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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경남山行記

2011.01.22. [경남山行記 19] 경남 함양 오봉산

by 사천거사 2011. 1. 22.

오봉산 산행기

 일시: 2011년 1월 22일 토요일 

 장소: 오봉산 879m / 경남 함양   

 코스: 팔령재 → 832봉 → 875봉 → 오봉산 → 옥녀봉 → 24번 국도 

 시간: 5시간 1분  

회원: 평산회원 3명


 


07:00   오늘은 평산회에서 함양에 있는 오봉산으로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오봉산은 지난 달에 평산회에서 다녀온 삼봉산 맞은 편에 있는 산으로 24번 국도가 그 사이를 가르고 있다. 교사라는 직업이 방학 중에는 학기 중보다 더 한가해야 하는데 그 반대가 더 흔하다. 이번 방학에도 회원들마다 일이 있어 달랑 3명이 이번 산행에 참가하게 되었다. 

 

신화아파트 앞에서 김지홍 회원이 타고 공단오거리에서 박운용 회원이 합류했다. 날은 적당히 흐려 있고 공기는 차다. 이놈의 한파가 물러갈 때도 되었는데 도무지 꿈쩍을 하지 않는다. 날씨에 관해서는, 옛부터 내려오던 과학적 상식이 물 건너 간지 벌서 오래다. 모두 우리 인간의 업보요, 자업자득이다. 서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함양 쪽으로 달렸다.

 

08:23   덕유산휴게소에 들러 쌍화차를 한 잔씩 마셨다. 지난 주 토요일에도 거제도 가다가 여기에 들러 똑같은 쌍화차를 마셨는데. 휴게소 출발, 연일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 때문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주변은 거의가 흰색이다. 함양갈림목에서 88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지리산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37번 지방도를 타고 인월면소재지까지 온 다음 24번 국도를 따라 함양 쪽으로 달리다 팔령재에서 좌회전해서 성산 흥부마을로 들어갔다.


▲ 대전-통영고속도로 덕유산휴게소 [08:24]


09:25   성산 흥부마을로 들어가는 길에는 흥부마을을 알리는 안내판이 곳곳에 서 있었다. 마을에 있는 적당한 공터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한 다음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일을 하시는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었더니 오른쪽 도로로 올라가라고 한다. 마을 맨 오른쪽에 있는 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니 흥부가 눈비가 많이 와서 산제바우까지 못 갈 때에는 이곳에서 산에 절을 하였다는 '독배기' 안내판이 나타났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길을 잘못 든 것 같다. 지도를 꺼내 살펴보니 올라오던 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 지능선에 올라붙어야 하는데 그 길을 놓친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밭을 가로질러 사면을 올라 지능선과 만났다. 길이 뚜렷하고 표지기도 있어 분명한 산행로였다. 급경사 언덕을 올라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성산마을이 아래로 보이고 그 뒤로 지난 달에 다녀온 삼봉산 주능선이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성산 흥부마을(출생지)

 

인월면 성산리와 아영면 성리는 흥부와 관련된 마을인데, 내용인즉 성산마을은 흥부가 출생한 곳, 성리마을은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나 유랑 끝에 정착하여 복을 누리고 살았던 곳이라는 것이다. 성산리는 남원과 함양을 잇는 팔령치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다. 고대소설 『흥부전』과 판소리 「흥부가」에 “전라도는 운봉이요, 경상도는 함양이라. 운봉・함양 두 얼품에 홍보가 사는지라……” 라는 대목이 운봉과 함양 사이에 있는 성산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성산리에는 흥부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연비봉, 화초장 바위, 흥부네 텃밭, 연하 다리 등의 지명이 있고, 성산리에 전해오는 박첨지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흥부전』과 비슷하다.


