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산 산행기
◈ 일시: 2010년 9월 12일 일요일
◈ 장소: 명지산 1267m / 경기 가평
◈ 코스: 익근리 → 승천사 → 명지폭포 → 삼거리 → 정상 → 삼거리 → 승천사 → 익근리
◈ 시간: 6시간 15분
◈ 회원: 평산회원 4명
07:15 오늘은 평산회에서 가평에 있는 명지산으로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명지산은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에 속해 있고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가을 장마가 오늘은 남쪽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북쪽에 있는 산을 대상지로 잡았는데 생각대로 잘 될지 모르겠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신흥고 체육관 앞에 가니 아무도 없다. 곧 홍세영 회원이 도착했고 10분 정도 지나 이규필, 지학근 회원이 도착, 내 차로 출발했다.
명지산을 가려면 일단 가평까지 가야 하는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법, 하남에서 경춘가도를 이용하는 법, 원주에서 춘천을 경유해서 가는 법 등등. 우리는 장호원, 여주, 양평, 청평을 거쳐 가평으로 이어지는 37번 국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예상했던 대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하늘의 구름 색깔이 연해졌다. 마지막 벌초일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들이 많다. 가평에서 391번 지방도를 따라 북면까지 간 다음 다시 75번 국도를 타고 올라갔다. 연인산과 명지산을 올라갈 수 있는 백둔리로 들어가는 길이 왼쪽으로 갈라지고 있다. 통과. 조금 올라가니 익근리다. 마땅히 쉴 곳도 없고 해서 청주에서 여기까지 계속 달려왔다.
11:05 익근리 주차장에는 관광버스가 서너 대 서 있고 승용차도 몇 대 서 있었다. 그러나 어제 연화산주차장처럼 여기도 한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주차장 옆 음식점에서는 모두 가평의 명물인 잣으로 만든 잣막걸리를 팔고 있었다. 익근리생태계감시초소를 지나 포장이 된 도로를 따라 걷는 것으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도로는 왼쪽 계곡을 따라 죽 이어졌다. 일반 관광객들이 종종 보인다. 15분 정도 걸어 승천사 일주문에 도착했다.
▲ 익근리 주차장에 서 있는 내 차 [11:07]
▲ 명지천 위에 놓여 있는 명지교 [11:08]
▲ 익근리 생태계 감시초소 [11:10]
▲ 명지산 정상까지 5.7km이니 먼 거리다 [11:12]
▲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초가 [11:12]
▲ 계곡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걷고 있는 회원들 [11:12]
▲ 멀리 승천사 일주문이 보인다 [11;17]
▲ 명지산 승천사 일주문 [11:19]
11:25 산으로 드는 관문 승천사에는 최근 세운 것으로 보이는 미륵불상이 있었다. 10m 정도 되어 보이는 커다란 불상은 머리가 큰 가분수다. 입술만 붉게 칠해 립스틱을 바른 듯하다. 절은 작고 예스런 분위기인 반면 미륵불만 새하얀 돌이 거대하게 솟아 있어 조화로운 풍경은 아니다. 승천사를 지나도 길은 계속 넓은데 길 위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알고 보니, 도로 오른쪽에 있는 계류가 도로를 따라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도로 왼쪽 익근리계곡에는 크고 작은 폭포와 소에 물이 넘쳐 흐르는데 거의 옥색에 가까웠다. 걷는데 다소 지루하다.
▲ 승천사의 전경 [11:25]
▲ 산행로는 승천사 왼쪽 담을 따라 나 있다 [11:25]
▲ 미륵불 뒤 가운데 절집이 승천사 대웅전 [11:26]
▲ 오른쪽 계류 물이 도로에 흘러내리고 있다 [11:30]
▲ 계류를 건너야 하는 곳도 있고 [11:34]
▲ 수레길이 계속 이어진다 [11:37]
▲ 명지폭포가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11:49]
11:56 명지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왼쪽으로 갈라지고 있다. 그런데 거리가 60m다. 그것도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명지산에 와서 명지폭포를 안 보고 갈 수는 없는 일이라 조심조심 내려갔는데 이런, 물이 불어 폭포 쪽으로 접근이 어려워 폭포가 보이지 않는다. 우째 이런 일이. 폭포 아래 암반으로 흘러내리는 물의 양으로 보아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도 엄청날 것 같은데 그것 참 아쉽네. 쑥떡 한 조각씩을 먹고 출발.
자 이제 삼거리까지 가야 한다.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삼거리인 것 같아 꺾어 들었는데 금방 길이 없어졌다. 이 길이 아닌가벼, 원위치. 다시 도로를 따라 걸어오르기 시작했다. 언제 산행을 시작했는지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30분 이상 완만한 돌길을 계속 걸었다. 물길을 건너고 다리도 하나 건넜다. 이정표가 보인다.
▲ 명지폭포 갈림길에 있는 이정표 [11:56]
▲ 명지폭포 아래를 흐르는 물 [11:59]
▲ 보이지 않는 명지폭포를 아쉬워 하며 [11:59]
▲ 명지폭포에서 올라오고 있는 이규필 회원 [12:08]
▲ 암반 위를 흘러내리는 계류가 폭포가 되었다 [12:13]
▲ 삼거리를 향하여 [12:26]
▲ 파이팅을 외치는 홍세영 회원 [12:34]
▲ 삼거리가 멀지 않았다 [12;39]
▲ 바위벽에 초롱꽃이 피었다 [12:39]
12:41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계곡을 따라 곧장 가는 길은 정상까지 1.8km이고 오른쪽 사면길을 따라 능선에 올라 가는 길은 2.3km이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올라 정상을 거쳐 계곡길로 내려오기로 했다. 도로 오른쪽으로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잘 나 있다. 그러나 그 길은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시던 골고다 언덕길이었다.
