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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강원山行記

2007.06.09. [강원山行記 3] 강원 정선 백운산→함백산

by 사천거사 2007. 6. 9.

백운산-함백산 산행기

 일시: 2007년 6월 9일 토요일 

 장소: 백운산 883m / 함백산 1573m / 강원도 정선-태백

 회원: 홍세영, 김영옥, 지학근, 김석언, 이효정(계 5명)


 


07:05  오늘 평산회 산행지는 닭이봉이다. 닭이봉은 정선의 백운산 맞은 편에 있는 산인데 작년 6월 11일 백운산 산행 때 실족 추락사한 故 김영철 회원의 추모제를 지내기 위해 오늘 산행지로 결정한 것이다. 7시에 백제의 땅에 도착, 홍세영, 김영옥, 김석언 회원을 태우고 출발. 수름재를 막 지났는데 유재철 회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냐고? 회장님이 산행 참가여부를 알려주시지 않아 참가를 못하시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온 것이 문제였다. 미리 전화를 드려서 알아봤어야 했는데. 회장님이 그냥 다녀오라고 하셔서 떠나기는 했지만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7시 26분에 증평 김밥집에 도착. 간단한 아침식사 후 점심을 준비했다. 주덕을 지나 가금 쪽으로 진행 8시 27분 중앙탑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오늘 날씨가 화창할 거라는 예보가 있었는데 현재로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학근 회원을 만나기로 한 봉양역에 8시 58분에 도착. 9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전화를 했더니 사택으로 오라고 한다.


▲ 충주 중앙탑 휴게소


09:15  두학초등학교 앞 공터에 도착. 예전에 이곳 사택에 있었는데 장소를 옮겨 제천산업고 사택에 있단다. 잠시 후 지학근 회원 도착. 인사를 나눈 후 출발. 38번 국도를 타고 문곡까지 온 다음 다시 59번 국도로 신동까지 와서 좌회전을 했다. 닭이봉은 이 간선도로를 따라 가다 가탄에서 정차하여 올라가야 한다. 고개를 하나 넘었더니 매표소가 있고 입장료를 받고 있다. 한 사람 당 2,000원. 그런데... 가탄마을에 대해서 물어보니 지금 도로공사 중이라 차량 출입이 안 되고 굳이 가려면 정선 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이런!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 결론은 뻔하다. 백운산으로 가는 것.

 

10:28  동강 위에 놓여 있는 잠수교를 통과.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차가 한 대도 없다. 문희마을에서 넘어오느라고 없는 건가? 제장마을 출발. 구름은 여전히 잔뜩 끼어 있다. 숲길로 들어서기 전에 본 백운산 주능선의 모습이 아름답다. 오른쪽 포도과수원과 왼쪽 배추밭을 지나 완경사 숲길로 들어섰다. 숲 속은 시원하다 못해 서늘했다.


▲ 제장마을에서 본 백운산 주능선, 오른쪽 제일 높은 곳이 정상

 

▲ 완경사 사면길을 오르고 있는 평산회원들 


10:54  완경사 숲길이 끝나고 급경사 사면길에 올라섰다. 사면길 따라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데 절벽이 있는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설치되어 있다. 가끔 '추락주의'라고 쓴 경고판에 세워져 있지만 아직도 안전시설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 휴식. 봉우리에서 내려다보는, 사행천 사이로 삼각주가 자리잡고 있는 동강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맞은 편으로는 오늘의 원래 산행 대상지였던 닭이봉 능선이 보이고.  


▲ 급경사 사면길,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 첫 번째 봉우리에서 본 맞은 편 닭이봉 모습

 

▲ 백운산 밑을 흐르는 동강과 삼각주 


11:14  칠족령 갈림길에 도착. 문희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백운산 정상을 거쳐 이곳으로 하산한 다음 칠족령을 경유하여 문희마을로 갈 수 있다. 즉,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한 것이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 비가 조금씩 내리기 사작한다. 물론 주룩주룩 쏟아지는 것은 아니고 비가 온다는 것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사고지점까지는 작은 봉우리를 두 개 더 넘어야 한다. 급경사 바윗길에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 칠족령 갈림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평산회원들 


11:55  故 김영철 회원 사고 지점에 도착. 김영옥 회원을 제외한 나머지 회원들은 일년 전 김영철 회원과 산행을 함께 했었다.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년이 지났다. 누구나 언젠가는 이승을 떠나야 하지만 김영철 회원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추모제는 동강변에서 지내기로 했기 때무에 우선 간략하게 홍세영 회원이 절을 올리고 나머지는 묵념을 했다. 부디 저승에서 편한하기를... 백운산 정상을 오르기 위해 작은 봉우리를 두 개 지났는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며 비가 많이 내릴 조짐이 보인다.


▲ 故 김영철 회원 추락 사고 지점을 홍세영 회원이 가리키고 있다

 

▲ 홍세영 회원이 고인을 위한 절을 올리고 있다


12:11  비옷이나 윈드자켓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한 비를 만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상의를 한 끝에 정상은 포기하고 하산을 하기로 했다. 김영옥 회원을 제외한 나머지 회원들은 일년 전에 정상을 밟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덜하지만 김영옥 회원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더군다나 하산을 하는 동안 날이 다시 개어 죄송한 마음이 배가되었다. 13시 27분에 꽃이 핀 밤나무가 있는 휴게소에 도착. 길 옆 뽕나무에 오디가 검붉게 익어 달려있다.

