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8월 9일 토요일
◈ 장소: 미륵산 689m / 강원 원주시 귀래면
◈ 코스: 황산마을 → 신선봉 → 미륵봉 → 미륵산 → 새터고개 → 황산마을
◈ 코스: 4시간 51분
◈ 회원: 평산회원 3명
07:15 신흥고등학교 앞 출발. 오늘은 평산회 정기 산행이 있는 날이다. 교사들은 방학이 되면 한가한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모임 약속을 잡기가 학기중보다 더 힘들다. 오늘이 방학중 토요일인데도 회원들의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세 명만 산행에 참가하게 되었다. 세 명이면 어떠랴? 증평과 음성을 거쳐 주덕에서 599번 지방도로 접어들었다. 충주호 조정지댐 아래 호반에서 호수축제가 벌어지고 있는지 공중에 애드벌룬이 떠 있다.
08:21 커피를 한 잔씩 마시기 위해 중앙탑 휴게소에 들렀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고 있는데 어, 이게 누구야? 옛날 초임 때 칠성중학교에서 같이 근무했던 조옥현 선생님이 지나가신다. 어머, 선생님. 오랜만이네요. 아이구, 이게 누구야. 명예퇴직을 하신 조 선생님은 노인정 회원들이 속초로 야유회를 가는데 함께 가시는 중이란다. 세월 참 빠르다. 78년에 처음 만났으니 벌써 31년이나 되었네.
가흥육교 밑을 지나 남한강 위에 놓여 있는 목계교를 건넌 다음 19번 국도에 들어섰다. 오른쪽으로 가면 38번 국도를 만난 다음 목행대교를 건너 충주시로 들어가게 된다. 우리가 갈 길은 왼쪽이다. 이름이 좀 거시기한 야동초등학교를 지나 올라가니 원주시 귀래면인데 계속 19번 국도를 따라가면 원주시가 나온다. 우리가 갈 주포리 황산마을은 귀래면소재지에서 좌회전해서 531번 지방도를 따라가야 한다. 귀래면소재지에서 황산마을까지는 가까운 거리였다.
▲ 중앙탑휴게소에서 조옥현 선생님을 만났다
08:47 황산 마을 도착. 도로 오른쪽 공터에 차를 세운 다음 산행준비를 했다. 한 아주머니에게 산행로 입구를 물었더니 손가락으로 위치를 가리키며 아주 자세하게 일러주신다. 친절도 하시지. 주포리 마을회관 오른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곧 수렛길이 나타나고, 담배밭 왼쪽으로 난 수렛길이 끝나는 지점에 이정표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 주포리회관 오른쪽으로 난 도로를 걷고 있는 회원들 [08:52]
▲ 수렛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08:57]
▲ 멀리 뒤쪽으로 미륵산 능선이 보인다 [08:58]
08:59 등산로 입구 이정표에 정상까지 2.1km라고 적혀 있다. 한 시간 거리네. 일단 산길로 들어섰는데 곧바로 잡풀이 우거져 길이 확실하지 않다. 이쪽 길로는 사람들이 잘 다니니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표지기가 자주 붙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잡풀 지대를 지나자 길이 좋아졌다가 다시 허리 높이까지 자란 덤불지대가 나타났다. 그러나 덤불지대는 곧 끝이 나고 소나무가 아름다운 부드러운 능선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 미륵산 등산로 입구 표지판
▲ 덤불길에서 잠시 한 숨을 돌리며 [09:01]
▲ 제법 평탄한 지능선에 올라 [09:15]
▲ 허리까지 오는 풀길을 헤치고 있는 신동갑 회원 [09:22]
▲ 소나무가 아름다운 미륵산 산행로 [09:26]
09:31 황룡사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이정표가 서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출발. 어제 말복을 지났는데 오늘 꽤 더운 날씨다. 바람이 불지 않는 숲길은 정말 덮다. 암릉길이 나타났다. 그리 험한 편은 아니었고 또 밧줄이 매어져 있어 산행을 하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부드러운 흙길과는 달리 암릉길은 산행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 삼거리 이정표
▲ 서서히 암릉길이 시작되고 [10:01]
▲ 경사가 있는 암릉길에는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10:01]
▲ 치마바위인 듯 [10:04]
10:06 미륵산쉼터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다. 신동갑 회원이 가져온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미륵산은 오르기에 그렇게 힘이 드는 산은 아니지만 문제는 날씨였다. 오늘 꽤 더운 날씨다. 쉬면서 왼쪽을 바라보니 소나무 사이로 국망산에서 보련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하늘을 가르고 있다. 치악산은 어디 쯤 있나?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오르내려 마침내 미륵봉에 도착했다.
