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봉 산행기
◈ 일시: 2010년 10월 10일 일요일
◈ 장소: 달마봉 526.4m / 강원 속초
◈ 코스: 목우재 → 달마봉 → 계조암 → 신흥사 → 설악동
◈ 시간: 5시간 37분
◈ 회원: 청주 메아리산악회 안내 산행
05:30 오늘은 메아리산악회을 따라 설악산 달마봉으로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어제는 남해에 있는 호구산을 다녀왔는데 오늘은 동해에 있는 설악산으로 산행을 떠난다. 달마봉은 자연휴식년제로 연중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1년에 하루 개방을 한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인데 제 45회 설악문화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국 산악인 등반대회가 달마봉 코스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청주종합운동장 주차장에 가보니 산행 신청자가 많아 버스가 두 대 대기하고 있었다. 달마봉이 가기 어려운 곳은 분명한 모양이다. 2호차 14번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감았다. 6시 조금 넘어 버스가 출발했고 서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 중부고속도로를 달려 호법갈림목에서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예상 밖으로 차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버스가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는 여주휴게소로 들어갔다. 회원들이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몰려 간다. 나는 아내가 준비해준 빵과 두유로 아침을 대신했다. 다시 버스 출발, 원주갈림목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달린 다음 홍천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인제로 가는 국도, 관광버스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전국의 버스들이 모두 설악산으로 집결하는 모양이다. 미시령터널을 통과하자 오른쪽으로 울산바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장관이다. 세계의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울산바위다.
▲ 어둠이 깃들어 있는 청주실내체육관 앞 [05:42]
▲ 아침 안개가 끼어 있는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 [07:19]
▲ 내설악휴게소: 오늘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09:42]
10:35 차가 밀려 거의 엉금엉금 기다시피해서 목우재터널 앞에 도착을 했다. 예전에는 차량이 직접 목우재를 넘었지만 지금은 터널이 뚫려 있어 목우재로는 차가 다니지 않는다. 속속 도착하는 버스에서 산행객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고갯마루로 올라갔다. 목우재 정상 부근에 오른쪽으로 입구가 열려 있는데 사람들이 몰려들어 여기서부터 정체다. 나는 조금 아래에 있는 입구로 걸어 내려갔다.
▲ 오늘 산행의 기점인 목우재터널 [10:38]
▲ 터널이 뚫리기 전에 차도로 이용되던 도로 [10:43]
▲ 산행 들머리에 모여 있는 산행객들 [10:48]
10:50 출입금지 팻말이 있는 곳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설악문화재의 한 행사로 치뤄지는 등반대회 참가자들이 배낭에 번호표를 달고 걸어가고 있다. 좁은 산길에 산행객들이 가득하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산행로를 벗어나서 앞질러 나간다. 새치기를 하는 것이다. 순서대로 차례차례 걸어가면 물 흐르듯이 걸어갈 수 있으련만 저런 사람들 때문에 정체 현상이 일어난다. 30분 정도 걸어 능선에 올라섰다.
▲ 내가 올라간 산행 들머리 [10:51]
▲ 설악문화재의 일환으로 전국 산악인 등반대회가 열리고 있다 [11:01]
▲ 산행로는 산행객들로 빈곳이 없다 [11:11]
11:21 오른쪽으로 동해바다가 보인다. 하늘색과 물색이 같아서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산인지 모르겠다. 걸어가는 방향으로 달마봉의 머리가 보인다. 왼쪽으로는 집선봉에서 화채봉으로 장쾌하게 뻗어나간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날씨는 더없이 화창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통 움직일 줄 모른다. 완전 거북이 걸음이다. 이건 산행이 아니라 숫제 인내심 테스트다.
