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산 산행기
◈ 일시: 2010년 10월 31일 일요일
◈ 장소: 소금산 343m / 강원 원주
◈ 코스: 간현관광단지 주차장 → 솔개미둥지터 → 소금산 → 철계단 → 주차장
◈ 시간: 3시간 10분
◈ 회원: 백만사회원 7명
정철은 '고질병이 되어 창평에서 한가로이 지내고 있었는데 임금님께서 8백 리나 되는 강원도 관찰사의 직분을 맡겨 주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그지없다. 경북궁 서문인 연추문으로 달려 들어가 경회루 남쪽 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을 하고 물러나니, 이미 임금님의 신표인 옥절이 앞에 서 있다. 평구역(양주)에서 말을 갈아 타고 흑수(여주)로 돌아드니, 섬강(원주)는 어디인가? 치악산(원주)이 여기로구나.' 라고 관동별곡에서 읇었다. 당시 강원도 감찰사 감영은 원주에 있었고 정철이 이곳 섬강 나루에 이르자 강 주변 경치에 반하여 읊은 글이다.
그 절경을 예찬한 섬강의 푸른 강물과 넓은 백사장, 삼산천 계곡의 맑은 물에 기암, 준봉이 병풍처럼 그림자를 띄우고 있는 간현관광지에 소금산이 있다. 간현(艮峴)이라는 지명은 조선 선조 때 이조판서를 지낸 이희가 낙향하던 길에 주변 산세의 아름다움에 반해 가기를 멈추고 머물렀다고 얻어졌다고 한다.
09:05 오늘은 백만사에서 원주 문막에 있는 소금산으로 산행을 가는 날이다. 이완호 회원 부부가 집안 일이 있어 참석을 못하고 정우종 회원도 학교일로 시간을 내지 못해, 나머지 7명이 신흥고 체육관 앞에 모여 두 대의 차로 출발했다. 소금산은 높이가 343m에 불과하고 산행거리도 짧아 사실 오늘은 가을 바람을 쐬는 야유회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적당히 구름이 낀 가을날씨가 무척 청명하다.
10:15 중앙탑가든 휴게소에 들렀다. 사과를 한 쪽씩 먹으며 도도히 흐르는 남한강을 바라 보았다. 4대강사업의 여파로 이곳에도 중장비들이 하상을 오가며 모래를 긁어대고 있었다. 자연을 일정한 틀에 맞춰 규격화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그 속셈을 모르겠다. 귀래에서 문막으로 가는 지방도를 이용해서 달리는데 웬 놈의 과속방지턱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과속방지턱이 많은 무심천 하상도로를 매일 달리는 나도 짜증이 날 정도였다.
▲ 중앙탑가든 휴게소 [10:16]
▲ 휴게소에서 바라본 조정지댐 [10:17]
11:20 간현관광지 주차장은 2시간까지는 무료고 2시간이 넘으면 2,000원의 주차요금을 받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배낭을 둘러맨 다음 상가를 따라 나 있는 데크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삼산천 건너 2주 전에 올랐던 간현봉 산행의 들머리인 음식점 '여울' 건물이 보인다. 섬강 위에 놓인 간현대교를 건너니 왼쪽으로 간현봉으로 올라가는 철계단이 있다. 소금산과 간현봉 연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길이다.
물이 불으면 잠겨서 건널 수 없는 잠수교 왼쪽으로 삼산천교를 새로 만들어 놓았다. 다리를 건너면서 음식점과 숙박업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간현관광지는 물과 산이 잘 어우러진 곳이라 대학생들이나 직장 모임에서 수련회나 야유회를 많이 오는 곳이다. 그래서 위로 더 올라가면 수련원도 있고 야영장도 있다. 게다가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니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밖에 없다.
