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삼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7월 25일 토요일
◈ 장소: 천삼산 818.4m / 강원 원주 신림면
◈ 코스: 비끼재 → 삼거리 → 천삼산 정상 → 중봉 → 상봉 → 선덕동 → 비끼재
◈ 시간: 4시간 24분
◈ 회원: 평산회원 3명
07:25 오늘은 평산회 정기산행일로 산행대상지는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천삼산이다. 이 산은 석기암봉과 감악산을 연계하여 주로 종주 산행지로 이용되는데, 석기암봉과 감악산은 평산회에서 이미 다녀왔기 때문에 오늘은 천삼산만 다녀오기로 했다. 방학이면 일이 더 많아지는 것이 선생님들인가, 오늘 산행에는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달랑 3명이 참가하게 되었다. 집결지인 신흥고 체육관 앞을 내 차로 출발, 늘 들르는 남한강변 중앙탑휴게소에서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한창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관광버스 한 대가 휴게소로 들어온다. 산행객들이 버스에서 쏟어져 나오는데 낯이 익은 사람이 있다. 어, 안녕하세요? 1996년 봉명중학교에서 담임을 했던 학생의 부모를 만났다. 그 학생이 전교 수석을 했고 아버지가 학교운영위원장이었으며 외삼촌이 대학 2년 선배라서 나하고는 꽤 친분이 있었다. 뒤 이어 또 안면이 있는 사람이 내리는데, 지난 겨울 네팔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같이 다녀온 분이었다. 이래서 세상은 넓고도 좁다.
38번 국도에 올라서서 박달재를 넘은 다음 봉양에서 원주로 가는 5번 국도에 들어섰다. 신림면에 이르기 전에 오른쪽으로 나 있는 백련사 가는 길을 찾아야 하는데 그만 놓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신림에서 U턴해서 다시 봉양쪽으로 오다보니 왼쪽으로 가나안농군학교 들어가는 길 이정표에 선덕사로 가는 길도 함께 들어 있다. 빙고! 선덕사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다리를 건너기 전에 오른쪽으로 중앙고속도로와 나란히 나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지하도가 있다. 비끼재 삼거리는 지하도를 지나 조금 아래에 있었다.
09:36 비끼재 표지석이 있는 비끼재 삼거리에 도착. 이 삼거리에서 왼쪽은 감악산 아래에 있는 백련사로 올라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봉양으로 가는 길이다. 차에서 내리니 꾹 참았던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산행들머리가 지하도에서 30m 정도 떨어진 곳이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어, 다시 차를 타고 지하도 쪽으로 올라가다 오른쪽에 공터가 있기에 주차를 했다. 공터에는 둥근 시멘트관이 하나 있었는데 강아지 네 마리를 포함한 7~8 마리의 개들이 관 안에서 오글거리고 있었다. 누가 키우는 개들인가?
산행들머리를 찾아야 하는데 어딘지 애매하다. 이때 홍세영 회원이 '산불조심'이라고 쓴 현수막을 가리키며 경험상 분명히 저 곳일 거라고 말한다. 빙고! 사람들이 자주 오르내리는 곳에 그런 현수막을 설치한다는 상식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조금 가파른 사면길을 오르니 능선길이 뚜렷하다. 10분 정도 올라가자 비가 잦아 들었고, 다시 25분 정도 올라가니 길 오른쪽에 고압선 철탑이 하나 서 있었다. 다시 철탑에서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비끼재 삼거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 비끼재 삼거리에 있는 표지석 [09:36]
▲ 중앙고속도로 지하도 아래 공터에 주차 [09:47]
▲ 천삼산 산행 들머리 [09:48]
▲ 잠시 휴식을 취하며 [09:57]
▲ 오늘 처음 만난 바위 지대 [10:10]
▲ 고압선 철탑 옆을 지나는 회원들 [10:22]
▲ 잠시 숨을 돌리고 [10:29]
10:37 이 삼거리를 지도에는 '송이모덤'이라고 적어 놓았는데 송이철에 송이를 지키던 움막이 있던 곳인 모양이다. 지금도 땅에는 그때 사용하던 비닐이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름다운 소나무가 도열해 있는 숲길을 지났다. 그런데 아름드리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껍질을 벗긴 흔적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슬픈 과거의 흔적이다. 천삼산 정상까지는 계속 오름길이었지만 크게 경사가 심한 곳은 없었다. 그저 뚜벅뚜벅 걸어 올라가면 정상이 나온다.
