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9월 26일 토요일
◈ 장소: 백암산 741.2m / 전남 장성
◈ 코스: 주차장 → 사자봉 → 상왕봉 → 기린봉 → 백학봉 → 백양사 → 주차장
◈ 시간: 5시간 40분
◈ 회원: 평산회원 5명
07:20 오늘은 평산회에서 내장산국립공원에 있는 백암산으로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흥덕구청 후문에 도착하니 신동갑 회원이 기다리고 있다. 모처럼 산행에 참가하신 회장님이 출발시간을 착각하여 예정보다 조금 늦게 흥덕구청 후문을 출발, 봉명동에서 홍세영 회원, 서청주나들목에서 지학근 회원이 탑승하여 모두 5명이 오늘 산행에 나서게 되었다. 아직 단풍철이 아니라 그런지 아랫녘으로 내려가는 차들이 별로 없어 도로가 한산하다.
08:08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아침에 잔뜩 끼었던 안개가 지금은 많이 걷힌 편이다. 휴게소 출발, 고속도로를 계속 달려 백양사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1번 국도를 타고 장성군 북하면까지 온다음 백양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화재관람료 2,500원과 주차료 4,000원을 내고 백양사주차장에 진입해보니 넓은 주차장이 한산하다. 시간이 이른가?
▲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 [08:09]
09:45 백양사 주차장 끝 부분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했다. 한 주일 전 선운산에서 본 꽃무릇이 여기도 피어있는데 시든 꽃이 많은 것을 보면 거의 끝물인 모양이다. 그래도 보기에 참 좋은 꽃이다. 백암산 산행은 크게 두 가지 코스로 할 수 있는데, 우리는 백양계곡을 가운데 두고 타원형으로 능선을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산이 그다지 높지 않고 거리도 짧은 편이라 큰 무리는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 백양사 주차장에서 산행준비 중 [09:46]
▲ 주차장 주변에 핀 꽃무릇 [09:49]
▲ 거의 끝물인 꽃무릇 [09:49]
▲ 꽃과 줄기의 색이 조화롭다 [09:50]
▲ 주차장 언덕을 메운 꽃무릇 [09:51]
09:54 주차장 오른쪽 도로는 백양사로 올라가는 길이고 주차장 화장실 왼쪽에 있는 가인교가 산행기점이다. 가인마을로 접어들자 토종꿀 벌통이 많이 보였다. 가인마을은 대부분이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었고 토종꿀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마을이었다. 길 오른쪽 거대한 은행나무에 은행이 가득 달려있다.
마을을 지나면서 도로 양쪽으로 커다란 나무들이 진한 향을 풍기고 있는데 무슨 나무인지 알 수가 없다. 주목 같기도 하고 구상나무를 닮기도 했다. 회원 중에는 측백나무나 편백나무가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쪽과는 거리가 먼 것 같고...... 나중에 알고보니 비자나무였고 이 지역이 비자나무 북방한계선이었다. 우리가 걷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청류암까지 연결되어 있는 모양이다.
▲ 본격적인 산행들머리 가인교 [09:54]
▲ 가인마을로 들어가는 길 [09:59]
▲ 가인마을은 대부분이 민박집이다 [10:01]
▲ 거대한 비자나무가 서 있는 길 [10:03]
▲ 토종벌통 [10:04]
▲ 청류암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 [10:09]
10:18 청류암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으로 이정표가 있고 사자봉으로 가는 산행로가 나 있다. 돌계단 급경사길에 장딴지가 뻣뻣해지고 숨이 턱턱 막힌다. 9월이 다 간 시점인데도 낮은 덥다.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이 모든 것이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술을 마셔댄 업보 때문이다. 급경사길을 올라서자 길이 평탄해졌다. 11시 2분, 주능선에 올라서자 사자봉이 1.3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아래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주능선에서도 조망은 없다. 그런데 도토리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 청류암 갈림길 [10:18]
▲ 가파른 사면길을 오르고 있는 회원들 [10:21]
▲ 잠시 휴식 [10:42]
▲ 다시 휴식: 홍세영 회원, 유재철 회장님 [10:52]
▲ 능선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11:11]
11:12 백양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다. 백양계곡으로 내려가면 사자봉을 거치지 않고 상왕봉으로 올라갈 수 있다. 능선에 슬슬 암반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구절초 몇 송이가 바위틈에 싹을 틔워 한여름을 지낸 다음 꽃을 피웠다. 자연이 갖고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이윽고 전망이 트이면서 도집봉과 가인봉 앞으로 우리가 지나온 능선이 잘 보이고 앞으로 가야할 사자봉도 손에 잡힐 듯 하다. 가인봉 뒤로는 장성호도 가물거리고......
