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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경북山行記

2009.12.06. [경북山行記 20] 경북 문경 주흘산→부봉

by 사천거사 2009. 12. 6.

주흘산-부봉 연계 산행기

◈ 일시: 2009년 12월 6일 일요일 

◈ 장소: 주흘산 1075m / 부봉  915m / 경북 문경

◈ 코스: 주차장 → 주흘관 → 혜국사 → 주봉 → 영봉 → 부봉 → 조곡관 → 주차장

◈ 시간: 9시간 24분 

◈ 회원: 이방주, 연철흠, 이효정


 


7:15   오늘은 주흘산과 부봉 연계산행을 하는 날이다. 주흘산과 부봉을 따로 따로는 산행을 해보았지만 두 산을 연계해서 산행을 하기는 처음이다. 배낭을 메고 아파트 앞으로 나가 하늘을 쳐다보니 아파트 건물 위로 달이 중천에 떠 있다. 오늘 함께 산행을 할 이방주 회장님의 차를 타고 연철흠 회원과 함께 문경새재를 향해 청주를 출발했다. 괴산, 연풍을 지나 이화령터널을 통과한 다음 문경새재 주차장까지 가는데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들이 별로 없어 수월하게 달릴 수 있었다. 


 

▲ 신동아아파트 건물 위에 달이 떠 있다 [07:18]


08:35   주차비 2,000원을 내고 문경새재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넓은 주차장에 차는 몇 대 없고 황량한 겨울 바람만 불어대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니 아이구, 추워라. 아침 찬 바람이 보통 매서운 것이 아니다.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등산화 끈도 단단하게 조였다. 식당촌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문경관광호텔 건물이 보인다. 2007년 7월에 호텔 옆 능선을 따라 주흘산을 오른 적이 있다. 그때는 관봉, 주봉, 영봉을 거쳐 꽃밭서들을 경유해서 제2관문으로 내려왔었다. 오늘은 혜국사를 경유해서 오르기로 했다. 조령 제1관문인 주흘관을 지날 때까지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올려다본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 가을 하늘 못지 않다.


문경새재

 

백두대간의 조령산 마루를 넘는 새재는 예로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 가운데 가장 높고 험한 고개였다고 한다. 억새풀이 우거진 고개, 하늘재와 이우리재 사이, 새鳥로 된 고개라는 뜻으로 새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임진왜란 이후 이곳에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 등 3개의 관문을 설치하고 국방의 요새로 삼았던 문경새재는 영남과 한양을 잇는 관문인 동시에 희망의 땅이었다. 조선 태종 때 열린 새재로 인해 귀한 물산이 이 고갯길로 오고갔고, 무수한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급제를 꿈꾸며 이 길로 한양으로 올랐다.


▲ 문경새재 주차장에서 산행 준비 중 [08:38]

 

▲ 조령 제1관문을 향하여 [08:49]

 

▲ 조령 제1관문인 주흘관이 보인다 [08:51]

 

▲ 조령 제1관문에 있는 이정표 [08:54]

 

▲ 오른쪽으로 주흘산 능선이 보인다 [08:54]


09:00   길 오른쪽에 혜국사 이정표 서 있고 길이 갈라지고 있다. 혜국사로 가는 길은 시멘트 포장도로였는데, 지그재그식으로 산허리를 감아돌아 나 있었다. 드라마 촬영장 세트 뒤로 눈 덮인 조령산이 아침 햇살을 받고 있다. 조령산에서 신선암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이 하얀 것을 보니, 오늘 산행을 하면서 눈을 실컷 밟아볼 것 같다. 위로 올라갈수록 도로에 눈도 많아지고 얼음이 언 곳도 늘어났다. 날은 계속 춥다. 왼쪽으로 부도전이 보인다. 혜국사가 가까워진 모양이다.

 

모퉁이를 돌아서니 혜국사 절집이 보이는데, 먼 길을 걸어온 것에 비해 절집이 몇 개 안 되고 초라해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오른쪽에 '주흘산 등산로 2km'라고 적힌 표지석이 있다. 어디로 가는 길이지? 여궁폭포를 거쳐서 올라오는 길인가? 그렇다면 어디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놓쳤나?


