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악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11월 28일 토요일
◈ 장소: 황악산 1111m / 경북 김천
◈ 코스: 직지사주차장 → 주능선 → 황악산 → 신선봉 → 903 지방도 → 주차장
◈ 코스: 6시간 29분
◈ 회원: 평산회원 5명
07:00 오늘은 평산회에서 황악산으로 정기산행을 가는 날이다. 요즘은 산불예방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는 산이 많기 때문에, 산행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지자체에 산행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황악산 산행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김천시청에 전화를 했더니 대항면사무소에 신고를 하면 가능하단다. 다시 대항면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담당자가 '산행은 가능한데 입산자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올라가는 길은 운수암 쪽으로만 열려 있고 내려오는 길은 아무 코스나 가능하다'고 일러준다.
흥덕구청 후문에서 유재철 회장님과 홍세영 회원이 탑승을 하고 공단6거리에서 박운용 회원, 금호아파트 앞에서 이규필 회원이 승차해 모두 5명이 탄 내 차는 서청주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 남이갈림목에서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선 다음 김천을 향해 달렸다. 청원갈림목에서 갈라지는 당진상주고속도로를 이용해서도 김천으로 갈 수 있지만, 황악산이 김천 북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거리나 시간적으로 더 유리하다. 고속도로는 한산한 편이었다.
07:50 옥천휴게소에 들렀다. 휴게소도 한산하다. 회장님은 아침 대용으로 우동을 하나 드시고 나머지 회원들은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직지사는 김천에 있지만 추풍령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나가는 것이 좋다. 추풍령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려면 반드시 추풍령휴게소를 거쳐야 한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4번 국도를 타고 김천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오른쪽으로 직지사를 거쳐 구성면으로 가는 903번 지방도가 갈라진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잘못 들 염려는 없다.
▲ 경부고속도로 옥천휴게소 [07:52]
08:50 직지사주차장에 도착, 넓은 주차장에 차가 몇 대 있을 뿐 아직은 한산한 분위기다. 이곳도 주차비는 받지 않는다. 산행준비를 끝내고 식당골목을 지나 다리를 건너니 이정표가 있다. 직지사에 가려면 오른쪽 직지문화공원 가는 길로 올라가야 한다. 얼핏 보기에 직지문화공원은 규모가 엄청났으며 시설도 잘 꾸며져 있는 것 같았다. '東國第一伽籃黃嶽山門'이란 현판이 걸린 출입구 옆에 매표소가 있다. 여기도 어김 없이 문화재관람료 2,500원을 받고 있다.
직지사 절집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에 운수암으로 올라가는 도로가 나 있었다. 직지사 절집은 내려올 때 구경하기로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미리 말하는 거지만, 절집 구경은 올라가면서 멀리서 쳐다본 것으로 끝이었다. 이유는 나중에 나온다. 은선암 갈림길을 통과하고 무지하게 넓게 조성된 부도전을 지나, 곧게 뻗은 포장도로를 계속 올라가니 왼쪽으로 건물이 하나 보인다.
▲ 직지사주차장에서 산행준비 중 [08:53]
▲ 왼쪽은 903번 지방도 길이고 오른쪽은 직지사로 가는 길 [08:58]
▲ 직지문화공원 입구 [08:59]
▲ 매표소 옆에 있는 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 [09:06]
▲ 직지사 담을 따라 난 도로를 걷고 있는 회원들 [09:13]
▲ 직지사 절집 萬德殿 [09:15]
▲ 운수암 갈림길까지는 계속 포장도로다 [09:19]
▲ 아주 넓게 조성된 직지사 부도전 [09:20]
▲ 운수암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 [09:21]
09:25 산불예방을 위한 입산통제소 건물이 왼쪽에 있다. 방금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온 직원이 책상과 방명록을 꺼내 놓는다. 회장님이 대표로 인적사항을 적었다. 통제소 건물 바로 옆에 이정표가 있는데 영문 표기가 오류 투성이다. 지자체에서 제작을 할 때 영어를 전공한 사람에게 자문을 구했다면 올바르게 표기를 했을 텐데, 그냥 적당히 했으니 저런 일이 벌어지는 거다. 영문 표기는 외국인을 위한 것인데 그게 엉터리니 크게 보면 나라 망신시키는 일이다.
입산통제소를 지나도 운수암까지 길은 계속 포장이 되어 있다. 중간 중간에 길이 갈라지는데, 먼저 명적암 가는 길이 왼쪽으로 갈라지고 이어서 중암, 백련암 가는 길이 역시 왼쪽으로 갈라진다. 마침내 포장도로가 끝이 났다. 운수암으로 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휘어지고 산행로는 직진이다. 갈림길에서 잠시 쉬면서 단감을 간식으로 먹었다. 갈림길에서 주능선으로 올라가는 길, 경사가 있는 곳에는 어김 없이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벤취가 있는 곳에서는 휴식을 취하며 주능선을 향해서 계속 걸음을 옮겼다.
