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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경북山行記

2010.06.26. [경북山行記 24] 경북 문경 단산

by 사천거사 2010. 6. 26.

단산 산행기

◈ 일시: 2010년 6월 26일 토요일 

◈ 장소: 단산 956m / 경북 문경   

◈ 코스: 석봉리 → 주능선 → 단산 → 활공장 → 조항령 → 임도 → 석봉리

◈ 시간: 4시간 42분



단산(해발 956m)  단산은 오정산과 운달산 사이에 있는데 길게 뻗은 정상부는 깊은 산속에 있는 산봉우리 같은 느낌을 준다.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조선시대 철의 생산지로 기록되어 있으며, 일제강점기와 최근까지 석탄산지로 유명했었다. 단산정상에서는 주흘산과 운달산이 눈앞에 들어오고 문경읍과 산북면 모습이 보인다. 옛고개 모습이 뚜렷한 조항령에서 시간이 있으면 운달산까지 가서 내려올 수도 있다.


06:52   오늘은 원래 평산회에서 매봉산으로 산행을 가는 날인데, 북상하는 장마 때문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산행이 7월 4일로 연기가 되었다. 지난 주에도 집안 일 때문에 산행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정기 산행이 무산이 되었다.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해, 비가 얼마나 올지 모르지만 혼자서라도 산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산행지는 경북 문경에 있는 단산. 창밖을 보니 다행히 아직 비는 내리지 않는다. 비가 올 것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다음 아파트를 나섰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니 비가 조금씩 내린다. 그만 둘까?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일단 나선 김에 다녀오란다. 나는 이런 아내가 좋다. 내 마음을 읽고 있는 것 같다. 괴산과 연풍을 지나 34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호계면에서 김용사 쪽으로 꺾어 들어가 김용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석봉리로 올라갔다. 산행 들머리를 찾지 못해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니 위로 가다 왼쪽으로 해서 올라가란다. 고맙습니다.

 

08:40   도로 오른쪽에 별장 같은 건물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 공터에 차를 세웠다. 지도상으로 굴골 입구인 것 같았다. 멀리 단산 주능선의 활공장 건물이 보인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것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오른쪽에 있는 축사와 개인주택을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갔다. 이윽고 '개인농장이라 출입을 금한다'는 낡은 표지판이 보였는데 무시하고 계속 올라갔다. 설마 무슨 일이 있을라구.

 

농장 주택을 왼쪽으로 우회해서 수렛길을 따라 올랐다. 그런데 하얀 망초대꽃이 흐드러진 묵은 과수원이 끝나면서 함석울타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울타리를 몇 군데 살펴보았으나 밖으로 나갈 틈은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울타리를 넘거나 아니면 다시 돌아내려가거나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나의 결정은? 물론 울타리를 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 키보다 큰 함석울타리를 넘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땅히 잡을 때도 없고 디딜 때도 없었다.

 

간신히 요령을 부려 울타리를 넘었는데 손바닥이 얼얼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물을 한 모금 마시는데 참았던 하늘에서 비가 조금씩 쏟아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기상청 예보가 맞으려나 보다. 그리 많이 내리는 비는 아니라서 파카를 입고 배낭 커버를 씌웠다. 산행로가 어디에 있는가 찾아보니 울타리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었다. 앞으로 가야할 길도 보이는데 말끔하게 풀을 깎아 놓았다.

 

제초가 되어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그 길은 곧 끊어졌다. 아마 농장에서 이용하기 위해 정리를 해놓은 모양이었다. 풀이 깎인 길은 끝이 났지만 좁은 산길이 앞으로 보였다. 표지기라도 없나 둘러보았지만 흔적도 없었다. 희미한 산길을 따라 풀과 잡목을 헤치며 계속 길을 따라 올라갔다. 갑자기 희미하던 길이 사라졌다. 하는 수 없이 길을 개척해야 했다. 지형을 살펴보니 왼쪽에 있는 지능선으로 올라붙으면 길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제법 경사가 있는 사면을 올라갔다.


▲ 산행 들머리에서 바라본 단산 주능선과 활공장 [08:42]

  

▲ 공터에 주차되어 있는 내 차 [08:42]

  

▲ 축사와 주택 [08:46]

  

▲ 농장 안의 개망초꽃 [08:57]

  

▲ 농장 함석 울타리 [09:04]

 

▲ 풀을 깎아 놓은 도로 [09:11]


09:29   지능선에 오르니 예상했던 대로 제법 뚜렷한 길이 보였다. 그래, 웬만하면 능선에는 길이 나 있게 마련이야. 그러나 그 길은 곧 희미해졌다. 분명히 사림들이 다닌 길인데 지금은 다니지 않아 자취가 희미해진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주능선 방향으로 사면을 쳐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경사가 급한 길을 대충 올라간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 겠는가? 두 발을 디디면 한 발은 미끄러진다. 여러 사람이 가면 재미 있을지 모르지만 혼자 가는 길은 전혀 그렇지 않다.


▲ 사면을 지나 올라선 지능선 [09:29]


10:00   마침내 주능선에 올라섰다. 양쪽으로 뚜렷한 길이 나 있는 것을 보니 분명히 주능선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 3분 만에 표지기를 만났다. 오메, 반가운 거. 주능선으로 가는 길은 크게 힘든 곳은 없었고 표지기도 자주 있어 운행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비는 그쳤다 왔다 오락가락이다. 오랜만에 하는 단독 산행이라 기분이 새롭다. 단산 정상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다시 오른쪽으로 올랐다.


