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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10.01.03. [한국 100名山 84] 충북 단양 소백산

by 사천거사 2010. 1. 3.

소백산 산행기  

 일시: 2010년 1월 3일 일요일 

◈ 장소: 소백산 1439m / 충북 단양    

◈ 코스: 어의곡리 → 국망봉 갈림길 → 비로봉 → 천동야영장 → 천동리 

◈ 시간: 4시간

◈ 회원: 메아리산악회 안내 산행


 


07:00   오늘은 청주메아리산악회의 소백산 안내등반에 참가하는 날이다. 소백산은 워낙 유명해서 소개할 여지가 별로 없는 산이기도 한데, 산행에는 충북 쪽의 죽령, 천동리, 어의곡리 코스와, 경북 쪽의 희방사, 삼가리, 배점리 코스가 주로 이용된다. 오늘 산행에는 어의곡리를 산행기점으로 해서 비로봉에 오른 다음 천동리로 내려오는 코스가 예정되어 있었다. 특히 이번 산행은, 운이 좋으면, 일전에 내린 눈이 요즈음의 강추위에 얼어 붙어 만들어진 멋진 눈꽃을 구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가득 찬 산행이기도 했다.

 

청주종합경기장 앞을 출발한 버스는 36번 국도를 따라 충주 쪽으로 달렸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바깥은 어둡다. 가끔 보이는 가로등과 간판 불빛만이 한겨울의 새벽 거리를 흐릿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바깥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버스 창유리에 사람들의 입김이 서려 부옇다. 손으로 닦아 보아도 금방 다시 원래의 부연 상태로 돌아간다. 버스가 속도를 내며 달라지 창유리에 서린 입김이 급기야 얼어붙어 성애로 변했다. 지난 겨율 네팔에서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할 때, 하룻밤을 자고 난 남체의 롯지 방 유리창과 천장에 얼어붙은 성애 생각이 난다. 그 때도 참 추웠었지.

 

08:23   버스가 중앙탑휴게소에 들어갔다. 오늘 산행객들 중 유일하게 아는 사람, 변창수 선생이 커피를 한 잔 뽑아다 준다. 다른 산행객들은 라면이며 백반이며 아침을 먹기에 바쁘다. 집에서 아침을 안 먹고 온 모양이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꼭꼭 챙겨주는 아내가 무척이나 고맙다. 커피를 마시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니, 휴게소 옆을 흘러가는 남한강 조정지댐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장관이다. 자연은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자연은 세계 최고의 예술가이자 창조자이다.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다시 열을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다릿재터널과 박달재터널을 지난 다음 제천나들목에서 중앙고속도로에 진입, 북단양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매포읍을 지나고 성신양회 공장을 지나니, 왼쪽 남한강에 고고히 떠 있는 작은 세 개의 바위섬 도담삼봉이 보인다. 아름답다. 도담삼봉은 단양팔경 중 하나다. 고수대교를 건넌 버스는 고개를 넘어 59번 국도를 따라 남한강을 끼고 가곡면 쪽으로 달렸다. 아평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새밭계곡으로 난 길로 달려 들어간 버스가 마침내 어의곡리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 충주호 조정지댐의 물안개 [08:25]

 

▲ 남한강의 물안개 [08:25]

 

▲ 남한강의 물안개 [08:26] 


10:00   버스에서 내리니 바닥이 온통 눈천지다. 고도가 낮은 여기가 이러니 높은 위로 올라가면 눈이 더 많을 거라는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일단 아이젠을 착용하고 방한준비도 했다. 다행인 것은 아직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정표를 보니 비로봉까지 5.1km라고 되어 있다. 두 시간이면 올라가려나. 잘 닦여진 넓은 산행로가 잘 나 있었다. 우리 회원들은 서로 흩어졌는지 산행객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 산행기점인 어의곡주차장 [10:02]

 

▲ 비로봉까지의 거리가 5.1km이다 [10:09]

 

▲ 어의곡주차장 마을의 모습 [10:11]

 