▲ 간현관광지 주차장에 주차 [11:22]
▲ 삼산천 건너 간현봉 들머리인 '여울' 음식점이 보인다 [11:26]
▲ 섬강에 놓여 있는 간현대교 [11:26]
▲ 섬강에 놓여 있는 지정대교 [11:28]
▲ 중앙선 철로가 지나는 섬강철교 [11:29]
▲ 삼산천교와 잠수교 [11:30]
▲ 왼쪽 철계단은 간현봉으로 오르는 길 [11:31]
▲ 섬강의 지류인 물이 맑은 삼산천[11:32]
11:35 등산로 입구 이정표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보였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처음부터 경사가 만만치가 않다. 솔개미둥지터라고 적힌 표지판을 지나 작은 언덕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며 모시떡을 간식으로 먹었다. 소금산 정상 쪽 철탑과 암벽이 보인다. 한 고비 올라온 탓에 길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왼쪽으로 2주 전에 걸었던 간현봉 능선과 간현봉 정상이 한 눈에 들어왔다.
▲ 등산로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든다 [11:35]
▲ 처음은 길이 가파르다 [11:39]
▲ 솔개미둥지터 안내판 [11:45]
▲ 언덕에 올라 바라본 정상 쪽 철탑 [11:46]
▲ 언덕에서 잠시 휴식 [11:47]
▲ 간현봉 능선: 가운데가 간현봉 정상 [11:55]
▲ 부드러운 능선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11:58]
11:58 '보리고개밭두렁'이라고 쓴 표지판이 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보리고개 시절에 곡식을 심어 먹은 듯한 다랭이밭이 오른쪽에 계단식으로 펼쳐져 있었다. 물론 지금은 나무가 자라나 밭으로는 쓸모가 없어졌지만 밭의 모양은 뚜렷했다.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산책로 같은 길이 계속 이어졌다. 산행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아 가끔 눈에 뜨인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통나무 계단길이 나타났다. 계단이지만 역시 경사가 완만하다.
▲ 보리고개밭두렁 안내판 [11:58]
▲ 다시 평탄한 길이 시작되고 [12:05]
▲ 단풍이 적당히 들었네 [12:13]
▲ 길은 계속 좋습니다 [12:24]
▲ 진방골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2:26]
▲ 정상으로 올라가는 통나무 계단길 [12:29]
▲ 정상으로 올라가는 통나무 계단길 [12:31]
▲ 정상으로 올라가는 통나무 계단길 [12:32]
12:35 해발 343m의 소금산 정상에 올랐다. 운동기구가 하나 설치되어 있는 정상은 꽤 넓은 평지이고 정상표지석이 하나 있었다. 사진을 찍은 다음 점심 먹을 곳을 찾는데 정상 지역은 앉을 곳이 마땅찮아 조금 내려가보기로 했다. 고압선 철탑 옆에 직사각형 모양의 정자가 있어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상을 차렸다. 반주로 매실주를 한 잔씩 하고 후식으로 따끈한 커피를 마시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 소금산 정상에 있는 운동기구 [12:35]
▲ 소금산 정상에서 여성회원들 [12:36]
▲ 소금산 정상에서 남성회원들 [12:37]
▲ 철탑 옆에 있는 정자에서 점심 식사 중 [12:50]
▲ 정자 오른쪽으로 내려다본 풍경 [13:15]
▲ 정자 바로 아래에 있는 고압선 철탑 [13:16]
13:16 점심 후 출발, 통나무가 줄지어 보기좋게 깔려 있는 길을 걸어 내려갔다. 길 옆 잡목에 단풍이 살짝 들었는데 그런대로 가을 분위기가 난다. 멋진 소나무가 있는 바위지대 왼쪽으로 전망대가 있는데 간현대교에서부터 뻗어 있는 S자 모양의 삼산천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맞은편 간현봉 능선도 잘 보인다. 조금 내려오니 중앙선 철로와 자동차 도로가 터널에서 뻗어 나온 모습도 잘 보였다.
