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9.09.20. [한국 100名山 74] 전북 고창 선운산

by 사천거사 2009. 9. 20.

선운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9월 20일 일요일 

◈ 장소: 선운산 336m / 전북 고창

◈ 코스: 삼인리 → 경수산 → 도솔산 → 소리재 → 낙조대 → 선운사 → 삼인리

◈ 시간: 4시간 49분

◈ 회원: 청주 메아리산악회 안내 산행


 


07:00  오늘은 청주메아리산악회을 따라 선운산 산행을 가는 날이다. 선운사가 있는 선운산은 워낙 유명해서 설명이 따로 필요없는 곳인데, 요즘은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꽃무릇이 한창이다. 우리나라에서 꽃무릇으로 유명한 곳은 선운사 외에 영광의 불갑사와 함평의 용천사가 있다. 불갑사는 작년에 백만사에서 다녀온 곳이다. 청주체육관 앞에 가니 어김없이 최창원 선배가 기다리고 있다. 정말 산을 좋아하는 분이다. 예순이 넘었어도 젊은 사람 못지 않는 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정시에 출발한 버스는 서청주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청원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4차로인 96번 지방도를 타고 공주 쪽으로 달렸다. 공주가 가까워지자 요즘 말이 많은 행정도시 터닦기 공사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렇게 넓은 땅을 만들어놓고 살러 올 사람이 없다면 어디에 써먹으려나? 버스는 36번 국도에 들어선 후 동공주나들목에서 다시 고속도로에 진입, 최근에 새로 개통된 서천-공주고속도로로에 들어섰고 동서천분기점에서 서해안고속도로에 합류했다. 시간이 일러 그런지 도로에 차들은 많지 않았다.

 

08:35  서해안고속도로 군산휴게소로 버스가 들어갔다. 휴게소를 거니는데 김윤환 선생을 만났다. 예전에 같이 어떤 일을 한 적이 있고 가끔 산에 갈 때 만나는 사람이다. 사진에 조예가 깊은 사람인데 이번에도 선운사의 꽃무릇을 찍으러 간단다. 다시 버스가 출발했다. 차창 밖으로 서해바다가 보인다.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데......  선운산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는 22번 국도를 타고 선운산 도립공원으로 달렸다. 바깥으로 풍천장어 음식점 간판이 자주 보이는 것을 보니 선운사가 가까운 모양이다.


▲ 서해안고속도로 군산휴게소 [08:36]


09:45  넓은 선운사 주차장에는 벌써 관광버스가 여러 대 서 있었다. 오늘 사람깨나 구경할 것 같다. 산행 첫 번째 목적지가 경수산인데 도로를 건너 공원관리사무소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 것으로 오늘 산행이 시작되었다. 계류을 따라 널찍한 수렛길 나 있고 길 옆과 둑에 꽃무릇이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가을의 전령사 억새 뒤로 솟아 있는 경수산이 보인다. 이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우리 회원들인 것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이 코스를 잘 이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수렛길이 끝나고 숲으로 들어서면서 좁은 산길이 시작되었다. 돌이 많은 계곡길 옆과 얕은 언덕에도 여기저기 꽃무룻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완만하던 산길의 경사가 갑자기 급해지기 시작했다. 뒷다리가 팽팽해지고 숨이 가빠온다.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떻게 생활했느냐가 이런 가파른 길에 오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몸의 반응은 정직하기 때문에 자신의 몸 컨디션을 체크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산을 올라보는 것이다.


▲ 선운사 주차장 [09:46]

 

▲ 억새 뒤로 보이는 경수산 [09:54]

 

▲ 경수산 능선 [09:56]

 

▲ 숲길로 접어들고 [09:59]

 

▲ 계곡 옆 낮은 지대에 핀 꽃무릇 [10:01]

 

▲ 산아래라 꽃무릇은 계속 보이고 [10:04]

 

▲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무릇 [10:04]

 

▲ 산행로 옆에 피어난 꽃무릇 [10:07]

 

▲ 주능선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길 [10:13]


10:20  힘들여 주능선에 올랐다. 이정표를 보니 마이재 가는 길과 경수산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다. 원래 산행 코스는 경수산에서 마이재로 내려오게 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산행로를 잘못 들었단 말이 아닌가? 하는 수 없이 경수산까지 갔다 와야겠네. 경수산으로 오르는 길, 처음에는 완만하다가 정상이 가까워지자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했다. 하긴 오늘 산행코스에서 이 경수산이 444m로 가장 높다. 통나무 계단과 철사다리를 올라서니 경수산이다. 