▲ 길은 좋은데 눈이 덮여 있다 [10:12]

 

▲ 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차야 한다 [10:17]

 

 ▲ 큰 산치고 호젓하다 [10:25]

 

▲ 넓고 완만한 산행로 [10:29]


10:31   해발 580m 지점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서 있다. 아직 나무에는 눈이 별로 없지만 바닥에는 여전히 눈이 많다.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 단체산행객들이 휴식을 취하다가 일어서 걷기 시작한다. 갑자기 산행객의 수가 많아져 두 줄로 걷는 일이 벌어졌다. 소백산이 명산인 만큼 연중 산행객들이 많이 찾아 온다. 또 죽령을 제외한 어느 코스로도 길지 않은 시간에 정상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 조금 울퉁불퉁한 길도 있고 [10:35]

 

▲ 널찍한 길도 있다 [10:41]

 

▲ 단체산행객을 만났다 [10:52]

 

 ▲ 줄을 지어 걷고 있는 산행객들 [10:56]

 

▲ 어떤 곳은 두 줄로 걷고 [11:01]

 

▲ 어떤 곳은 한 줄로 걷는다 [11:03]

 

▲ 눈꽃이 핀 나무가 햇빛을 받아 구름처럼 빛나고 있다 [11:04]

 

▲ 전형적인 겨울산의 풍경 [11:08]


11:11   드디어 본격적으로 눈꽃 향연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나무에 핀 눈꽃의 양은 많아졌고 아무데나 대고 사진을 찍어도 명작이 나올 것 같다. 기온은 낮은데 바람은 없고 하늘은 파래서 그야말로 눈꽃이 만들어낸 광경 어느 하나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일년에 한두 번도 이런 멋진 눈꽃을 보기란 힘들다. 여러 가지 조건이 제대로 들어맞아야 한다. 운도 따라야 한다.


▲ 푸른 빛이 도는 눈세계 [11:11]

 

 ▲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는 눈꽃 [11:12]

 

▲ 계단길을 오르고 있는 산행객들 [11:13]

 

 ▲ 잡목의 눈꽃은 세밀하다 [11:14]

 

 ▲ 국립공원이라 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다 [11:15]

 

▲ 맨살을 내놓고도 안 추우신가? [11:17]

 

▲ 계단길을 오르고 있는 산행객들 [11:17]

 

▲ 눈꽃이 만들어낸 현란한 무늬 [11:19]


11:21   해발 1080m 지점, 눈꽃이 점점 커지고 뚜렷하고 확실해졌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눈꽃이 피지 않은 나무가 없다. 식물은 자기의 맞는 계절에 따라 꽃을 피우지만 눈꽃은 모두 한꺼번에 피어난다. 눈꽃은 어느 나무든 풀이든, 큰 나무이든 작은 나무이든 차별 없이 피어난다. 눈꽃 속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평등하다. 신분의 차이가 없고 빈부의 차이가 없고 남녀노소의 차이가 없다. 그저 대자연 속에 푹 파묻혀 있을 뿐이다.


▲ 파란 하늘과 어울린 소백산의 눈꽃 [11:23]

 

▲ 전나무 잎에 핀 눈꽃들 [11:25]

 

▲ 눈꽃 세상을 걷고 있는 산행객들 [11:27]

 

▲ 눈꽃 세상을 걷고 있는 산행객들 [11:30]

 

 ▲ 눈꽃이 만들어낸 현란한 무늬 [11:30]

 

 ▲ 눈꽃이 만들어낸 현란한 무늬 [11:30]

 

 ▲ 신비의 세계로 들어가는 산행객들 [11:31]

 

▲ 눈꽃이 터널을 만들었다 [11:31]

 

▲ 눈꽃이 만들어낸 현란한 무늬 [11:31]


