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대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6월 28일 일요일
◈ 장소: 마대산 1052m / 강원 영월 하동면
◈ 코스: 김삿갓묘역 → 처녀봉 → 전망봉 → 마대산 → 어둔이계곡 → 주거터 → 묘역
◈ 시간: 5시간 29분
◈ 회원: 백만사 회원 10명
6월 27일(토)
16:35 88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김삿갓계곡 입구에서 백만사 회원들과 만나 얼음과자를 하나씩 먹은 다음 오늘의 숙박지인 펜션으로 출발했다. 김삿갓계곡을 따라 난 도로를 계속 들어가면, 오른쪽에 김삿갓묘역이 있고 바로 그 위에 왼쪽 다리 건너 김삿갓문학관이 자리잡고 있는 넓은 주차장이 있다. 우리가 오늘 묵을 이름도 아름다운 '바람소리 물소리' 펜션은 한창 포장공사 준비 중인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꺾이는 길이 있는데 그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나온다.
다른 차가 두어 대 세워져 있는 펜션 주차장에 도착하니 누렁이 세 마리가 먼저 뛰어나오며 우리를 반겨준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계곡 건너에 있는 황토집이었다. 소박한 주방과 욕실이 달린 방으로 하룻밤 지내기에는 그냥 무난할 것 같다. 짐 정리를 마친 다음 야외 식탁에 가져온 먹거리를 펼쳐 놓고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숫불 위에 쑥을 덮어 구어낸 삼겹살 맛은 기가 막혔다. 연신 잔을 부대고 마셨다. 좋은 공기 속에서, 좋은 사람들이, 좋은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음식을 먹으니 그 아니 좋은가!
이방주 회장님 제자 내외가 찾아왔다. 지금부터 35년 전 의풍초등학교에서 가르친 제자라는데 세월이 많이 흘러 40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그 제자와 잘 아는 이곳 펜션 주인이 술자리에 합세했다. 펜션 주인 딸은 단양 영춘중학교를 졸업했는데, 반기문 전국영어경시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영어 수재로 현재 청주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잔이 오가고 12병의 소주가 모두 동이 나서 640ml 짜리 세 병을 더 사다 마셨다. 거기에 펜션 주인이 가져온 돌배주 1.8 리터가 더해 지고.
술이 얼근한 정우종 회원이 족구를 하자고 제안하여 회원들이 비틀거리며 족구장으로 내려갔다. 대충 편을 갈라 족구가 시작되었는데 단 한 번에 끝나고 말았다. 이정희 회원이 찬 공이 왼쪽 계곡으로 굴러 내려간 것이다. 게임 셋! 이렇게 해서 바람소리 물소리에서의 저녁 시간은 마감되었고 회원들은 스멀스멀 펜션 황토방으로 들어가 몸을 눕혔다. 후회없이 보낸 저녁과 내일 산행을 위하여......
▲ 펜션 주차장에 도착하자 개들이 먼저 반겨준다 [16:39]
▲ 황토로 지은 펜션 건물 [17:22]
▲ 야외 식탁에 저녁 잔치상을 차리는 중 [17:23]
▲ 손길이 바쁩니다 [17:25]
▲ 삼겹살은 숫불에 구워야 제 맛 [17:37]
▲ 백만사를 위하여 [17:40]
분위기 좋고 술 맛 좋고 [18:19]
▲ 이방주 회장님 내외와 제자 내외 [18:21]
▲ 이방주 회장님 제자와 여성회원들 [18:30]
▲ 벌레만 없다면 해먹도 좋은 잠자리 [20:03]
▲ 족구장에서 [21:14]
▲ 족구장에서 [21:15]
▲ 족구장에서 [21:19]
6월 28일(일)
08:20 오늘은 마대산 산행을 하는 날, 펜션 방에서 나와 짐을 모두 차에 실었다. 펜션 주인의 배웅을 받으며 주차장을 출발하여 김삿갓문학관이 있는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산행준비를 마친 다음 주차장 입구에 있는 노루목상회에 들렀다. 이곳은 이따가 점심을 먹을 곳인데 이방주 회장님이 이 집 네 명의 아이들을 예전에 가르쳤단다. 35년 전 그 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 주차장에서 바라본 펜션 건물 [08:24]
▲ 산행 떠나기 전에 가진 발대식 [08:38]
▲ 정면으로 보이는 것이 김삿갓문학관 [08:47]
▲ 주차장에서 산행 준비 중 [08:49]
▲ 이방주 회장님 제자의 집 '노루목상회' [08:53]
08:56 주차장에서 다리를 건너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왼쪽에 김삿갓 묘역으로 가는 길이 나 있다. 김삿갓이 문학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묘역 시설에 적지 않은 돈을 들인 것을 보면 지자체에서 관광 상품화한 인상이 깊게 풍겨났다. 하긴 그나마 안 하는 것 보다는 낫지. 여러 가지 조형물과 비석들이 있는 묘역을 지나 감로주를 한 잔 마시고, 성황당 앞에서 이방주 회장님의 김삿갓 소개 말씀을 들었다. 성황당 왼쪽으로 나 있는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걷는 것으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10분 정도 걸어 올랐더니 왼쪽으로 철다리가 보인다.
