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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강원山行記

2008.11.30. [강원山行記 7] 강원 강릉 피래산

by 사천거사 2008. 11. 30.

피래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11월 30일 일요일  

◈ 장소: 피래산 754m / 강원 강릉 옥계

◈ 코스: 밤재 → 609봉 → 남근솔 → 피래산 → 피래마을 → 밤재

◈ 거리: 8.4km:  

◈ 시간: 3시간 42분

◈ 회원: 박운용, 김영환, 이효정(3명)


 


13:13  피래산 산행 기점인 밤재에 도착했다. 어제 출발한 동해안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피래산 산행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밤재는 강릉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옥계 쪽으로 오다 보면 정동진을 지나서 있다. 반드시 구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피래산 산행을 하려면 밤재에 상주하고 있는 산불감시원에게 신고를 하게 되어 있었는데,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감시원에게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대부분의 회원이 도로 오른쪽에 있는 높이 383m의 기마봉으로 간다고 한다. 피래산은? 나와 김영환, 박운용 회원이 가게 되었다. 혼자라도 갈 참인데 세 명이면 감지덕지다.


▲ 밤재에 있는 '밤재간이휴게소' 건물


13:18  밤재에서 강릉 쪽(피래마을 쪽)으로 100m 정도 내려가면 왼쪽에 피래산 등산로 입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를 보니 어머, 피래산까지 4.7km 거리다. 거 만만찮은 거리네. 일단 낙엽이 쌓인 등성이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경사가 있는 언덕길을 올라가니 밤재휴게소 위로 솟아 있는 기마봉이 보인다. 언덕에서부터 완만한 경사의 소나무 숲길이 시작되었다. 그리 굵지 않은 적송들이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소나무 숲길은 걷기에 아주 좋았다.


▲ 휴게소 건물에서 도로를 건너 강릉 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이정표가 있다

 

▲ 산행로 초입을 오르고 있는 박운용, 김영환 회원 [13:19]

 

▲ 휴게소 건물 뒤로 보이는 기마봉 [13:21]

 

▲ 소나무 숲길을 걷고 있는 박운용, 김영환 회원 [13:29]

 

▲ 일직선으로 뻗은 소나무 사이로 산행로가 나 있다 [13:32]


13:35  고압선 송전철탑을 지났다. 왼쪽으로 7번 국도가 내려다보이고 그 뒤쪽으로 옥계 방면의 동해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동해는 해안이 좁은 대신 산이 높다. 두 번째 철탑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피래산 정상과 주능선이 보인다. 그 많던 소나무들은 어디로 가고 참나무 숲이 시작되었다. 참나무 역시 소나무처럼 일직선으로 뻗어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아주 촘촘하게 세워져 있어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바닥은 온통 참나무 잎이 가득하고...


▲ 산행 중 처음 만난 고압선 철탑

 

▲ 전망이 좋은 곳에서 내려다본 옥계 방면 동해 바다 [13:39]

 

▲ 두 번째로 만난 철탑 [13:42]

 

▲ 산행 도중 오른쪽으로 바라본 피래산 주능선 [13:54]

 

▲ 참나무 숲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14:09]

 

▲ 일직선으로 뻗은 참나무 사이로 산행로가 나 있다 [14:11]

 

▲ 경사진 곳은 낙엽 때문에 길이 매우 미끄럽다 [14:28]

 

▲ 참나무 숲길을 계속 이어지고 [14:36]


14:47  남근솔이 있는 봉우리에 도착. 큰 소나무 가지 사이로 작은 가지가 하나 뻗었는데, 사람으로 치면 남자 다리 사이로 거시기가 서 있는 형상이었다. 이 남근솔은 꽤 유명해서 산행 지도에도 나와 있다. 예전에는 그냥 밋밋한 가지였는데 누군가가 칼로 아주 비슷하게 조각을 해 놓았다. 남근솔이 있는 봉우리에서 20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올라가니 피래산 정상이다. 


▲ 지도에도 나오는 남근솔과 김영환 회원

 

▲ 깎아서 모양을 만든 남근솔과 박운용 회원

 

▲ 만져도 괜찮은가 모르겠네

 

▲ 누가 깎았을까?

 

▲ 피래산 정성으로 이어지는 참나무 숲길 [14:53]


15:12  피래산 정상에 올랐다. 삼각점이 있는 것 외에 정상임을 알려주는 별다른 표지석이나 표지판, 이정표가 없었다. 피래산이 밤재-정동 구간 등산로 있는 산 중에서 제일 높은 곳인데 정상표지석도 하나 없다니. 강릉시에서는 뭘 하는 건가? 충북의 괴산이나 제천에서는 명산 책자를 발간해서 원하는 사람에게 보내주고, 등산로를 정비하여 외지에서 찾아 온 사람들에게 편의를 주고 있는데 말이다. 그 모든 것은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일 것이다. 정상에서 하산을 하려면 피래골이 시작되는 안부로 내려가야 한다. 정상에서 안부까지는 내리막길 300m, 불과 5분 거리였다.