작은 계류를 건너면서 경사가 심해지는데 완전 돌길이요 돌계단이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약 6km인데 삼거리에서 정상까지의 2.3km는 해발 고도를 900m 이상 높여야 할 거리였다. 모두 힘이 들어 발걸음이 느려지고 쉬는 횟수도 늘어났다. 비는 오지 않는데 땀이 비오듯 한다. 힘든 사면길을 걸어 능선에 올라서자 길이 평탄해졌는데 이제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단체 산행객들이 많다. 여성들도 많다. 지금은 여성들도 높은 산에 잘 오른다. 하긴 여성 산악인 오은선은 희말라야의 8,000미터급 봉우리 14개를 모두 올랐을라고. 이윽고 평탄한 능선길이 끝나고 다시 魔의 돌계단길이 시작되었다.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라 그런지 호락호락 정상을 내어주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오르는 자에게는 못 당한다. 걷는 자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삼거리에 있는 이정표 [12:41]
▲ 이정표 오른쪽 사면길로 접어들고 있는 회원들 [12:41]
▲ 이 코스에서도 계류를 건너야 하네 [12:49]
▲ 이쪽 코스는 완전히 너덜길이다 [12:55]
▲ 바위가 있는 쉼터에서 휴식 [12:57]
▲ 경사가 심한 돌길이 계속 이어지고 [13:17]
▲ 아무리 힘이 들어도 포즈는 멋있게 [13:28]
▲ 돌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지학근 회원 [13:36]
▲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홍세영 회원 [13:40]
▲ 산허리를 감아돌고 있는 지학근 회원 [13:49]
14:33 정말 힘들여서 해발 1267m의 명지산 정상에 올랐다. 경기도에서 화악산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해발 고도 900m 정도를 계속 올라왔으니 힘이 들만도 하다. 정상 왼쪽에 있는 암봉에 정상표지석이 있었다. 그런데 비가 오는 바람에 잔뜩 기대했던 조망이 사라졌다. 이렇게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특히 자연현상은 사람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것이다.
정상 한쪽 바위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평산회 점심은 늘 소박하다. 김밥과 김치, 막걸리 한 통이 전부다. 비가 오는 탓인지 정상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뜨문뜨문하다. 점심을 먹은 다음 곧바로 하산에 들어갔다. 원래는 명지2봉 쪽으로 가다 계곡길로 내려오기로 했으나 등산화를 벗고 물길을 건너야 한다기에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하산길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은 아무래도 올라오는 길보다는 걷기에 쉽다. 중간에 한 번 쉬고 정상에서 도로까지 계속 걸었다. 이규필, 지학근 회원은 조금 뒤에서 내려오는 모양이다.
▲ 명지산 정상에 있는 이정표 [14:33]
▲ 명지산 정상 표지석과 함께: 홍세영, 지학근 회원 [14:36]
▲ 명지산 정상에서 이규필, 지학근 회원과 [14:36]
▲ 해발 1267m의 명지산 정상에서 [14:36]
▲ 비와 운무 때문에 조망이 엉망이다 [14:36]
▲ 정상 한쪽 바위 아래에서 점심을 먹는 중 [14:54]
▲ 하산길에 만난 계류 [16:11]
16:17 다시 익근리계곡 삼거리에 내려섰다. 이제부터는 평탄한 길이다. 고난의 길은 끝이 나고 순탄한 앞길이 펼쳐져 있다. 비는 계속 조금씩 내린다. 오른쪽 명지천 익근리계곡은 물이 더 많아졌다. 하얀 포말을 이루며 우렁차게 흘러내린다. 물이 원래 무슨 색인가? 하얀색인가? 아니다. 그런데 왜 흘러내리는 물이 빨간색도 아니고 파란색도 아니고 하얀색인가? 나도 모르겠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하늘에 파란 기운이 감돌더니 순식간에 하얀 구름이 벗어지면서 파란 하늘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자연의 조화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 삼거리에 있는 이정표 [16:17]
▲ 비가 온 끝이라 골짜기마다 폭포가 생겼다 [16:18]
▲ 하얀 물보라가 일어나고 있는 익근리계곡 [16:27]
▲ 작은 폭포가 많은 익근리 계곡 [16:32]
▲ 쏟아지는 물줄기가 힘차다 [16:33]
▲ 명지천 익근리계곡에서 [16:34]
▲ 왼쪽 계류도 폭포가 되었다 [16:45]
▲ 여뀌꽃이 피어 있는 길 [16:48]
▲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하늘이 맑게 개었다 [16:48]
17:04 아침에 그냥 지나쳤던 승천사에 들렀다. 오전과는 달리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보이는 미륵불의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일단 젖은 옷을 갈아 입었다. 잠시 후에 이규필, 지학근 회원이 도착했다. 청주에 가서 저녁을 먹기는 시간적으로 너무 늦을 것 같아 주차장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명지산 아래촌' 식당에 들러 두부전골과 막걸리 한 병을 시켜 시장한 김에 아주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청주로 가는 빠른 길을 이리저리 수소문 한 끝에, 결국 춘천으로 가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남원주까지 간 다음 귀래, 충주, 음성을 경유해서 가기로 했다. 거리는 조금 멀지만 그 코스가 차가 가장 밀리지 않을 거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소통이 월활한 도로를 쉬지 않고 달려 청주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다 되었다. 오늘 산행은 해발고도 900m를 계속 쳐올리는 힘든 산행이었지만, 가을비 속에서 체력을 맘껏 단련한 의미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 승천사의 미륵불 [17:04]
▲ 승천사 일주문 [17:11]
▲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명지천 [17:11]
▲ 다시 돌아온 익근리 주차장 [17:21]
▲ 저녁을 먹은 식당 명지산 아래촌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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