성리 흥부마을(발복지)

 

이곳은 흥부가 부자가 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덕을 베풀며 살았다고 하는 박춘보 설화가 내려오는 곳으로 아영면에 속해 있는 곳이다. 아영면 성리에는 『흥부전』에서 놀부가 아우가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흥부를 찾아가는 대목 중에 나오는 고향 근처 한 곳에 당도하니 촌명은 복덕”에 나오는 지명 복덕과 같은 복덕촌(복성)이 있다고 한다. 성리에도 『흥부전』을 연상시키는 인물로 ‘춘보’라는 사람의 얘기가 전해오는데, 가난 끝에 부자가 되었다든지, 선덕을 베풀었다든지 하는 인생역정이 흥부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성산마을처럼 화초장 바위, 허기재 등 흥부전의 내용과 관련된 땅 이름이 많이 남아 있다.


▲ 성산 흥부마을에 주차하고 산행준비 중 [09:28]

 

▲ 독배기에서 밭을 가로질러 능선으로 [09:46]

 

▲ 지능선을 향해 사면을 가로지르고 있는 회원들 [09:49]

 

▲ 지능선에 나 있는 뚜렷한 길을 따라 [09:54]

 

▲ 뒤돌아서서 바라본 성산마을 [09:57]

 

▲ 뒤돌아서서 바라본 삼봉산 능선 [09:57]

 

▲ 주능선을 향해 지능선을 오르고 있는 회원들 [10:07]


10:18   주능선이 시작되는 832봉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했다. 능선에는 눈이 쌓여 있었지만 앞서 지나간 사람들이 다져놓아 걷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2주 전 일본에 갔을 때에는 유명하다는 다이센을 오른 사람들이 없어 쌓인 눈 때문에 우리 팀도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는데, 우리나라의 이 산은 그리 유명하지 않는데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바닥이 반들반들하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산에 대한 열정은 가히 세계적이다.


▲ 오봉산 주능선에 올라 휴식 중 [10:19]

 

▲ 눈이 있지만 걷기에는 좋다 [10:25]

 

▲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다 [10:34]


10:36   오불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이정표가 서 있는데 사방이 확 트인 전망대였다. 흐린 하늘 아래 삼봉산 주능선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이 보이고 앞으로 가야할 오봉산의 봉우리들이 잘 보였다. 오봉산 정상으로 가던 도중 앞서 가던 5명의 산행객을 만났다. 뭘 먹으려는지 작은 봉우리에서 자리를 펴는 그들을 앞질러 계속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이윽고 정상표지석이 있는 봉우리가 보인다. 정상 100m 전에는 오불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었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삼봉산 주능선 [10:36]

 

▲ 전망대에서 오봉산 암봉을 배경으로 [10:37]

 

▲ 오봉산 암봉을 배경으로 박운용 회원과 [10:37]

 

▲ 전망대에 있는 이정표: 오불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진다 [10:38]

 

▲ 눈이 쌓인 주능선 산행로 [10:40]

 

▲ 오봉산의 봉우리들 [10:42]

 

▲ 계단지역을 내려오고 있는 회원들 [10:47]

 

▲ 정상표지석이 가물거린다 [11:06]

 

▲ 오봉산 정상 아래에 있는 하산길 이정표 [11:11]


11:15   해발 879m의 오봉산 정상에는 멋진 표지석이 있고 오봉산을 상산(霜山) 또는 서리산이라고 한다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오봉산 정상은 천혜의 전망대였다. 사방이 막힘이 없어, 삼봉산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지나온 875봉도 잘 보이고 앞으로 가야할 옥녀봉 쪽 능선이 시원하게 뻗어 있는 것도 보였다. 실컷 조망을 한 다음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사진을 찍고 옥녀봉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정상에서 바라본 875봉 [11:16]

 

▲ 오봉산 정상에서 김지홍 회원 [11:17]

 

▲ 오봉산 정상에서 김지홍, 박운용 회원 [11:17]

 

▲ 오봉산 정상에서 회원 모두 함께 [11:18]

 

▲ 정상에서 조망 중인 박운용 회원 [11:19]

 

▲ 뒤에 솟아있는 봉우리가 옥녀봉 [11:19]

 

▲ 가재골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이정표 [11:34]

 

▲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 [11:39]


11:49   헬기장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넓은 평지가 있고 이정표가 오른쪽으로 하산길로 가리키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갔는데 옥녀봉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진짜 하산길이다. 다시 돌아오다 보니 발자국이 많이 나 있는 길이 또 나타났다. 무작정 그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그런데 이게 뭐람, 중간에 발자국이 없어지며 길이 끊어지고 말았다. 허걱!

