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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9.10.10. [한국 100名山 76] 강원 인제 설악산

by 사천거사 2009. 10. 10.

설악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10월 10일 토요일 

◈ 장소: 설악산 1708m / 강원 인제

◈ 코스: 오색 → 대청봉 → 무너미고개 → 공룡능선 → 마등령 → 비선대 → 설악동 

◈ 거리: 19,1km

◈ 시간: 14시간 5분

◈ 회원: 홍세영, 이효정(해맑은 산꾼들 안내 산행)


 


10월 9일 금요일

 

11:30  오늘은 설악산 대청봉과 공룡능선 종주산행을 하는 날이다. 예전에 오색에서 대청봉에 올라 천불동계곡으로 내려간 적이 있고 또 설악동에서 공룡능선을 거쳐 다시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온 적이 있지만, 오색에서 대청봉을 올라 공룡능선을 거쳐 설악동으로 내려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차를 몰고 청주 실내체육관 앞에 가니 해맑은 산꾼들 산행 차량 두 대가 기다리고 있다. 2호차에 탑승하니 홍세영 선배가 반갑게 맞아준다. 인원이 차자 버스 출발, 서청주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밤공기를 뚫고 북쪽으로 내달렸다. 버스에 설치된 TV에서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가나와의 대결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전을 2:1로 진 채 끝마쳤다.

 

10월 10일 토요일

 

00:55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에 도착, 잠을 좀 자볼까 하는 마음에서 커피는 마시지 않았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에 접속하여 춘천 쪽으로 사정없이 달린다.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관광버스들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거의 모두가 설악산으로 가는 버스라고 보아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10월의 설악산은 사람이 많아 갈 곳이 못 된다고 하던데 오늘 시쳇말로 개고생하러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홍천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는 인제를 경유해서 44번 국도를 타고 양양 쪽으로 달렸다. 한계령을 지나는데 밖을 보니 벌써 도착한 차들이 많다. 사람도 많다. 어디서 언제 출발한 사람들인가?


▲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 [00:55]


03:05  설악산국립공원 오색분소에 도착했다. 캄캄한 밤인데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산행객들의 헤드렌턴 불빛이 난무하고 있다. 여기도 사람이 많다. 원래 설악산국립공원 야간산행 개장시간이 3시인데 가을 단풍철에는 2시로 당겨진단다. 3시 10분에 오색분소 게이트를 통과함으로써 산행이 시작되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산행객들이 줄지어 게이트를 통과하고 있다. 처음에 잘 나가던 길은 곧 정체가 되기 시작했고 산행객들은 거의 거북이 걸음을 해야했다.

 

길이 조금 넓은 곳에서는 조금 올라가는 듯 하다가 좁아지는 곳에서는 여지 없이 병목현상이 일어나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병목현상이 도시의 도로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산 속에도 있다. 그 와중에도 몇몇 사람들은 정식 산행로를 이탈해서 샛길을 만들어 올라간다. 꼭 저렇게 하고 싶을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서 야유가 튀어나온다. 산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날나리들 때문에 양심 바른 산행객들이 함께 욕을 먹는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인 면으로는 세계에서 상위권인지 모르지만 공중도덕면으로는 중위권도 안 된다.


▲ 설악산국립공원 오색분소 [03:07]

 

▲ 설악산 대청봉 입구 표지석 [03:10]

 

▲ 오색분소를 떠나 산행길로: 홍세영 회원 [03:14]

 

▲ 홍세영 회원의 결의에 찬 얼굴 [03:15]

 

▲ 병목현상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산행객들 [04:25]


04:51  해발 910m의 제1쉼터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대청봉까지 3.3km가 남았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 1.7km를 올라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린 거야? 1시간 40분이나 걸렸네. 세상에 이런 일이! 좀처럼 정체현상은 풀릴 줄 모른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총총하다. 대청봉에서 바라보는 동해 일출이 장관인데 이렇게 가다가는 일출보기가 영 글러먹었다. 5시 54분, 한 시간이 지나서 해발 1110m에 올랐다. 이정표를 보니 대청봉까지 2km가 남았다. 6시가 넘어서자 정체가 풀리기 시작했다. 길이 훤하다. 6시 20분, 서서히 여명이 밝아온다. 


▲ 해발 910m 이정표 [04:51]

 

▲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가는 산행객들 [05:35]

 

▲ 병목현상에서 대기 중인 산행객들 [05:54]

 

▲ 병목현상이 풀려 길에 여유가 생겼다 [06:21]

 

▲ 여명이 밝아오고 있는 대청봉 가는 길 [06:26]


06:35  산행 안내도가 있는 제2쉼터를 지났다. 날이 밝아지면서 주변 사물이 분명하게 보이고 길도 훤하게 뚫려 있다. 여명 속에서 서서히 설악산 단풍들이 제 빛깔을 찾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동해에서 떠오른 태양이 설악산의 아침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6시 57분에 해발 1500m를 지났고 15분 후에 대청봉이 500m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났다. 마침내 등성이에 올랐다. 오른쪽으로 점봉산이 보이고 그 아래 오색약수도 보인다. 대청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널찍하다. 주변은 온통 사람이다. 