 

13:50  故 김영철 회원이 추락한 사고 지점이 가장 잘 보이는 동강변에서 간단한 추모제를 지냈다. 모두 말은 없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으리라. 옆에서 낚시를 하던 두 청년이 우리의 모습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추모제를 지내는 동안 하늘을 덮었던 구름이 추모제가 끝나자 다시 벗겨졌다. 추모제를 지낸 후 준비해간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누구 덕분에 동강변에서 점심을 다 먹어보는구나.


▲ 故 김영철 회원이 추락한 V자 형 바위벽

 

▲ 故 김영철 회원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 故 김영철 회원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14:50  점심 후 출발. 청주로 돌아오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다. 지학근 회원이 근처에 함백산이 있는데 정상 부근까지 차가 올라가니 한 번 들러보자고 한다. 신동에서 59번 국도를 따라 문곡까지 간 다음 38번 국도를 타고 태백 쪽으로 달렸다. 사북과 고한을 지나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414번 지방도를 따라 달려가니 왼쪽으로 정암사라는 절이 보인다.

 

정암사는 나중에 들르기로 하고 함백산으로 계속 차를 몰았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도로가 운무에 싸여 시야가 불확실하다. 1차로의 좁은 도로에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차와 마주치면 교행이 힘들 정도다. 운무는 올라갈수록 심해져 10m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고도계를 보니 1,300m가 넘었다. 도대체 몇 m까지 차가 올라가는 거야?

 

16:10  함백산 KT 통신소 앞 공터에 주차. 차에서 내리니 운무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다. 몸이 덜덜 떨린다. 날씨가 좋을 거라는 일기예보만 믿고 윈드자켓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 큰 불찰이었다. 산에서의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본적인 산행 장비를 갖추지 않은 내 자신을 탓할 수밖에. 차에서 내려 1분 정도 올라가니 1573m의 함백산 정상이다. 세상에, 1분 만에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 정상에 오르다니. 어쨌든 정상 기념사진은 찍어야지. 주변 경관이 좋다는데 운무 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찬 바람에 몸이 얼어드는 것 같아 급히 차로 돌아왔다.


정암사

 

함백산 입구 북쪽 계곡에 있는 천년고찰로 서기 645년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으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 경내에는 국내 5대 보궁 중 하나인 적멸보궁이 있다. 적멸보궁은 법당에 해당하는 건물로 불상을 모시지 않는 절로 유명하다. 정암사 뒤편에는 보물 제410호인 수마노탑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 탑은 물에서 나는 마노석을 벽돌 모양으로 깎아 쌓아올린 7층의 모전석탑이다. 정암사 계곡에는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열목어가 있는데 천연기념물 73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 운무에 싸인 함백산 정상 모습,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 남한에서 다섯 번 째로 높은 함백산 정상, 백두대간에 있다

 

▲ 남한에서 다섯 번 째로 높은 함백산 정상, 백두대간에 있다

 

▲ 남한에서 다섯 번 째로 높은 함백산 정상, 백두대간에 있다 


16:37  만항재에 도착. 만항재는 함백산에서 태백과 영월방면으로 연결되는 414번 지방도의 가장 높은 고개로 해발 1330m에 이른다. 한여름 더위를 피해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으며 등산로 구간에는 고산지대에서만 서식하는 자생식물이 군락을 이루어 개화하는데 6월 말에 야생화축제를 연다. 만항재에 있는 휴게소에 들어가서 따끈한 커피를 주문해 마셨는데, 휴게소 한쪽에는 난로가 피워져 있었다. 6월 초에 난로라니, 고산지역이라 기온이 낮기는 낮은 모양이다. 만항재를 내려와 31번 국도를 타고 상동을 거쳐 제천 쪽으로 달렸다.


▲ 자동차가 다니는 전국에서 최고 높은 고개로 414번 지방도가 지나간다

 

▲ 자동차가 다니는 전국에서 최고 높은 고개로 414번 지방도가 지나간다 


18:35  제천 봉양역 맞은 편에 있는 찐빵집에 도착. SBS 열린아침에 방영되었다는 이 집의 찐빵 맛이 일품이다. 김영옥 회원이 거금을 희사해서 찐빵과 만두 맛을 보여주셨다. 봉양역에 차를 세운 지학근 회원이 합류하여 청주를 향해 달렸다.


▲ 충주 봉양역 맞은 편에 있는 찐빵과 만두가게, 맛이 좋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20:16  청주에 도착. 김영옥 회원은 집에 일이 있어 들어가시고 나머지 회원들은 율량동 제일수산에서 회식을 했다. 회식 중에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다음 7월 산행은 문경 주흘산에서 갖기로 잠정적으로 결정을 보았다. 오늘 비록 계획했던 닭이봉 산행은 하지 못했지만 백운산을 들르고 겸사로 함백산 정상을 밟아 보았으니 부족함이 없는 하루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