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03. [강원山行記 1] 강원 정선 민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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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산행기 

◈ 일시: 2005년 7월 3일 일요일

◈ 장소: 민둥산 1119m / 강원도 정선읍 남면

◈ 코스: 증산초교 → 민둥산 → 발구덕 → 증산초교

◈ 시간: 3시간 15분

◈ 회원: 김영철, 지학근, 이규필, 홍세영, 이효정, 김석언, 김지홍, 신현대(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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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정기산행 때 동해를 다녀오면서 정선을 지날 때 '민둥산' 표지판을 보았는데, 그 때 다음 산행지를 민둥산으로 잠정적으로 합의했었다. 민둥산은 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산 부근에 나무가 거의 없고 억새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가을 산행에 더 적합한 산이다. 장마 중인 데다 특히 오늘은 비가 올 확률이 100%여서, 계획대로 산행을 해야하나 아니면 연기해야 하나 적지 않은 고민을 하다가 일단 출발 하기로 결정을 했다. 마침 아침에는 빗줄기가 매우 가늘어서 출발 쪽으로 마음을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07:20  신흥고등학교 체육관 앞 주자창에 8명의 회원이 모였다. 청석고 홍세영 선생님이 새로운 회원으로 가입한다고 하여 합류를 했다. 김영철 회원과 김지홍 회원의 차를 이용하여 4명 씩 분산한 다음 정선을 향해 출발을 했다. 비는 조금씩 내렸지만 아직까지는 우려할 단계는 아니었다.

 

07:40  늘 이용하는 증평 김밥집에 도착. 아침을 먹지 않은 회원들은 간단히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1인당 2줄 씩의 김밥을 점심으로 준비하였다. 7시 55분에 출발. 음성을 지나자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염려했던 대로 '비가 많이 오고 하니 멀리 가지 말고 가까운 관문에 들렀다가 수안보 온천이나 가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타당성이 있는 제안이었지만, 일단 민둥산 아래 까지 간 다음 그 때에도 계속 비가 오면 근처에 있는 온천을 하기로 결정하고 강행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09:30  쌍용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한 잔 씩 했다. 동강 래프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주인이 지금이 적기라고 말을 거든다.

 

10:50  민둥산 산행 기점인 증산초등학교 앞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김영철 회원이 주차장을 지나치는 바람에 U-turn을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비가 많이 잦아 들었다. 증산초등학교 바로 옆에 있는 천불사에서 물을 뜬 다음, 우산과 비옷으로 산행 준비를 마치고 증산초등학교 왼쪽 계곡 옆으로 난 길을 통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올라가니 급경사 등산로와 완경사 등산로가 갈라지는 곳에 이르렀다.

 

급경사 길은 내려올 때 이용하기로 하고 완경사 길로 접어 들었다. 비는 운행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내리는 둥 마는 둥 했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여덟 명이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고, 또는 반팔 차림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고 있다. 얼마를 올라가니 '발구덕'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정상으로 향하는 왼쪽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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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둥산 산행 안내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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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낙엽송이 빼곡이 들어찬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새로 회원이 되신 홍세영 선생님의 '엔드로몰핀'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꾸며 하는냐에 따라 듣는 사람에게 또 다른 의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상에 올라가면 기분이 좋은 이유는 바로 '엔드로몰핀'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엔드로몰핀'의 정체를 궁금해했는데 그것은 바로 '엔돌핀'이었다. 별로 경사가 급하지 않은 산길을 계속 오른다.