▲ 철계단으로 내려가는 길 [13:17]
▲ 조금 가을 분위기가 납니다 [13:21]
▲ 철계단으로 내려가는 길 [13:21]
▲ 철탑 옆 정자에서 내려오고 있는 회원들 [13:23]
▲ 소나무가 있는 바위지대 [13:27]
▲ 고사목 오른쪽으로 장지동이 보인다 [13:27]
▲ S자로 굽은 삼산천 [13:29]
▲ 삼산천을 배경으로 [13:30]
▲ 삼산천 위에 놓인 중앙선 철교와 인창터널 [13:35]
▲ 삼산천에 놓인 터널에서 뻗어나온 다리 [13:35]
13:35 공포의 404 철계단이 나타났다. 모두 6개의 계단 중에서 첫 번째 것이 가장 경사가 심한데 70~80도 정도는 될 것 같다. 나는 앞으로 내려갔는데 다른 회원들이 뒤로 내려오는 것이 쉽다며 그렇게 내려온다. 사진만 보면 내려오는 건지 올라가는 건지 분간이 안 된다. 마지막 계단은 150계단으로 가장 길지만 처음 것보다는 경사가 완만해 모두 앞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는 사고가 잘 나지 않는다. 사실 사고는 방심과 부주의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 404계단 중 첫 번째 철계단 [13:35]
▲ 올라가는 게 아니고 내려오는 겁니다 [13:40]
▲ 계단과 계단 사이의 암릉지대 [13:41]
▲ 마지막 150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회원들 [13:53]
13:57 소금산 산행 날머리를 벗어나 삼산천 바닥에 내려섰다. 오른쪽 공터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면서 암벽훈련을 하는 사람들 모습이 보였다. 소금산교를 건너 조금 걸어가면 왼쪽으로 다리가 있고 다리를 건너면 간현바위라는 암벽훈련장이 있다. 암장에는 오늘도 여러 사람이 붙어서 온갖 힘과 재주를 부리며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암벽등반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남녀의 성벽은 무너졌다고 보아야 한다.
▲ 소금산 산행 날머리 [13:57]
▲ 소금산교를 항하여 걸어오고 있는 회원들 [14:00]
▲ 소금산교에서 [14:02]
▲ 소금산교를 배경으로 [14:03]
▲ 간현바위에서 암벽훈련을 하고 있다 [14:08]
▲ 바위에 붙은 암벽등반인들 [14:08]
▲ 테라스에서 쉬고 있는 암벽등반인들 [14:09]
▲ 간현대교를 건너면 상가지역이다 [14:22]
14:35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바로 청주로 가면 저녁시간이 너무 이를 것 같아 가는 길에 여주에 있는 신륵사를 들러보기로 했다. 지정대교를 건너 88번 지방도를 달리다 문막에서 42번 국도에 들어섰다. 여주까지 자동차도로가 나 있어 막힘 없이 달릴 수가 있었다. 신륵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신륵사를 둘러보았다. 신륵사 앞을 흐르는 남한강은 4대강사업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에는 구름만 무심하게 떠 있다.
주차장 옆에 있는 도자기 판매점에 들러 구경을 한 후 장호원과 음성을 거쳐 청주로 계속 달렸다. 6시 조금 지나 신흥고 체육관 앞 주차장에 도착, 오늘 산행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저녁 회식에는 참석이 가능한 정우종 회원을 만났다. 회식 장소는 율량동에 있는 '채선당'이라는 샤브샤브 전문 음식점이었는데 우리는 해물 샤브샤브를 주문해서 소주를 마시며 아름다운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 다시 돌아온 주차장 [14:35]
▲ 봉미산 신륵사 일주문 [15:15]
▲ 신륵사에 있는 향나무 앞에서 [15:27]
▲ 신륵사에 있는 보물 228호 보제존자 석종 앞에서 [15:31]
▲ 신륵사의 보물들: 보제존자석종비, 보제존자석등, 보제존자석종 [15:33]
▲ 신륵사 앞으로 흐르는 남한강 [15:39]
▲ 남한강 위 하늘에 핀 구름꽃 [15:43]
▲ 신륵사 주차장 옆 도자기판매점 [15:59]
▲ 신륵사 주차장 위에 떠 있는 구름 [16:03]
▲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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