▲ 능선 오른쪽으로 보이는 동해바다 [11:21]
▲ 왼쪽으로 달마봉 암봉이 보인다 [11:23]
▲ 권금성 쪽 풍광 [11:25]
▲ 산행객들로 정체가 되어 있는 산행로 [11:37]
12:05 정체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달마봉의 완전한 모습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왼쪽으로 공룡능선이 보이고 대청봉에서 소청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보인다. 여기서 꽤 먼 거리인데 오늘이 날이 좋아 그런지 참 가깝게 보인다. 달마봉 쪽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달마봉에서 계조암으로 내려가는 길은 꽉 막혀서 몇 시간 째 기다렸다가 그냥 돌아온다'라고 말을 한다. 그래도 나는 가야 해. 한 순간 정체가 풀리면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 달마봉이 코 앞인데 사람들은 꼼짝을 하지 않는다 [12:05]
▲ 암봉으로 되어 있는 달마봉 [12:11]
▲ 앞은 집선봉에서 화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뒤는 공룡능선 [12:35]
▲ 사람들이 움직일 줄을 모른다 [12:38]
▲ 달마봉 가기 전에 만난 바위 [13:01]
▲ 이 바위도 멋있네 [13:02]
▲ 단풍나무 한 그루가 물이 들었다 [13:12]
13:16 마침내 달마봉 암봉 아래에 도착했다. 와우, 울산바위가 보인다. 달마봉 암봉 왼쪽으로 울산바위가 보인다. 정면이 아닌 측면의 모습인데도 보기에 좋다. 자, 이제 계조암 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달마봉 표지판이 매달려 있는 곳에서부터 다시 정체가 시작되었다.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새치기를 했느니 안 했느니 말다툼이 벌어졌다. 서로 잘 났다고 우기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10m 가고 5분 서 있는 속도로 긴 행렬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울산바위
남한에서 가장 멋진 암괴가 설악산 울산바위이다. 울산바위로 오르는 길은 설악동 소공원의 신흥사 옆으로 나있고 중간에 흔들바위가 있다.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정상에 오르면 대청봉도 보이고 외설악 전경도 눈에 들어온다. 소공원에서 울산바위 정상까지 왕복하는데 서너 시간이 소요된다. 해발 873m의 울산바위는 사방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둘레가 4km이며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그 경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울산바위의 명칭은 3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울타리 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과 경남 울산의 지명을 딴 전설적인 이름, 또 하나는 우는 산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등이 있다. 울산바위 허리에 구름이 휘감기면 흡사 구름 꽃송이가 피는 것 같다.
▲ 멋있는 울산바위의 모습 [13:16]
▲ 울산바위: 오른쪽은 미시령 도로 [13:17]
▲ 달마봉 암벽과 동해바다 [13:17]
▲ 달마봉 표지판이 있는 곳 [13:19]
▲ 뒤로 보이는 능선은 공룡능선 [13:21]
13:50 계속되는 정체 속에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 달마봉 암봉 꼭대기에 사람들이 올라간 것이다.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곳인데 어떻게 올라갔지? 하여튼 아슬아슬하게 바위를 타는 모습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간을 조리게 하는데, 그 덕분에 무료한 시간을 심심찮게 보낼 수가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 이곳에 온 김에 울산바위를 올라가 볼 요량이었는데 다 틀린 것 같다.
▲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달마봉 [13:50]
▲ 울산바위 [13:55]
▲ 달마봉 정상에 올라간 사람들 [13:55]
▲ 인내심 강한 사람들 [14:07]
14:30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한 문제의 장소에 이르렀다. 조금 경사진 길을 밧줄을 잡고 내려가서 다시 밧줄을 잡고 경사진 길을 올라가는 구역이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 구역을 통과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복합적인 상황이 뒤엉키지 않았다면 절대 이 구역 때문에 몇 시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밧줄을 잡고 올라서면서 묘한 감정이 생겨났다. 허탈감이랄까, 아니면 허무감이랄까?
밧줄지대를 벗어나자 정체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길이 확 트였다. 지옥과 천국이 따로 없다. 거대한 협곡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는 곳에도 약간의 정체 현상이 일어났다. 그래도 그것은 거의 순간적이었다. 이렇게 길이 뻥 뚫려 있는데 왜 아까 그렇게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는지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다.
▲ 정체의 원인인 급경사 지대 [13:31]
▲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 [14:32]
▲ 점점 멀어지는 달마봉 [14:34]
▲ 권금성 뒤로 보이는 공룡능선 [14:35]
▲ 거대한 협곡 아래로 [14:39]
▲ 울산바위 [14:39]
▲ 소나무와 울산바위 [14:42]
▲ 공룡능선 [14:44]
▲ 암봉을 내려오고 있는 산행객들 [15:01]
▲ 울산바위 [15:02]
15:12 신흥사 내원암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삼거리에 도착했다. 흔들바위를 보려면 곧장 가야한다. 시간적으로 울산바위를 다녀올 수는 없지만 그대로 흔들바위는 보고 가야지. 삼거리에서 12분 정도 걸었더니 와, 울산바위 전체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다. 이쪽으로 오기를 잘 했네. 오늘 산행의 유일한 인물사진을 이곳에서 한 장 찍었다. 울산바위, 볼수록 멋이 있는 바위다.
▲ 신흥사 내원암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삼거리 [15:12]
▲ 정면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15:24]
▲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오늘 유일한 내 인물사진 [15:25]
15:35 삼성각 앞에 추억의 흔들바위가 여전히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을 오면 어김없이 들르던 곳이 아니던가. 옛 시조에 나오는 말대로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구나. 서서히 가을빛이 물들어가고 있는 내원골을 따라 소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산행객 외에 일반 관광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니 설악산이 명산은 명산인 모양이다.