▲ 제2쉼터의 산행 안내도 [06:35]

 

▲ 가을색이 완연한 설악산 대청봉 가는 길 [06:37]

 

▲ 설악산의 단풍 [06:40]

 

▲ 아침 해가 떠오르고 [06:43]

 

▲ 멀리 아래로 오색온천이 보인다 [07:25]

 

▲ 대청봉 올라가는 길 [07:31]


07:33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대청봉에는 사람들이 그득했다. 사람마다 올라온 목적이 다 있겠지만 한결같이 큰 일을 해냈다는 만족감과 성취감이 얼굴에 완연했다. 사진을 찍어볼까 하고 정상표지석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완전히 전쟁터였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안 찍으면 된다. 대신 중청을 배경으로 멋있게 한 장 찍었다. 그런데 홍세영 선배는 어디 있는 거야? 이리저리 배회하다 홍세영 선배를 만났다. 내가 먼저 올라간 줄 알고 정신없이 올라왔단다. 그러셨구나.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고 함께 중청으로 내려갔다.


▲ 사람들로 붐비는 대청봉 정상 [07:33]

 

▲ 대청봉에서 중청을 배경으로 [07:38]

 

▲ 설악산 공룡능선 뒤로 울산바위가 보인다 [07:40]

 

▲ 설악산 천불동 계곡 [07:40]

 

▲ 설악산 화채능선과 화채봉 [07:40]

 

▲ 설악산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07:42]

 

▲ 중청대피소와 중청 [07:53]

 

▲ 중청대피소에서 본 공룡능선 [07:55]


07:56  중청대피소 전 공터에서 박민규, 홍세영 선배와 김밥과 유부초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중청대피소 부근이 모두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었는데 우리처럼 도시락을 싸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라면에서부터 삼겹살을 구워 먹는 사람까지 정말 다양했다. 여기는 취사금지구역이 아닌가?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모양이다. 간단히 아침을 마치고 희운각을 향해서 출발, 8시 20분에 한계령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끝청 갈림길에 도착했다. 한계령에서 이곳까지의 서북주능선은 백두대간에 속한다. 소청으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많다. 


▲ 중청대피소 부근에 운집해 있는 산행객들 [08:15]

 

▲ 소청으로 내려오다 바라본 공룡능선 신선봉 [08:26]

 

▲ 중청에서 소청으로 내려가고 있는 산행객들 [08:30]

 

▲ 소청으로 내려가다 바라본 용아장성능과 백담사 방면 [08:30]

 

▲ 소청으로 내려가다 바라본 서북주능선 [08:37]


08:39  봉정암을 거쳐 백담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소청에 내려섰다. 용대리에서 백담사, 수렴동계곡, 구곡담계곡, 봉정암을 거쳐 대청봉으로 올라오는 길도 해볼만한 코스다.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 공룡능선 산행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선봉이 점점 눈 앞으로 다가온다.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의 경사도 만만치가 않다. 희운각대피소 옆 계곡에 물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 백담사와 봉정암 가는 길이 갈라지는 소청 [08:39]

 

▲ 공룡능선 신선봉 [08:51]

 

▲ 설악산 공룡능선과 울산바위 [08:51]

 

▲ 희운각대피소로 내려가는 길 [09:17]

 

▲ 희운각대피소로 내려가는 산행객들 [09:26]

 

▲ 희운각대피소 맞은편에 있는 공룡능선 암봉 [09:35]

 

▲ 희운각대피소 옆 계곡에 흐르는 물 [09:35]


09:36  희운각대피소에도 사람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정표를 보니 마등령까지 5.3km 거리다. 곧바로 출발, 해발 1020m의 무너미고개 정상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천불동계곡으로 가는 길과 공룡능선을 지나 마등령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마등령 쪽으로 Go! 공룡능선 신선대로 올라가는 길은 그야말로 급경사다. 한 피치를 올랐더니 오른쪽으로 샘터가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홍세영 선배가 온다. 오늘은 사람이 많다 보니 함께 산행하기가 쉽지 않다. 신선봉을 오르다 잠시 간식을 먹는데 내려오는 사람이 눈에 익다. 이런, 정구영 연구사다. 이 먼 곳에서, 이 많은 사람 중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그래서 세상은 넓고도 좁은가 보다.