 

경수산 정상은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하나 있을 뿐 표지석도 없다. 이정표에 경수산이라고 적혀 있을 뿐이었다. 암봉에서는 심원 방면이 잘 내려다보였다. 길 옆에 앉아 잠시 쉬면서 초콜릿을 먹고 있는데 최창원 선배가 올라온다. 간식 먹고 있어? 예. 원래 우리가 예정했던 코스에서 속속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다. 우리는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나?


▲ 주능선에 있는 이정표 [10:20]

 

▲ 경수산의 모습 [10:31]

 

▲ 경수산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길 [10:41]

 

▲ 경수산 정상 아래에 있는 철사다리 [10:42]

 

▲ 경수산 암봉에서 바라본 심원방면 [10:45]


10:52  경수산을 출발해서 다시 마이재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왼쪽 아래로 선운사 주차장이 보이고 그 위로 형제봉, 노적봉, 구황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다. 오늘은 시간적으로 힘들지만 다음에 저 능선도 한 번 걸어볼 생각이다. 11시 6분에 아까 올라왔던 능선 삼거리를 지났다. 마이재를 향해 가는 길에는 작은 봉우리가 하나 있었다. 마이재는 4거리 안부로 석상암 가는 길과 심원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었다. 마이재에서 수리봉까지는 700m 거리인데 올라가는 데 13분 정도 걸렸다.


▲ 경수산 암봉 [10:52]

 

▲ 경수산에서 내려오다 바라본 선운산 주차장 [10:58]

 

▲ 마이재로 가는 길 [11:18]

 

▲ 마이재에 있는 이정표 [11:24]


11:37  해발 336m의 수리봉은 선운산의 실제적인 주봉으로 도솔산이라고도 한다. 별다른 표지석은 없고 이정표를 겸한 표지판이 하나 있어 부탁을 해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수리봉에서는 서해 바다 쪽과 견치봉이 잘 보였다. 수리봉을 출발하여 내리막길을 걷자 곧 참당암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고 10분 정도 더 걸어 견치산이 1.7km 남았다는 것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 도착했다.

 

12시 21분 견치산 입구라는 표지판이 서 있는 곳에 도착했다. '견치산 입구'가 무슨 뜻이지? 지도에는 견치산이 주능선에 있는데 표지판에는 '견치산 왕복 1.2km'라고 적혀 있다. 이해하기가 어려운 표지판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지도에 있는 개이빨산(견치산)은 사실 국사봉이고 실제 견치산은 오른쪽으로 뻗어나간 능선상에 있었다. 지도에 따라서는 국사봉을 개이빨산이라고 하고 실제 개이빨산은 남산이라고 표기한 것도 있단다.

 

국사봉(지도상에는 개이빨산)에 올라보니 오른쪽 능선에 개이빨 모양이 바위가 솟아 있는 봉우리가 보인다. 저게 바로 견치산이구나. 국사봉 암반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 점심을 먹었다. 젓가락을 가져오지 않아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급조해서 먹는 해프닝이 있었다. 나뭇가지인들 어떠랴.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밥을 입 안으로 운반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으니 말이다. 산에서는 손으로 밥을 먹어도 맛있다.


