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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9.10.18. [한국 100名山 77] 경북 포항 내연산

by 사천거사 2009. 10. 18.

내연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10월 18일 일요일 

◈ 장소: 내연산 930m / 경북 포항

◈ 코스: 주차장 → 문수봉 → 삼지봉 → 향로봉 → 시명리 → 보경사 → 주차장 

◈ 거리: 15.1km 

◈ 시간: 6시간 39분

◈ 회원: 이방주, 연철흠, 이효정


  


05:15  오늘은 산행계획을 잡았다가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거의 일년 간이라 미루어왔던 내연산 산행을 하는 날이다. 4시에 일어나 서둘렀는 데도 집결지인 산남고등학교에 도착하니 5시가 넘었고 이방주 회장님과 연철흠 선생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낮이 많이 짧아져서 그런지 사방이 캄캄하다. 산남고등학교 출발, 문의나들목에서 청원-상주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새벽 시간이라 도로에 차들은 뜨문뜨문하고 그 틈에 우리 차는 은하철도 999처럼 총알같이 어둠을 뚫고 달린다.

 

낙동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접속하고 김천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구미의 금오산 실루엣 보인다. 달리는 차는 대구를 지나 도동분기점에서 익산-포항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고속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다보니 이제는 전국 거의 모든 곳을 고속도로가 연결시켜주고 있어 다니기에 매우 편하다. 현재로서는 동해 쪽 노선이 조금 미흡한데 조만간 그 쪽에 도로가 건설되면 전국이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포항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잠깐 길을 헤맨 다음 영덕으로 가는 7번 국도에 올라섰다. 영덕 방면으로 달리다 마침 도로변에 있는 청하휴게소에서 아침식사가 된다고 해 순대국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8시 8분, 식사를 마친 다음 다시 차에 올라 북쪽으로 달렸다. 창밖을 보니 바람이 많이 분다. 송라면에서 차는 좌회전하여 청하골로 향했다. 주차료 2,000원 내고 들어간 그 넓은 주차장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차들이 많지는 않았다.


▲ 아침 식사를 한 7번 국도변 청하휴게소에 있는 식당 [08:08]


08:25  보경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했다. 그런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강풍이다. 음식점이 양쪽으로 도열해 있는 거리를 거쳐 일주문을 지나면 매표소다. 문화재관람료 2,500원씩 지불하고 게이트를 통과한 다음 아름다운 소나무가 둘러싸고 있는 보경사를 지났다. 절집 구경은 이따 내려올 때 하기로 하고 일단 통과하니, 왼쪽으로 시운암 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다. 산행이나 계곡구경을 하려면 문수암 쪽으로 가야 한다.


▲ 보경사 주차장에서 산행준비 중 [08:26]

 

▲ 내연산 보경사 일주문 [08:36]

 

▲ 내연산 보경사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소나무 숲 [08:38]

 

▲ 내연산 청하골의 모습 [08:49]


08:56  문수암 갈림길, 여기서 왼쪽 길을 택하면 폭포가 있는 계곡길을 걷게 되고 오른쪽 문수암 쪽으로 올라가면 문수봉에 닿게 된다. 2006년 5월에 이곳에 왔을 때는 계곡길을 택했다가 그만 삼지봉 가는 길을 놓치고 말았었다. 문수암으로 가는 길은 처음부터 급경사다.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급경사를 오르다보니 뒷다리가 팽팽해지고 숨이 턱턱 막힌다. 젊은 남자 산행객 3명을 만났는데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올라갔다. 청하골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서니, 향로봉 주능선이 계곡 위로 뻗어 있고 계곡 왼쪽 위로 솟아 있는 무척봉도 우뚝하다.

 

전망대에서 10분 정도 가파른 길을 걸어 문수암에 도착했다. 허름한 대웅전 건물이 하나 있는 단촐한 암자였다. 문수암에서 다시 15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오르자 마침내 넓고 평탄한 능선길이 나타났다. 걷기에 얼마나 편한지 지옥에서 천당으로 올라온 기분이다. 9:45 문수샘을 거치는 넓은 길이 왼쪽이고 오른쪽은 문수봉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송이버섯 채취 때문에 그런지 오른쪽 길을 막아 놓았다. 송이철도 지났으니 오른쪽으로 Go!