▲ 미륵산 쉼터로 가는 길 이정표
▲ 전망대에서 바라본 국망산 방면 [10:14]
▲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 미륵산에는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다 [10:31]
▲ 우리가 걸어 내려갈 길이 보이고 [10:39]
▲ 봉우리에 올라 다시 걸음을 재촉하고 [10:53]
▲ 봉우리를 내려가고 있는 회원들 [10:59]
▲ 미륵봉으로 올라가고 있는 회원들 [11:02]
▲ 가파른 암릉길을 오르고 있는 신동갑 회원 [11:04]
11:05 미륵봉에 올랐다. 이정표 오른쪽에 암봉이 있어 올라갔더니 전망이 좋다. 신선봉에서부터 지나온 능선이 보이고 앞으로 가야할 미륵산 정상 쪽 능선도 보인다. 그 아래로는 우리가 하산하는데 이용할 도로가 일직선을 긋고 있다. 조망을 마친 후 이정표에 적혀 있는 대로 헬기장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 미륵봉에 있는 이정표
▲ 미륵봉 전망대에서 본 지나온 능선들
▲ 미륵봉 전망대에서 본 미륵산 정상 방향
▲ 미륵봉 전망대에서 본 하산용 도로
▲ 미륵봉 전망대 바위 상단 모습
11:28 헬리콥터착륙장에 올랐다. 그런데 한 쪽에 원주시에서 세운 미륵산 정상 표지석이 있다. 여기가 정상인가? 지도에 보면 미륵산은 조금 더 가야 하는데. 표지석 옆에 있는 이정표에도 미륵산 정상이라고 적혀 있다. 지도가 잘못된 건가? 정상이기에 표지석이 있겠지? 날이 더워 기념사진을 한 장 찍은 다음에 곧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조금 경사가 있었는데 이상한 천으로 만든 줄이 계속 매어져 있었다. 새터고개까지의 하산에 걸린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 헬리콥터착륙장을 겸하고 있는 미륵산 정상
▲ 해발 689m의 미륵산 정상에서 회원 일동
▲ 조금 가파른 하산길이 줄이 매어져 있다 [11:36]
▲ 몹시 무더운 하산길 [11:37]
▲ 하산길에도 암를이 있다 [11:38]
▲ 하산 암름길을 내려가고 있는 회원들 [11:38]
12:02 새터고개에 내려섰다. 왼쪽으로 가면 운계리에서 이어지는 404번 지방도와 만나게 된다. 황산마을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따가운 햇빛이 비치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조금 내려가니 왼쪽으에 턱골로 가는 등산로를 안내해주는 이정표가 서 있다. 5분 정도 걸어 꿈의 궁전 마을 펜션으로 가는 안내판을 만났는데 안내문이 온통 한문으로 되어 있다. 무슨 이유 때문에 한문으로 썼을까?
▲ 황산에서 평촌으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 도로변에 서 있는 이정표 [12:06]
▲ 꿈의 궁전마을 펜션 안내 표지석 [12:11]
12:13 도로 오른쪽에 황산사터3층석탑 표지석이 있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있는데 황산사라는 절 표지판이 있고 아주 검소한 대웅전 건물도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뭐가 있나 일단 올라가보자. 황산사를 지나니 바로 공사현장이 나타났는데 경순왕 경천묘를 조성하는 작업이었다.
경순왕 경천묘
신라 56대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935년 미륵봉의 빼어남에 반해 산 정상에 미륵불상을 만들고 학수사와 고자암을 세운것으로 전해진다. 경순왕 사후 그를 추종하던 신하와 불자들이 고자암에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받든 것이 영정각인 경천묘의 시발이다. 경천묘의 명칭은 조선때 영조가 하사한 것 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원주시에서 매년 ‘경순왕 경천묘 추향대제’를 봉행하고 있다.