▲ 삼거리에서 홍세영 회원 [10:37]
▲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껍질을 벗긴 흔적 [10:52]
▲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 [10:59]
▲ 이름은 모르겠고 이 버섯이 상당히 많았다 [11:55]
11:56 산행을 시작한지 두 시간 조금 더 걸려서 해발 818m의 천삼산 정상에 올랐다. 어느 산악회에서 표지판을 만들어 나무에 걸어 놓았다. 고맙기도 하지. 이곳은 감악산 아래에 있는 감악고개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삼각점은 안 보이지? 산행기에 정상에 삼각점이 있다고 적혀 있었는데.... 어쨌든 시간이 시간인 만큼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정상 한쪽에서 김밥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중봉 쪽으로 출발. 조금 걸어 올라가니 이런,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다. 여기가 정상인가? 어는 것이 진짜 정상인가?
비가 계속 내려 시야가 흐리다. 시야가 확 트인 전망대에 왔는데도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 간다. 게다가 산행 지도를 차에 두고 와서 지형 분간이 더 어려웠다. 일단 산행로 따라 계속 걷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무조건 왼쪽 길을 택해서 걸었다. 정말 오랜만에 노랑망태버섯을 실물로 보았다. 버섯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다. 나는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에 그저 경이로운 눈길을 줄 수 있을 뿐이다.
잘 나 있던 길이 끊어졌다. 저 아래로 임도가 보이는데 그리로 내려가는 길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이럴 때는? 그냥 잡풀을 뚫고 길을 내면서 내려가는 수 밖에 없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는 말이 있지만 산에서는 길이 없으면 만들어 가야 한다. 물론 길을 만들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 지금이야 목적지가 빤히 보이니까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잘못 엉뚱한 길을 내다가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표지판이 있는 천삼산 정상 [11:57]
▲ 천삼산 정상에서 홍세영 회원과 함께 [11:57]
▲ 삼각점이 있는 천삼산 정상 [12:23]
▲ 작은 바위를 내려와서 [12:34]
▲ 전망대에서 홍세영 회원 [12:47]
▲ 비가 내리는 전망대에서 [12:48]
▲ 전망대에서 바라본 맞은 편 봉우리 [12:50]
▲ 산행 중에 만난 노랑망태버섯 [13:02]
▲ 아직까지는 길이 양호하다 [13:06]
▲ 임도로 내려가고 있는 회원들 [13:25]
13:27 임도에 내려섰다. 전봇대 끝에 매달린 현수막을 보니 산삼을 재배하는 무슨 농장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되어 있다. 어디로 가야 하나? 방향으로 보아서는 농장 쪽으로 가야할 것 같은데 다시 산길로 이어진다면 그것도 문제다. 그래, 큰 길로 내려가자. 가다 사람을 만나면 길을 물어보자. 부슬거리는 비를 맞으며 마을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굽은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오른쪽에 별장 같은 집이 있는데 여러 명이 마당에 잔디를 깔고 있었다.
이리로 가면 어디가 나오나요? 신림 쪽 마을이 나와요. 얼마 후 천수단식원을 지났고 이어 선덕동 마을 표지석이 보였다. 그렇다면 제대로 내려온 것이 아닌가? 앞을 보니 중앙고속도로 교각 너머로 비끼재로 통하는 안부가 눈에 들어온다. 아이구 지도도 없이 제대로 잘 내려왔네. 아침에 차로 달렸던 길을 지금은 발로 걸어가고 있다. 비는 계속 내린다. 지하도 안에 한 남자가 차를 세워놓고 왔다갔다 하고 있다. 왜 저러고 있지?
▲ 임도에서 바라본 농장으로 가는 길 [13:30]
▲ 마을 쪽으로 난 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13:30]
▲ 비는 계속 내리고 [13:38]
▲ 천수 자연건강회 천수단식원 표지석 [13:42]
▲ 용암3리 선덕동 마을 표지석 [13:50]
▲ 중앙고속도로 교각 뒤로 비끼재로 넘어가는 고개가 보인다 [13:52]
▲ 선덕사 이정표 [13:54]
▲ 비끼재로 넘어가는 도로 [14:01]
▲ 비끼재로 넘어오는 도로 [14:07]
14:12 차를 세워둔 곳에 다시 도착했다. 잠들어 있던 강아지들이 자동차 시동거는 소리에 깨어 밖으로 나온다. 귀여운 것들. 차를 몰고 다시 중앙고속도로 아래 지하도를 통과한 다음 5번 국도에 접속하여 청주 쪽으로 달렸다. 박달재를 넘자 비가 언제 왔느냐는 듯이 하늘은 개어 있고 도로도 말라 있었다. 천삼산에만 비가 왔나? 5시 쯤에 아지트인 제일수산에 들러 회 안주로 소주를 마시며 하루 산행의 피로를 푸는 것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했다.
▲ 다시 주차된 곳에 도착 [14:13]
▲ 철 없는 강아지들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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