▲ 문수암 갈림길 [08:56]

 

▲ 문수암까지는 경사가 매우 심하다 [09:02]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내연산 청하골 [09:07]

 

▲ 내연산 향로봉 주능선 위로 가을하늘이 파랗다 [09:08]

 

▲ 절집 문수암의 모습 [09:17]

 

▲ 문수암에서 문수봉으로 오르는 길도 가파르다 [09:23]

 

▲ 급경사 길이 끝나고 평탄해진 길 [09:35]

 

▲ 널찍한 산행로에 소나무가 아름답다 [09:40]


09:52  헬기장을 겸한 해발 628m의 문수봉 정상 한쪽에 정상표지석이 있다. 사진 찍고 바로 출발, 연철흠 회원은 통 쉴 줄을 모른다. 이제 삼지봉에나 가야 쉴 희망이라도 있다. 문수봉에서 삼지봉까지는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다. 나뭇가지를 뒤흔드는 세찬 바람이 줄기차게 불어 오는데, 땀을 식혀주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게 하기도 한다. 손도 약간 시리다. 10:05 조피등코스 갈림길,  10:06 은폭포 코스 갈림길, 10:19 거무나리(은폭포) 코스 갈림길, 10:28 동대산 갈림길을 지났다. 앞의 셋은 모두 왼쪽 계곡에서 능선으로 올라오는 길이고 마지막은 오른쪽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이다.


▲ 내연산 문수봉에서 [09:53]

 

▲ 수리너미 코스 갈림길 이정표 [10:04]

 

▲ 은폭포 갈림길 이정표 [10:06]

 

▲ 내연산 삼지봉으로 가는 길 [10:06]

 

▲ 평탄하고 부드러운 능선길 [10:18]

 

▲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산행로 [10:26]


10:28  해발 711m의 삼지봉 정상에 올랐다. 아무도 없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전형적인 가을하늘이다. 아무 데나 푹 찌르면 파란 물이 끊임 없이 쏟아질 것 같다. 오랜만에 엉덩이를 땅에다 붙이고 여유 있게 간식을 먹었다. 바나나 두 개와 기주떡 한 조각을 먹으니 배가 그득하다. 문수암 오를 때 만났던 산행객 세 명이 올라온다. 어라, 우리보다 먼저 갔는데 왜 이제 올라오지? 알고 보니 문수샘에서 쉬었단다.

 

자, 이제 내연산의 주봉인 향로봉으로 가야한다. 원래는 이곳 삼지봉을 내연산으로 불렀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연산의 한 봉우리인 삼지봉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이곳에서 문수봉, 향로봉, 동대산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기 때문이다. 삼지봉에서 향로봉으로 가는 길은, 약간의 경사가 있는 지역도 있었지만, 대체로 평탄한 편이었다. 월력으로 보면 가을이 중순이지만 남쪽이라 그런지 아직 푸른 잎이 많다. 그래도 성급한 것들은 색을 갈아 입어 가을 분위기를 연출한다. 11:27 밤나무등(시명리) 코스 갈림길을 지났다.


▲ 삼지봉 위 하늘이 가을을 맞아 파랗게 물들었다 [10:44]

 

▲ 내연산 삼지봉에서 [10:45]

 

▲ 아직 가을이 먼 참나무 숲 [11:10]

 

▲ 길은 계속 좋다 [11:11]

 

▲ 가끔 단풍이 든 나무도 있고 [11:22]


11:51  해발 930m의 내연산 주봉 향로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서너 팀이 모여 앉아 점심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정상에서는 우리가 걸어온 문수봉과 삼지봉 능선이 잘 보이고 멀리 동해바다가 아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적당히 핀 억새가 가을 정취를 고조시킨다. 특별히 할 것도 없으니 하산 시작. 향로봉에서 시명리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매우 가팔랐다. 12:01 매봉 갈림길에 도착했는데 계속 능선 종주를 하려면 매봉 길로 가야한다. 거의 40분을 걸어 물이 흐르는 계곡에 내려섰다.