▲ 희운각대피소에 있는 이정표 [09:36]

 

▲ 무너미고개로 가는 길의 가을빛 [09:38]

 

▲ 공룡능선과 천불동계곡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09:44]

 

▲ 샘터에서 바라본 설악의 가을빛 [09:54]

 

▲ 샘터 위 계곡의 가을빛 [09:54]

 

▲ 공룡능선 신선봉으로 올라가는 길 [10:16]

 

▲ 설악산의 암봉 [10:19]

 

▲ 용아장성능과 서북주능선 [10:20]


10:22  공룡능선 신선봉에 올랐다. 전망이 좋아 좌우 양쪽으로 펼쳐진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 용아장성능, 서북주능, 공룡능선, 천불동계곡 등등. 설악산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웅장하게 펼쳐진 암릉미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 능선 안으로 들어가면 봉우리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이다. 지리산이 포근한 여성의 미를 간직하고 있는 반면에 설악산은 힘 있는 남성의 미를 간직하고 있다.


▲ 공룡능선 신선봉에 올라서다 [10:22]

 

▲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10:23]

  

▲ 공룡능선에 올라 [10:23]

 

▲ 공룡능선 신선봉에 올라 [10:25]

 

▲ 설악산의 암봉 [10:34]

 

▲ 설악산 범봉 [10:44]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0:49]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0:54]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0:54]

 

▲ 용아장성능과 서북주능선 [10:55]

 

▲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것이 화채봉 [11:00]


11:12  이정표가 서 있는데 마등령이 2.7km 남았단다. 홍세영 선배와 또 헤어졌다. 11시 26분, 예상했던 대로 사람이 밀리기 시작했다. 교행이 불가능한 지역인 모양이다. 처음에는 중구난방으로 통과하다 양쪽으로 10명씩 차례로 교차 통과를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그게 잘 안 지켜지니까 서로 상스러운 말이 오고 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공룡능선 위에서 용 두 마리가 서로 먼저 가겠다고 싸움질을 하는 형상이었다. 아무나 이겨라. 어찌어찌 그곳을 통과했다. 한참을 내려간 뒤 1275봉으로 이어지는 오름길에 들어섰다. 이길도 경사가 보통이 아니다.


▲ 마등령까지 2.7km가 남은 지역 [11:12]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1:25]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1:26]

 

▲ 길이 좁아 사람이 밀리자 우회하는 산행객들 [11:35]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1:46]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1:49]

 

▲ 1275봉으로 오르고 있는 산행객들 [11:50]

 

▲ 설악산의 단풍 [11:50]

 

▲ 설악산의 단풍 [11:52]


12:02  마등령이 2.1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1275봉이다. 꽤 넓은 평지가 있어 많은 산행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12시 25분, 다시 사람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은 장난이 아니다. 교행이 불가능한 지역을 40명씩 교차 통과를 시킨다고 하는데, 마등령으로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밀려 있어 언제 통과할지 백년하청이었다. '기다림의 미덕'이란 말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걸으러 온 사람이 그냥 서 있는다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고역'이다. 한 시간 넘게 지나서야 정체구간을 통과했다. 이렇게 시간을 다 까먹다 보니 예정시간에 설악동에 도착하기란 글러 먹은 것 같다. 


▲ 1275봉: 마등령이 2.1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12:02]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2:03]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2:12]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2:20]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2:21]

 

▲ 정체 중인 공룡능선 [12:46]

 

▲ 교행이 안 되어 기다리고 있는 산행객들 [13:02]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3:22]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3:22]

 

▲ 설악산 대청봉과 중청봉 [13:22] 


13:30  마등령까지 1.4km 남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제 나한봉을 지나면 마등령이다. 이 지역은 전망이 좋아 용아장성능과 서북주능선이 잘 보이고 중청, 대청, 화채봉도 잘 보이며 공룡능선과 천불동계곡 쪽 암봉들도 잘 보였다. 공룡능선이 내설악과 외설악을 나누다보니 양쪽으로 전망이 좋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 시간 가까이 걸려 나한봉을 지나 오세암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마등령 안부에 도착했고 7분 걸려 마등령 정상에 올랐다.


▲ 나한봉과 마등령 [13:41]

 

▲ 설악산 공룡능선 암봉 [13:56]

 

▲ 뒤에 보이는 것이 대청봉과 중청 [14:07]

 

▲ 용아장성능 뒤로 대청봉에서 이어지는 서북주능선이 보인다 [14:07]

 

▲ 마등령이 보인다 [14:13]

 

▲ 천불동계곡 방향 [14:13]

 

▲ 공룡능선 뒤로 화채봉이 보인다 [14:23]

 

▲ 오세암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이정표 [14:23]


14:30  마등령에 올랐다. 여기서는 백두대간인 저항령과 미시령으로 가는 길과 비선대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진다. 백두대간 길은 여기서부터 통제구역이라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비선대로 내려가는 계단길이 가파르다. 대신 비선대로 내려가는 길에서는 오른쪽으로 공룡능선과 대청봉, 중청, 화채능선, 화채봉 등이 잘 보였다. 더 좋은 것은, 산꼭대기 부근에서는 볼 수 없던 단풍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어 이른바 설악산 단풍을 만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다. 이런 맛에 산에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마등령 정상에 있는 산행안내도 [14:30]