시간도 그렇고 해서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놓은 암반 위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김밥과 김치, 물이 오늘 점심 메뉴다. 근처를 맴돌던 황구 한 마리가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밥을 달라는 건가? 김밥을 몇 개 주었더니 잘 먹는다. 그 놈 참, 말복이 지났다고 겁이 없네. 점심 후 출발. 어디서 시원하게 발이라도 씻을 곳을 찾는데 영 나타나지 않는다. 작은 계곡은 모두 물이 말라 있었다. 바람도 없는 날씨에 나무 그들도 없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걷기란 꽤 힘든 일이었다.
▲ 황산사터3층석탑 안내 표지석
▲ 황산사 입구 [12:14]
▲ 황산사 대웅전 [12:14]
▲ 경순왕 강천묘 안내도 [12:15]
▲ 점심 먹는 동안 우리와 시간을 함께 한 황구 [12:44]
▲ 주포리로 내려오며 본 미륵산 능선 [12:50]
▲ 주포리 황산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걷고 있는 회원들 [12:50]
12:55 마침내 발을 씻을 만한 계곡을 만났다. 도로 오른쪽에 있는 집에서 만들어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상도 있고 커다란 웅덩이도 있어 온 몸을 담그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양말을 벗고 발을 물속에 담그니 온 몸이 짜릿해져 온다. 거 참 시원하다. 1시 11분에 출발, 시멘트도로의 열기는 여전하다. 도로 왼쪽으로 단지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미륵산농원에서 된장, 고추장, 청국장을 담궈서 판매하고 있었다.
도로 오른쪽에 '쉬는 곳'이라는 안내판이 있고 장승 몇 개가 서 있다. 글씨체를 보니 예술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 만든 것 같았다. 거대한 황룡사 입구를 가리키는 표지석이 서 있다. 산행중에 만났던 이정표 대로 내려오면 이 황룡사에 이르는 모양이다. 도로 왼쪽의 축대벽에 농기구와 목판에 걸려 있는데 목판마다 교훈적인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이곳 참 재미 있는 마을이네. 멀리 차도가 보이는데 도로 오른쪽으로 다시 장승이 보이고, 도로를 따라 설치되어 있는 시멘트 구조물마다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과 함께 그린 학생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 도로 왼쪽에 있는 계곡에서
▲ 도로 왼쪽에 있는 장단지들 [13:15]
▲ 바람 한 점 없는 도로를 걷고 있는 회원들 [13:15]
▲ 도로 오른쪽에 있는 장승들 [13:23]
▲ 황룡사 안내 표지석 [13:29]
▲ 축대에 교훈적인 글이 적힌 목판이 걸려 있다 [13:31]
▲ 장승들이 자주 모습을 보이고 [13:35]
▲ 주포리 황산마을 도로변에 있는 안내문들 [13:37]
13:39 주포리 황산마을에 도착. 말복 다음 날의 햇빛은 너무나 강렬해서 오늘 참 땀을 많이 흘렸다. 차에 올라 아침에 왔던 길을 거꾸로 달렸다. 이거 너무 일찍 집에 돌아가는 거 아냐?
▲ 주포1리 황산마을 표지석 [13:39]
14:29 음성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들러 음료수를 한 캔 씩 마셨다. 휴게소 여유 공간에는 여러 가지 고철 부품으로 만든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알고 보니 지난 번 가섭산에 오를 때 보았던 것들이었다. 가섭산 오르막에 이런 조형물을 만드는 제작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만든 것들을 이곳으로 옮겨 온 모양이다. 전시용인가? 아니면 판매용인가?
▲ 음성 만남의광장 휴게소에 있는 철제조형물
15:25 일정을 서둘렀더니 일찍 청주에 도착했다. 평산회의 산행 후 회식장소인 제일수산에 들렀더니 내부수리중이라 영업을 못한단다. 길 건너편에 있는 동해바다 횟집으로 갔다. 단가가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곁들이 음식이 많이 나와 술 한 잔 먹기에 괜찮았다. 오늘 무더운 한 여름 산행을 하면서 흘린 땀만큼 진한 이야기를 나누며 산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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