▲ 선운산 수리봉(도솔산)에서 [11:37]

 

▲ 수리봉에서 바라본 서해 바다 방면 [11:38]

 

▲ 수리봉에서 바라본 국사봉과 견치산 [11:39]

 

▲ 이해하기가 어려운 견치산 입구 이정표 [12:21]

 

▲ 국사봉에서 바라본 서해바다 방면 [12:23]

 

▲ 국사봉에서 바라본 견치산 [12:23]

 

▲ 점심을 먹은 암반에서 [12:25]


12:44  점심 후 출발, 내리막길이다. 조릿대가 터널을 만든 곳을 통과해서 5분 정도 걸었더니 참당암 가는 길이 갈라지는 소리재다. 이정표에 견치산까지 700m라고 적혀 있다. 뭔가 이상하다. 이 이정표는 국사봉을 견치산으로 표지하고 있다. 선운산 산행로에는 이정표는 많은데 구구각색인 것이 문제다. 거리도 이정표마다 다르고 지명도 다르다. 산행객이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산행로에 제대로 된 이정표와 표지판을 세우는 것은 선운산 도립공원에서 해야할 일이다.

 

소리재에서 5분 정도 걸어오르니 기가 막히게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났다. 천마봉과 사자바위가 멀리 보이고 천왕봉과 천마봉의 암벽이 양쪽으로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그 아래로 보이는데, 선운산 산행의 백미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전망대를 지나자 옹문굴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나타났다. 그 길로 가면 도솔암에 이를 수도 있다. 이제 최고의 전망대라는 낙조대도 멀지 않았다.


▲ 점심 먹은 곳에서 바라본 서해 바다 방면 [12:44]

 

▲ 조릿대 터널을 통과 [12:49]

 

▲ 소리재에 있는 이정표 [12:54]

 

▲ 전망대에서 바라본 선운산의 암벽: 오른쪽이 천마봉 [12:59]

 

▲ 전망대에서 바라본 천왕봉 쪽 능선 [12:59]

 

▲ 낙조대로 가는 길: 왼쪽이 천마봉 [13:01]

 

▲ 낙조대 암봉 [13:12]

 

▲ 낙조대 암봉 [13:13]


13:14  낙조대 암봉 아래에 이정표가 서 있다. 배맨바위로 가려면 앞에 보이는 철계단을 이용해 병풍바위를 통과해야 한다. 그 길은 나중에 가기로 하고, 천마봉으로 걸음을 옮겼다. 천마봉에서의 조망도 뛰어났다. 멋있는 천왕봉 바위 아래 도솔암 절집들이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고, 선운계곡 오른쪽으로 사자바위와 투구바위도 잘 보인다. 그 뒤로는 선운사 절집들도 아련하게 보이고. 우리가 걸어온 주능선이 S자로 휘감아 돌고 그 왼쪽으로 병풍바위가 병풍을 치고 있다. 천마봉에서 본 낙조대의 모습은 하늘로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는 작아도 큰 산 못지 않게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산이 많다. 선운산도 그런 산이다.


▲ 낙조대에 있는 이정표 [13:14]

 

▲ 낙조대에서 바라본 병풍바위 [13:14]

 

▲ 낙조대에서 바라본 천왕봉 [13:15]

 

▲ 걸어온 능선이 S자로 굽어 있다 [13:16]

 

▲ 천마봉에서 바라본 맞은 편 능선의 사자바위 [13:19]

 

▲ 천마봉에서 바라본 병풍바위 [13:19]

 

▲ 천마봉에서 바라본 도솔암 [13:20]

 

▲ 천왕봉의 멋진 바위들 [13:20]

 

▲ 천마봉에서 바라본 낙조대의 모습 [13:20]


13:23  자 이제 선운계곡으로 내려가야 한다. 급경사의 나무계단과 철계단을 내려서니 다시 전망대가 있는데 천왕봉의 아름다운 바위벽이 아주 가까이 보였다. 선운계곡으로 내려서자 다시 꽃무릇이 우리를 반긴다. 참 이쁘게 생긴 꽃이다. 왼쪽으로 도솔암 올라가는 길이 있다. 길이 좋아 그런지 산행객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많다. 도솔암을 둘러보고 널찍한 길을 따라 걷는데 길 양쪽으로 계속 꽃무릇이 나를 앞서가고 있다.


