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때기청봉 산행기
◈ 일시: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 장소: 귀때기청봉 1578m / 강원 인제
◈ 코스: 한계령 → 서북주능선 → 귀때기청봉 → 대승령 → 장수대
◈ 시간: 6시간 40분
◈ 회원: 해맑은산꾼들 안내 산행
설악가
굽이져 흰띠 두른 능선길 따라 달빛에 걸어가던 계곡의 여운을
내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저 멀리 능선 위에 철쭉꽃 필적에 너와나 다정하게 손잡고 걷던 길
내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06:10 오늘은 '해맑은산꾼들' 안내 산행을 따라 설악산 귀때기청봉을 다녀오는 날이다. 원래는 단양 소백산 자락에 있는 둥지봉을 갈 예정이었으나 사정이 생겨 산행지가 바뀌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준비를 한 다음 청주 실내 체육관 앞에 가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아는 사람이 몇 명 눈에 띈다. 함께 갈 친구 이규필 회원이 보이지 않아 전화를 했더니 서청주나들목 근처에서 차에 탈 거라고 말한다. 체육관 앞을 출발한 버스는 서청주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하여 호법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차들이 별로 없다. 구름이 끼어 있지만 날씨도 괜찮은 편이다.
07:18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에 들렀다. 여기서 이규필 회원은 하이패스 기기를 한 대 구입했다. 원두커피를 한 잔씩 마신 다음 다시 출발,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에 들어섰다. 홍천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는 44번 국도를 타고 계속 달린다. 도로에 오봉산 가는 이정표가 보이고 가리산 가는 이정표도 보인다. 소양호 근처의 부평쉼터에 잠시 들렀다. 다시, 소양강과 북천을 끼고 쉼 없이 달린 버스는 장수대를 지나 마침내 오늘의 산행기점인 한계령에 도착했다. 아, 정말 오랜만에 설악산에 왔다.
▲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 [07:35]
▲ 44번 국도에 있는 부평쉼터 [09:14]
09:58 한계령 휴게소 주차장은 차량들로 만원이었고, 속속 도착하는 버스에서 산행객들이 줄지어 내리고 있었다. 고도가 920m인 한계령에는 운무가 끼어 있고 오른쪽의 암릉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10시 5분에 건물 옆 계단을 올라가는 것으로 귀때기청봉 산행이 시작되었다. 인공적으로 만든 돌길이 계속 이어졌다. 사람이 워낙 많이 다니다보니 등산로 훼손이 심하여 돌길로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산행객 중에 누군가가 노무현 前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말을 한다. 집에서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아니 그 분이 왜 돌아가셔? 자살이란다. 왜? 어떻게? 의문 투성이지만 확인할 길이 없다. 어쨌든 사실이라면 굉장한 비극이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산행객들은 운무 속에 묻히고 말았다. 오늘 날씨가 계속 이렇다면 땅만 보고 걸어야 할 것 같다. 계속되는 오름길을 1시간 17분 동안 걸어 서북주능선 안부에 도착했다.
▲ 한계령 주차장 [10:00]
▲ 한계령 綠陰 뒤로 운무에 싸인 암릉이 보인다 [10:01]
▲ 산행이 시작되는 계단길 [10:03]
▲ 위령비 옆을 지나고 있는 산행객들 [10:07]
▲ 한계령에서 서북주능선 안부까지는 돌계단 길이다 [10:11]
▲ 가끔 철쭉이 보이는 산행로 [10:18]
▲ 고도가 높아지면서 운무 속으로 진입 [10:35]
▲ 간혹 내리막도 있다 [10:53]
▲ 산행객들은 끝없이 이어지고 [11:13]
11:22 대청봉으로 가는 길과 귀때기청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서북주능선 안부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서 대청봉 쪽으로 간다. 우리는? 귀때기청봉이다. 이 길로 들어서니 사람이 많지 않아 좋다. 15분 쯤 지나자 그 유명한 서북주능선의 너덜겅이 시작되었다. 여러 크기의 바위들이 널려 있는 너덜겅은 걷는데 보통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더군다나 운무가 끼어 있고 젖은 바위가 미끄러워 한 발 한 발이 조심스럽다.
이곳 너덜겅은 규모가 엄청나다. 주능선에 어떻게 이런 지형이 만들어졌을까? 이 거대한 바위들이 어디서 온 것인가? 하늘에서 떨어졌나, 아니면 땅에서 솟았나? 나이를 먹을수록 자연이 위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금방 끝날 것 같은 너덜겅은 잠시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곤 했다. 안부에서 귀때기청봉까지 1.6km 거리의 대부분이 너덜겅이었다.