▲ 혜국사로 가는 시멘트 포장도로 [09:00]

 

 ▲ 포장이 된 도로를 걷고 있는 회원들 [09:03]

 

▲ 드라마 촬영 세트 뒤로 눈 덮인 조령산이 보인다 [09:03]

 

▲ 혜국사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 [09:14]

 

 ▲ 조령산에서 신선암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 [09:24]

 

▲ 혜국사 부도전 [09:35]

 

▲ 신라 고찰 혜국사 전경 [09:38]

 

▲ 주흘산 등산로 표지석 [09:39]


09:40   혜국사에 도착했다. 절집은 몇 개 안 되는데 들어오는 길은 무척이나 멀다. 산행객 4명이 혜국사를 둘러보고 내려간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대웅전이 있는 곳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본 후 산행로를 찾는데, 절집 뒤로 표지기 하나가 바람이 날리는 것이 보였다. 저기로 올라가는 건가 보다. 우리는 대충 그렇다고 생각이 들면 바로 실행에 옮긴다. 혹시 다른 길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여궁폭포를 경유하는 계곡 산행로는 놓치고 혜국사로 직접 걸어오다가, 혜국사 입구에서 보았던 '주흘산 등산로 2.0km' 표지석이 왜 생각이 안 났는지 모르겠다. 사실은 그 길이 주 등산로였다.

 

표지기 하나를 믿고 혜국사 뒤 사면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떨어져 쌓여 있는 낙엽 위로 적지 않은 눈이 덮여 있어 길이 무척 미끄럽다. 게다가 경사도 만만치 않아 한 걸음 올라가면 반 걸음은 미끄러져 내려온다. 그나마 간혹 보이는 표지기가 사람이 다녔다는 것을 알려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바람에 눈이 날려 쌓인 곳은 무릎까지 빠진다. 능선길 조금 평평한 곳에 멧돼지들이 온통 밭을 일구어 놓았다. 강원도 감악산에서는 멧돼지가 산행객을 물었다는데...


혜국사

 

혜국사(惠國寺)는 주흘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다는 문경 새재의 3관문을 품고 있는 주흘산은 문경의 진산(鎭山)으로 멀리서 보아도 절로 힘이 넘치고 험한 협곡끼리 서로 어우러져 그 비경이 매우 뛰어나다. 용추, 원터, 교귀정 등의 명소와 혜국사의 옛길에 있는 여궁폭포는 특별한 이름 때문에 더 유명해진 곳이다. 칠선녀가 구름을 타고와 여기서 목욕을 했다는 곳으로, 밑에서 쳐다보면 그 형상이 마치 여인의 하반신과 같다 하여 여궁 또는 여심폭포라 불려지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파랑소라고도 부른다.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으나, 실타래 한 개가 다 들어갈 정도로 물이 깊다고 전해진다. 여궁폭포는 용추와 연결되어 있어서 실타래를 넣으면 용추로 나온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 수해가 나서 막혔다고 한다. 높이 20m의 장엄한 폭포는 수정같이 맑은 물과 노송의 멋, 기암절벽의 풍치 등과 조화를 이루어 경관이 수려하다.

 

혜국사는 신라 846년(문성왕 8) 보조 체징普照體澄 (804~880) 스님이 창건했는데, 당시의 이름은 법흥사(法興寺)였다. 그뒤 고려 말 공민왕(재위 1351∼1374)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여 이 절에 피신했던 일이 있었다. 공민왕은 오래지 않아 개성으로 돌아갔고, 당시 절의 노고를 치하하며 왕이 재물을 내려주었다. 절에서는 이 재물로 가람을 중수하고 국왕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에서 혜국사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1867년(고종 4)에 작성한 「혜국사중건기」에 전한다. 또 조선 세조 임금이 역시 여기에 머물었다고 하는데, 1592년(조선 선조 25) 임진왜란 때 이 절의 승려들이 크게 활약하였고 왜란 당시에 청허(淸虛), 송운(松雲),·기허(騎虛) 대사 등이 이 절에 머물며 승병을 지도했다고 한다. 이후 쇠락하여 안적암에 속하였다가 1927년에 중건되었다. 「혜국사중건기」에 의하면 안적암은 혜국사의 속암(屬庵)으로 되어 있다. 동국지도(海東地圖)에 따르면(1750년 초,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1750년대에 혜국사(惠國寺)에 승려가 22명이 있었고 보제사(普濟寺)에 9명, 용화사(龍華寺)에 6명, 은선암(隱善菴)에 4명, 안적암(安寂菴)에 7명, 도합 48명이 있었다. 승려 수로 보면 혜국사가 가장 많고 용화사는 선방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의 대웅전과 선방은 1987년에 중건되었다.


