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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백두대간

2008.02.25. [백두대간記 18] 버리미기재→희양성터 들머리

by 사천거사 2008. 2. 25.

백두대간 제18구간 종주기 

◈ 일시: 2008년 2월 25일 월요일  

◈ 구간: 버리미기재 → 장성봉 → 막장봉 삼거리 → 악휘봉 삼거리 → 은티재 → 주치봉 →  구왕봉 →

           지름티재 → 희양성터 들머리   

◈ 거리: 13.2km   

◈ 시간: 7시간 21분


 


06:57  아파트 출발. 이들 동안 한남금북정맥 산행을 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이 붙어, 오늘은 백두대간 한 구간을 다녀오기로 했다. 오늘 산행 계획 구간은 버리미기재에서 시루봉 삼거리까지이지만, 상황을 보아 은티재나 지름티재에서 은티마을로 내려올 수도 있다. 증평, 괴산, 연풍을 거쳐 주진리 은티마을로 가는 길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다니는 차량이 거의 없어 쉽게 운행을 할 수 있었다. 

 

08:00  은티마을 주차장에 도착. 어제 연락을 해서 만나기로 한 송면택시 운전기사 최영철 氏가 벌써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두대간 괴산 근처 산행을 할 때 산행객들이 이 택시를 많이 이용하는데, 참고로 전화번호는 다음과 같다. 사무실: 043-833-8228, 휴대전화: 010-4460-8228. 은티주차장에서 택시는 출발, 쌍곡계곡을 거쳐 버리미기재로 달리는데 이 길에도 평일이라 그런지 다니는 차가 거의 없다. 

 

08:27  버리미기재에 도착. 택시는 나를 떨구어 놓고 다시 오던 길로 돌아갔다. 감시초소는 문이 닫혀 있고 사람은 없다. 오늘은 대통령이 취임을 하는 경축스러운 날이니 혹시 걸려도 봐주지 않을까? 철책 오른쪽으로 돌아 장성봉을 향해 오늘의 산행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드럽던 마사토 산길이 점점 바윗길로 변하기 시작했다. 괴산 쪽 산은 대개가 바위로 된 산이라 암릉길을 많이 걸어야 한다. 

 

맞은편으로 곰넘이봉에서 뻗어 내린 능선이 보이고 그 왼쪽 아래로 대야산 벌바위 주차장이 보인다. 바람이 심하게 불지는 않지만 불 때 마다 바람이 차다. 119구조요청 장성봉 제1지점과 제2지점을 통과하니 팻말이 다 없어진 이정표 철제 기둥이 하나 서 있다. 예전에는 팻말이 다 있었는데 이 코스가 통행금지구역으로 정해진 다음 관리공단에서 모두 없애버린 모양이다. 백두대간의 통행금지구역은 언제 해제되나?


▲ 버리미기재의 모습

 

▲ 장성봉으로 올라가는 마사토 산행길 [08:31]

 

▲ 장성봉은 바위가 많은 산이다 [08:37]

 

▲ 버리미기재 건너편 백두대간 능선 [08:43]

 

▲ 해는 비치나 날은 춥다 [08:44] 


09:15  전망 바위에 올랐다. 사방이 잘 보이니 전망 바위로 손색이 전혀 없다. 멀리 구왕봉과 희양산 암벽이 보이고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니 둔덕산 능선과 대야산이 웅장하게 하늘을 가르고 있다. 대야산, 평생 잊지 못할 산이다. 이유는? 17구간 종주기를 읽어보면 안다. 119구조요청 장성봉 제3지점과 제4지점을 통과한 후 능선에 올랐다. 어허, 능선 위는 온통 눈이었다. 지금까지 없던 눈이 어디서 생겨났지? 애기암봉 갈림길에도 팻말이 없는 이정표 기둥만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다.


