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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대전 둘레山길

2010.11.14. [대전 둘레山길 5] 4구간 닭재→세천고개

by 사천거사 2010. 11. 14.

대전 둘레山길 4구간 

◈ 일시: 2010년 11월 14일 일요일

◈ 장소: 대전 둘레山길 4구간

◈ 코스: 삼괴동 덕산마을 → 닭재 → 곤룡재 → 식장산 → 세천고개 

◈ 거리: 13.6km 

◈ 시간: 3시간 44분 + 25분(접근 시간) 


 

 


08:30   오늘은 대전 둘레산 잇기 4코스인 닭재에서 세천고개까지의 산행을 하기로 했다. 아내에게 함께 가자고 했더니 김장 준비를 해야 한다고 혼자 가란다.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아파트를 출발, 서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고속도로에 차가 많지는 않다. 바깥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대전-통영고속도로 남대전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산행들머리인 삼괴동 덕산마을은 나들목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09:30   삼괴동 덕산마을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닭재로 올라가는 길 입구를 잘 찾지 못하다가 계현산성 안내판이 있는 곳 왼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경로당 건물을 지나면서 산길이 시작되었다. 닭재로 올라가는 길에는 낙엽이 쌓여 있어 늦가을 냄새가 물씬 풍겨 났다. 지난 번 이곳을 내려올 때만 해도 푸른 나뭇잎이 매달려 있던 나무 가지는 이제 거의 모두가 옷을 벗었다. 가는 세월을 누가 막겠는가.


▲ 삼괴동 덕산마을 도로변에 주차 [09:31]

 

▲ 덕산마을 경로당 건물 [09:37]

 

▲ 멀리 닭재가 보인다 [09:38]

 

▲ 닭재로 올라가는 길 이정표 [09:42]

 

▲ 다소 황량한 분위기의 늦가을 산길 [09:49]


09:55   능선에 올랐다. 오른쪽으로 닭재에 있는 정자 지붕이 보인다. 이정표에 식장산까지 6.8km가 남았다고 적혀 있다. 적어도 3시간은 걸어야 할 거리다.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 옆에 기둥이 하나인 정자가 있다. 일주정자? 앞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더니 몇몇 산행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볍게 그들을 앞지른 다음 계현산성의 흔적이 있는 곳을 지나 걸음을 재촉했다.

 

빨간 망개덩굴(청미래덩굴) 열매가 보이더니 곧 작은 봉우리에 양치류가 노랗게 물이 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 참 희한하네. 봉우리에서는 오른쪽으로 멀리 서대산 능선이 잘 보였다. 그런데 아까부터 소나무 색깔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산불에 타서 그런 것이었다. 언제 난 산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흔적이 너무나 뚜렷했다. 사면과 능선을 따라 양치류가 쫙 깔려 있는 것도 바로 산불 때문이었다. 산불, 한 순간의 실수가 너무나 큰 피해를 낳는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계현산성(시도기념물 제24호)

 

대전광역시 동구 삼괴동 닭재 위의 북쪽 봉우리를 감싸고 있는 산성으로, 성의 둘레는 220m이다. 성벽은 대부분 허물어져 있으나 남동쪽의 성벽 일부분은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밑에서 1.8m까지의 성벽은 안으로 약간씩 오므리며 쌓다가 그 위 1.5m 정도의 성벽은 거의 수직으로 쌓았다. 이곳에서 백제의 것으로 보여지는 토기 조각과 기와 조각 등이 발견되어 건물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성안에는 남쪽 성벽 부분에 폭 6∼8m의 평평한 대지가 마련되어 있으며, 북쪽에는 장대로 보이는 시설이 있다. 남쪽벽과 북쪽벽에는 성문터가 보인다.

 

계현산성은 충청남도 금산군 마전 방면의 추정리산성, 금성산성과 연결되어 있어 이곳에서 넘어오는 적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 동으로는 성치산성, 서로는 소호동산성, 사정성, 보문산성으로 통하게 되어 있다.


▲ 능선에 있는 이정표 [09:55]

 

▲ 기둥이 하나로 되어 있는 정자 [09:56]

 

▲ 단체 산행객이 앞에서 올라가고 있다 [10:01]

 

▲ 계현산성의 흔적 [10:03]

 

▲ 망개덩굴(청미래덩굴) 열매 [10:12]

 

▲ 산봉우리의 양치류에 단풍이 들었네 [10:14]

 

▲ 멀리 서대산이 보인다 [10:15]

 

▲ 참혹한 산불의 흔적 [10:17]

 

▲ 능선을 따라 양치류가 지천이고 [10:18]

 

▲ 사면에도 불에 탄 소나무와 양치류만 깔려 있다 [10:18]


10:20   왼쪽으로 멀리 식장산 보인다. 정상부에 송신탑이 있어 멀리서도 금방 확인이 된다. 망덕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급해 밧줄이 매어져 있었다. 14분 걸려 망덕봉에 올랐다. 식장산 5.1km, 곤룡재 1.2km 남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어거지로 사진 한 장 찍고 출발, 고압선 철탑을 지나니 왼쪽으로 대전 시내가 보인다. 그런데 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안 보이지?


