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 산행기
◈ 일시: 2010년 7월 4일 일요일
◈ 장소: 매봉산 1268m / 강원 영월 상동
◈ 코스: 아시내마을 → 뎃둥이골 → 안부 → 매봉산 → 갈림길 → 주채마을 → 아시내
◈ 시간: 5시간 4분
◈ 회원: 평산회원 6명
07:24 오늘은 평산회에서 영월에 있는 매봉산으로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원래는 지난 주 토요일에 갈 예정이었는데 아침부터 비가 오는 바람에 무산이 되었고, 그래서 오늘로 산행 날짜가 바뀐 것이다. 평산회 6월 산행은 꼭 영월 쪽으로 가는데, 그것은 바로 평산회원이었던 故 김영철 회원이 영월의 백운산에서 추락하여 운명을 달리한 달이기 때문이요, 1년에 한 번 백운산 아래를 흐르는 동강변에서 간단한 추모제를 지내기 위해서이다.
오늘은 날이 잔뜩 흐려 있지만 비는 오지 않아 일단 산행을 떠나기로 했다. 비가 온다 해도 국지성이라고 하니 큰 부담은 없을 것 같다. 북쪽으로 갈 때의 집결지인 신흥고등학교 체육관 앞에서 6명의 회원이 만나 두 대의 차로 출발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공교롭게도 오늘 산행에 참가한 6명은 故 김영철 회원과 4년 전인 2006년 6월 영월 백운산 산행을 함께 했던 회원들이었다. 인명은 제천이라지만 6월만 되면 허무하게 이 세상을 떠난 그 친구가 무척이나 그리워진다. 청주를 떠난 차는 증평, 음성, 주덕을 지나 충주호 조정지댐 쪽으로 계속 달렸다.
▲ 신흥고등학교 체육관 [06:55]
08:32 중앙탑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충주호 조정지댐이 보이는 남한강 물 속에 들어가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낚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살아 있는 동물을 미끼로 꾀어서 잡아야 할 정당한 이유를 아직까지 모르기 때문이다.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과 영월을 지난 다음 예미에서 왼쪽으로 꺾어 백운산 아래 동강변으로 달렸다. 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비가 쏟아지는 지역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영월에 접근하자 하늘에 구름만 가득할 뿐 비가 내린 흔적 조차 찾을 수 없었다.
▲ 중앙탑휴게소에서 바라본 충주호 조정지댐 [08:36]
▲ 중앙탑휴게소에서 바라본 남한강 [08:37]
10:10 유유히 흐르는 동강 옆 모래밭에 간단한 제물을 차리고 백운산에서 운명을 달리한 故 김영철 회원의 추모제를 지냈다. 추모제라야 고작 절 몇 번 하는 것이지만, 일년에 한 번이라도 이렇게 찾아오지 않으면 늘 마음 속에 무언가가 내려가지 않고 남아 있는 기분이 든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백운산 암벽은 여전하고, 아래를 보니 굽이져 흐르는 동강물과 나룻배는 여전한데 친구의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 저승에서라도 잘 지내겠지. 잘 있거나 내년에 다시 오마.
동강을 떠나 다시 석항까지 온 다음 31번 국도를 따라 태백 쪽으로 달렸다. 석항에서 사북을 거쳐 태백에 이르는 38번 국도는 4차로가 완공되었다. 지금은 상동을 거쳐 태백으로 가는 31번 국도에 한창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수라리재를 넘어가니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우리나라의 터널공사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5월에도 이 길을 달렸는데 오늘의 산행 대상지인 매봉산이 5월에 다녀온 선바위산과 가매봉을 가운데에 두고 이웃해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 동강변에 도착 [10:13]
▲ 백운산 암벽과 나룻배는 여전하고 [10:18]
▲ 故 김영철 회원 추모제 [10:18]
▲ 故 김영철 회원 추모제 [10:20]
▲ 백운산의 암벽 [10:23]
11:40 아시내마을 버스정류장 옆에 차를 세웠다. 마을 뒤로 멀리 솟아 있는 매봉산 봉우리가 보인다. 31번 국도변에 있는 이정표를 따라 아시내마을로 들어갔다. 곧 옥동천에 가로 놓여 있는 통나무다리를 건넜는데, 옛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는 추억의 다리였다. 다리를 건너면서 길은 멧둥이골을 따라 나 있었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지나 너덜지대를 걸어 올랐다. 의외로 길은 널찍하게 잘 나 있었다.
