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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11.05.15. [한국 100名山 93] 경기 가평 석룡산→화악산

by 사천거사 2011. 5. 15.

석룡산-화악산 산행기

◈ 일시: 2011년 5월 15일 일요일
◈ 장소: 석룡산 1150m / 화악산 1450m / 경기 가평 북면  
◈ 코스: 삼팔교 → 잣나무숲 → 석룡산 → 쉬밀고개 → 중봉 → 조무락골 → 삼팔교
◈ 시간: 6시간 44분


 


옛부터 화악산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정중앙으로 알려져 왔다. 우리나라 지도를 볼 때 전남 여수에서 북한 중강진으로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선이 국토자오선(동경 127도 30분)이다. 그리고 북위 38도선을 그으면, 두 선이 만나는 곳이 바로 화악산 정상이다. 평북 삭주에서 경남 울산으로, 백두산에서 한라산으로 선을 이었을 때 그 두 선의 교차점도 화악산에서 만난다.

 

옛날 운악산, 송악산, 관악산, 감악산과 함께 경기 오악이었던 화악산은, 풍수상으로도 조선의 심장에 해당하는 대길 복지 명당으로 전해오고 있다. 또한 6.25 이후 입산금지구역으로 묶여 민간인 출입이 전혀 안되고 있는 화악산 정상을 옛날에는 신선봉으로 불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화악산 정상은 국립지리원 발행 지형도에도 중봉이라 되어있고 이곳에서 여러 대를 이어 살아온 토박이 주민들도 가운데 중(中) 자를 써서 '중봉' 이라 불러 왔다. 화악산은 한북정맥에서 분가해 나왔지만, 오히려 한북정맥 상의 어느 산보다도 광범위하게 많은 산들을 거느리고 있다.


06:20   오늘은 의정부 아들집에 온 김에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이자 경기오악 중 하나인 화악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서울 인근의 산은 서울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휴일에는 오가는 길이 늘 막힌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의정부 민락2단지 아파트를 떠나 퇴계원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가평까지 간 다음 다시 북면에서 75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달렸다. 시간이 일러 그런지 도로에 차가 별로 없어 운행하는데 수월했다.

 

07:50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조무락골 입구 삼팔교에 도착, 용수목산장 앞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산장 주인이 청소를 하다가 나를 보더니 말을 걸어온다. '조무락골은 새들이 내려 앉아 흥겹게 춤을 추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청정지역입니다.' 조무락은 한자로 새 鳥, 춤출 舞, 풍류 樂을 쓰는데 글자 그대로 '새들이 즐겁게 춤을 춘다'는 뜻이다.

 

오른쪽 조무락골을 따라 왼쪽으로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나 있었다. 예상컨데, 마지막 산장이 있는 곳까지는 이런 차도가 이어질 것 같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치 새들이 조잘거리는 것처럼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아직 푸르름이 짙어지지 않은 연록색의 새로 핀 나뭇잎을 보며 혼자 걸어가는 길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조무락 펜션을 지나자 이정표가 나타났다.


▲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삼팔교 [07:51]

 

▲ 삼팔교 옆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07:51]

 

▲ 조무락골과 석룡산 표지판 [07:51]

 

▲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 [07:55]

 

▲ 새가 내려와 즐겁게 춤을 춘다는 鳥舞樂골 [07:58]

 

▲ 펜션 조무락 [08:03]


08:04   중봉으로 가는 길과 석룡산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이르렀는데 석룡산 가는 길이 이정표에는 '등산로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석룡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작은 계류를 따라 나란히 나 있었는데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그런지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혼자 걷는 아침 산길이 조용하다. 가끔 울어주는 이름 모를 산새 소리만 정적을 깨뜨릴 뿐이다. 잣나무 군락지 사이로 임도가 지나가고 있다.


▲ 석룡산과 중봉 갈림길 지역에 있는 이정표 [08:04]

 

▲ 산 아랫쪽은 신록이 한창이다 [08:14]

 

▲ 산행로에 물이 흐르고 있다 [08:19]

 

▲ 돌이 깔려 있는 산행로 [08:34]

 

▲ 산행 중에 만난 야생화 피나물 [08:41]

 

▲ 잣나무숲 임도 [08:50]


08:55   자루목이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에 이정표가 서 있었다. 13분 정도 걸어 삼팔교에서 올라오는 다른 산행로와 만나는 지점에 도착했다. 새로 난 나뭇잎이 파릇거리는 길을 따라 걷다보니 분홍색 진달래꽃 뒤로 화악산 정상과 중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9시 37분, 도마치고개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났다. 도마치고개까지는 거리가 9.8km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이곳에서 석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양쪽에는 얼레지와 노란제비꽃들이 꽃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 자루목이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 [08:55]

