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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경북山行記

2009.12.27. [경북山行記 22] 경북 상주 팔음산

by 사천거사 2009. 12. 27.

팔음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 장소: 팔음산 762.3m / 경북 상주 모서   

◈ 코스: 극락전 → 계곡 → 사면 → 주능선 → 정상 → 지능선 → 화현2리

◈ 시간: 2시간 44분


 

 


경북 상주에 자리한 팔음산(八音山 762.3m)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과거 흑연생산지로 유명했던 월명, 득수광산이 있었던 곳으로 여기저기 흑연을 캤던 흔적이 있으며 지금은 포도 생산지로 유명하다. 산의 유래는 천지개벽 당시 파리등 만큼 남았다고 했다는 설과, 임진왜란이 일어난 당시 여덟 번 소리가 났다고해서 팔음이라 했다고 하는데 후설이 타당한 것 같다. 여덟 군데 그늘이 졌다고 팔음산(八陰山)이라 쓰기도 한다. 화현리와 평산리에서 출발하는 두 개의 코스가 있다. 화현코스는 길이 좋지 않으나 평산코스는 등산로가 잘 다듬어져 있다.

 

○ 화현코스
    극락암 -(30분)- 고무호스 -(20분)- 묘 -(40분)- 정상 -(70분)- 극락암(2시간 40분)
○ 평산코스
    평산마을 -(25분)- 묘 -(40분)- 산불감시초소 -(20분)- 정상 -(55분)- 평산마을(2시간 20분)


12:02   오늘은 오후에 시간을 내어 상주에 있는 팔음산 산행에 나섰다. 팔음산은 산행로가 분명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어제 경주 남산을 다녀온 탓도 있기 때문에, 아내는 집에서 쉬고 오늘은 혼자서 다녀오기로 했다. 오랜만에 혼자 하는 산행이다. 청주 아파트를 출발, 서청주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어제 경주 남산 갈 때 달린 길을 오늘 또 달리고 있다. 화서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49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다 화동교차로에서 우회전, 화동면 반곡리와 보미리를 지난 다음 모서면 화현리로 향했다. 저수지인 화현지를 따라 달리다 만난 도로에서 우회전해서 올라가니 극락암 앞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13:15   주차를 한 다음 배낭을 둘러메고 산행에 나섰다. 길 오른쪽에 극락암이 있는데 열려진 대문 정면으로 절집 극락전이 보인다. 나중에 내려올 때 둘러보기로 하고 일단 통과. 널찍한 수렛길이 계곡을 따라 나 있는데 차량이 통행한 흔적이 역력했다. 계곡 건너 왼쪽에 빨간 리본이 보인다. 지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인 모양이다. 나중에 내려올 때 이용하기로 하고 계곡을 따라 난 도로를 따라 계속 걸었다. 그러나 도로는 곧 계곡에 의해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했다.

 

빨간 표지기가 보이기에 내용을 살펴보니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달아 놓은 것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공단은 휴·폐광산의 광해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 및 국민건강 침해우려에 대해 범국가차원에서 정부 주도적으로 철저히 휴·폐광산의 복구대책을 강구하는 기관이었다. 이 지역은 예전에 유명한 흑연생산지로 커다란 광산이 두 군데나 있던 곳이다. 지금은 모두 폐광이 되었는데 그 폐광산들의 실태를 조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것 참 잘 하는 일이네.

 

출입금지용 철조망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폐광이 된 다음에 붕괴사고를 막기 위해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던 모양이다. 가끔 일반 산악회 표지기가 보이는 것을 보면 이 길이 산행로로 이용된 것이 틀림없다. 시멘트 구조물도 가끔 보인다. 계곡을 따라 고무 호스가 계속 연결되어 있다. 계곡 오른쪽으로 올라갔다. 희미하게나마 길이 나 있어 운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


상주 팔음산 극락암

 

극락암은 상주의 명산인 팔음산 기슭인 모서면 화현리 57-3번지에 있으며, 1913년 김보문행(金普門行)보살에 의하여 창건된 조계종 산하의 전통사찰로 2006년 12월29일 등록되었다. 당우는 극락전과 산신각, 요사가 있다. 극락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이며, 산신각은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형으로 7평이다. 요사에는 정면 5칸, 측면 3칸의 조립식으로 건립된 공양채가 존치되어 있다. 사찰 내 유물로는 청동아미타불상, 아미타후불탱, 신중탱, 칠성탱, 소종 등이 있으며, 산신각내의 독성탱, 산신탱과 야외에 석조입불상이 존치되어 있다.


