두대간을 걷는 분들의 안녕과 행운을 기원하고자 쌓았다고 한다.
눈밭 사이로 길은 계속 이어지는데 바람이 불지 않고 포근해서 걷기에 매우 좋다. 왼쪽 아래로 영동고속도로가 보인다. 제1터널 위를 지나가는 횡계치가 가까워진 모양이다. 단체 산행객을 만났다. 이 대관령 지역은 눈이 많아 겨울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먼 거리와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설경을 보기 위해 힘을 쏟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이다.
▲ 정상 표지석이 눈에 묻힌 능경봉 정상에서 [11:46]
▲ 해발 1123m의 능경봉 정상에 서 있는 이정표 [11:46]
▲ 옛날 냄새가 풍기는 이정표 [11:52]
▲ 눈에 덮인 행운의 돌탑 [11:54]
▲ 능선을 따라 눈길은 계속 이어지고 [12:06]
▲ 여기도 사람들이 많다 [12:22]
▲ 영동고속도로가 아래로 보인다 [12:29]
▲ 횡계치로 향하고 있는 산행객들 [12:29]
12:48 왕산골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샘터에 이정표가 서 있다. 다져진 눈 위로 길은 계속 이어지고 발 밑에서 눈이 밟히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샘터 이정표에서 23분 정도 걸어 또 이정표를 만났는데 여기서도 왕산골로 내려갈 수 있다. 산행로 오른쪽에 있는 연리지를 지나 10분 정도 걸었더니 전망대 데크가 나왔다. 전망대에서는 선자령 쪽이 잘 보였다. 작년에 운무 때문에 코배기도 못 보았던 풍력발전기가 여기서도 잘 보인다.
▲ 샘터에 있는 이정표 [12:38]
▲ 샘터를 지나 고루포기산으로 [12:39]
▲ 왕산골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3:01]
▲ 산행로 오른쪽에 있는 연리지 [13:19]
▲ 버들골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3:22]
▲ 선자령이 조망되는 전망데크 [13:30]
▲ 전망 데크에서 바라본 선자령 방면 [13:30]
▲ 전망 데크에서 바라본 대관령면 방향 [13:30]
▲ 나뭇가지 사이로 능경봉이 보인다 [13:32]
13:43 오목골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고루포기산 정상까지 500m 거리라고 적혀 있다. 잠시 후 지르메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을 지나고 오목골 갈림길에서 15분 걸려 해발 1238m의 고루포기산 정상에 올랐다. 잡목 때문에 정상에서의 조망은 별로였다. 고루포기산에서 곧장 가면 백두대간 코스인 닭목령으로 내려가게 된다.
14시 6분에 오목골 하산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로 다시 돌아와서 오목골 쪽을 방향을 잡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곡 왼쪽 사면을 따라 하산길이 나 있는데 경사가 심한 곳도 많고 쌓인 눈 때문에 미끄러워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 앞에 늘어선 단체산행객 선두가 겁이 많은지 거의 기다시피 하며 내려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려러니 하면서 뒤를 따라 갔으나 운행속도가 너무 느려 차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맨 앞에 가는 분 잠깐 피했다 가지요. 뒤에 사람들이 많이 밀렸는 데요.' 결국 참지 못하고 내가 소리를 질렀다. 그런 식으로 몇 십 미터 운행을 한 후 계곡에 내려서서 건너가게 되었다. 계곡물은 얼어 붙어 빙판이었는데 내가 그 문제의 선두를 추월하려고 걸음을 빨리 하다 그만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순간 잠시 정신을 잃었다.
곧 정신이 들기는 했는데 주위 사람들이 '잠시 앉아서 쉬었다 오세요.' 라는 말을 해준다. 어디 아픈 데가 없나? 왼쪽 뺨이 얼얼하다. 만져보니 뼈도 아프고 입을 벌리는 데에도 통증이 있다. 아이고, 내가 벌을 받았구나. 아까 그 선두에게 한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냥 천천히 따라 갔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걸음을 옮겨 보았다. 다행히 다리는 이상이 없네.
▲ 오목골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3:43]
▲ 오른쪽으로 능경봉이 보인다 [13:56]
▲ 해발 1238m의 고루포기산 정상에 있는 이정표 [13:58]
▲ 오목골 하산길 [14:14]
▲ 오목골 하산길 정체 현상 [14:22]
▲ 오목골 급경사 내리막길 [14:26]
▲ 길이 미끄러워 정체 현상은 계속 되고 [14:29]
14:57 산행안내도가 서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에 도착했다. 눈이 치워진 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왼쪽에 이정표가 서 있는데 고루포기산 정상과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오목골을 이용하지 않고 고루포기산 정상 200m 전에 있던 지르메 갈림길로 내려오면 이곳과 연결되는 것이었다. 즉, 계곡을 통하지 않고 능선을 따라 내려올 수 있는 것이었다. 능선을 따라 내려왔다면 빙판에서 넘어지는 일도 없었을 텐데.
전략촌 마을에 서 있는 버스에 도착하니 서너 명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아까 넘어진 후유증으로 왼쪽 뺨이 많이 불어났고 왼쪽 옆구리 뼈가 몹시 아팠다. 아내가 싸준 누룽지밥을 보온경에서 꺼내 먹는데 왼쪽 턱이 아파 씹기가 어려울 정도다. 간신히 밥을 넘기고 산악회에서 비닐하우스에 마련한 간이식탁으로 가서 김칫국에 밥을 말아 또 먹었다.
4시 30분에 버스가 출발했다. 횡계나들목에서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한 버스가 횡성휴게소와 음성휴게소에 잠깐씩 들른 것 외에는 계속 청주를 향해 달렸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잠깐 차가 밀리기는 했지만 크게 막힘이 없이 달릴 수 있었다. 8시에 청주에 도착하는 것으로 산행은 끝이 났는데, 산에서는 절대로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커다란 교훈을 실감한 의미있는 산행이었다.
▲ 산행안내도 왼쪽으로 시멘트 포장도로가 보인다 [14:57]
▲ 눈이 잘 치워진 도로 [14:58]
▲ 능선을 따라 고루포기산으로 올라가는 길 이정표 [14:59]
▲ 도로 오른편에 설치되어 있는 황태덕장 [15:04]
▲ 산행 종점이 가까워졌다 [15:06]
▲ 여러 종류의 안내판이 서 있는 오목골 입구 [15:08]
▲ 전략촌 마을에 주차되어 있는 버스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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