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봉 산행기
◈ 일시: 2009년 11월 1일 일요일
◈ 장소: 발치봉 549m / 충북 충주 살미
◈ 코스: 삼형제가든 → 대향산 마을 → 안부 → 정상 → 대향산 마을 → 삼형제가든
◈ 시간: 3시간 10분
발치봉(549m)은 백두대간 상의 부봉과 마패봉 사이에 있는 745봉에서 계명산으로 이어지는 계명지맥이 발치 직전의 능선 분기점에서 서남쪽과 서북쪽으로 가지를 쳐 빚어 올린 봉우리로, 정상은 충청북도 충주시 직동과 충주시 살미면 향산리 사이에 있다. 이 산은 원래 성사산(聖寺山)으로 불렀으나, 충주시에서 산 아래에 있는 발치마을과 발치라는 고개 이름을 빌려 발치봉으로 개명을 했다. 향산리의 토박이들은 아직도 성사산이란 이름을 고집하고 있다.
산행의 기점에 있는 향산리는 원래 대향산과 소향산 마을이 있어 향산이라 부르다가 대향산리와 소향산리로 바뀌었으며, 1914년에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다시 향산리로 변경을 했다. 향산리가 있는 살미면은 고려 말까지 광반석부곡으로, 그 후에는 사을미곡(沙乙味谷)을 불렀으며, 살미면은 사을미곡의 사(沙)자와 을(乙)자를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08:20 오늘은 충주 살미면에 있는 발치봉을 다녀오기로 하고 청주 아파트를 출발했다. 발치봉은 수주팔봉 맞은 편 봉우리로 3번 국도가 두 산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 대림산과 연계산행을 할 수 있고, 충주 계명산과 남산, 금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산행을 할 수도 있다. 36번 국도를 타고 충주로 가는 길, 바람이 세다. 가로수에서 떨어진 은행 잎과 플라타너스 잎이 바람에 휘감겨 하늘로 올라가 춤추듯 땅으로 떨어진다. 하늘은 잔뜩 흐려져 있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점차 날이 개인다고 했으니 일기예보를 믿어보는 수밖에.
달천에 이르기 전에 오른쪽으로 수안보로 이어지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있다. 전용도로가 끝나면 3번 국도로 진입하게 된다. 수안보를 거쳐 문경으로 가는 국도다. 날씨가 좋지 않은 탓인지 도로에 차가 별로 없다. 강원도 쪽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렸다는데..... 대향산교를 건너면 왼쪽으로 향산리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09:30 도로를 왼쪽으로 횡단하자마자 삼형제가든 건물이 보였다. 건물 앞에 공터가 있어 보기 좋은 빨간 단풍나무 옆에 차를 세웠다. 도로 옆에는 발치봉 산행 안내도가 있는데, 향산리에서 올라 좌수동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그려져 있었다. 산행준비를 한 다음 삼형제가든 오른쪽으로 나 있는 포장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도랑 건너 있는 삼형제가든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여러 채의 건물 규모로 보아 예전에는 꽤 잘 나가는 음식점이었던 것 같다. 왜 망했을까?
오른쪽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저기는 어디로 가는 길인가? 저 길로도 발치봉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으니 안전하게 예정된 코스로 진행하기로 하고 계속 도로를 걸었다. 왼쪽으로 향산예배당과 관음사로 가는 길이 있다. 교회와 절이 이웃해 있다. 대도시에서는 1층은 술집, 3층은 노래방인데 2층은 교회인 곳도 있다. 어디에 있든 무슨 상관인가. 예수 그리스도나 부처님은 어디에나 존재하신다니 장소가 뭐 그리 큰 대수인가.
대향산 마을에 도착했다. 선답자의 산행기에 의하면, 향산1동 노인정 건물을 지나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무덤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라고 했는데 노인정 건물을 찾을 수가 없다. 동네사람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혼자서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이게 큰 병이다. 모르면 물어보면 되는데 그게 영 싫다. 예전에 광주에 가서 오리탕 골목을 찾는데 바로 옆에 두고 한 시간을 빙빙 돌려 찾아 헤맨 적도 있었다. 병도 아주 고질병이다.