▲ 극락암 앞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13:15]

 

▲ 극락암의 절집 극락전 [13:16]

 

▲ 차량이 다닌 흔적이 있는 임도 [13:18]

 

▲ 계곡 건너에 지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13:20]

 

 ▲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매단 표지기 [13:26]

 

 ▲ 녹이 슨 출입금지용 철조망 [13:30]

 

▲ 오산신협 토요산악회 표지기 [13:32]

 

▲ 계곡에서 바라본 팔음산 능선 [13:34]


13:37   전봇대에 전선은 간데 없고 덩굴식물이 휘감아 무심한 세월을 반영하고 있다. 계곡에 있는 키 큰 나무들에도 바짝 마른 덩굴식물이 산발한 여자 머리카락처럼 늘어져 있었다. 가끔 보이는 시멘트구조물이 예전에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또 광산 갱도의 일부인지 물이 고인 굴도 보인다. 1991년에 만든 출입금지를 알리는 양철 표지판을 하나 본 다음 왼쪽 사면으로 올라붙었다.

 

낙엽이 깔린 너덜지대를 10분 넘게 오르니 꽤 넓은 산판길이 나타났다.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감아 올랐더니 무덤이 하나 보이고, 조금 더 올라가니 또 하나의 무덤이 보였다. 무덤에서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은 분명하지 않아 다시 개척을 해야했다. 그래도 주능선이 멀지 않다는 생각에 가파른 사면길을 지그재그식으로 올라갔다. 낙엽이 쌓인 산사면은 곧장 오르기에는 너무 미끄럽고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 예전의 영화를 말해주는 폐전봇대 [13:37]

 

▲ 덩굴식물이 나무를 휘감아 원시림 분위기가 난다 [13:38]

 

▲ 예전에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인 시멘트 구조물[13:48]

 

▲ 폐광 갱도인지 굴에 물이 고여 있다 [13:52]

 

▲ 폐광으로 인한 출입금지를 알리는 경고문 [13:54]

 

▲ 계곡 건너 사면 너덜지대 [13:57]

 

▲ 산허리를 감아도는 산판길 [14:09]

 

▲ 두 개의 무덤 중 위에 있는 것 [14:13]


14:38   마침내 주능선에 올랐다. 세상에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일단 길이 뚜렷해서 좋다. '길이 아닌 곳이면 가지를 마라'는 말도 있고 '군자대로행'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산에서는 이 말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길이 아닌 길, 새로운 길을 만들어 올라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늘 좋은 길, 순탄한 길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돌길을 걷고, 가시밭길을 헤쳐나가야 할 경우도 있다.

 

삼각점이 있는 이름 없는 봉우리에서 5분 정도 걸었더니 팔음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표지석이 있고 팔음산 유래를 알리는 안내석도 있었다. 정상에는 표지기도 몇 개 붙어 있었는데 오른쪽 길이 분명하기에 한 번 따라서 내려가보았다. 그런데 '옥천군경계 걷기' 등의 표지기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이 길이 내가 가야할 하산길은 아닌 모양이다.