▲ 멀리 식장산이 보인다 [10:20]

 

▲ 철 모르는 진달래가 여기도 피었네 [10:22]

 

▲ 대전직할시 산내동 방면 [10:23]

 

▲ 망덕봉으로 올라가는 경사가 급한 길 [10:26]

 

▲ 망덕봉 정상에 있는 이정표 [10:34]

 

▲ 망덕봉 정상에서 [10:35]

 

▲ 고압선 철탑 [10:44]

 

▲ 능선 왼쪽으로 대전 시내가 보인다 [10:47]


10:55   산내터널이라고 지명이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아래로 산내터널이 지나고 있는 곤룡재다. 곤룡재부터는 산불의 화마를 피했는지 낙엽 깔린 길이 제법 가을답다. 11시 15분에 길 옆 바위에 앉아 곶감과 사과로 간식을 먹었다. 기둥이 하나 뿐인 정자를 지나자 고개 아래로 넓은 공간이 있는데 산내초등학교로 가는 길이 갈라지고 또 낭월임도의 종점이기도 한 곳이었다.


▲ 곤룡재에 있는 이정표 [10:55]

 

▲ 낙엽이 깔린 가을 능선길 [10:59]

 

▲ 간식을 먹은 곳의 고사목 [11:20]

 

▲ 벤취에서 한 장 [11:27]

 

▲ 여기도 기둥이 하나 뿐인 정자 [11:34]

 

▲ 낭월임도 종점이자 시작되는 곳 [11:37]


11:38   고압선 철탑을 세 번째 만났다. 철탑을 지나면서 다시 산불의 흔적이 나타났다. 능선과 사면의 소나무와 다른 잡목들이 모두 불에 타 죽은 채 서 있었다. 마치 죽음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간혹 생명력이 강한 놈들은 꼭대기 부분에 새 잎을 피웠다. 자연의 힘은 강하고 위대하다. 사방이 확 트인 전망대에서 한 바퀴 빙 둘러본다. 풍광이 다 다르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제 멋을 간직하고 있다.


▲ 고압선 철탑 뒤로 식장산 한국통신 송신탑이 보인다 [11:38]

 

▲ 아름다운 능선인데 산불의 흔적만 [11:39]

 

▲ 소나무가 모두 타 죽었네요 [11:41]

 

▲ 전망대에서 바라본 식장산 주능선 [11:43]

 

▲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전 시내 방면 [11:43]

 

▲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나온 길 [11:43]

 

▲ 전망대에서 바라본 군서면 방면 [11:44]

 

▲ 분위기가 좀 썰렁하네 [11:50]

 

▲ 오른쪽은 급경사 절벽이다 [11:51]


11:55   동오리 고개, 이정표도 불에 탔는지 바닥에 세워져 있다. 이정표 기둥 마다 붙어 있는 '산불조심'이란 글귀가 무색하다. 왼쪽으로 식장산 정상부가 잘 보인다. 합법적으로 박아 놓은 거대한 쇠말뚝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화마가 할퀴고 간 흉물스런 능선을 지나 약간 가파른 사면을 올라가니 능선인데 구절사로 가는 길과 고산사로 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었다. 고산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동오리고개에 있는 이정표 [11:55]

 

▲ 가을 하늘 아래 식장산 송신탑이 솟아 있다 [11:56]

 

▲ 산불의 흔적이 여기까지 남아 있네 [11:58]

 

▲ 능선에 있는 이정표와 구급함 [12:11]

 

▲ 식장산의 송신탑이 가깝게 보인다 [12:19]

 

▲ 한국통신 송신탑도 건너다 보이고 [12:28]

 

▲ 대청호가 보이네 [12:29]


12:30   1급 삼각점이 있는 곳, 식장산 정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정상을 떠나 조금 가니 오른쪽으로 세천공원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 있다. 둘레산 잇기 코스는 해돋이 전망대를 거치게 되어 있어 왼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왼쪽 아래로 보이는 골짜기의 단풍이 곱다. 송신탑을 왼쪽으로 우회해서 가는 길은 경사가 심했다. 태극기 대신 산불조심 깃발이 바람에 날리는 해돋이 전망대를 지나 넓게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는 행글라이더 활공장을 거쳐 전망대로 내려갔다.