▲ 아시내마을에서 바라본 매봉산 [11:44]
▲ 31번 국도변에 있는 이정표 [11:46]
▲ 옥동천에 가로놓여 있는 외나무 다리 [11:48]
▲ 옥동천에 가로놓여 있는 외나무 다리 [11:49]
▲ 옥동천에 가로놓여 있는 외나무 다리 [11:49]
▲ 옥동천에 가로놓여 있는 외나무 다리 [11:49]
▲ 멧둥이골로 접어들고 있다 [11:51]
▲ 너덜지대 [11:52]
11:53 외양은 번듯한데 사람은 살지 않는 집이 오른쪽에 있다. 예전에 이곳에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았을까? 자못 궁금하다. 길가에 핀 털중나리를 보면서 수렛길을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다 쓰러진 함석집이 하나 있고, 그곳을 지나자 꽤 넓은 평원지대가 나타났다. 왼쪽 계곡 쪽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기에 알아보았더니, 평원지대를 개발할 사람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산행로는 평원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희미하게 나 있었다.
뱀딸기가 지천으로 익어가는 수풀 사이로 산행로는 계속 이어졌다. 찾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지 웃자란 풀들이 산행로를 덮고 있다. 작은 불상이 있는 샘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땀을 식혔다. 김지홍 회원이 시원한 맥주를 한 잔씩 따라준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드문드문 보이는 풀밭 길을 지나자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했다. 날이 덥고 습도가 높아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차라리 비라도 내리면 시원할 것 같다.
▲ 사람이 살지 않는 집 [11:53]
▲ 아직까지는 넓은 수렛길이다 [11:56]
▲ 털중나리가 피었네 [12:00]
▲ 폐가 옆으로 지나가고 있는 홍세영 회원 [12:04]
▲ 제법 넓은 평원이 있네 [12:05]
▲ 샘터에서 휴식 [12:37]
▲ 작은 불상이 있는 샘터 [12:43]
▲ 산딸기를 찾고 있는 회원들 [13:03]
▲ 오늘 처음 만난 등산로 표지판 [13:06]
13:16 힘들여 가매봉에서 매봉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안부에 올라섰다. 안부에 있는 이정표에 매봉산 정상까지 800m가 남았다고 적혀 있다. 안부의 평편한 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 때 늦은 점심상을 차렸다. 김밥과 김치, 막걸리가 고작인 조촐한 점심이었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는 점심이라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점심 후 800m 거리의 정상으로 가는 길에 올라섰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뒷다리가 뻣뻣해지고 땀이 비오듯 하며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걷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정상에 올라서려면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다. 어떤 목표를 향해서 가야할 길이 정해졌다면 그 길을 가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산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 매봉산과 가매봉이 연결되는 주능선 안부에 있는 이정표 [13:16]
▲ 안부로 올라오고 있는 김지홍 회원 [13:17]
▲ 안부로 올라오고 있는 홍세영 회원 [13:18]
▲ 주능선 안부에서 점심을 먹는 중 [13:39]
▲ 안부를 떠나기 전에 [13:49]
▲ 정상으로 오르는 길의 바위지대 [14:01]
14:12 해발 1268m의 매봉산 정상에는 이정표가 있고, 삼각점이 있고, 화강암으로 만든 삼각형 모양의 정상표지석이 있었다. 운무가 피어오르는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복분자주를 한 잔씩 마신 다음, 각자 집에다 정상에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정상에서 10여분 머무른 후 서봉을 향해 출발했다. 전망바위를 지나 운무가 퍼지는 능선을 조금 내려가니 이정표가 서 있다.
▲ 매봉산 정상에 있는 이정표 [14:12]
▲ 매봉산 정상에서 김지홍 회원 [14:13]
▲ 매봉산 정상에 있는 삼각점 [14:13]
▲ 매봉산 정상에서 [14:16]
▲ 매봉산 정상에서 [14:16]
▲ 매봉산 정상에서 지학근 회원 [14:16]
▲ 매봉산 정상에서 [14:19]
▲ 매봉산 정상에서 복분자주 한 잔 [14:20]
▲ 서봉에 이르기 전에 있는 전망대 [14:39]
▲ 운무가 퍼지고 있는 매봉산 능선 [14:39]
14:44 서봉 아래에서 만난 이정표를 보니 왼쪽으로 상동휴게소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다. 직진하면 서봉을 거쳐 금뎅이골로 내려가게 된다. 이 갈림길에서 남자 산행객 두 명을 만났는데, 서울에서 온 사람들로 상동휴게소 쪽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우리가 상동휴게소 코스로 하산을 할 거라고 말하니까 처음에 경사가 심하니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사람들은 산에만 오면 모두 선인(善人)이 된다.