 ▲ 혜국사 절집 대웅전의 모습 [09:49]

 

 ▲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주흘산 관봉 [09:49]

 

▲ 눈 덮인 능선 위로 파란 하늘이 아름답다 [09:50]

 

▲ 사면길을 오르고 있는 연철흠 회원 [09:56]

 

▲ 사면길을 오르고 있는 연철흠 회원 [09:59]

 

▲ 사면길을 오르는 회원들 [10:08]

 

▲ 눈 쌓인 지능선길을 걷고 있는 이방주 회장님 [10:20]

 

▲ 어떤 곳은 장딴지까지 눈 속에 빠진다 [10:21]

 

▲ 멧돼지들이 파헤친 흔적 [10:33]


10:58   마침내 주흘산 주봉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에 올라섰다. 왼쪽으로 주흘산 영봉이 보인다. 그렇다면 이 능선은 문경새재 제2관문에서 시작되는 지능선임에 틀림 없다. 일단 지능선에 올라서니 눈은 많지만 경사가 없어 걷기에 좋다. 심심찮게 나타나는 눈꽃도 감상하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영봉도 흘낏거리며 주봉 쪽으로 걸었다.

 

50분 가까이 걸었을 때 왼쪽에서 산행객들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혜국사에서 대궐터를 거쳐 올라오는 사람들이었다. 혜국사에 있는 주흘산 등산로 이정표를 따라 오르면 바로 이 길로 올라오는 것이다. 우리는 지능선으로 올라오는 바람에 계곡으로 올라오는 것보다 한 시간 정도는 더 걸었다. 주흘산까지 500m 남았다는 이정표가 길 옆에 서 있다.


▲ 주흘산 주봉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에 올라섰다 [10:58]

 

▲ 나뭇가지 사이로 주흘산 영봉이 보인다 [11:19]

 

▲ 눈이 많이 쌓여 있는 능선 [11:20]

 

▲ 산행로 왼쪽에 눈꽃이 피었다 [11:34]

 

▲ 금년 겨울에 처음 보는 눈꽃 [11:34]

 

▲ 대궐터에서 올라오는 산행객들 [11:35]

 

▲ 주흘산 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11:36]

 

▲ 주흘산 주봉 500m 전 이정표 [11:36]


11:50   해발 1075m의 주흘산 주봉에 올랐다. 단체 산행객들이 속속 올라와 그리 넓지 않은 정상에 사람들이 복작거린다. 정상은 전망이 좋아 주봉에서 뻗어나간 관봉이 손에 잡힐 듯 하고, 관봉 왼쪽으로 펼쳐진 문경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여기서 영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내려간다. 우리는 영봉을 거쳐 부봉으로 가야한다.

 

길이 미끄러울 것을 염려해서 일단 아이젠을 착용했다. 영봉으로 가는 능선에는 눈이 더 많았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곳도 있었다. 능선 왼쪽으로는 우리가 걸었던 지능선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성주봉과 운달산 능선이 보인다. 이정표가 나타났다. 왼쪽은 꽃밭서들을 경유해서 제2관문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영봉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 해발 1039m의 주흘산 관봉 [11:52]

 

▲ 주흘산 주봉에서 내려다본 문경시내 [11:52]

 

▲ 해발 1075m의 주흘산 주봉에서 [11:53]

 

▲ 주흘산 주봉에서 이방주 회장님, 연철흠 회원님과 함께 [11:53]

 

▲ 주흘산 영봉으로 가는 능선 오른쪽에 눈꽃이 피었다 [12:16]

 

▲ 혜국사에서 올라와 걸었던 능선 [12:28]

 

▲ 능선 오른쪽으로 성주봉이 보인다 [12:30]

 

▲ 꽃밭서들을 거쳐 문경새재 제2관문으로 내려가는 길 [12:41]