▲ 백양사 삼거리길 이정표 [11:12]
▲ 능선 암반길 [11:26]
▲ 바위 위에 핀 구절초 [11:32]
▲ 가을 냄새가 풍기는 나무와 구름과 하늘 [11:38]
▲ 걸어온 능선: 뒤 왼쪽이 도집봉, 오른쪽이 가인봉 [11:39]
▲ 사자봉이 가을색을 띠고 있다 [11:40]
▲ 가인봉과 장성호 [11:40]
11:45 마침내 해발 722m의 사자봉에 올랐다. 전망이 좋아 내장산 쪽 능선들이 잘 보인다. 능선을 걸으며 회원들이 주은 도토리를 한 군데로 모으니 제법 양이 많다. 사자봉에서 4거리 안부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의 돌계단이었는데, 작업을 마친지 얼마되지 않은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었다. 바야흐로 닥아올 단풍철을 맞아 산행로 정비를 하는 모양이다. 4거리 안부에서는 백양사로 내려갈 수 있고 몽계폭포 쪽으로 갈 수도 있다. 안부에서 주봉인 상왕봉까지는 10분 남짓한 거리, 이동통신 중계탑을 지나 조릿대 사이로 난 길을 올라가면 나온다.
▲ 사자봉에서 바라본 내장산 방면 [11:45]
▲ 능선과 구름 [11:46]
▲ 해발 722m의 사자봉에서 [11:57]
▲ 사자봉에서 안부로 내려가는 급경사 돌계단길 [12:06]
▲ 4거리 안부에 있는 이정표 [12:09]
▲ 상왕봉으로 올라가는 조릿대 숲길 [12:14]
▲ 상왕봉에서 백학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12:17]
▲ 내장산 방면 [12:20]
12:21 백암산의 주봉 상왕봉에 올랐다. 해발 741m. 별다른 표지석은 없고 산행 안내도 아래 '상왕봉'이라고 적혀 있다. 상왕봉에서 보는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무척 아름답다. 사람들도 아름다움을 창출해낼 수 있지만 자연이 창출하는 아름다움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기념사진 몇 장 찍고 상왕봉 아래 조금 평평한 곳에 점심상을 차렸다. 유재철 회장님이 가져오신 잣술의 향이 진하게 코를 자극한다.
12시 58분에 점심을 마치고 백학봉 쪽으로 출발. 상왕봉에서는 2.4km 떨어진 순창새재로 내려갈 수도 있다. 지도에 도집봉이라고 잘못 적혀 있는 기린봉을 지났다. 10분 정도 걸었더니 백학봉이 2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있고 경사진 산행로에 돌계단 설치 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1시 41분, 구암사 갈림길을 지나 헬기장 두 군데를 거쳤다. 상왕봉에 오를 때까지는 한 명도 만나지 못했는데 상왕봉부터는 산행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 상왕봉 위로 아름다운 구름이 피었다 [12:22]
▲ 해발 741m의 상왕봉 정상에서 [12:24]
▲ 상왕봉 정상에서 지학근, 신동갑 회원, 유재철 회장님 [12:27]
▲ 상왕봉 정상에서 회원들
▲ 상왕봉 아래서 점심 [12:37]
▲ 능선에 있는 아름다운 소나무 [13:21]
▲ 능선에 있는 헬기장 [13:38]
13:50 백양사에서 볼 때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인 백학봉에 올랐다. 멀리서 보면 아주 아름다운 암봉이지만 직접 위에 올라서니 모양이 어떤지 전혀 모르겠다. 백학봉에서는 내장산 쪽 전망이 트여 색색으로 익어가는 논의 벼 빛깔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고 내장산의 산줄기가 아련히 보였다. 2시, 백학봉에서 백양계곡으로 내려가는 급경사 계단길이 나타났다. 나무계단과 돌계단이 연이어서 계속 나타났다. 아이구, 이쪽으로 올라오려면 고생깨나 하겠네. 그래도 심심찮게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 백학봉에서 바라본 내장산 방면 [13:50]
▲ 백학봉에서 바라본 내장산 방면 [13:50]
▲ 백학봉에서 홍세영 회원 [13:51]
▲ 백학봉에서 조망 중인 회원들 [13:52]
▲ 백학봉에서 벼가 익어가는 들판을 바라보며 [13:52]
▲ 백학봉에서 내장산 쪽을 바라보며 [13:52]
▲ 백학봉에서 백양사로 내려가는 계단길 [14:02]
▲ 백학봉 암벽 [14:06]
▲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신동갑 회원 [14:07]
▲ 백양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백양사 [14:13]
14:18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길을 내려오다 보니 왼쪽에 절집이 보이고 돌탑도 보인다. 돌탑 위에는 축대를 쌓았는데 계단이 있어 올라가보니 석간수가 고여 있는 영천약수터였다. 준비된 바가지로 연거푸 두 바가지를 퍼서 마셨다. 엄청 시원하다. 약수터 위로 또 계단이 있어 올라갔더니 암벽 아래 약사여래상이 있는 관음전이었다. 회원들이 다 내려오기를 기다려 함께 약사암을 거쳐 백양계곡 쪽으로 내려갔다. 급사면길을 걸어 2시 46분 운문암으로 올라가는 길에 내려섰다. 거기서 백양사까지는 10분 거리였다.