▲ 피래산 정상에 있는 삼각점

 

▲ 피래산 정상에서 회원 일동

 

▲ 하산길도 온통 낙엽으로 덮여 있다 [15:17]


15:20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는 안부에 도착했다. 왼쪽은 절골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피래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여기서 피래마을로 가는 길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직접 피래골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안부에서 피래산 맞은 편 봉우리로 올라가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다. 나는 능선을 따라 내려가고 싶었지만 계곡길을 주장하는 두 사람 때문에 생각을 접고 말았다. 나에게는 길이 없고 험할수록 좋으니 어느 길이든 상관 없다. 그러나 가을철 계곡길은 낙엽이 쌓여 있어 그리 만만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계곡에 쌓인 낙엽이 딛는 발이 어디에 닿을지 알 수 없게 만든다. 무릅까지 빠지는 것은 보통이고 허리까지 잠기는 곳도 있다. 문제는, 이런 곳을 잘못 디디다가 발목을 부러뜨리거나 삘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일단 계곡으로 어느 정도 내려오면 다시 올라가기가 싫어진다는 것이다. 기다시피 해서 낙엽이 쌓인 곳을 내려갔더니 이제는 너덜지대가 나타났다. 계곡의 너덜지대라 경사도 심하고 바위도 크다. 자연히 산행속도가 느려지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앞서 가던 박운용 회원이 계곡길을 포기하고 오른쪽 사면으로 올라간다. 저리 가면 아까 우리가 올라왔던 길과 만나는데... 김영환 회원과 나는 계곡길을 조금 더 내려가다 왼쪽 능선으로 올라붙었다. 원래 우리가 내려오려고 계획했던 길로 올라서기 위해서였다. 과연 길이 있을 것인가?


▲ 피래산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안부에 있는 이정표

 

▲ 피래골에 낙엽이 많이 쌓여 있다 [15:27]

 

▲ 쌓인 낙엽 아래로 허리까지 빠지는 곳이 있는 피래골 [15:30]

 

▲ 피래골 너덜길을 걷고 있는 박운용 회원 [15:39]

 

▲ 피래골 너덜길을 내려오고 있는 김영환 회원 [15:40]

 

▲ 계속 이어지는 피래골의 바위 너덜길 [15:51]


16:02  능선에 올라서니 산행로가 뚜렷하다. 소나무도 아름답다. 길도 좋다. 산행에서 계곡길도 걷는 재미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능선길이 걷기에 좋다. 김영환 회원과 함께 피래마을로 내려가는 능선길을 계속 걸었다. 능선길이지만 경사가 만만찮고 낙엽이 쌓여 있어 발걸음이 그리 빠르지 못하다. 빨리 걷다가 미끌어져봤자 나만 손해다. 마침내 피래골에서 내려오는 계곡길과 만나고 거기서 17분 정도 걸었더니 피래마을이다.


▲ 능선길에 올라서며 만난 보기 좋은 소나무들

 

▲ 능선길과 계곡길이 만나는 곳 [16:21]

 

▲ 초겨울 피래골의 모습 [16:35]


16:39  피래마을에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니 피래골 위로 피래산 정상과 주능선이 보였다. 피래마을은 몇 가구 안 되는 작은 마을이었다. 피래마을에서 잠깐 걸어나오면 7번 국도와 만나게 된다. 박운용 회원이 하산을 했으면 버스를 이쪽으로 오라고 하려 했으나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단다. 하는 수 없지. 밤재로 올라가는 수밖에. 아스팔트 도로를 10분 정도 감아 올라갔더니 밤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 피래마을에서 바라본 피래산 능선

 

▲ 피래마을에서 나와 7번 국도와 만났다 [16:43]


16:55  다시 밤재휴게소에 도착을 했다.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간 박운용 회원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단다. 아까 통화를 했으니 설마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니겠지. 휴게소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기다리다 지친 회원들이 컵라면을 안주로 소줏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기마봉이야 한 시간이면 끝낼 거리니 적어도 2시간 30분은 우리를 기다린 것이다. 안됐다는 생각도 들고 미안한 기분도 들고, 어쨌든 이번 여행의 처음 목표로 정했던 피래산 산행은 소나무와 참나무의 사열을 받으며 피톤치드를 맘껏 받고 끝이 났다.


▲ 산행을 마치고 다시 찾은 밤재

 

▲ 밤재에 있는 등산로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