▲ 삼형제가든 앞 공터에 주차 [09:30]
▲ 주차장 옆에 있는 산행 안내도 [09:30]
▲ 충주에서 수안보로 이어지는 3번 국도 [09:31]
▲ 문 닫은 삼형제가든 건물 [09:32]
▲ 향산리 도로 오른쪽 능선 [09:41]
▲ 향산예배당과 관음사 [09:44]
▲ 대향산 마을에서 바라본 발치봉 정상 [09:52]
09:56 대향산 마을의 마지막 집을 지나 오른쪽을 올려다보니 무덤이 보인다. 저리로 올라가는 건가? 이정표나 표지기가 전혀 없으니 어디가 입구인지 알 수가 없다. 지난 번 수주팔봉 산행을 할 때도 이정표가 없어 하산길에서 엄청 고생을 한 적이 있는데, 충주시는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수주팔봉이나 발치봉을 충주 20명산에 올려놓고 자랑을 하면서도 이정표 하나 세워놓지 않았으니 말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작은 산인데도 이정표나 편의시설을 잘 갖추어 놓은 지자체도 많이 있다. 자기 고장에 사람을 오게 하려면 그런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을까?
일단 무덤 쪽으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넓은 수렛길이 무덤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무덤 위에는 또 무덤이 있고 그 위에 또 무덤이 있다. 가족묘인 모양이다. 무덤에서는 대향산 마을이 잘 내려다보였다. 무덤가에 할미꽃이 피어 있다. 보라색 제비꽃도 피어 있다. 얘들은 철도 모르나? 참 수능 때가 되면 개나리도 피지. 산에 다니다 보면 가을에 핀 철쭉이나 진달래도 가끔 볼 수 있다. 기온이나 일조량이 봄철과 비슷하기 때문에 피었겠지만 계절에 맞지 않는 꽃이라 그런지 영 어색하다.
무덤 위로 아주 뚜렷하지는 않지만 산행로가 나 있어 진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길이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면 내려오는 길일 테니 예정했던 코스를 역으로 운행하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 이 길이 선답자가 말한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이제는 그냥 올라가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낙엽이 떨어져 쌓인 산행로는 푹신한 것이 걷기에 좋다. 나뭇잎에 맺혀 있던 물방울이 팔다리로 파고 든다. 차금차금하다.
▲ 도로 오른쪽 수레길로 산행 시작 [09:56]
▲ 철 모르는 할미꽃이 피었네 [09:58]
▲ 무덤에서 바라본 대향산 마을 [10:00]
▲ 가을이 깊어진 산행 길 [10:18]
▲ 산행로 오른쪽의 잎갈나무 숲 [10:22]
▲ 이 산에도 소나무가 많네 [10:34]
▲ 가을이 많이 깊어졌다 [10:34]
10:35 산행로는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걸을만하게 나 있었다. 이 때 눈에 번쩍 띄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표지기였다. 살미면에서 만든 산불조심 표지기였다. 오매, 반가운 거. 일단 표지기가 있으면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는 것은 확신해도 좋다. 사실 그 표지기는 발치봉 정상까지 요소마다 계속 매달려 있었다. 이름 모를 봉우리를 몇 개 지나고 능선 갈림길도 몇 개 지났다. 산세로 보아 발치봉 정상은 왼쪽에 있는 것 같았다. 안부를 지나 급경사 오름길, 조금 힘이 들지만 산행을 하기에는 최적의 날씨다. 어제 온 비로 먼지도 나지 않는다. 해가 잠깐 비쳤다가 다시 구름 속으로 숨는다.
▲ 살미면에서 만든 산불조심 표지기 [10:35]
▲ 살아 있는 나무에 난 버섯 [10:36]
▲ 첫 봉우리에 올라 [10:42]
▲ 발치봉 주능선 [10:50]
▲ 아름다운 소나무 숲 [10:55]
▲ 한 봉우리에 있는 나무 가름대 [11:10]
▲ 이름을 알 수 없는 봉우리 정상 모습 [11:18]
11:30 마침내 두 시간 만에 해발 549m의 발치봉 정상에 도착했다. 커다란 하얀 색 차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상에는 오석으로 만든 표지석이 있고 그 옆에 삼각점이 박혀 있었다. 표지석에는 향산리 입구까지 3.9km, 좌수동까지 4.3km 라고 적혀 있는데, 내가 온 길 반대 쪽을 향산리 방향이라고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었다. 예상대로 거꾸로 올라온 것이다. 도대체 입구가 어디기에 못 찾았나? 내려가 보면 알테지. 정상에서는 3번 국도와 그 위로 수주팔봉이 운무 속에 흐릿하게 보였다. 내가 걸어온 능선도 피어오르는 운무에 모습이 가려지고 있었다.
