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미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06월 27일 토요일
◈ 장소: 예미산 989.2m / 강원 영월
◈ 코스: 수라리재 → 예미산 → 뱃재 → 이목리
◈ 시간: 3시간 51분
◈ 회원: 평산회원 8명
07:15 오늘은 평산회에서 정기산행을 떠나는 날. 평산회의 6월 산행은, 故 김영철 회원이 2006년에 영월 백운산에서 실족사한 이후로, 늘 영월 쪽으로 산행지를 잡고 있다. 故 김영철 회원을 추모하고 祭를 올리기 위해서다. 오늘 산행지는 영월의 예미산인데 산행거리가 그리 길지 않고 백운산에서도 가깝다. 청주 신흥고 체육관 앞에 모여 홍세영 회원과 김석언 회원의 차로 20분에 출발했다. 오랜만에 강원도 영월 쪽 산행이다. 늘 그러하듯이, 주덕에서 599번 지방도를 타고 가금 쪽으로 달렸다.
08:27 중앙탑휴게소에 들렀다. 청주에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라 영월 쪽으로 갈 때엔 거의 이곳에서 한 번 쉬게 된다. 신현대 회원이 산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출발, 가흥육교에서 38번 국도에 올라섰다. 여기서부터 예미까지는 왕복 4차로이기에 거의 거칠 것이 없는 탄탄대로다, 도중에 제천휴게소에 한 번 들른 다음 예미에서 유문동 쪽으로 좌회전을 했다. 어 그런데 늘 받던 입장료를 안 받네. 입장료를 유예한다는 안내문이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다.
▲ 충주호 조정지댐 [08:27]
▲ 남한강은 고요히 흐르고 [08:27]
▲ 38번 국도변에 있는 제천휴게소 [09:24]
10:18 백운산 밑 동강 모래밭에 내려섰다. 명태포와 사과, 배, 편육이 고작인 조촐한 제물을 차려 놓고 막걸리를 부어 잔을 올렸다. 대학 동기동창이자 같은 과에 다니면서 산악부 생활을 했고 함께 교직생활을 해오던 친구는, 3년 전 이맘 때 쯤 바로 위에 보이는 암벽에서 발을 잘못 디뎌 동강 쪽으로 추락했다. 그가 카페에 남겼던 말처럼 '동강 위를 훨훨 날았다'. 동강물은 3년 전과 다름 없이 유유히 흐르고 작은 나룻배도 그대로인데 친구의 모습만 없다.
그날 함께 산행에 참가했던 山友들이 오늘 이곳에 다 모였다. 절을 올리고 막걸리를 한 잔씩 나누어 마신 다음 그때 그 운명의 암벽을 다시 한 번 쳐다보고 자리를 떴다. 이승은 어니더라도 어딘가에 잘 있겠지. 잘 있을 거야. 차를 돌려 석항까지 온 다음 태백으로 이어지는 31번 국도를 따라 달렸다. 예미산 산행기점인 수라리재로 가기 위해서다. 김석언 회원 차가 길을 잘못 들어 함백 쪽으로 달리다 돌아오는 해프닝이 있었다.
▲ 동강 위에 있는 백운산 암벽 [10:21]
▲ 그때와 다름 없이 동강은 유유히 흐르고 [10:22]
▲ 故 김영철 회원을 위해서 올리는 제사 [10:23]
▲ 친구여 편히 잘 있겠지 [10:25]
11:05 수라리재에 도착. 수라리재 표석 옆의 지명 유래 비문을 보니, '고려의 마지막 공양왕이 1392년 폐위되어 삼척 궁촌으로 유배 길에 이 고개에서 수라를 들었다 하여 수라리재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김석언 회원 차가 도착하여 한 대를 산행종점인 이목리에 갔다 놓고 와서 11시 39분에 산행이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경사가 급하다. 수라리재가 해발 600m라 상당히 높은 곳이지만 그래도 강원도 산은 만만한 곳이 없다. 10분 정도 땀 흘려 오르니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 석항에서 태백으로 이어지는 31번 국도의 수라리재 [11:06]
▲ 산행로 초입 [11:39]
▲ 산불감시초소로 올라가는 회원들 [11:42]
11:47 산불감시초소가 두 채나 있다. 하나는 망루고 또 하나는 거주하는 곳인 모양이다. 초소에서부터는 길이 완만해졌다. 얼마 후 밧줄이 매어져 있는 경사가 급한 길을 올랐다. 숲길이라 그늘은 져 있지만 바람이 없고 온도가 높아 땀이 비오듯 흐른다. 전형적인 한 여름 날씨다. 905봉을 지나니 능선길이 완만해지고 975.5봉을 내려서니 안부인데, 영월 이목리 회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정선 천포리 계곡에서 올라오는 길이 사람이 다니지 않아 분명치 않다. 안부에서 산딸기를 따 먹으며 20분 정도 올라가자 와, 정상이다.