▲ 산행로가 뚜렷이 나 있는 주능선 [14:38]

 

▲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 [14:42]

 

▲ 무명봉에 있는 삼각점 [14:42]

 

▲ 팔음산 정상의 모습 [14:47]

 

▲ 팔음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마을과 들판 [14:47]

 

▲ 해발 762.3m의 팔음산 정상에서 [14:48]


14:53   억새가 무성한 헬기장에 내려섰다. 헬기장? 내가 올라온 능선에는 헬기장이 없었는데. 그렇다면 지금 반대쪽 능선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발길을 돌려 정상 오른쪽 사면을 가로질렀더니 표지기가 보이고 오른쪽 능선을 따라 길이 나 있다. 아까 올라올 때 본 표지기도 있는 것을 보면 정상적인 산행로가 분명하다. 비교적 반듯한 산행로가 이어지고 간간히 표지기도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표지기가 사라졌다. 산세를 잘못 판단한 것이다. 극락암이 있는 화현1리가 실제로는 능선 왼쪽 계곡에 있는데 나는 계속 오른쪽에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이다. 그리하여 오른쪽 지능선을 타고 계곡 길로 내려섰는데 지형이 올라갈 때와 비슷했다. 게다가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매단 표지기도 보여 길을 제대로 내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계곡을 벗어나면서 길을 잘못 내려왔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꽤 긴 수렛길을 걸어 마을에 도착했다. 문패에 적힌 주소를 보니 '화현리'라고 되어 있다. 극락암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차도까지 나가보기로 했다. 마을을 지나 한참을 내려가니 차도가 보인다. 차도 뒤로 산능선 하나가 주위를 압도하고 있었다. 꽤 큰 산인데 무슨 산인가? 그때 마을로 들어오는 트럭이 있어 일단 손을 들고 세웠다. 여기서 극락암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40대의 기사분이 이렇게 답했다. 아, 여기는 화현2리고 극락암은 화현1리에 있는데, 지금 시간적으로 산을 넘기는 힘들고 제가 태워다 드릴 테니 차에 타세요.

 

모서면 농협조합장(성함 김대훈)이라는 그 분은, 자신의 포도농장에 들러 라디오를 끈 다음 901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다 극락암이 있는 화현1리로 꺾어 들어갔는데 그 거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트럭 안에서 그분은 팔음산, 모서, 모동 포도가 특화작물을 인정을 받았다고 자랑을 한다. 그리고 모서면은 팔음산과 백화산이 유명하다고 한다. 백화산? 황간에 있는 백화산 말인가? 그렇다. 백화산은 영동 황간과 상주 모서의 경계지역에 있었다. 아까 본 그 높은 산이 바로 백화산이었던 것이다.


상주 고랭지포도

 

상주 고랭지포도의 생산지역은 평균해발 250m 이상의 상주 서북부 중산간 지역으로, 포도생산지로서는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춘 곳이다. 모동지역에서는 712여 농가가 602ha의 포도를 재배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13,000여 톤의 포도를 생산 330억 원의 소득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모서지역은 550여 농가가 278ha 재배로 연간 7,300여 톤을 생산, 서울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와 대전, 대구 등지에 출하하여 150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포도 주산지이다.


▲ 억새가 무성한 헬기장 [14:53]

 

▲ 곰바우 산악회 표지기 [15:07]

 

▲ 멧돼지들이 파헤친 자국 [15:07]

 

▲ 하산길에 만난 바위들 [15:11]

 

 ▲ 극락암이 있는 화현1리로 잘못 안 화현2리 마을 [15:34]

 

▲ 큰 길에 내려서서 발견한 한국광해관리공단 표지기 [15:41]

 

▲ 가족묘인가? [15:43]

 

▲ 화현2리 마을 모습 [15:59]


16:18   극락암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를 태워주신 그 분은 언제 시간을 내어 다시 들르면 차를 한 잔 대접해드리겠다는 아주 고마운 말씀을 남기고 떠나갔다. 천사가 따로 없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인정이 메말랐다 하드라도 착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내가 오늘 받은 은혜를 다른 누군가에게 꼭 갚아야겠다는 마음 속 다짐을 하고 차를 돌려 청주로 항했다. 청주가 가까워지자 하늘에서 슬슬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금방 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진다. 아이구, 조금 늑장을 부렸더라면 큰 일 날 뻔 했네. 5시 40분에 청주에 도착, 오후에 시간을 내어 상주에 있는 산 하나를 간단히 다녀왔다.


▲ 극락암 앞 주차된 곳에 도착 [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