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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강원山行記

2006.06.18. [강원山行記 2] 강원 정선 백운산

by 사천거사 2006. 6. 18.

다시 찾은 백운산 

◈ 일시: 2006년 6월 18일 일요일

◈ 장소: 백운산

◈ 회원: 이효정, 이규필, 권종성, 도주훈 


07:35  아파트 출발.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는데. 충북대학교 정문 앞에서 이규필 회원을 만나 함께 차를 타고 충북대학교 산악부실로 갔다. 산악부실에는 재학생 도주훈 군이 암벽 장비를 넣은 배낭을 꾸려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08:45  증평 김밥 집 도착. 지난 주에도 들렀었는데... 김밥을 사려는 사람들이 여러 명 줄을 서 있다. 주훈이의 아침 식사용으로 두 줄을 썰어주고 8줄을 점심용으로 준비했다. 증평을 출발하여 주덕에서 가금 방향으로 진입하여 제천 쪽으로 달렸다.

 

10:17  강승월 휴게소에 도착.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빼어 마셨다. 하늘이 맑아지며 해가 나기 시작했다. 휴게소에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영월을 지나 태백 쪽으로 달리다가 신동에서 왼쪽 간선도로로 진입. 고개를 하나 넘으니 매표소가 있다. 입장료 1,500원씩. 얼마 안 가서 분교가 나오고 왼쪽으로 제장나루 가는 이정표가 서 있다. 차 두 대가 교행하기 힘든 시멘트 포장도로가 제장나루까지 이어져 있었다.

 

11:20  제장나루에 도착. 다리를 건너니 관광버스 한 대와 승용차 몇 대가 서 있다. 주차를 한 다음 산행준비를 갖추고 곧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일주일 전에 왔을 때와는 감정이 사뭇 다르다. 친구 권종성은 어제 이곳에서 자고 아침 새벽에 동강을 건너 추락지점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지금 사고지점에 있다는 연락을 해왔다.

 

12:00  휴식. 백운산 능선에서 내려다 본 동강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산에서 그렇게 끔직한 일이 일어날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 백운산 주능선에서 내려다본 동강


12:30  추락 장소에 도착. 친구 권종성이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동강을 건너 추락지점으로 올라와보았는데. 안개가 잔뜩 끼어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도주훈 군이 자일과 안전벨트, 하강기, 주마르 등을 챙긴 다음 길옆에 있는 참나무에 이중으로 확보를 하고 급사면을 따라 절벽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심하라는 당부를 몇 번이나 했다. 10여분 후 배낭을 찾았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대로 내려갔구나. 잠시 후 배낭을 자일에 매달고 주마르를 이용하여 무사히 길 위로 올라섰다.


▲ 고 김영철 친구 추락 지점

 

▲ 하강준비를 하고 있는 산악부 후배 도주훈

 

▲ 하강을 하고 있는 도주훈


12:50  배낭과 함께 옆에 떨어져 있던 휴대전화와 손수건도 찾아왔다. 배낭 속 물건을 확인한 후 장비를 챙겨 제장나루 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봉우리를 하나 오른 다음 점심을 먹었다. 밥맛이 없는지 모두 김밥 한 줄씩 밖에는 먹지 못한다. 지난 주에는 그 많던 사람들이 오늘은 서너 명 뿐이다. 아직 문희마을이나 점제마을에서 이곳까지 오지 못한 모양이다. 제장 나루에 서 있는 관광버스를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온 것 같은데.

 

14:20  하산 완료. 큰 밤나무가 서 있는 음식점에서 캔맥주를 하나씩 마셨다. 차를 몰고 김영철 회원이 추락한 골짜기가 마주 보이는 곳으로 갔다. 동강은 그 전과 변함없이 흐르고 작은 나룻배가 하나 물결에 흔들리고 있다. 준비해간 사과, 배, 감, 포를 놓고 간단하게 제사를 지냈다. 산이 좋아서 산에 왔다가 산에서 생을 마감했으니 한편으로 보면 행복한 죽음이다. 내년 이맘 때 또 오마. 그때까지 잘 있어라.


▲ 고 김영철 친구가 추락한 절벽

 

▲ 동강에 나룻배는 무심하고 떠 있고


17:45  청주 도착. 고 김영철 회원 가족과 우리 부부, 이규필 교감 부부, 권종성 친구, 도주훈 후배와 함께 서대골에서 저녁을 먹었다. 고 김영철 회원 가족의 마음이 많이 안정된 것 같아 우리의 마음도 편했다.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들여야지.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을 조금 빨리 겪었을 뿐이지.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