▲ 산불감시초소 [11:47]
▲ 비교적 평탄한 길 [11:51]
▲ 경사가 급한 곳에 매어져 있는 밧줄 [12:06]
▲ 잠시 휴식을 취하며 [12:21]
▲ 다시 녹음 속으로 [12:38]
▲ 산행로 양쪽으로 산딸기가 지천이다 [12:49]
12:59 해발 989.2m의 예미산 정상. 삼각점이 있는 정상은 변변한 표지석이나 이정표 하나 없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강원도에 워낙 산이 많다 보니 꽤 유명한 산이 아닌 경우에는 지자체에서도 제대로 손을 쓸 수가 없는 모양이다. 산행 인구가 늘어나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산을 헤집고 다니는데 지자체가 그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이목리가 잘 내려다보이는 그늘에서 점심을 먹었다. 날은 더운데 가끔씩 불어주는 바람이 시원하다.
1시 35분 하산 시작. 급경사의 내리막길에 밧줄이 매여져 있다. 급경사가 끝나면 완만한 길, 다시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고운 자태의 털중나리가 주황색 꽃을 피워 반겨준다. 산행로 왼쪽에 철제로 된 쌍전봇대가 있고 전선이 그 위를 달리고 있다. 그 아래가 바로 뱃재였다.
▲ 예미산 정상의 삼각점과 볼품 없는 정상표지석 [12:59]
▲ 예미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회골과 이목리 [13:00]
▲ 예미산 정상에서 평산회원 일동 [13:33]
▲ 뱃재로 내려가는 급경사 길[13:43]
▲ 털중나리가 꽃을 피웠네 [13:51]
▲ 뱃재 바로 위에 있는 쌍전봇대 [14:09]
14:10 뱃재에서는 길이 갈라진다. 직진하면 질운산으로 가게 되고 왼쪽은 정선 조동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이목리는 오른쪽 바위 사이로 난 길로 내려가야 한다. 마치 자연 석문처럼 되어 있는 바위다. 바위를 지나면 계속 내리막길, 오른쪽 능선 위로 방금 지나온 쌍전봇대가 보인다. 잠시 후, 개망초꽃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 묵밭을 지났다. 마을이 가까워졌나보다. 곡식과 채소를 심은 밭이 나타나고 가까이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산행이 거의 끝나가는구나.
▲ 뱃재 오른쪽 석문이 이목리로 내려가는 길 [14:10]
▲ 능선에 쌍전봇대가 보인다 [14:17]
▲ 하산 중에 만난 숙은노루오줌 [14:20]
▲ 개망초 꽃밭에서 김석언 회원 [14:25]
14:30 밭둑길이 끝나면서 길 옆에 간이휴게소가 있다. 더운 날씨에 쉬어가기에 알맞은 장소라 잠시 쉬며 남은 물을 모두 비웠다. 날이 더워 예상 외로 물이 많이 필요했다. 간이휴게소부터는 시멘트포장도로였다. 그늘이 없어 햇빛을 고스란히 맞으며 걸어야 한다. 도로 옆 뽕나무에 오디가 익어가고 있어 따 먹어 보았더니 야, 꿀맛이다. 이렇게 달콤한 오디는 처음이네. 회원들 오디 따 먹기에 정신없다. 도로 오른쪽 계곡에 많지는 않지만 물이 흐르고 있다. 그냥 갈 수 없지. 세수하고, 세족하고, 세면하고. 간이휴게소에서 31번 국도변까지는, 조금 한가하게 걸었지만, 한 시간이 걸렸다.
▲ 간이휴게소가 있는 곳에서 [14:33]
▲ 길가 뽕나무에 오디가 한창이다 [14:45]
▲ 개울에서 시원하게 발도 씻고 [15:01]
▲ 아이구 시원해라 [15:01]
▲ 이목리에 있는 이목리공원 표지석 [15:22]
15:30 김석언 회원 차가 세워져 있는 31번 국도변 이목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날은 덥고 어디서 시원한 물이라도 한 병 사먹었으면 좋겠는데 가게가 없다. 백만사의 이방주 회장님과 통화를 한 결과, 중동에서 하동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삿갓계곡 갈림길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늘 다른 모임인 백만사에서 의풍으로 1박 2일 산행을 오는데, 나도 백만사 회원이기 때문에 청주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서 합류를 해야 하는 처지다.
수라리재에 있는 홍세영 회원 차를 회수한 다음 태백 방향으로 달리다 중동에서 88번 지방도를 타고 하동 쪽으로 달렸다. 도로 왼쪽에 있는 김삿갓휴게소에 들러 음료수를 한 잔씩 마신 다음 다시 출발, 500m 정도 떨어진 삿갓계곡 갈림길에서 나는 하차를 했고, 나를 떨구어 놓은 홍세영 회원의 차는 미련 없이 하동 쪽으로 달아났다. 나로서는 평산회 산행이 끝나고 백만사 산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오늘의 산행종점인 이목리 31번 국도 [15:30]
▲ 중동과 하동을 잇는 88번 지방도의 김삿갓휴게소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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