▲ 배나무산에서 단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 오르다 [10:00]

  

▲ 낙엽이 덮여 있는 주능선 [10:00]

  

▲ 오늘 처음 만난 표지기 [10:03]

  

▲ 능선에 바위지대가 있고 [10:04]

 

▲ 부드러운 풀이 깔린 곳도 있고 [10:08]


10:52   단산 정상에는 이정표를 겸한 정상표지판이 있었는데 활공장까지 40분, 배나무산까지 40분이 걸린다고 적혀 있다. 시간적으로 좀 무리가 아닐까? 물에 빠진 새앙쥐 꼴로 기념 사진을 찍고 활공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장마가 소강상태인지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운무 때문에 좌우가 보이지 않으니 그냥 능선에 나 있는 길만 계속 걷는다. 능선길은 고만고만해서 크게 위험한 바위지역 같은 곳은 없었다. 이윽고 가드레일이 보이고 활공장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에 내려섰는데, 거대한 활공장 건물이 유령처럼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 해발 956m의 단산 정상에서 [10:53]

 

▲ 산행 중에 만난 으아리 [11:28]

 

▲ 활공장으로 올라가는 포장도로 옆 이정표 [11:42]

 

▲ 운무 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활공장 건물 [11:42]


11:43   구름다리를 건너 단산에 있는 활공장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사람이 있을 리는 없고. 의자에 앉아 쑥떡 한 조각을 먹으며 잠깐 휴식을 취했다. 활공장을 떠나 8분 정도 걸어 내려가니 다시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역시 활공장으로 이어지는 도로였다. 도로 건너 있는 화장실 옆으로 이정표가 있고 조항령으으로 내려가는 길이 표지되어 있었다.

 

이정표에는 문경대간 코스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대간은 백두대간에만 쓰는 용어고 나머지는 정맥, 기맥, 지맥이란 표현을 써야 한다. 전국을 다니다보면 이런 엉터리 표현이 참 많은데 그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단순 무식함? 무관심? 무사 안일주의? 제 나라 말도 잘 못하면서 남의 나라 말을 죽어라고 가르치고 배우는 게 정당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포장도로에서 20분 정도 걸으니 조항령이 보인다.


▲ 활공장 건물 내부 [11:45]

  

▲ 활공장 건물 2층을 연결시켜 주는 구름다리 [11:46]

  

▲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활공장 건물 [11:54]

  

▲ 활공장으로 올라가는 차도에서 다시 산길로 Go! [12:02]

 

▲ 바위가 많은 조항령 쪽 능선 [12:18]


12:28   석봉리에서 당포리로 넘어가는 임도가 지나가는 조항령에 내려섰다. 예전에 성주봉과 운길산 연계 산행을 할 때 이곳으로 내려와서 당포리로 내려간 적이 있다. 운무 속에 흐릿하게 서 있는 팔각정자를 뒤로 하고 임도를 걷기 시작했다. 비는 가끔씩 찔끔거린다. 길이 넓으니 우산을 쓸 수 있어 좋다. 운무 속에 서 있는 소나무가 보기에 좋다. 도로 오른쪽 무덤 세 개에 제초제를 잘못 뿌렸는지 잔디가 황갈색으로 말라 있다.

 

30분 정도 지루하게 걸어 첫 번째 건물을 만났다. 이어서 집들이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데 왼쪽 계곡에 폐허가 된 양어장 시설이 보이고, 또 덩굴식물과 잡목에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폐가들도 종종 보였다. 예전에는 꽤 여러 채가 살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이 떠난 모양이다. 하긴 이 산골짜기에서 무엇을 해 먹고 살 건가? 노란 기린초꽃을 보며 묵밭을 뒤덮은 하얀 개망초꽃을 보며 계속 걸었더니 멀리 주차된 차가 보인다.


▲ 조항령에 있는 팔각정자 [12:28]

 

▲ 석봉리로 내려가는 임도 [12:36]

 

▲ 소나무와 운무 [12:40]

 

▲ 석봉리로 내려가는 임도 [12:45]

 

▲ 묘에 무슨 일이 있었나? [12:53]

 

▲ 운무가 덮고 있는 단산 주능선 [12:56]

 

▲ 임도 따라 내려가면서 처음 만난 건물 [13:00]

 

▲ 폐가가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13:08]

 

▲ 개망초와 기린초 [13:12]

 

▲ 묵밭은 어김 없이 망초대 차지다 [13:13]


13:23   석봉리 차를 세워 둔 곳에 도착했다. 비는 거의 그쳤고 하늘에 하얀 구름만 가득하다. 일단 비에 젖은 옷을 마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양말도 갈아 신고 물이 들어간 등산화 대신 슬리퍼를 신었다. 기분이 상쾌하다. 1시 35분에 출발, 차를 돌려 괴산으로 오는데 하늘에서 해가 반짝거린다. 장마라더니 이게 뭔 일이랴. 기상청이 제 정신을 차린 건가? 괴산 장례식장 영안실에 들러 조문을 한 다음 청주에 돌아오는 것으로 단산 단독 산행은 막을 내렸다.


▲ 석봉리 차를 세워둔 곳 [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