 

지형을 살펴보니 아까 평지에서 왼쪽에 있는 능선으로 가야했는데 그만 오른쪽으로 잘못 내려온 것이었다. 방법은?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이 내려왔으니 왼쪽 능선으로 길을 개척해서 올라붙는 수밖에 없었다. 눈이 쌓인 급사면을 내려갔다. 눈이 없었다면 내려가기 힘든 길이었을 것이다. 간신히 계곡에 내려와 다시 왼쪽 능선으로 붙기 위해 사면을 오르기 시작했다.

 

길도 아닌 길을 올라가려니 보통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경사도 급하다. 힘들여 올라 간신히 다시 능선을 찾았는데 모두 기진맥진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지만 산에서는 길을 한 번 잘못 들면 개고생하게 된다. 주능선에 오르니 길은 다시 탄탄대로다. 그나저나 점심은 어디서 먹나? 온통 눈밭이니 서서 먹을 수도 없고. 마침 오른쪽 경사가 약한 사면에 눈이 없는 곳이 있어 점심상을 차렸다.


▲ 눈이 쌓인 넓은 공터에서 [11:49]

 

▲ 지나온 오봉산 암봉을 배경으로 [11:50]

 

▲ 길을 잃고 내려온 계곡에서 다시 능선으로 [12:11]

 

▲ 다시 능선에 올라 기쁨에 젖어 [12:28]

 

▲ 많이 낡은 이정표도 만나고 [12:51]

 

▲ 온통 눈이라 점심 먹을 곳이 없네 [12:55]


13:17   김밥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옥녀봉을 향하여 길을 떠났다. 7분 정도 걸어 오봉산 정상과 삼봉산이 잘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했고, 다시 10분 후에 해발 793m의 옥녀봉에 올랐다. 앙증맞은 표지석이 있는 옥녀봉 꼭대기에서는 천령봉으로 가는 길과 하산길이 갈라지고 있었는데, 천령봉으로 가려던 원래의 계획을 접고 하산을 하기로 했다. 옥녀봉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이라 하산을 하는 데에는 50분 남짓 걸렸다.


▲ 눈이 없는 조금 비탈진 곳에서 점심을 마치고 [13:17]

 

▲ 멀리 지나온 오봉산 암봉이 보인다 [13:24]

 

▲ 전망대에서 바라본 삼봉산 능선 [13:24]

 

▲ 주변을 조망 중인 회원들 [13:25]

 

▲ 옥녀봉에 있는 이정표 [13:34]

 

▲ 해발 793m의 옥녀봉 정상에서 박운용, 김지홍 회원 [13:35]

 

▲ 소나무가 많은 옥녀봉 하산길 [13:54]

 

▲ 오도재로 올라가는 도로 뒤로 지리산 주능선이 보인다 [14:20]


14:27   함양과 남원을 연결하는 24번 국도에 내려섰다. 경남과 전남북을 제외한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에 대한 방제가 여기서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이 별의 별 노력을 다 기울이는 것을 보면 참 세상일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양읍 개인택시를 불러 차를 세워둔 성산마을까지 15,000원을 주고 갔다.


▲ 함양과 남원을 연결해주는 24번 국도 [14:27]

 

▲ 오도재를 넘어 마천으로 가는 1023번 지방도 입구: 맨 뒤가 지리산 주능선 [14:27]


15:33   덕유산휴게소에 들러 음료수를 마셨다. 긴 운전에 졸음이 왔기 때문이다. 운전 중 졸릴 때에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졸음운전이라고 하지 않는가.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차가 많다. 그래도 밀릴 정도는 아니다. 5시 가까이에 청주에 도착했는데, 김지홍 회원이 저녁 약속이 있다 해서 산행 후 회식은 갖지 못하고 오늘 산행의 막을 내렸다 .


▲ 대전-통영고속도로 덕유산휴게소(상행)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