계조암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인 신흥사의 산내 암자이다. 설악산 울산바위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흔들바위가 나오는데 바로 그 뒤쪽의 커다란 바위에 조그만 암자가 있다. 바위 속에 법당을 마련했는데, 바닥엔 온돌까지 놓여 있다. 신라 자장율사가 수도하기 위해 처음 만들었다는데 그 뒤 원효·의상·지각·봉정 등 여러 조사(祖師)들이 대를 물려 수도하였다고 하여 이름이 계조암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계조암이 들어앉은 바위가 목탁 바위인데 이 암자는 목탁 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다른 절에서 10년 걸릴 공부도 5년이면 끝낼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흔들바위
울산바위 아래의 계조암 앞에 있는 바위이다. 일명 쇠뿔바위(또는 우각암)라고도 하며 한 사람이 흔드나 여러 사람이 흔드나 똑같이 흔들리기 때문에 설악산 팔기(八奇)가운데 하나다. 설악산을 찾아 울산 바위나 계조암에 오르는 사람은 꼭 한번씩 들러 이 바위를 흔들어 보고 내려간다. 바위의 크기는 사람의 키보다 조금 더 크고 네댓 사람이 팔을 벌려 감싸안을 수 있는 정도이다.
▲ 계조암 삼성각 [15:35]
▲ 수학여행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흔들바위 [15:36]
▲ 내원골의 가을 풍경 [15:56]
▲ 단풍이 물들고 있는 내원골 [15:57]
▲ 내원골에서 바라본 권금성 [16:01]
16:05 설악산의 대표적인 사찰인 신흥사의 극락보전이 보인다. 잠시 후 왼쪽으로 거대한 청동 불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양 최대를 좋아하는데 저 부처님도 동양 최대에 속하나? 신흥사 일주문을 통과한 다음 소공원으로 들어섰다. 소공원 한쪽에 설악문화재 행사 무대가 있는데 사회자가 애타게 등반대회 참가 번호를 부르고 있다. 무슨 상을 주려고 하는 모양인데 상 받을 사람은 없고...... 버스 승강장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C지구 주차장으로 향했다.
신흥사(神興寺)
신흥사는 신라 진덕여왕 6년(652)에 자장이 ‘향성사’라는 이름으로 세웠으나 698년 화재로 불타버렸다고 한다. 그 뒤 의상이 ‘선정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세워 1000여 년간 번창하다가 조선 인조 20년(1642) 화재로 또 다시 소실되었다. 2년 후인 1644년경 영서, 혜원, 연옥 세 스님이 선정사 아래쪽에 절을 세웠는데, 이 절이 지금의 신흥사이다. 1947년 대웅전을 시작으로 여러 건물들을 차례로 다시 세움으로써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극락보전, 명부전, 영산전, 보제루 등을 비롯하여 3개의 문(門)과 여러 부속 암자가 있다.
신흥사 극락보전(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4호)은 현종 5년(1664)년에 세운 건물로 앞면 3칸·옆면 3칸 규모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으로 꾸몄다. 명부전에는 부처를 도와 지옥의 중생을 구제한다는 지장보살을 모셨고, 보제루에는 휴정 등 고승 60여 분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 1400여년 전 ‘향성사’시절의 범종은 한국전쟁 때 총상을 입은 뒤 수리하여 보존 중이다.
▲ 신흥사 극락보전 [16:05]
▲ 신흥사 청동 불상 [16:09]
▲ 설악산 신흥사 일주문 [16:10]
▲ 설악문화제 행사 무대 [16:13]
16:33 설악산 C지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우리 버스가 있는 곳을 찾아 갔더니 앞서 하산한 사람들이 한쪽에서 자리를 펴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언제들 내려왔지? 주차장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 산행 중에 먹지 못한 김밥을 꺼내 놓고 먹기 시작했다. 아침을 빵으로 떼우고 지금 처음 음식을 먹는다. 그래도 산행 중에 별로 배가 고프지 않으니 그것도 병이라면 병일지 모른다.
마지막 후미가 도착하여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5시 35분에 버스가 출발했다. 아침에 왔던 대로 목우재터널을 지나고 척산온천을 거친 다음 미시령터널을 통과했다. 인제 정중앙휴게소와 중앙고속도로 원주휴게소에 들른 버스는 남원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를 타고 청주를 향해 달렸다. 장장 5시간 걸려 10시 30분에 집에 도착, 아내가 준비한 송이버섯과 소고기, 복분자주로 만찬을 벌이며 오늘 산행을 마감했다.
▲ C지구 주차장에 서 있는 우리 버스 [16:33]
▲ 어스름이 내리고 있는 C지구 주차장 [17:29]
▲ 정중앙휴게소 [18:53]
▲ 중앙고속도로 원주휴게소 야경 [20:14]
'국내 산행 > 강원山行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10.23. [강원山行記 17] 강원 원주 간현봉 (0) | 2010.10.23 |
---|---|
2010.10.17. [강원山行記 16] 강원 정선 노추산 (0) | 2010.10.17 |
2010.08.14. [강원山行記 14] 강원 홍천 백암산 (0) | 2010.08.14 |
2010.07.04. [강원山行記 13] 강원 영월 매봉산 (0) | 2010.07.04 |
2010.05.22. [강원山行記 12] 강원 영월 선바위산 (0) | 2010.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