▲ 천왕봉의 암벽 [13:27]

 

▲ 천왕봉 암벽 [13:28]

 

▲ 도솔암 아래의 꽃무릇 [13:32]

 

▲ 도솔암 아래의 꽃무릇 [13:32]

 

▲ 도솔암 극락보전 [13:35]

 

▲ 자태가 아름다운 꽃무릇 [13:39]

 

▲ 선운사 가는 길의 꽃무릇 [13:40]

 

▲ 선운사 가는 길의 꽃무릇 [13:41]


13:45  선운사로 내려가는 길, 계곡에 다리가 놓여 있고 길이 갈라지고 있다. 왼쪽 넓은 길은 차가 다니는 길, 오른쪽 다리 건너는 사람이 걷는 길이다. 나는 누구인가? 사람이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선운계곡을 따라 나 있는 길 양쪽에도 꽃무릇은 계속이다. 내가 보기에는, 무리지어 피어 있는 것은 불갑사 꽃무릇이 더 낫지만 분포 면적은 선운사가 더 넓은 것 같다.


▲ 선운사 가는 길의 꽃무릇 [13:45]

 

▲ 선운사 가는 길의 꽃무릇 [13:58]

 

▲ 선운사로 내려가는 길 [14:00]

 

▲ 선운사 가는 길의 꽃무릇 [14:00]

 

▲ 선운사 가는 길의 꽃무릇 [14:00]

 

▲ 꽃무릇과 선운계곡 [14:07]

 

▲ 선운사 가는 길의 꽃무릇 [14:09]

 

▲ 선운사 가는 길의 꽃무릇 [14:12]

 

▲ 선운사 가는 길의 꽃무릇 [14:13]


14:15  선운사에 들어가니 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무슨 음악회를 할 예정인지 무대에서는 오디션이 한창이다. 대웅전을 보러 들어가니 이런, 연등이 마당에 가득 걸려있어 정면을 볼 수가 없다. 대웅전 앞 마당에 아직까지 연등을 매달아 둔 이유가 무엇일까? 초파일이 지난 지가 언젠데...... 아름다운 대웅전 모습을 옆에서만 보아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선운사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도 요소마다 꽃무릇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 선운사 대웅전의 모습 [14:17]

 

▲ 선운사와 일주문 사이의 꽃무릇 화원 [14:25]

 

▲ 도솔산 선운사 일주문 [14:26]

 

▲ 주차장 가는 길의 꽃무릇 [14:29]

 

▲ 주차장 가는 길의 꽃무릇 [14:29]

 

▲ 주차장 가는 길의 꽃무릇 [14:31]


14:35  주차장에 도착하니 관광버스가 가득하다. 소형차 주차장도 만원이다. 바야흐로 관광철이 시작된 모양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길을 걸을 수 있고 게다가 아름다운 꽃도 볼 수 있으니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배낭을 차에 싣고 주차장 옆 슈퍼에 가서 캔 맥주를 하나 샀다.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막걸리와 두부보다 깔끔하게 맥주를 하나 마시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3시 30분이 도착 마감시간이니 아직도 시간적 여유가 많다. 버스 옆에 앉아 읽던 책을 마무리했다. 책은 시간을 보내기에 정말 좋은 도구다.

 

3시 40분에 버스는 주차장을 출발했다. 서천-공주 고속도로에서 휴게소에 들렀는데 이름이 '부여백제'휴게소다. 이름이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부여라는 지명의 역사성을 돋보이기 위해서 백제를 뒤에 붙인 모양인데 아무래도 어색하다. '경주신라' 휴게소, '서울대한민국' 휴게소, '워싱턴미국' 휴게소와 뭐가 다른가? 차라리 백제부여 휴게소라면 조금 낫지 않을까? 잘 달리던 버스는 청원나들목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거북이 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서청주나들목까지는 짧은 거리라 크게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고 6시 30분 쯤에 청주에 도착, 선운산 꽃무릇 산행을 마쳤다.


▲ 관광버스가 꽉 들어찬 주차장 [14:35]

 

▲ 공주-서천 고속도로에 있는 부여백제 휴게소 [16:45]

 

▲ 부여백제 휴게소의 분수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