▲ 향로봉에 있는 돌탑 [11:51]

 

▲ 내연산 주봉 향로봉 표지석과 함께 [11:52]

 

▲ 내연산 향로봉에서 이방주 회장님과 함께 [11:52]

 

▲ 내연산 향로봉에서 [11:52]

 

▲ 향로봉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11:54]

 

▲ 향로봉에서 바라본 걸어온 능선 [11:54]

 

▲ 향로봉에서 바라본 무척봉 능선 [11:54]

 

▲ 정상에 서 있는 이방주 회장님과 연철흠 회원 [11:56]

 

▲ 정상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길 [12:19]


12:36  내연산 청하골이 시작되는 곳, 비록 이곳은 골이 작고 물도 많지 않지만 점점 아래로 내려갈수록 계곡 폭이 넓어지고 수량도 많아지며, 그 물은 급한 바위를 타고 흘러 내려 12개의 멋진 폭포를 만든다. 계곡 암반 위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밥을 여섯 줄 준비했는데 이것 저것 먹다보니 배가 불러 채 세 줄도 못 먹었다. 점심 후 출발, 산행로는 산허리를 돌아 가며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오른쪽 아래가 계곡인데 거리가 멀다. 능선과는 달리 이곳 사면에는 스크리 지대가 많았다. 계곡을 따라 왼쪽 사면이 대부분 그렇다. 가끔씩 나타나는 단풍나무가 보기에 좋다.


▲ 청하골이 시작되는 곳 [12:37]

 

▲ 계곡에서 점심 준비 중 [12:42]

 

▲ 내연산 스크리지대 [13:36]

 

▲ 스크리 지대와 단풍 [13:40]

 

▲ 스크리 지대와 단풍 [13:40]

 

▲ 내연산 청하골의 단풍 [13:50]


13:56  청하골을 가로 질러 출렁다리가 하나 놓여 있다. 걸을 때마다 출렁출렁 흔들리는 것이 마치 네팔의 거대한 계곡 위에 놓여 있는 다리를 건너는 기분이 난다. 출렁다리에서 10분 정도 걸어 은폭포에 도착했다. 거대한 암벽 사이로 떨어지는 은폭포는 청하골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포 중 하나에 속한다. 폭포 구경을 오는 사람들은 대개 연산폭포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이곳은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나 볼 수 있다. 그래서 한산하다. 청하골 왼쪽을 따라 나 있던 길이 계곡을 건너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단풍나무 한 그루가 계곡을 가을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는 연철흠 회원 [13:56]

 

▲ 출렁다리를 건너오고 있는 이방주 회장님 [13:57]

 

▲ 출렁다리를 다 건너와서 [13:57]

 

▲ 내연산 청하골의 가을 [13:59]

 

▲ 청하골 은폭포 [14:09]

 

▲ 내연산 청하골의 가을 [14:17]

 

▲ 내연산 청하골의 가을 [14:17]

 

▲ 내연산 청하골의 가을 [14:19]


14:30  급경사 바윗길을 돌아내려 가니 넓은 沼 위로 물이 떨어지고 있다. 관음폭포다. 주변 바위 형상이 기묘하다. 예상했던 대로 사람이 많다. 폭포를 보러 온 사람들 대부분의 종점이 바로 여기다. 관음폭포 오른쪽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 다리를 건너면 왼쪽으로 연산폭포가 있다. 연산폭포는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데 그 물이 다시 관음폭포가 되어 떨어진다. 이곳 주변은 바위벽도 보기에 좋다. 지금은 날짜가 조금 일러 그렇지 가을이 익어 확 단풍이라도 들면 장관을 이룰 것 같다.