▲ 산불예방 입산통제소 [09:25]
▲ 입산통제소 옆에 있는 산행안내도 [09:25]
▲ 입산통제소 옆에 있는 이정표: 영문표기 오류가 많다 [09:26]
▲ 황악산 운수계곡의 모습 [09:31]
▲ 백련암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09:42]
▲ 운수암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09:48]
▲ 주능선까지 경사가 있는 곳은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09:57]
▲ 벤취에서 잠시 휴식 중 [10:06]
▲ 주능선 아래 경사가 급한 길 [10:18]
▲ 주능선 직전 급경사 계단길 [10:18]
10:20 황악산 주능선에 올랐다. 황악산 주능선 중에서 우리 팀이 지금 오른 곳부터 앞으로 갈 신선봉삼거리까지는 백두대간에 속하는데, 내가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2007년 9월 30일에 걸었던 길이다. 주능선에 있는 벤취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백두대간이라 물론 길은 잘 나 있고 경사도 그리 심하지 않다. 경사가 조금 심한 곳에는 어김 없이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이정표와 벤취도 심심찮게 있어 산행 시설면으로는 괜찮은 편이다. 오늘 날씨도 산행하기에는 전혀 나무랄 데가 없다.
▲ 황악산 주능선(백두대간)에 올라 [10:21]
▲ 전망대에서 조망 중인 회원들 [10:40]
▲ 나무계단 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10:42]
▲ 정상 1580m 전 이정표 [10:45]
▲ 벤취에서 휴식 중인 회원들 [10:51]
11:14 정상 1070m 전 이정표를 통과했다. '쉬었다 가라'는데 쉴 자리가 없다. 황악산이 그래도 꽤 유명한 산인데 오늘은 별로 사람들이 없다. 가뭄에 콩 나듯 사람들을 본다. 우리나라에는 산에 다니는 사람도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산도 많다. 따라서, 서울 근교의 산이 아니라면, 또 어떤 특정한 이벤트가 없는 경우에는 사람들 때문에 산행에 지장을 받을 염려는 없다. 작은 돌탑이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정면으로 정상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헬기장이 보인다. 직지사 쪽은 이내 때문에 전망이 매우 흐릿하다.
▲ 정상 1070m 전 이정표 [11:14]
▲ 경사가 급하지 않은 주능선 산행로 [11:29]
▲ 주능선을 걷고 있는 회원들 [11:32]
▲ 정상 아래 전망봉에 올라 [11:38]
▲ 전망봉에서 바라본 황악산 정상 [11:38]
▲ 정상으로 이어지는 억새밭 사이로 난 길 [11:45]
▲ 정상 아래에 있는 헬기장 [11:45]
11:46 해발 1111.4m의 황악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쌓다만 돌탑 옆에 정상표지석이 두 개 서 있었다. 사방에 이내가 끼어 있어 전망은 좋지 않았다.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데 다른 산행객들이 올라온다. 형제봉 쪽으로 내려가다가 낙엽이 덮여 있는 공터가 있어, 시간도 그렇고 해서, 점심상을 차렸다. 김밥과 오리고기, 김치, 홍세영 회원이 끓인 라면, 포도주, 소주 등의 메뉴로 알찬 점심을 마치고 형제봉을 향해 출발, 반주로 마신 술 탓인지 형제봉으로 오르는 데 숨이 턱턱 막힌다.
▲ 해발 1111m의 황악산 정상 모습 [11:46]
▲ 정상으로 올라오고 있는 홍세영 회원 [11:46]
▲ 황악산 정상에서 [11:48]
▲ 황악산 정상에서 유재철 회장님과 [11:48]
▲ 황악산 정상에서 회원들 [11:48]
▲ 황악산 정상에서 회원들 [11:49]
▲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점심 먹는 중 [12:09]
▲ 점심 후 출발: 형제봉으로 가는 길 [12:38]
12:51 해발 1040m의 형제봉에 올랐다. 황악산 정상에서 900m 떨어진 거리다. 예전에는 황악산 정상에서 신선봉 사이에 내원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여럿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상수도보호구역이란 이름 아래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형제봉에서는 황악산 정상이 잘 보이고 오른쪽으로 상촌면 마을도 잘 보였다. 예전 1993년인가 상촌면 쪽에서 황악산을 오른 기억이 난다. 형제봉에서 500m를 가면 신선봉 삼거리인데 직진하면 백두대간 길로 바람재에 내려가게 된다. 신선봉은 왼쪽 길, 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삼도봉과 민주지산 꼭대기가 잘 보였다.