산행 후 처음으로 정상 표지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가지고 간 롤케익을 간식으로 먹었다. 별로 할 것도 없으니 바로 하산 시작, 화살표가 가리키는 향산리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언제나 내려가는 길은 즐겁다. 적당한 경사의 능선 하산길 옆에 서 있는 소나무도 갈참나무도 보기에 좋다. 내려가면서 지형을 살펴보니 선답자가 적어 놓은 것과 딱 맞아 떨어졌다. 선답자가 올라온 길을 내가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도로 바로 위에 있는 무덤이 보인다. 왼쪽은 사과 과수원이었다.
▲ 발치봉 정상에서 [11:33]
▲ 정상에서 바라본 걸어온 능선 [11:34]
▲ 차돌과 소나무가 잘 어울린 정상 모습 [11:34]
▲ 대향산 마을로 내려가는 길 [11:49]
▲ 소나무 사이 능선길 [11:51]
▲ 암벽이 나타나기도 하고 [11:54]
▲ 열매가 빨갛게 익은 나무 [11:56]
▲ 전망대에서 바라본 향산리 마을 [11:58]
▲ 발치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12:05]
▲ 호젓한 소나무 숲길 [12:09]
▲ 도로 바로 위에 있는 무덤 [12:18]
▲ 대추나무에 나팔꽃이 피었네 [12:18]
12:18 대향산 마을에 내려섰다. 도로 건너 왼쪽으로 내가 목표로 잡고 올라갔던 무덤들이 보인다. 마을길을 따라 내려와 살펴보니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도랑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길이 갈라지는데, 거기서 빨간 지붕을 한 집이 있는 왼쪽 길로 들어서야 원래 예정했던 대로 올라갈 수 있었다. 대신 나는 오른쪽 길로 들어섰기 때문에 선답자의 하산로로 올라가게 된 것이었다. 아무러면 어떠랴. 큰 문제 없이 발치봉을 다녀 왔으니 말이다.
충주가 사과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향산리 마을에는 사과 과수원이 많았다. 60년대에 내가 대구에서 살 때에는 대구 근교가 온통 사과 과수원이었다. 지금은? 한 군데도 없다. 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그래서 사과 재배지가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 지금은 문경이나 충주 등이 적소로 취급 받고 있다. 더 따뜻해지면? 더 북쪽으로 올라가겠지. 이러다가 조상들의 제삿상에 바나나, 멜론, 파파야, 야자 같은 열대과일을 놓아야 할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소나무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어 한반도의 기온이 올라가게 되면 소나무가 사라지게 된다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이자 우리나라의 상징과 같은 소나무가 산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소나무가 없는 산을 생각해보라. 그건 그냥 잡목만 들어차 있는 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에서 소나무 외에 다른 나무는 잡목으로 보일 뿐이다. 도로를 따라 삼형제가든 쪽으로 내려오는데 왼쪽에 향산1동 노인정 건물이 있다. 거 참 이상하네. 저게 왜 올라갈 때는 안 보였지?
▲ 대향산 마을에서 바라본 발치봉 정상 [12:21]
▲ 대향산 마을과 발치봉 정상 [12:22]
▲ 도로 오른쪽 능선 [12:23]
▲ 향산1리 노인정 [12:27]
▲ 삼형제가든의 단풍 [12:39]
▲ 삼형제가든의 단풍 [12:39]
▲ 삼형제가든의 단풍 [12:40]
12:40 삼형제가든 앞 주차장에 도착, 여전히 두 대의 차가 세워져 있다. 3번 국도에는 아침보다 훨씬 더 많은 차들이 양방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날이 개자 사람들이 밖으로 나온 모양이다. 차를 돌려 아침에 왔던 길을 되짚어 청주로 달렸다. 원래는 오후에 수안보 가까이에 있는 첩푸산 산행도 할 계획이었으나, 발치봉 산행을 마치고 나니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아 다음으로 미루었다.
13:50 청주 아파트에 도착하여 11월 첫 날 발치봉 산행을 마무리했다.
▲ 다시 돌아온 3번 국도 옆 주차장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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