▲ 서북주능선 안부에 있는 이정표 [11:23]
▲ 서북주능선 안부에서 이규필 회원 [11:23]
▲ 귀때기청봉으로 가는 길은 그래도 호젓하다 [11:35]
▲ 서북주능선 너덜겅이 시작되는 곳 [11:37]
▲ 너덜겅을 지나고 있는 산행객들 [11:39]
▲ 운무 속을 걷고 있는 산행객들 [11:41]
▲ 서북주능선의 운무 [11:47]
▲ 유명한 서북주능선의 너덜겅 [11:47]
▲ 산행로 가이드용 밧줄이 매어져 있는 너덜겅 [11:52]
▲ 귀때기청봉까지는 너덜겅의 연속이다 [12:02]
▲ 운무는 걷힐 줄 모르고 [12:08]
12:19 해발 1578m의 귀때기청봉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귀때기청봉'이라고 적혀 있을 뿐 별다른 표지석 같은 것은 없다. 정상 아래 길 옆에서 점심을 먹었다. 비가 조금씩 부슬거린다. 대충 점심을 먹고 대승령을 향해서 출발, 몇 잎 남지 않은 진달래꽃이 우리를 반겨준다. 돌길, 계단길, 내림길, 오름길이 계속 이어졌다. 서북주능선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구간이다. 아, 오른쪽의 용아장능과 공룡능선을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 해발 1578m의 귀때기청봉에서 이규필 회원 [12:20]
▲ 귀때기청봉에서 [12:20]
▲ 진달래는 이미 졌고 흔적만 남아 있다 [12:38]
▲ 평탄한 길도 있고 [13:10]
▲ 내리막 길도 있고 [13:20]
▲ 서북주능선의 철쭉 [13:48]
▲ 급경사의 계단길을 오른 후 [14:04]
▲ 급경사의 계단을 올라 잠시 휴식 [14:10]
▲ 주목과 운무와 바위 [14:15]
14:17 여기가 어딘가? 봉우리가 아닌 것 같은데 능선에 삼각점이 있다. 귀때기청봉에서 대승령까지 6km 거리인데 반 정도 되는 지점에 온 것 같다. 운무는 걷힐 줄을 모른다. 비가 오지 않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다른 회원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우리보다 앞서 간 회원이 있나? 아니면 우리가 선두인가? 삼각점을 지난 후부터는 길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걷기에 좋다.
▲ 능선에 있는 삼각점 [14:17]
▲ 오랜만에 만난 부드러운 길 [15:11]
▲ 철쭉 사이를 걷고 있는 이규필 회원 [15:14]
▲ 급경사 내리막길 [15:18]
▲ 급경사 계단길 [15:19]
15:35 해발 1219m의 대승령에 도착. 삼거리 갈림길 지점인데 왼쪽은 장수대로 내려가는 길이고 곧장 가면 십이선녀탕계곡을 거쳐 남교리로 내려간다. 장수대로 내려가는 하산길도 인공적으로 만든 돌계단길이었다. 토사유출은 막을 수 있겠지만 걷는 데에는 그리 좋지 않다. 아래쪽으로 내려오자 꽤 고운 철쭉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조금 지루한 돌길이 계속 이어졌다.
장수대로 내려가기 직전 오른쪽에 대승폭포가 있다. 북한에 있는 구룡폭포,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폭포에 속하는 대승폭포는 어제 내린 비로 수량이 많아져 장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대한 암벽에서 쏟아져내리는 물줄기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자연 청량제였다.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많이 보이는 계단길을 돌아내리니 장수대 주차장이 보인다.
▲ 해발 1219m의 대승령에서 [15:35]
▲ 장수대 하산길에 만난 철쭉 [15:42]
▲ 계류 위에 놓인 다리 [16:06]
▲ 구룡폭포,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폭포에 속하는 대승폭포 [16:17]
▲ 대승폭포를 배경으로 [16:17]
▲ 대승폭포를 배경으로 이규필 회원 [16:18]
▲ 대승폭포 오른쪽의 아름다운 암벽 [16:32]
▲ 하산길에 만난 아름다운 소나무들 [16:33]
▲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분소 건물 [16:45]
16:45 장수대 주차장에 도착했다. 배낭을 벗어 놓은 다음 계곡으로 올라가 신발과 바지에 묻은 흙을 씻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회원들의 도착 시간이 많이 늦어질 것 같아 도로 아래에 있는 음식점으로 갔다. 해물파전을 하나 시켜 놓고 동동주를 마시고 있는데 다른 회원이 한 명 합세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피로를 달랬다. 텔레비젼에서는 노무현 前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계속 속보로 방영하고 있었다. 슬픈 일이다.
음식점을 나와 버스로 돌아왔는데 몇 사람이 내려와 있을 뿐 후미는 감감무소식이다. 버스 좌석에 몸을 누이고 잠시 눈을 붙였다. 7시 38분에 마지막 회원이 하산을 완료했다. 내가 내려온 시간보다 거의 3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안내 산행을 몇 번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시간적으로 차이가 많이 난 것은 처음이다. 어쨌든 버스는 바로 장수대 주차장을 떠나 청주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중간에 국도변 휴게소에 들렀으나 음식이 부족해서 그냥 다시 출발했다.
▲ 우리가 타고 갈 청솔관광 리무진 버스 [16:46]
▲ 장수대 주차장에서 바라본 암릉 [18:08]
21:40 중앙고속도로 원주휴게소에 들러 늦은 저녁을 먹었다. 사골 곰탕 한 그릇으로 속을 채운 다음 버스에 승차, 우리를 태운 버스는 청주까지 죽어라고 달렸다. 11시 가까이 되어 청주 실내체육관 앞에 도착,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귀때기청봉 산행은 운무 때문에 조망이 시원치 않아 장쾌한 용아장능과 공룡능선을 볼 수는 없었지만, 설악산에서 가장 힘들다는 서북주능선의 일부를 큰 무리 없이 종주한 것으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 중앙고속도로 원주휴게소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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