 

관음폭포를 지나면 왼쪽으로 보현암이 있는데 갓부처가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암자나 부처 모두 큰 볼거리는 못 된다. 보현암 아래 보현폭포를 지나면 마지막 폭포인 상생폭포에 이르게 된다. 원래 상생폭포는 물이 두 군데에서 흐르는 쌍폭인데 오늘은 청하골의 수량이 적어 그런지 왼쪽에만 흐르고 있었다. 상생폭포에서 보경사까지는 30분 정도 걸렸다. 빨리 걸으려고 해도 사람들 때문에 빨리 걸을 수가 없다. 도로정체는 주말의 고속도로, 설악산 공룡능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놀이철에는 조금 이름이 났다하면 어디에나 밀린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드믈 것이다.


▲ 청하골 관음폭포 [14:31]

 

▲ 청하골 연산폭포 [14:35]

 

▲ 관음폭포 주변의 아름다운 암벽 [14:37]

 

▲ 보현암 갈림길 이정표 [14:45]

 

▲ 청하골 보현폭포 [14:49]

 

▲ 청하골 상생폭포 [14:54]


15:18  보경사에 들렀다. 보경사 절집들은 울타리나 담이 없이 서 있어 전체적으로 조금 산만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절 마당에서는 한창 포항市다례회에서 주관하는 茶 시음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곳저곳에 자리를 깔고 또는 좌판대를 설치하고 무료로 차를 제공하는데 그 종류가 다양했다. 우리는 아는 것이 녹차 뿐이라 녹차를 마셨다. 무슨 의도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고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에서 보경사까지 이어지는 도로 양쪽에는 음식점이 줄을 지어 있는데 이곳은 손칼국수가 별미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이 음식점 앞에 자리를 잡고 직접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로 밀어댄다. 칼국수를 파는 집이면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2006년도 왔을 때 들렀던 봉선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칼국수와 도토리묵, 소주를 한 병 시켰다. 도토리묵은 그저 그랬지만 국수 위에 얹어 주는 것은 채를 썬 호박 몇 조각이 고작인데 면발이 부드러워서 그런지 칼국수 맛은 그만이다. 옛날 맛 그대로다.


보경사(寶鏡寺)

 

신라 진평왕 25년(602년) 지명법사가 중국에서 불경과 8면 보경을 가지고 와서 못에 묻고 지은 절이라 하여 보경사라 이름했다. 경내에는 고려 고종 때의 원진국사 공적을 새긴 원진국사비(보물 제252호)와 사리를 봉안한 원진국사부도(보물 제430호)가 있고 그 밖에 대웅전, 5층 금당탑, 적광전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내연산 계곡은 계절따라 변하는 절경과 12폭포의 장관이 무릉도원의 신선경을 방불케 한다.


▲ 무료 차 시음회 [15:19]

 

▲ 보경사 대웅전 건물 [15:21]

 

▲ 군데군데에서 무료 차 시음회가 벌어지고 있다 [15:23]

 

▲ 보경사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숲 [15:24]

 

▲ 보경사와 주차장 사이에 있는 음식점 거리 [16:17]


16:19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아침에 훤하던 그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하다. 주차장이 모자라 도로변까지 차를 세워둔 판국이니 오늘 이곳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차를 돌렸다. 이번에는 포항 쪽으로 오다가 청하면에서 68번 지방도를 타고 달리다 서포항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포항쪽 7번 국도가 밀리기도 하거니와 거리상으로도 이쪽이 짧은 것 같다. 주말이 끝나는 날 오후라 도로에는 차들이 많다. 경부고속도로에도 많다. 연철흠 선생님은 기가 막힌 운전솜씨로 요리조리 잘 빠져 앞으로 나가신다. 낮이 짧아 청주에 오니 깜깜하다. 그 먼 길 달려 벼르고 벼르던 산행을 마치고 나니 마음 한 구석에 늘 남아 있던 응어리가 한꺼번에 날아가버렸다. 물 많은 여름에 폭포 구경하러 또 가야겠다.


▲ 다시 돌아온 보경사 주차장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