▲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본 희양산 암벽

 

▲ 바위산 봉우리들: 맨 뒤가 희양산이다

 

▲ 대야산 주차장 위로 솟아 있는 둔덕산 능선

 

▲ 눈에 덮인 대야산, 평생 잊지 못할 산이다

 

▲ 주능선에는 눈이 그대로 남아 있다 [09:30]


09:38  해발 915.3m의 장성봉 정상에 올랐다. 2006년 5월 15일에 완장리 쪽에서 오른 적이 있다. 눈이 덮인 장성봉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정상 표지석도 있었다. 정상에서는 희양산 암벽과 악휘봉 삼거리에 구왕봉까지 뻗어나간 백두대간 능선이 잘 보였다. 대야산 방면 산봉우리들은 전형적인 겨울산의 모습을 하고 있고. 정상에서 10여분 내려가니 급경사 내리막 얼음길이다. 스틱을 꺼내 사용하기 시작했다. 훨씬 낫다. 다시 오름길을 오르니 이정표에 '장성봉 0.5km, 막장봉 0.7km'라고 적혀 있다.


▲ 장성봉 정상에 있는 삼각점

 

▲ 장성봉 정상 표지석과 함께

 

▲ 장성봉 정상에서 바라본 희양산

 

▲ 장성봉 정상에서 본 백두대간 능선, 오늘 걸어야 할 길이다

 

▲ 장성봉 정상에서 본 대야산 쪽 능선

 

▲ 장성봉과 막장봉 갈림길 중간에 있는 이정표 [10:00] 


10:10  825봉에 있는 막장봉 갈림길에 도착. 왼쪽으로 가면 막장봉이고 백두대간 길은 오른쪽이다. 이제 악휘봉 삼거리까지 5.35km를 걸어야 한다. 눈과 얼음으로 된 능선길이 계속 이어졌다. 바람은 불지 않으나 공기는 차다. 왼쪽으로 눈에 덮인 막장봉이 가깝게 보이고 그 뒤로 쌍곡계곡 위에 군자산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막장봉과 군자산 모두 올랐던 산이다. 봉우리를 하나 넘어가니 왼쪽으로 악휘봉, 오른쪽으로 희양산과 뇌정산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모두 이미 올라본 산이다. 바람은 계속 차갑다. 눈과 얼음으로 덮인 능선길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그나마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 눈이 쌓인 막장봉 [10:36]

 

▲ 멀리 쌍곡계곡 위로 군자산이 우뚝하다 [10:37]


11:05   809봉에서 양갱을 하나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칠보산과 군자산이 보인다. 세상이 조용하다. 오늘은 평일이니 산행객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겨울이 아닌가. 11시 38분에 787봉에 올랐는데 전망봉으로 악휘봉, 구왕봉, 희양산 등이 잘 보였다. 길은 내리막으로 변해 완만한 경사길을 내려가니 반쯤 눈에 덮인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타났다. 착륙장을 지나 계속 오름길을 오르니 이정표가 있는 악휘봉 삼거리에 닿았다.


▲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

 

▲ 787봉에서 본 구왕봉과 희양산 [11:39]

 

▲ 787봉에서 본 악휘봉 능선 [11:39]

 

▲ 헬리콥터 착륙장 [11:52] 


12:18  삼각점이 있는 악휘봉 삼거리에 도착. 앉아 쉬기에 좋은 바위가 층층이 있어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 메뉴는 역시 김밥 한 줄과 물이 전부다. 악휘봉 삼거리에서 조금 내려오니 마분봉 갈림길이 나왔다 [12:33]. 여기서 왼쪽 길을 택하면 마분봉으로 갈 수 있고 은티마을로 내려갈 수도 있다. 백두대간은 오른쪽 길이다.