▲ 해발 1040m에 있는 이정표 [12:51]
▲ 형제봉에서 바라본 황악산 정상 [12:52]
▲ 형제봉에서 바라본 상촌면 방면 [12:54]
▲ 신선봉 갈림길을 향해서 [13:03]
▲ 신선봉 갈림길을 향해서 [13:04]
▲ 바람재 가는 길과 신선봉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3:07]
▲ 신선봉 쪽으로 내려가는 박운용 회원 [13:11]
▲ 신선봉 가는 길에 바라본 삼도봉과 민주지산 [13:16]
13:33 해발 944m의 신선봉에 올랐다. 벤취에 앉아 잠시 휴식.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하산을 해야하는데,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는 왼쪽의 직지사 방면 길을 버리고 표지기가 하나도 없는 똑바로 뻗은 능선길로 접어들었다. 왜? 왜는 왜, 길을 잘못 든 거지. 지도상으로 왼쪽 길은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같고 직진 길이 망봉으로 가는 길 같았기 때문이다. 길이 잘못 되었다는 것은 한참을 내려와서 알게 되었다. 직지사에서 점점 오른쪽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나?
다시 신선봉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그냥 능선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서 택시라도 부르면 되지 뭐. 다행히도 '김천황악대간'이라고 쓴 표지기와 다른 산악회의 표지기들이 종종 보였다. 내려오던 지능선에서 낙엽이 잔뜩 쌓인 좌측 산허리를 트래버스 한 다음 다시 지능선을 따라 걸었다. 경사가 심한 길에 낙엽이 쌓여 있어 발을 옮길 때마다 그냥 미끄러진다. 아담한 헬기장을 지나 얼마를 걸었더니 차도가 보인다. 어디서 어디로 가는 길이지?
▲ 해발 944m의 신선봉에 있는 이정표 [13:33]
▲ 신선봉에서 휴식 중인 회원들 [13:34]
▲ 신선봉에서 홍세영, 이규필 회원 [13:42]
▲ 바윗길을 내려오고 있는 회원들 [14:09]
▲ 지능선에서 사면길로 갈라지는 곳 [14:10]
▲ 낙엽이 쌓여 있는 사면길 [14:12]
▲ 옷을 거의 벗은 나무들 사이를 걷고 있는 회원들 [14:13]
▲ 헬기장을 지나고 있는 유재철 회장님 [14:27]
14:36 903번 지방도에 내려섰다. 여기가 어딘가? 직지사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되나? 사람이 없으니 알 수도 없고 그냥 왼쪽 직지사 방향으로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차를 잡아 타고 직지사까지 내려가고 싶기도 했지만 그리 먼 거리가 아닌 것 같아 그냥 걷기로 했다. 운수3리 백운 마을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한 주민에게 직지사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더니 '내 걸음으로 한 시간 걸린다'고 한다. 걸을 만한 거리네. 운수2리 돌모 마을을 지났다. 이곳 주민들은 표고버섯 농사를 많이 짓고 있었는데, 마을 주변 검은 색 커다란 비닐 하우스가 모두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곳이었다.
▲ 대항면에서 구성면으로 이어지는 903번 지방도 [14:36]
▲ 903 지방도를 걷고 있는 회원들 [14:40]
▲ 903 지방도에서 바라본 황악산 주능선 [14:42]
▲ 운수3리 백운 마을 표지판 [14:48]
▲ 도로에서 바라본 황악산 주능선 [14:52]
▲ 운수2리 돌모 마을 표지판 [15:08]
▲ 표고버섯 재배 하우스 [15:10]
▲ 직지사 음식점 골목 입구 [15:27]
▲ 직지사 음식점 골목을 걷고 있는 회원들 [15;29]
15:33 직지사 먹자 골목에 도착하여 '선비고을'이란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김천 직지사의 음식점은 관광지치고는 음식 맛이 좋고 양도 푸짐하다. 가격도 적당해서 부담 없이 간단한 회식을 즐길 수 있다. 원형 테이블에 둘러 앉아 더덕구이, 해물파전과 동동주를 한 동이 시켰다. 인심 좋은 주인 아낙은 덤으로 호박전을 한 판 부쳐 내왔다. 내 온 음식을 다 먹고 나니 적당히 배가 불러 청주에서의 회식은 생략하기로 했다.
직지사주차장에 도착해보니 차가 많다. 4시 10분에 주차장을 출발, 추풍령나들목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해서 쉼 없이 청주까지 달렸다. 서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회원들을 차례로 내려주고 집에 도착하니 6시 5분이다. 이번 황악산 산행은 길을 잘못 들어 예정보다 먼 거리를 걸었지만, 늦가을의 좋은 날씨 속에 그리 힘들지 않게 마친 산행이었다. 문화재관람료를 2,500원이나 내고 직지사의 보물들을 못 본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 산행 후 회식을 한 '선비고을' 음식점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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