11:34   해발 1170m 지점에 올라서자 왼쪽으로 신선봉 쪽 능선이 잘 보였다. 하얀 눈꽃들이 파란 하늘과 어울려 환상적인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숫제 눈꽃이 터널을 이룬 곳도 있다. 그 터널로 들어가는 순간에는 마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와 신비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 생겨난다. 앞에 또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하는 기대감과 설레임도 가슴 속 깊이 밀려온다. 대자연이 만들어낸, 감히 인간이 접할 수 없는 세계로 들어간다는 경외감도 일어난다. 아니, 위대한 자연 속에서 내 자신이 그저 아주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 왼쪽으로 신선봉 능선이 보인다 [11:36]

 

▲ 파란 하늘과 어울린 소백산의 눈꽃 [11:36]

 

▲ 소백산의 눈꽃 [11:36]

 

 ▲ 소백산의 눈꽃 [11:37]

 

 ▲ 조릿대에도 눈꽃이 내려 앉았고 [11:39]

 

▲ 파란 하늘과 어울린 소백산의 눈꽃 [11:40]

 

 ▲ 소백산의 눈꽃 [11:44]

 

 ▲ 소백산의 눈꽃 [11:45]

 

▲ 소백산의 눈꽃 [11:46]


11:47   눈꽃 세상, 나 같은 凡人이 이 황홀한 풍경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화가나 미술가나 음악가나 사진작가나 시인 같으면 자신이 품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을 마음껏 나름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럴 만한 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그냥 터져 나오는 감탄사만 속으로 새길 뿐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雪國을 위대한 자연이 우리 눈 앞에 펼쳐 놓았다.

 

이윽고 앞이 트이면서 눈 앞에 소백산 정상 주능선 부근의 평원이 전개되었다. 키 작은 나무들이 거의 눈 속에 묻혀 있고, 파란 하늘 아래 광활한 은빛 세상이 끝없이 열려 있다. 아, 그런데 바람이 세다. 지금까지 거의 바람이 없는 고요의 세계에서 눈꽃을 원 없이 만끽했는데, 이 평원에 올라서자 강풍으로 인해 천국이 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 불어오는 바람이 세기도 하거니와 한껏 눈에 단련이 되어 그 차갑기가 장난이 아니다.


▲ 파란 하늘과 어울린 소백산의 눈꽃 [11:47]

 

▲ 파란 하늘과 어울린 소백산의 눈꽃 [11:48]

 

▲ 파란 하늘과 어울린 소백산의 눈꽃 [11:50]

 

▲ 무슨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까? [11:50]

 

▲ 소백산의 눈꽃 [11:54]

 

▲ 파란 하늘과 어울린 소백산의 눈꽃 [11:55]

 

▲ 파란 하늘과 어울린 소백산의 눈꽃 [11:56]

 

▲ 소백산 주능선 평원 지역 [11:58]

 

▲ 소백산 주능선으로 올라가는 길 [11:59]


12:03   국망봉으로 가는 갈이 갈라지는 곳, 이정표에도 상고대가 피어 있다. 바람이 너무 세차 배낭에서 윈드자켓을 꺼내 입었다. 한결 낫기는 한데 바람이 직접 닿는 얼굴 부위는 칼바람에 살이 에이는 듯 하다. 겨울 소백산 바람이 세다는 것을 귀로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느껴보기는 처음인데, 그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 오른쪽에서 불어대는 바람에 숨을 쉬기조차 힘들다. 그렇다, 어느 산이나 정상은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정상에 올라 얼른 사진 한 장 찍고 천동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래 머무르며 주변 풍광을 감상한다는 것은 사치였다. 빨리 바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 국망봉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이정표 [12:03]

 

▲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계단길 [12:09]

 

▲ 비로봉에서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12:09]

 

▲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12:14]

 

▲ 비로봉에서 바라본 연화봉 쪽 백두대간 [12:15]

 

▲ 해발 1439m의 소백산 비로봉에서 [12:16]


12:26   희방사와 죽령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이정표가 서 있다. 제1연화봉, 천체관측소가 있는 연화봉, 제2연화봉을 거쳐 죽령으로 내려가는 길은 백두대간 길이다. 이정표를 보니 천동리까지 6.2km라고 적혀 있다. 천동리로 내려가는 길, 이곳의 눈꽃도 예사롭지가 않다. 나무 종류에 따라 눈꽃의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천동리 쪽 산행로는 대체로 완만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천동리 쪽 산행로를 많이 이용한다.