 

그렇고 그런 암릉길이 계속 이어졌다. 왼쪽으로 은티마을이 내려다 보이는데,  주차장에 세워 놓은 내 차도 보인다. 쓸쓸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급경사 암릉길에 철계단에 설치되어 있다. 산행객들을 위한 배려다. 13시 5분, 잔뜩 흐린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함박눈이 아니라 가루눈이 조금씩 날린다. 비로 치면, 소나기가 아니라 가랑비 정도라고 할까? 어쨌든 눈이 오면 산행은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 악휘봉 삼거리에 있는 이정표

 

▲ 악휘봉 삼거리에 있는 삼각점

 

▲ 악휘봉 삼거리에서

 

▲ 능선에서 내려다 본 은티마을: 주차장에 세워 놓은 내 차도 보인다 [12:56] 


13:09  전망이 좋은 바위에서 사방을 조망했다. 가운데에 방금 내려온 악휘봉 삼거리가 보이고, 그 왼쪽으로는 멀리 장성봉 능선이, 오른쪽으로는 마분봉 능선이 보였다. 눈발이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한다. 앞쪽으로 보이는 주치봉, 구왕봉, 희양산이 내리는 눈 때문에 모습이 뒤로 갈수록 흐릿하다. 밧줄이 드리워진 슬랩 지대를 두어 군데 지나 조금 내려오니 은티재다.


▲ 전망바위에서 본 마분봉 능선

 

▲ 전망바위에서 본 악휘봉 삼거리

 

▲ 전망바위에서 본 장성봉 능선

 

▲ 눈이 내리고 있는 주치봉, 구왕봉, 희양산 [13:16]

 

▲ 제법 긴 슬랩에 밧줄이 드리워져 있다 [13:22]


13:31  은티재에 내려섰다. 오봉정고개라고도 한다. 표지기가 많이 달려있는 왼쪽으로 내려가면 은티마을이 나온다. 오른쪽은 봉암사로 내려가는 길인데 목책을 설치해서 통행을 금지시키고 있다. 희양산 아래의 봉암사는 조계종 수양도량으로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1년에 한 번, 즉 석가탄신일에만 희양산을 오를 수 있다. 은티재에서 주치봉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매우 급했다. 게다가 얼어붙은 얼음 위에 눈이 살짝 덮여 미끄럽기가 그지 없다. 아이젠을 꺼낼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만 두었다. 그냥 한 번 올라보자. 내리는 눈이 양이 점점 많아졌다.


▲ 봉암사 방면으로 목책이 쳐져 있는 은티재 


13:53  해발 683m의 주치봉 정상에 도착. 힘들게 올라왔다. 어느 산악회에서 정상 표지판을 만들어 나무에 묶어 놓았다. 정상을 떠나 조금 내려오니 이정표가 있는 호리골재다. 14시 2분에 호리골재에 도착. 은티마을까지 20분, 구왕봉까지 50분 걸린다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구정봉을 향해 출발. 계속되는 오름길이다. 14시 12분, 위에서 산행객 한 명이 내려온다. 이야, 오늘 같은 날에 산에서 사람을 다 만나다니. 젊은 산행객은 씩씩한 걸음으로 휑하니 내 곁을 지나갔다. 

 

길은 계속 오르막이고 미끄럽다. 할 수 없이 아이젠을 꺼내 착용을 했다. 미끄러지지 않아 걷기에 좋다. 내가 아이젠을 싫어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무릎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등산화 바닥 전체로 땅을 밟으며 걸어야 무릎에 무리가 없는데, 쇠꼬챙이 4개로 지탱하며 걸어야하기 때문에 균형이 맞지 않아 무리가 많이 간다. 호리골재에서 구왕봉 정상까지는 꽤 먼 길이었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다.


▲ 주치봉 정상

 

▲ 호리골재에 있는 이정표 [14:02]


14:57  구왕봉 정상에 올랐다. 작년 2월 4일에 올랐을 때에는 정상 표지 패찰이 걸려 있었는데 지금은 그나마도 없어졌다. 구왕봉이 괴산 35명산에 속하는 산인데 괴산 군청에서는 왜 정상 표지석 하나 마련하지 못할까? 괴산 군청에서는 35명산만 소개할 것이 아니라 그에 걸맞는 시설과 환경을 갖추어 놓아야 한다. 말이나 글로서만 하는 탁상행정이 아니라, 현장을 살피고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행정을 해야한다. 