 

▲ 산행 중에 만난 홀아비꽃대 [09:02]

 

▲ 삼팔교에서 올라오는 또 다른 길과 만나는 곳 [09:08]

 

▲ 해발이 높아짐에 따라 나뭇잎 색깔이 연해졌다 [09:16]

 

▲ 진달래꽃 뒤로 화악산 주능선과 중봉이 보인다 [09:27]

 

▲ 무슨 움막인가? [09:36]

 

▲ 길 양쪽에 얼레지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09:44]

 

▲ 노란 제비꽃도 군락을 이루었다 [09:45]


09:47   해발 1150m의 석룡산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두 개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혼자 사진을 찍고 10분 정도 걸어 쉬밀고개(방림고개)에 내려섰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조무락골을 거쳐 삼팔교에 이르게 된다. 화악산 중봉으로 가려면 표지판이 '등산로 없음'이라고 가리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 쉬밀고개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헬기장까지는 완만한 오름길인데 길 양쪽이 풀밭으로 온갖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말 그대로 천상의 화원이었다. 화원 사이를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 해발 1150m의 석룡산 정상에서 [09:48]

 

▲ 석룡산 정상 아래서 만난 얼레지와 현호색 [09:50]

 

▲ 돌이 깔려 있는 산행로 [09:55]

 

▲ 쉬밀고개(방림고개)에 있는 이정표 [10:00]

 

▲ 북쪽이고 고산지대라 아직 나무에는 잎이 나지 않았다 [10:14]

 

▲ 쉬밀고개에서 헬기장까지의 야생화 풀밭 [10:17]

 

▲ 쉬밀고개에서 헬기장까지의 야생화 풀밭 [10:20]


10:32   헬기장에 도착했다. 마침 한쪽에 앉아 쉬기에 적당한 바위가 있어 자리를 잡고 앉아 가져간 간식을 먹었다. 헬기장을 떠나 위로 올라가자 군사시설물들이 계속 나타났다. 긴 참호도 있고 벙커도 있고 철제로 된 종도 있다. 오늘 처음 산행객 두 명을 만났다. 중봉 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었다. 전망이 트이면서 화악산 정상의 군사시설물이 보이고, 지금까지 걸어온 능선 왼쪽으로 조무락골이 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 간식을 먹은 헬기장 [10:32]

 

▲ 군사용 참호인 듯 [10:50]

 

▲ 군사용 시설물인 듯 [10:51]

 

▲ 능선을 오르다 바라본 군사시설과 중봉 [11:02]

 

▲ 오른쪽 아래로 조무락골이 보인다 [11:06]

 

▲ 지금까지 걸어온 능선 [11:09]


11:10   북봉에서 바라본 화악산 정상의 군사시설은 규모가 꽤 컸다. 북봉에서는 왼쪽으로 군사도로가 지그재그로 나 있고 그 끝에 응봉이 솟아 있는 모습도 잘 보였다. 군사시설 철책 앞에서 길이 양쪽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어느 쪽으로 갈까 망설이다 왼쪽 철망에 표지기가 하나 걸려 있어 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길은 철책을 따라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만만한 길이 아니었다. 억지로 만들어진 길이라 울퉁불퉁하고 오르내림도 심했다. 산사태가 난 곳은 길이 끊어져 트레버스 하는데 애를 먹었다. 25분 정도 걸린 철책 근무를 마치고 마침내 시멘트 포장도로에 올라섰는데 바로 부대 정문 앞이었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또 다른 부대가 있는데 위병소 초병이 담담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도로 끝에 있는 중봉 안내판을 따라 중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꽤 가파르다. 내 뒤에서 산행객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화악리에서 올라온 사람들인가?