12:44   주흘산 영봉에 올랐다. 높이로 보면, 영봉은 해발 1106m로 주봉보다 31m가 더 높다. 간단히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 부봉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행로 오른쪽으로 성주봉 암벽이 보인다. 영봉에서 부봉으로 가는 길은 우리가 처음인지 능선에 발자국이 나 있지 않았다. 우리 팀이 럿셀을 하면서 진행을 했는데 무릎과 허벅지까지 빠지는 곳도 있어 만만치가 않았다. 때가 되어 눈이 별로 없는 작은 봉우리에 터를 잡고 점심 준비를 했다. 회장님이 준비해온 청국장을 뜨끈하게 끓여 점심을 먹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울산에서 왔다는 남자 산행객 6명이 우리 옆에서 점심을 먹는다. 우리보다 늦게 왔는데 순식간에 먹어 치워 점심 끝나는 시간이 서로 엇비슷하게 되었다. 여기서 눈치 작전이 벌어졌다. 그게 뭐냐하면, 앞서 가는 팀이 럿셀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뒤에 가는 팀은 길이 나 있으니 조금 수월하게 운행을 할 수 있다. 걸음이 느리다고 말을 하고 그들을 앞세웠다. 그건 사실이었다. 나이가 젊은 그들은 휑하니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산행로 오른쪽으로 포암산과 월악산 암벽이 보인다. 대미산과 황정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도 잘 보인다.


▲ 주흘산 영봉에서 이방주 회장님과 함께 [12:46]

 

 ▲ 해발 1106m의 주흘산 영봉에서 [12:46]

 

▲ 눈이 적은 작은 봉우리에서 점심 준비 중 [13:18]

 

▲ 점심 먹은 봉우리에서 바라본 월악산 영봉, 포암산, 성주봉 [13:18]

 

▲ 점심 먹은 곳에 있는 소나무 앞에서 [13:44]


14:10   하늘재삼거리에 도착했다. 이곳부터는 월악산국립공원 지역에 들어간다. 그리고 하늘재에서 이곳 삼거리를 지나 부봉삼거리, 마패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백두대간이다. 2007년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부봉이 앞에 보이는 곳, 국립공원답게 가파른 암벽에는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14시 46분, 마패봉 가는 길과 부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는 부봉 삼거리에 도착했다. 부봉까지는 500m 거리인데 정상 막바지에는 밧줄이 매여져 있는 급경사 암벽 코스가 몇 군데 있었다. 길에 눈이 덮여 있고 밧줄도 미끄러워 올라가는데 힘이 들고 또 위험하기도 하다.


▲ 하늘재 삼거리에 있는 이정표 [14:10]

 

▲ 부봉삼거리에서 부봉으로 내려가는 철계단 [14:35]

 

▲ 신선암봉 방면 백두대간 [14:36]

 

▲ 부봉 1봉과 2봉의 모습 [14:38]

 

▲ 부봉으로 오르고 있는 이방주 회장님 [14:50]

 

▲ 밧줄을 잡고 암벽을 오르고 있는 회장님 [14:56]

 

▲ 부봉을 오르던 중에 바라본 월악산 영봉 [14:58]

 

▲ 부봉 정상으로 오르고 있는 회장님 [15:00]


15:01   해발 915m의 부봉 1봉에 올랐다. 앞서 간 연철흠 회원은 어디로 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부봉 정상에서는 조망이 좋아 주흘산의 관봉, 주봉, 영봉이 모두 보이고, 포암산에서 황장산으로 뻗어간 백두대간 능선, 만수봉에서 월악산 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등이 잘 보였다. 사진 찍고 2봉으로 출발, 부봉은 1봉이 주봉이지만 실제로는 1봉보다 2봉이 더 높다. 밧줄을 타고 내려갔다 다시 3봉으로 오르는 길, 정상 아래 높이 10여미터의 직벽에 밧줄이 매어져 있는데 이곳에서 굉장히 위험한 순간을 맞았다.

 

일단 내가 먼저 밧줄을 잡고 오르는데, 밧줄의 매듭 간격이 멀어 한 번에 손을 옮길 수가 없었다. 왼손으로 간신히 버텨 오른손을 뻗어도 매듭이 잡히지 않고 손이 미끄러졌다. 난감한 일이었다. 그 위에 있는 다른 산행객의 도움을 받아가며 천신만고 끝에 직벽을 넘어 올랐다. 다음은 회장님 차례, 역시 매듭을 잡지 못해 고생을 하시다가 나와 다른 산행객 둘이서 끌어올려 간신히 위험에서 벗어났다. 휴, 살았다. 암봉인 3봉으로 올라 물을 마시며 떨린 가슴을 진정시켰다. 역시 겨울 바위산은 여러 가지 장애도 많고 위험 요소도 많다. 4봉과 5봉으로 가는 길은 밧줄이 매어져 있는 구간이 몇 군데 있었지만 그리 힘이 들지는 않았다. 