 

11:50  마침내 시멘트 포장이 된 임도에 이르렀다. 오른쪽은 '발구덕' 마을로 내려가는 임도이다. 비를 가릴 수 있는 정자와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다시 계단식으로 된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날이 개이는 것처럼 오른쪽 하늘이 부옇게 밝아 온다. 김영철 회원과 김지홍 회원의 야생초 토론을 들으며 쉬임없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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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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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마침내 전망이 좋은 곳에 이르렀다. 증산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비 때문에 흙탕물이 흘러가는 동강과 나란히 태백선 철로가 달리고 있다. 맞은 편 산에 걸친 운무가 장관이라 배경으로 삼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조금 올라가니 숲은 끝나고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멀리 산불감시초소가 세워져 있는 정상이 한 눈에 보인다. 정상까지의 길 양쪽으로는 억새밭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가 쳐져 있다. 산이름 그대로 민둥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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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아래로 보이는 증산 시내

 

▲ 산능선에 구름이 꽃을 피웠다

 

▲ 해병대 출신들인가 빨간모자네

 

▲ 휴식을 취하다 잠깐 포즈를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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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5  정상에 도착을 했다. 우리의 정상 도착을 축하하는지 그 동안 뜸했던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한다. 산불감시초소를 방패로 삼아 내가 가지고 간 복분자술로 정상주를 마셨다. 민둥산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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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둥산 산행: 홍세영 회원

 

▲ 민둥산 정상에서

 

▲ 민둥산 정상에서

 

▲ 민둥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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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  빗줄기도 세어지고 해서 하산을 하려는데 의견이 나뉘어졌다. 지금까지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자는 팀과 오른쪽으로 나 있는 '발구덕' 마을로 가자는 팀으로. 결국 이규필, 홍세영, 김지홍 회원은 처음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기로 했고, 김영철, 김석언, 신현대 회원과 나는 왼쪽으로 나 있는 '발구덕'으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했다. 비가 내린 흙길은 꽤 미끄러웠다. 약간 경사진 길을 미끌어질 듯 하면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한 굽이를 돌아가니까 산딸기 나무 밭이 나타난다. 철 늦게 익은 산딸기를 따먹으며 길을 재촉했다.

 

13:40  이윽고 산길이 끝나고 고랭지 배추를 심은 밭이 모습을 드러냈다. 밭길을 따라 가다 길이 끊어져 U-turn.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는 임도로 들어섰다. 길 양쪽으로 배추밭이 이어져 있고, 밭 한 가운데 빈 집, 식당 같은 집이 눈에 들어오고, 이어 한 농가 마루에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신다. 이 외딴 구석에 사람 사는 농가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13:50  임도가 오른쪽 산으로 이어져 있는데 추측컨대 오전에 쉬었던 정자 있는 휴게소와 연결되는 것 같다. 어디로 갈 것인가 상의 끝에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하산하기로 했다. 얼마를 내려갔는데 갈림길이 나왔다. 지형상 왼쪽 길을 택했는데 얼마를 내려가니 역시 막다른 길. U-turn. 다시 갈림길 지점에 와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니 하산로 표시가 되어 있고 산길과 연결이 되어 있었다.

 

왼쪽 계곡과 나란히 산길이 나 있었다. 계곡은 점점 깊어지고 마치 원시림에 들어온 것 같다. 다래 덩굴이 온통 계곡을 뒤덮고 있다. 얼마 후 산길은 오전에 우리가 올라오면서 왼쪽으로 갈라졌던 '발구덕'길과 연결이 되었다. 민둥산을 정점으로 해서 타원형으로 한 바퀴 돈 것이다. 급한 경사길로 하산을 재촉했다. 빗줄기가 점점 강해진다. 아침에 이렇게 비가 왔다면 산행은 어려웠을 것이다.

 

14:05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우리가 먼저 도착을 했다. 증산초등학교 조회대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준비해간 여벌 옷으로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 나로서는 운동화를 준비하지 않은 것이 옥의 티였다.

 

14:30  주차장을 출발하여 귀청길에 올랐다. 강한 빗줄기가 내리 쏟는다. 장마철 기분이 난다. 계속 빗속을 달렸다.

 

16:30  박달재 터널을 통과하자 마자 오른쪽에 있는 휴게소에서 차 한 잔씩을 했다. 청주까지는 계속 빗길이었다. 운전하는 김영철 회원이 잠이 쏟아져 어쩔 줄을 모른다.

 

18:10  청주에 있는 조선시대에서 삼겹살과 소주로 홍세영 회원 가입 축하식을 가졌다. 이제 회원이 12명으로 늘었다. 빗속 산행이라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추억에 남는 즐거운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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