▲ 식장산 정상에 있는 삼각점 [12:30]

 

▲ 식장산 아래 골짜기의 단풍 [12:35]

 

▲ 송신탑 왼쪽으로 나 있는 우회로 [12:42]

 

▲ 사진 초점이 잘 안 맞았네 [12:44]

 

▲ 산불조심 깃발이 날리고 있는 해돋이 전망대 [12:48]

 

▲ 행글라이더 활공장 [12:56]


12:58   대전 시내가 잘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 내려섰다. 자동차가 올라올 수 있는 곳이라 사람들이 꽤 있다. 매점도 있다. 전망대에서는 대전 시내가 잘 내려다 보였는데 회색빛 아파트 건물이 들어찬 도시의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다. 자 이제 세천공원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만 여기서 길을 잘못 들고 말았다. 매점 옆으로 표지기가 여럿 붙어 있어 접어 들었는데 그 길은 보만식계 종주 코스였고 둘레산 잇기 코스는 아니었다. 둘레산 잇기는 자동차 도로를 따라 가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코스였다.

 

매점 옆으로 난 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고 풍광도 좋았다. 10분 조금 넘게 걸어 차도를 만났는데 왼쪽으로 조금 흐릿한 길이 나 있었다. 조금 미심쩍었지만 다시 그 길로 들어섰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잡목을 베어 놓은 급경사 능선길이 시작되었는데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마침내 길이 끊어졌고 대충 개척을 하며 아래로 내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 차가 올라올 수 있는 식장산 전망대 [12:58]

 

▲ 전망대에서 바라본 보문산이 보이는 대전 시내 [12:58]

 

▲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전 시내 [12:59]

 

▲ 능선을 따라 잘 나 있는 산길 [13:01]

 

▲ 다시 만난 자동차 도로 [13:12]

 

▲ 가을 분위기가 나는 산비탈 [13:20]

 

▲ 임도를 만났는데 [13:22]

 

▲ 치성터로 보이는 커다란 바위 [13:27]


13:28   사람 사는 동네에 내려섰다. 넓은 평원 아래로 대전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데 어딘지 모르겠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내려온 곳은 널별골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왼쪽에 옷샘이라는 샘터가 있다. 마침 산불감시하는 노인 한 분이 올라오기에 세천공원의 위치를 물었더니 차도까지 나간 다음 오른쪽으로 한참을 가야 한단다. 그러네. 할공장에서 길을 잘못 들었네.

 

처음에는 국도인줄 알았던 대전-통영고속도로 지하도를 지나 마을로 들어섰다. 그런데 영 도시 같지 않은 동네다. 보도 블럭이 깔린 길을 따라 들어가니 찻길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길이 끊어지고 말았다. 마침 뒷산을 따라 길이 나 있기에 무작정 걸어 들어갔다. 얼마 후 그 길도 끊어졌고, 하는 수 없이 오른쪽 두충나무 숲을 지나 아래로 내려왔다.

 

아래는 경부선 철도가 지나가고 있었고 고속철로 위로 KTX가 지나가고 있었다. 철로 옆으로 도로공사 중인 비포장도로가 나 있어 따라 걸어갔다. 길은 다시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 작은 도로와 이어졌고, 아저씨 한 분에게 버스정류장 위치를 물었더니 아파트 쪽으로 가라고 한다. 왼쪽을 감아 돌아 마침내 차도에 이르렀다. 바로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은어송마을'이란 호칭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 한 번 예쁘네.


▲ 산길이 끝난 지점 [13:28]

 

▲ 널별골에서 바라본 대전 시내 [13:29]

 

▲ 옻샘 옆에 있는 시비 [13:33]

 

▲ 대전-통영고속도로 지하도와 만나는 산행날머리 [13:39]

 

▲ 푸른 빛을 잃지 않은 두충나무 숲 [13:47]

 

▲ 기찻길 옆에서 바라본 식장산 [13:49]


14:05   기다리던 514번 버스가 왔다. 대전 시내버스 요금은 천 원이다. 대전역에서 내린 다음 길을 건너 맞은 편 승강장에서 501번으로 갈아 타고 삼괴동 덕산마을로 달렸다. 대전 시내도 교통이 복잡한 곳은 차가 많이 밀렸다. 3시에 차를 세원 둔 곳에 도착하여 청주로 돌아오는 것으로 산행이 마무리 되었는데, 하산 코스에서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곳으로 내려온 것이 이번 산행의 옥의 티였다. 그래도 상관 없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산행에서도 꼭 가야할 길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니까.


▲ 삼괴동 덕산마을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는 내 차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