 

구왕봉에서 지름티재로 내려가는 길에는 가파른 암릉이 여러 곳 있었다. 물론 밧줄이 매어져 있기는 하지만 길이 미끄러워 거의 기다시피 하면서 내려와야 했다. 겨울 산행은 여러 모로 어렵다. 밧줄이 매어져 있는 한 바위 구간을 내려오는데 아래에서 스님 한 분이 올라오고 있다. 이 겨울에 어디를 가시나? 길이 미끄러운데. 보니,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었다. 어허, 이젠 등산화와 아이젠을 스님들도 이용하는 구나. 하긴, 미끄러운데 장사 없지. 구왕봉에서 지름티재까지 내려오는데 30분 이상이 걸렸다. 


▲ 눈이 내리고 있는 구왕봉 정상 


15:32  지름티재에 내려서기 전에 목책 오른쪽에 있는 비닐 움막을 살피니 스님 한 분이 화장을 하러 간다. 아니, 월요일에도 지키고 있는 거야? 지름티재에서 희양산 능선으로 오르는 길을 막아놓고 스님이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 못 가게 하는 것을 억지로 갈 필요는 없지. 오늘은 여기서 하산하고 다음에 희양성터 갈림길에서 다시 시작하자. 눈이 쌓인 길을 따라 은티마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경사가 완만해진 지점에서 아이젠을 벗었다. 벗으니 발이 편하다.


▲ 봉암사 방면으로 목책이 쳐져 있는 지름티재 


15:48  희양성터 갈림길에 도착. 백두대간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4각정자 쉼터가 있고 새로 이정표도 만들어 세웠다. 백두대간 표지기가 모두 희양성터 쪽으로 붙어있다. 정자에 있는 벤취에 앉아 사과를 반쪽 깨물어 먹었다. 속이 시원하다. 희양성터 갈림길에서부터는 산행로도 정비를 해서 넓직하게 만들어 놓았다. 산행로를 따라서 단풍나무 가로수도 심어 놓았다. 벤취도 있고.


▲ 희양성터 갈림길에 있는 이정표

 

▲ 희양성터 갈림길에 있는 4각정자 쉼터 


16:02  호리골재 갈림길에 도착. 역시 정자가 하나 있고 커다란 표지석에 '백두대간 희양산'이라고 새겨 놓았다. 희양산은 스님이 지키고 있어 올라갈 수도 없는데... 조금 내려오니 시멘트 포장도로다. 도로 오른쪽으로 아름다운 은티 팬션 건물이 보인다. 통과. 기와집으로 지은 은티 산장 건물을 지났다. 시멘트 다리를 건너니 오른쪽에 주막이 있고 왼쪽에 성황당이 있다.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걸어가니 왼쪽에 은티마을 유래비와 장승, 보호수로 지정된 멋진 소나무들이 서 있다. 은티마을 주차장은 그 아래에 있었다.


▲ 호리골재 갈림길

 

▲ 호리골재 갈림길에 있는 백두대간 희양산 표지석

 

▲ 은티마을 유래비와 장승, 그리고 보호수들 [16:20]


16:25   은티마을 주차장에 도착. 주차되어 있는 차는 내 차밖에 없다. 눈은 계속 내린다. 차를 돌려 연풍, 괴산, 증평을 거쳐 청주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5분이다. 아내를 불러내어 김천가에서 순대전골로 산행 뒷풀이를 하였다. 오늘 백두대간을 걸어보고 정맥 산행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겨울에 백두대간 산행을 할 때에는 많은 준비와 조심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도 느꼈다. 역시 대간길은 대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