이 뭣고
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禪을 參究하는데 疑題로 하는 것을 話頭라 하고 화두에는 천 칠백 가지가 있다. 그 중 '父母未生前 本來面目 是甚磨' 라는 것이 있다. 이 뜻은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전에 나의 참 모습이 무엇인가? 라는 의제를 의심하기 위하여 '이 뭣고' 하며 골똘이 참구하면 본래면목 즉 '참나'를 깨달아 생사를 해탈하게 된다.
▲ 약사여래가 있는 관음전 [14:20]
▲ 석간수가 나오는 영천약수터 [14:21]
▲ 약수터 아래의 꽃무릇 [14:23]
▲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나무 밑둥 [14:26]
▲ 암벽 아래 자리잡고 있는 약사암 [14:36]
▲ '이 뭣고' 표지석 [14:56]
14:57 백양사에 들어서니 대웅전 뒤에 솟아 있는 백학봉 암벽이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볼수록 아름다운 바위벽이다. 백학봉에 올랐을 때는 볼 수 없는 백학봉의 모습이다. 이렇게 사물은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지만 사람은 어디서 보아도 한결같아야 한다. 표리부동, 이율배반 등은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들이다. 백양사에는 수령이 350년이나 된 '고불매'라는 이름의 매화나무가 있는데 천연기념물 486호로 지정이 되어 있었다.
백양사를 떠나 주차장 쪽으로 가는데 신동갑 회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백양사에 들르지 않고 바로 주차장으로 왔다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약 700년의 갈참나무가 길 옆에 있었다. 이 산에 유난히 도토리가 많은 이유가 갈참나무가 많기 때문이었다. 제방을 막아 인공연못을 만든 곳에서 바라보는 백학봉이 가장 아름다운데, 지금은 푸른 숲 위에 솟아 있지만 다음 달에 단풍이 들면 화염 위에 솟아 있게 될 것이다. 백암산의 애기단풍 색이 얼마나 곱고 선명한가.
▲ 백학봉을 배경으로 지학근 회원 [14:59]
▲ 백암산 백학봉을 배경으로 [15:00]
▲ 백양사 대웅전과 백암산 백학봉 [15:00]
▲ 백학봉을 배경으로 홍세영 회원 [15:01]
▲ 백양사의 꽃무릇 [15:04]
▲ 백학봉 암벽 [15:07]
▲ 백학봉 경치가 제일 좋은 곳 [15:21]
▲ 백학봉을 배경으로 지학근 회원과 [15:24]
▲ 백양사 표지석과 백학봉 [15:27]
▲ 백양사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15:31]
15:34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유재철 회장님과 신동갑 회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장에는 아침과는 달리 차들이 많이 세워져 있었다. 아침에 왔던 길을 되짚어 달리는데 익산 근처에 오자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여산휴게소 부근에서 난 교통사고 여파 때문이었는데 30분 이상 거북이 걸음을 했다. 6시 30분 쯤에 청주에 도착, 제일수산에서 스페셜로 뒷풀이를 했다. 오랜만에 산행에 참가하여 기분이 좋아지신 유재철 회장님이 노래방을 쏜다고 해서 청남대 노래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무려 2시간이나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회장님의 말씀, '평산회여 영원하라!'
▲ 다시 돌아온 백양사 주차장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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