 

▲ 공룡능선 뒤로 보이는 화채봉과 대청봉 [14:39]

 

▲ 공룡능선 뒤로 보이는 대청봉과 중청 [14:45]

 

▲ 설악산의 단풍 [14:48]

 

▲ 설악산의 단풍 [14:49]

 

▲ 설악산의 단풍 [14:51]

 

▲ 단풍이 든 산행로 [14:52]

 

▲ 공룡능선과 대청봉과 중청 [14:52]

 

▲ 설악산의 단풍 [14:58]

 

▲ 설악산의 단풍 [14:59]

 

▲ 설악산의 단풍 [15:00]


15:03  샘터에 있는 이정표에 비선대까지 2.5km 남았다고 적혀 있다. 한참을 내려온 것 같은데 아직도 많이 남았네. 내리막길도 평지가 없다. 이번 코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거리는 짧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험한 길을 집채 만한 배낭을 지고 올라오는 산행객들이 많다. 야영장비를 갖춘 전문 산꾼들인데 의외로 여성들도 많다. 대단한 체력이다. 3시 27분에 '비선대 1.8km' 이정표를 지났다. 길은 계속 내리막이다. 마침내 금강굴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도착했다. 금강굴이 있는 암벽 왼쪽으로 바위를 타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 비선대까지 2.5km 남았다는 이정표 [15:03]

 

▲ 설악산의 단풍 [15:26]

 

▲ 설악산의 단풍 [15:30]

 

▲ 하산 중에 바라본 천불동계곡 방면 [15:36]

 

▲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바위 [15:58]

 

▲ 천불동계곡 위 암릉 [16:09]

 

▲ 금강굴 갈림길: 암벽훈련이 한창이다 [16:16]


16:29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 내려섰다. 그쪽에서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 비선대휴게소에서 캔맥주를 하나 사서 거의 단숨에 들이마셨다. 오장육부가 시원하다. 비선대에서 소공원으로 가는 길은 수렛길보다 더 넓은데 사람들이 가득 길을 메우고 있었다. 정말 사람 많다. 대부분이 밤잠을 설친 채 산행을 한 사람들이다. 무엇이 사람들을 설악산으로 불러 모으는가? 왜 사람들은 이토록 설악산에 열광하는가? 나는 과연 무엇을 찾아 오늘 설악산에 온 것인가?


▲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곳 [16:29]

 

▲ 비선대 위 암벽 [16:30]

 

▲ 비선대 다리에서 바라본 천불동계곡[16:31]

 

▲ 설악산 천불동계곡 비선대 [16:31]

 

▲ 설악산 권금성 [17:07]

 

▲ 설악산 신흥사 청동불상 [17:08]

 

▲ 설악산 설악동 소공원 [17:12]


17:15  문화재관람료 매표소에 도착했는데 산악회장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기다린다고 했는데. 같은 산악회라고 하면서 한 남자가 다가온다. 회장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다고 한단다. 어떻게 해야 하나, 버스 운전기사 전화번호를 모르는데. 마침 홍세영 회원에게서 신흥사라고 하면서 전화가 왔다. 대충 이곳 사정을 말했더니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해본단다. 곧 홍세영 회원이 도착을 했고 관광버스가 순환하는 곳에서 기다리면 버스가 올 거라고 한다.

 

기다리던 버스에 승차를 해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차에 타고 있었다.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온 사람들인가? 아직 공룡능선에 있는 회원들이 많아 먼저 45인승 한 대가 출발한다고 한다. 6시에 순환주차장을 떠난 버스는 제3주차장에 들른 다음 청주를 향해 출발했다. 인제를 거쳐 홍천나들목에서 중앙고속도로에 진입했고 원주휴게소에서 8시 20분에 육개장으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다행히 고속도로가 밀리지 않았고 버스도 죽어라고 달려 9시 30분 쯤에 청주에 도착했다. 정확히 어젯밤 청주를 떠난지 22시간만에 다시 청주로 돌아왔다.

 

이번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번 주말에 6만 명 이상이 설악산을 찾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교행이 안 되는 지역에는 시설물을 설치해서라도 교행이 되도록 해야한다. 이번 산행에서 정체가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교행불가였기 때문이다. 아니면 일방통행만 가능하게 하든가. 산행객들도 문제가 많았다. 취사가 금지된 지역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행태는 정말 꼴불견이었다. 산행객이 많다 보니 별의 별 사람이 다 있고 그 만큼 날나리 산행객들도 많아진 것이다. 좋은 산에 좋은 사람들만 올 수 있는 날이 언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