▲ 김삿갓 묘역 이정표 [08:56]
▲ 김삿갓 묘역으로 올라가는 길 [08:56]
▲ 김삿갓 묘역에 있는 조형물 [08:57]
▲ 이방주 회장님의 김삿갓 소개 말씀 [08:58]
▲ 길가에 피어 있는 까치수영 [09:03]
▲ 선낙골로 이어지는 시멘트포장도로 [09:04]
09:10 김삿갓 주거터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갈림길을 통과했다. 왼쪽 철다리를 건너가는 길은 나중에 내려올 때 이용할 길이다. 계속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의 포장도로를 27분 정도 걸어 올랐더니 오른쪽으로 길이 갈라지는데, 가로 줄에 표지기가 수 십 개 걸려 있다. 여기서 포장도로를 따라 곧장 올라가면 선낙골을 거쳐 우측 능선으로 올라갈 수 있고, 오른쪽 길을 택하면 바로 능선으로 올라갈 수 있다. 우리는? 오른쪽 능선길을 택했다.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면서 경사가 급해지고 그에 따라 회원들의 호흡도 가빠졌다. 산행이 힘들면 나타나는 첫 번째 현상이 일단 말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어제 술들을 꽤 마셨으니 오늘 그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 있을 것이다. 날은 덥고 땀이 많이 흘러 연신 수통으로 손이 간다. 가끔 불어주는 바람이 너무나 고맙다.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은 봉우리와 능선을 쉬며 쉬며 걸었다. 왼쪽에 이정표가 하나 보일 때까지......
▲ 김삿갓 주거터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09:10]
▲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09:13]
▲ 시멘트포장도로가 계속 이어지고 [09:13]
▲ 틈만 나면 쉬고 [09:34]
▲ 포장도로를 벗어나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드는 곳 [09:37]
▲ 능선으로 올라가고 있는 회원들 [09:45]
▲ 가파른 오름길을 오른 후 휴식 [09:53]
▲ 마대산에는 아름다운 적송이 많다 [10:14]
10:28 선낙골에서 올라오는 길이 왼쪽에 있고 삼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다. 아까 걸었던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올라오면 선낙골을 거쳐 이곳으로 연결이 된다. 아랫쪽에 많던 소나무들이 이곳에는 별로 보이지 않고 대신 참나무 종류가 많이 보인다. 처녀봉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이른 편인지 아직까지 산행로에서 만난 사람이 아무도 없다.
▲ 선낙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 [10:28]
▲ 평탄한 참나무 능선길 [10:37]
▲ 앉아서 쉬기에 좋은 바위 [10:43]
▲ 평탄한 능선길 [10:46]
▲ 처녀봉으로 올라가고 있는 회원들 [10:48]
11:03 해발 930m의 처녀봉에 올랐다. 뿌리가 온통 드러난 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는 처녀봉에서는 앞으로 가야할 전망봉이 잘 보였다. 바람도 서늘하게 불어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고 있는데 전망봉 쪽에서 두 명의 여성 산행객이 올라온다. 옛날과는 달리 요즘은 여성들 끼리만도 산에 잘 다닌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처녀봉을 내려와 다시 해발 1030m의 전망봉에 올랐다. 이름 그대로 전망이 좋은 바위가 있는데, 마대산 정상이 잘 보이고 그 왼쪽으로 의풍 마을이 멀리 보였다. 전망봉에서 마대산 정상까지는 평탄한 능선길이었고, 정상 100m 전에서 김삿갓 주거터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었다.
▲ 처녀봉에 있는 안내판 [11:03]
▲ 처녀봉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 [11:04]
▲ 처녀봉에서 바라본 전망봉 [11:04]
▲ 처녀봉에서 간식을 먹는 중 [11:05]
▲ 전망봉에서 바라본 마대산 정상 [11:38]
▲ 전망봉에서 내려다본 의풍 방면 [11:38]
▲ 전망봉에서 이방주 회장님 [11:40]
▲ 김삿갓 주거터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2:07]
12:11 해발 1052m의 마대산 정상에 올랐다. 삼각점이 있고 세운지 얼마 안 된 정상표지석도 있다. 오른쪽 솔봉을 거쳐 올라오는 산행객들이 속속 정상에 도착하고 있었다. 단체산행객인 모양이다. 햇빛을 가릴 곳이 없어 사진을 찍고 바로 삼거리로 내려와 김삿갓 주거터 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밧줄이 드리워진 급경사길을 내려오다 길 옆에 공터가 있어 잠시 쉬며 정상에서 마시지 못한 소주를 한 잔씩 마셨다.