그 사람들이 일러준대로 처음은 급경사 내리막이었다. 그 다음은 오른쪽에 있는 서봉을 왼쪽으로 우회하도록 길이 나 있었고, 그 이후로는 계속 능선을 따라 길이 나 있었다. 너덜지대와 평탄한 길, 바위지대가 번갈아 나타나고, 처음에는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더니 가끔 적송들이 모습을 비치기도 했다. 삼각점을 하나 만나고 기린초와 바위채송화를 보면서 쉬지 않고 계속 걸었다.
▲ 금뎅이골과 상동휴게소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이정표 [14:44]
▲ 하산길 너덜지대 [15:01]
▲ 참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5:07]
▲ 모습이 아름다운 굵은 참나무 [15:08]
▲ 가끔씩 소나무가 보인다 [15:27]
▲ 하산 중에 만난 삼각점 [15:37]
▲ 늠름한 모습의 김지홍 회원 [15:38]
▲ 기린초 [15:39]
▲ 바위채송화 [15:39]
15:43 오늘 처음 밧줄이 매어져 있는 곳을 내려왔다. 크게 위험한 곳은 아니었다. 아랫쪽으로 내려오자 껍질이 붉은 적송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산길은 조금 지루했다. 전망이 트이지 않아 답답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오늘 산행 코스가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가 능선을 따라 계속 내려오는 길이라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기분은 느끼기 어려웠다. 철탑을 지나고 송림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니 주채마을이 바로 눈 아래 보인다.
▲ 매봉산의 유일한 밧줄지대 [15:43]
▲ 보기에 좋은 소나무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15:44]
▲ 무슨 바위라고 하면 좋을까? [15:55]
▲ 걷기에 좋은 능선길 [16:07]
▲ 멧돼지의 흔적 [16:08]
▲ 소나무가 아름다운 곳에서 한 장 [16:12]
▲ 철탑 옆으로 나 있는 산행로 [16:12]
▲ 송림 사이로 나 있는 길 [16:13]
▲ 주채마을에 내려서는 김지홍 회원 [16:19]
16:20 주채마을로 내려오니 매봉산 정상까지 4.2km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여기서 31번 국도변에 있는 상동휴게소로 가려면 효자문이 보이는 오른쪽 도로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우리는 차를 가지러 아시내마을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왼쪽 시멘트 도로를 따라 걸었다. 매봉산공원 표지석을 지나 계속 걸었더니 이런, 포장도로가 밭 앞에서 끝나고 말았다.
오른쪽에 있는 옥동천을 건널 방법이 없어 계속 밭을 지나쳐 아시내마을 쪽으로 걸었는데 결국은 밭도 끝이 났고, 하는 수 없이 오른쪽 옥동천을 건너 31번 국도로 올라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징검다리를 이용해서 건넜지만 더 이상 그냥 건널 수가 없어 등산화를 벗고 물 속을 걸었다. 시원하다. 물 속에 잠긴 바위마다 올갱이가 더덕더덕 붙어 있다. 아시내마을 주차한 곳에서 차를 돌려 상동휴게소 쪽으로 이동을 했다. 다른 회원들은 휴게소 옆 다리 밑에서 탁족을 하고 있었다.
▲ 주채마을에 있는 매봉산 이정표 [16:22]
▲ 주채마을에서 아시내마을 쪽으로 [16:22]
▲ 매봉산 공원 표지석 [16:22]
▲ 옥동천 위를 날고 있는 김지홍 회원 [16:33]
▲ 옥동천 하상을 걷고 있는 회원들 [16:35]
▲ 옥동천을 건너고 있는 김지홍 회원 [16:40]
▲ 31번 국도에서 바라본 매봉산 [16:46]
▲ 아시내마을 버스정류장 옆 주차된 곳 [16:49]
16:55 상동휴게소에서 나머지 팀과 합류한 다음 제천에 있는 제일장례식장을 향해 달렸다. 우리 회원들이 알고 있는 분이 상을 당했기 때문에 조문을 하기 위해 잠깐 들르기 위해서다. 조문을 마친 후 청주까지 직행, 제일수산에 자리를 잡고 앉아 소주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었다. 6월에는 어김 없이 영월 쪽으로 산행을 가기로 다시 한 번 다짐하면서 故 김영철 회원 추모 산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 상동휴게소 건물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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