북봉에서 바라본 화악산 정상의 군사시설 [11:10]

 

▲ 북봉에서 바라본 응봉 [11:10]

 

▲ 여기도 얼레지가 피었네 [11:25]

 

▲ 산사태가 나서 길이 끊어진 곳 [11:32]

 

▲ 최근에 포장이 된 듯한 군사도로 [11:37]

 

▲ 포장도로 끝부분에 있는 중봉 안내판 [11:44]

 

▲ 화악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 [11:47]


11:57   해발 1450m의 중봉 정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표지석과 함께 사진을 한 장 찍고 곧바로 정상을 떠나 이정표에 애기봉이라고 적혀 있는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또 하나의 이정표를 만났는데 역시 애기봉이라고 적혀 있다. 애기봉으로 가면 안 되는데, 삼팔교로 가는 길이 이 길이 아닌가? 그런데 가만히 보니 오른쪽으로 어렴풋하게 내려가는 길이 나 있었다. 조무락골로 내려가는 길인 것 같은데 지금은 사람이 다니지 않아 흐릿해진 모양이다. 이 길로 한 번 내려가 볼까? (나중에 알고보니, 삼팔교로 내려가는 길은 애기봉 가는 길로 계속 더 가야 나오게 되어 있었다.)

 

처음은 길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러다가 길이 점점 애매해지다가 결국은 끊어지고 말았다. 이럴 때는, 그냥 개척해서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커다라 바위들이 널려져 있는 곳을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가 않았다. 잘못 발을 디뎌 바위틈에 빠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어쨌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생을 하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나마 가시덤불이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런데 스크리 지대에 피어 있는 저 진달래꽃은 왜 저렇게 아름다운 거지?


▲ 해발 1450m의 화악산 중봉 정상에서 [11:58]

 

▲ 처음에는 흐릿한 사면길이 있었는데 [12:04]

 

▲ 무슨 풀인지 요놈들만 불쑥 잎을 키웠네 [12:17]

 

▲ 온통 바위 천지인 사면길 [12:24]

 

▲ 스크리 지대에 진달래가 만발했다 [12:51]


13:00   천신만고 끝에 조무락골 상류에 내려섰다. 그런데 내려선들 무엇하나, 계곡에 길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면길 개척을 마치자 이번에는 계곡길 개척이 시작되었다. 일단 지형을 살펴보니 왼쪽보다 오른쪽이 경사가 완만한 것 같아 계곡을 건너 오른쪽 사면을 따라 트레버스를 하기 시작했다. 없는 길을 만들어 걷는 것이지만 아까 내려올 때보다는 훨씬 낫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조무락골 상류의 비경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폭포가 계속 이어져있다고 볼 정도로 폭포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저건 뭐야? 흐르는 물 옆에 하얀 덩어리가 있어 가까이 가보니 얼음이었다. 지난 겨울의 얼음이 다 녹지 않고 남아 있었다. 5월 중순에 얼음을 다 보다니, 신기하다. 그런데 길은 왜 안 나타나지. 25분 정도 걸었을 때 멀리 파란색의 이정표가 어렴풋이 보였다. 만세!


▲ 조무락골 상류의 폭포들 [13:01]

 

▲ 조무락골 상류의 폭포들 [13:10]

 

▲ 아직도 녹지 않은 얼음이 있네 [13:15]

 

▲ 조무락골 상류의 폭포들 [13:20]

 

▲ 조무락골 상류의 폭포들 [13:25]

 

▲ 조무락골 상류의 폭포들 [13:27]

 

▲ 조무락골을 왼쪽으로 건너며 [13:27]


13:27   중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곳에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를 보니 내가 내려온 길 쪽은 '등산로 없음'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제대로 내려왔다면 중봉 정상에서 불과 1.6km의 거리이니 30분 정도면 널널하게 내려올 수 있는데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1시간 30분이 걸렸으니 한 시간을 그냥 까먹은 셈이 되었다. 그래도 남들이 볼 수 없는 조무락골 상류의 비경을 보았으니 여한이 없다. 없는 길을 개척하느라고 고생은 했지만 그 만큼의 보상을 받은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부터는 길이 괜찮은 편이라 까먹은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서 부리나케 걸음을 옮겼다. 차를 세워둔 삼팔교까지는 5km의 거리였는데 1시간 8분 만에 주파를 했다. 아침과는 달리 삼팔교 주변에는 관광버스가 여러 대 서 있고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오늘 화악산 산행을 무사히 마침으로써 경기 오악 중에서 송악산만 남게 되었다. 빨리 통일이 되어야 남은 송악산에 가볼 텐데......


▲ 조무락골에서 만난 이정표 [13:27]

 

▲ 석룡산으로 가는 갈이 갈라지는 곳 이정표 [13:46]

 

▲ 복호동폭포 갈림길 이정표 [14:03]

 

▲ 멀리 복호동폭포가 보인다 [14:03]

 

▲ 산장과 음식점이 모습을 드러내고 [14:20]

 

▲ 다시 돌아온 중봉과 석룡산 갈림길 지점 [14:24]

 

▲ 삼팔교 앞에 세워둔 내 차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