▲ 죽령 갈림길에 있는 이정표 [12:26]

 

 ▲ 천동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12:27]

 

▲ 천동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12:28]

 

▲ 파란 하늘과 어울린 소백산의 눈꽃 [12:31]

 

▲ 소백산의 눈꽃 [12:31]

 

▲ 소백산의 눈꽃 [12:33]

 

 ▲ 소백산의 눈꽃 [12:34]

 

▲ 파란 하늘과 어울린 소백산의 눈꽃 [12:34]


12:44   비로봉에서 2km 내려온 지점, 천동리 쪽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단체산행객들로 있고 가족 단위 산행객들도 있고 혼자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다. 저들은 왜 이 추운 겨울에 눈 덮인 산을 힘들여 오르고 있는 것일까? 왜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일까? 12시 51분, 대피소인지 매점인지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곳을 통과했다. 13시 8분, 비로봉에서 천동리까지 거리의 중간 지점을 통과했고, 13분 후에 신선암 이정표가 서 있는 곳을 지났다. 길은 계속 넓고 경사도 별로 없다.


▲ 천동리에서 비로봉으로 오르고 있는 산행객들 [12:44]

 

▲ 천동리로 내려가고 있는 산행객 [12:48]

 

▲ 멀리 대피소인지 매점인지 건물이 보인다 [12:51]

 

▲ 일본 잎갈나무 사이로 나 있는 널찍한 산행로 [13:06]

 

▲ 비로봉-천동리 구간 중간 지점 이정표 [13:08]

 

▲ 천동리로 내려가는 길 [13:14]

 

▲ 천동리로 내려가는 길 [13:18]

 

▲ 천동자연관찰로가 시작되는 곳 [13:36]


13:44   소백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 건물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산행이 끝난 줄 알었더니 웬걸 여기서 10분을 더 걸어서 천동리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대형버스주차장에 우리 차는 보이지 않는다. 그럴 경우에는 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오라고 했기에 무작정 길을 따라 걸었다. 다리안관광지 답게 펜션과 모텔과 민박집 같은 숙박시설이 도로 양쪽으로 줄을 지어 자리잡고 있었다. 대형주차장에서 10분 정도 걸어 우리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천동동굴 주차장에 도착했다.


▲ 소백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 건물 [13:44]

 

 ▲ 일본 잎갈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 [13:46]

 

▲ 산행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이다 [13:49]

 

▲ 충북이 낳은 산악인 허영호 기념비 [13:50]

 

▲ 천동리 대형 주차장 [13:55]

 

▲ 천동동굴 입구 마을 [14:02]


14:06   예정시간보다 1시간 25분 정도 먼저 버스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운전기사가 뭘 끓이려는지 가스버너를 차려놓고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한 줄 알았는데 버스 안에서 두 사람이 나오면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일단 차 안에서 치즈 케익과 삶은 달걀을 점심으로 먹은 다음 밖으로 나와 배낭을 짐칸에 싣고 소주를 두 잔 마셨다. 시간이 조금 흘렀는지 회원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금 늦은 사람들이 있어 4시 가까이 되어서야 비로소 버스가 주차장을 떠났다.


▲ 천동동굴 제2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버스 [14:06]


16:57   박달재터널을 지나자 오른쪽에 있는 박달재휴게소로 버스가 들어갔다. '천등산 박달재'로 시작하는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노래 때문에 박달재에 천등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천등산에 있는 것은 시랑산이고 천등산은 여기서 8km 정도 떨어진 다릿재에 있다. 청주에 도착하자 겨울이라 날이 벌써 어두워졌다. 오늘 소백산 산행은 겨울의 상징인 눈꽃을 원 없이 보았다는 점에서 경인년 초에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그런 산행이었다.


▲ 박달재터널 지나면 바로 나오는 박달재휴게소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