다시 하산, 조금 서둘러 걸었더니 아내와 내가 선두에 나서게 되었는데 어둔이계곡에 내려올 때까지 뒤에 오는 일행들의 기척이 없다. 김삿갓 주거터에 가면 만나겠지. 다래덩굴이 뒤얽힌 어둔이계곡을 내려오다 물이 있는 곳에서 잠시 쉬며 땀을 씻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일행들은 소식이 없다. 여기가 얼마나 오지인지 휴대전화도 안 되는 곳이다.
▲ 마대산 정상에 있는 삼각점 [12:11]
▲ 해발 1052m의 마대산 정상에서 회원 일동 [12:15]
▲ 삼거리에서 김삿갓 주거터로 내려가는 길 [12:22]
▲ 산행로 옆 공터에서 소주 한 잔 [12:24]
▲ 어둔이계곡의 다래덩굴 [13:17]
▲ 어둔이계곡에서 발을 씻으며 잠시 휴식 [13:29]
▲ 어둔이계곡에서 [13:49]
13:54 부지런히 걸어 김삿갓 주거터에 도착했다. 사진을 찍고 시계를 보니 어머, 두 시가 넘었네. 노루목상회에 늦어도 두 시까지 가기로 되어 있는데. 일행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걸음을 재촉해서 선낙골 갈림길 철다리를 건넌 다음 김삿갓 묘역으로 내려왔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는 산행을 마친 사람들과 일반 관광객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경기가 좀 풀렸나?
▲ 김삿갓 주거터 [13:55]
▲ 김삿갓 주거터 [13:56]
▲ 김삿갓 주거터 [14:00]
▲ 김삿갓 주거터 [14:02]
▲ 길 옆에 핀 개망초꽃밭에서 [14:16]
▲ 선낙골로 올라가는 길과 만나는 합수지점 [14:19]
▲ 김삿갓 묘역에 있는 조형물 [14:24]
14:30 오늘 점심을 먹을 노루목상회에 들어가니 MTB를 타러왔다 합류한 연철흠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다른 회원들은? 벌써 왔단다. 그렇다면 하산 도중 어디선가 우리를 추월했다는 예기인데 어디서 추월했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살펴 보았는데...... 귀신이 곡 할 노릇이네. 어쨌든 토종닭 두 마리에 동동주와 소주를 시켜 먹었다. 그런데 이곳 노루목상회는 손님이 너무 많다. 세 사람이 수 십 명을 상대하려니 바쁘기도 그지 없다. 이곳의 특징은, 닭요리는 냉동닭을 쓰는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잡아서 쓰고, 감자전도 즉석에서 갈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니 손님이 많을 수밖에.
노루목상회를 뒤로 하고 하동 쪽으로 나오다가 도로 오른쪽에 있는 조선민화박물관에 들렀다. 입장료는 3,000원.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일층에서 민화를 감상한 후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춘화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조잡한 민화풍의 그림들 뿐이었다. 민화박물관을 나와 차에 오른 다음 본격적인 귀향길에 올랐다.
▲ 노루목상회에서 다시 회원들을 만나서 [14:31]
▲ 틈만 나면 잔을 부대고 마신다 [14:48]
▲ 조선민화박물관 입구 이정표 [16:23]
▲ 민화박물관으로 올라가는 길의 출렁다리 [16:27]
▲ 민화박물관 건물 앞에서 회원이 모두 모여 [16:30]
18:40 중앙탑휴게소에 들렀다. 서로 약속을 하지 않았는데도 차량 3대가 모두 휴게소로 들어온다. 이런 건 무슨 현상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연철흠 선생님이 회원들에게 얼음과자 '설레임'을 하나씩 돌렸다. 평범한 일에는 설레일 나이들이 지났는데 이제 무엇에 설레야 하나. 내가 가장 설레는 것은 산행대상지를 정할 때이다. 가슴이 뛸 때도 있다. 다른 것에 대한 열정은 조금씩 식어가는지 모르겠지만 산에 대한 열정은 더욱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청주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작별 행사가 있었다.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1박 2일의 마대산 산행은 끝이 났다. 김삿갓유적지에서 가진 이틀 간의 여정은 회원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소중한 기회였다. 늘 만나면 좋은 사람들, 헤어지자마자 또 보고 싶은 사람들, 그래서 또 만나는 사람들이 우리 백만사 회원들이다. 이렇게 볼 때, 백두산에서의 우리들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 중앙탑휴게소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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