▲ 부봉에서 바라본 주흘산 영봉, 주봉, 관봉 [15:02]

 

▲ 부봉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능선 [15:02]

 

▲ 해발 915m의 부봉 정상에서 [15:03]

 

▲ 밧줄을 잡고 내려가고 있는 회장님 [15:08]

 

▲ 바위와 소나무가 잘 어울렸다 [15:35]

 

▲ 암벽을 올라오고 있는 회장님 [15:35]

 

▲ 3봉에서 바라본 월악산 [15:37]

 

▲ 5봉으로 올라가고 있는 회장님 [15:57]

 

▲ 5봉에서 바라본 장쾌한 주흘산 주능선 [16:02]

 

▲ 5봉에서 내려가고 있는 회장님 [16:05]


16:14   5봉에서 내려와 안부에서 조금 올라가니 제2관문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이정표가 서 있다. 6봉으로 올라가려면 이정표 앞에 있는 철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아무도 내려간 흔적이 없는 왼쪽 하산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길이었으나 곧 암릉길이 나타났다. 밧줄도 타고 눈도 밟고 잘라놓은 나뭇가지에 채이면서 계속 걸었다. 해가 서서히 넘어가면서 주흘산 능선과 부봉 능선을 석양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아주 잘 핀 것은 아니지만 눈꽃도 보인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모습은 언제 보아도 경이롭다. 


▲ 제2관문으로 가는 갈림길 이정표 [16:14]

 

▲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쌓여 있는 하산길 [16:14]

 

▲ 바위에 흐르던 물이 고드름으로 변했다 [16:24]

 

▲ 제2관문 하산길도 암릉이라 만만치가 않다 [16:24]

 

▲ 하산중인 회장님 [16:30]

 

▲ 저녁 햇살을 담뿍 받고 있는 주흘산 주능선 [16:38]

 

▲ 부봉 봉우리에도 저녁 햇살이 비치고 [16:39]

 

▲ 여기도 눈꽃이 피었네 [16:40]

 

▲ 주흘산 영봉에 저녁 햇살이 비치고 있다 [17:01]

 

▲ 어둠이 깔리고 있는 신선암봉 능선 [17:03]


17:06   문경새재 제2관문인 조곡관에 도착했다. 해는 이미 서산 너머로 떨어졌고 여명 만이 사방을 밝혀주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빈 거리를 잽싼 걸음으로 세 남자가 부리나케 걸어간다. 평지를 걷는 것은 단조롭다. 중력과의 싸움도 없다. 가끔 2관문 쪽에서 내려오는 승용차가 있을 뿐 사람의 기척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2관문에서 1관문까지 3km 거리가 무척 길게 느껴진다. 1관문에서 주차장까지도 만만찮은 거리였다. 식당촌의 불빛이 보인다. 갈증을 느껴 주차장에 이르기 전에 수퍼에 들러 캔 맥주를 하나 샀다.


▲ 문경새재 제2관문인 조곡관 [17:06]

 

▲ 제2관문에 있는 이정표 [17:11]

 

▲ 산불됴심 표지석 [17:16]

 

▲ 다시 혜국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17:40]


17:59   어둠이 내려앉은 주차장에 다시 도착을 했다. 일단 차에 오르니 긴장이 풀리며 온몸이 나른해진다. 캔맥주를 한 모금씩 홀짝거릴 때마다 뱃속이 짜릿짜릿하다. 금방 술기운이 올라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긴 산행을 마치고 갈증이 났을 때 마시는 시원한 캔맥주 한 통은 나에게는 보약과 같다. 어둠을 뚫고 달리던 회장님 차가 올갱이해장국집으로 들어갔다. 칠성에서 괴산가는 도로 오른쪽에 있는 이 집은, 아욱을 많이 넣고 국산 올갱이로 국을 끓이는데 짜지 않으면서 국물맛이 시원하기로 유명하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다음 다시 청주를 향해서 달렸다. 청주로 들어가는 차들이 꽤 많다. 이 추운 날에 어디들 다녀오나. 오늘 매서운 찬바람을 참 많이 맞았다. 하얀 눈도 참 많이 밟았다. 우리는 山福이 있는 팀이다. 이렇게 첫 초겨울 산행에 하루 종일 눈을 실컷 밟아 보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산행은 조금 힘들었다. 물론 높이와 거리도 원인이 되겠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적 상황이 산행을 힘들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그래도 해냈지 않은가. 도전을 하지 않고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는가. 그래서 삶은 도전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는가.


▲ 문경새재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이방주 회장님 무쏘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