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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9.07.26. [충북山行記 74] 충북 단양 둥지봉

by 사천거사 2009. 7. 26.

둥지봉 산행기

◈ 일시: 2009년 7월 26일 일요일

◈ 장소: 둥지봉 822m / 충북 단양 

◈ 코스: 대어구 마을 → 암릉 → 둥지봉 → 780봉 → 남천계곡 → 남천야영장 → 대어구 마을

◈ 시간: 7시간 46분

◈ 회원: 백만사 회원 4명



08:00   오늘은 백만사에서 정기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산행 대상지는 단양에 있는 둥지봉인데 소백산국립공원의 형제봉 능선과 신선봉 능선 사이에 있는 대산골 남천계곡 한쪽에 솟아 있는 산이다. 남천계곡은 여름철 물놀이하기에 좋기로 원래 잘 알려진 계곡이지만, 둥지봉은 최근에 알려진 탓에 아직까지 산행로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곳이다. 산행기를 보니 10km 거리에 6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꽤 험한 산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신동아아파트에서 이방주 회장님 부부와 합류하여 내 차로 출발, 하늘은 흐려 있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괴산을 지나 대학찰옥수수로 유명한 느릅재를 넘은 다음 3번 국도에 올라 수안보 방면으로 달리다 좌회전하여 36번 국도에 진입했다. 이제부터는 외길이다. 그 동안 비가 많이 온 탓인지 왼쪽으로 보이는 충주호에 물이 그득하다. 덕산과 수산을 지나 구담봉 산행기점인 계란재를 넘으니 장회나루휴게소다.

 

09:51   오랜만에 장회나루휴게소에 들렀다.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구담봉이 멋있다. 구담동 오른쪽으로 뻗어 있는 가은산 능선도 멋있고 그 오른쪽의 말목산 능선도 멋있다. 다시 휴게소를 떠난 차는 단성을 지난 다음 상진대교를 건너 단양읍소재지로 들어갔다. 예전에 이방주 회장님이 근무하던 곳이다. 고수대교를 건너 59번 국도를 타고 가곡를 지나 군간교를 건넌 다음 오른쪽 남한강을 따라 계속 달렸다. 남한강이 펼쳐 보이는 풍광이 좋아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춘교를 건너 왼쪽 길을 따르면 빤히 보이는 영춘면소재지로 가게 되고 오른쪽 길을 따르면 온달관광유원지, 구인사, 남천계곡으로 가게 된다. 일단 우회전을 해서 남천계곡 쪽으로 달렸다. 도로 오른쪽은 계곡인데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도로 옆에 주차장이 있기에 차를 세우고 관리인에게 둥지봉 산행로 입구를 물었더니 모른다. 그러면서 대어구 마을은 한참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일러준다. 그렇구나. 그 사람 말 대로 한참을 올라가니 왼쪽에 넓은 주차장이 있었다. 관광버스가 서 있는 것을 보니 둥지봉 산행 기점이 분명하다.


▲ 충주호 장회나루휴게소 [09:51]

 

▲ 장회나루휴게소에서 바라본 구담봉 [09:54]

 

▲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 [09:57]

 

▲ 휴게소에서 말목산 능선을 배경으로 [10:03]


11:15   남천계곡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료 2,000원을 지불하면서 주차비 징수원에게 산행들머리를 물으니 길 건너 입구를 가르쳐준다. 입구로 들어서니 계류가 발걸음을 막고 있다. 지난 번에 온 비로 물이 불어 돌로 된 징검다리가 물 아래에 있어 그냥 건너기가 대략난감이다. 등산화를 벗지 않고 건널 곳을 이리저리 찾아 보았으나 마땅치가 않아 하는 수 없이 등산화를 벗고 계류를 건넜다. 계류 건너에는, 우리 앞에 단체산행객이 지나 간 덕분에, 길이 확실하게 나 있었다.

 

길이 확실하게 나 있는 것은 좋은데 처음부터 작은 돌이 깔린 경사가 매우 급한 사면길이라 뒷다리가 팽팽해진다. 이럴 때는 조금씩 자주 쉬며 끈기 있게 올라가는 것이 좋다. 경사가 급한 데다 작은 돌이 깔려 있어 미끄럽기도 하다. 25분 정도 올라가니 나뭇가지 사이로 대어구 마을이 내려다 보였다. 왼쪽에서 부부 산행객이 올라온다. 그쪽이 길이에요? 예, 그런데요. 아이구 우리는 길을 잘못 들어 지금껏 고생하며 올라왔어요. 머리가 나쁘면 수족이 고생하기 마련이다. 힘든 사면길을 한 시간 정도 걸어 오르자 이번에는 암릉길이 앞에 전개되었다.


▲ 남천계곡 주차장에 주차 [11:16]

 

▲ 둥지봉으로 오르려면 계류를 건너야 한다 [11:22]

 

▲ 처음은 조금 평탄한 길이지만 [11:29]

 

▲ 곧 급경사의 사면길이 시작된다 [11:34]

 

▲ 사면길을 오르다 내려다본 대어구 마을 [11:37]


12:20   둥지봉 암릉이 시작되었다. 산행기에는 아기자기한 암릉길이라고 적혀 있지만, 미리 하는 말인데, 실제로는 걷기에 아주 고약한 암릉길이 이곳에서 둥지봉 정상까지 계속 이어졌다. 물론 조금씩 고도를 높여 가는 암릉길은 단조로운 육산길보다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둥지봉 암릉길은 그 맛을 넘어서고 있었다. 길이 험하다보니 운행 속도는 늦어지고 또 자주 쉬게 된다. 산행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전망이 트이면서 아래로 남천계곡이 보이고 위로 형제봉 능선이 보인다.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피서나 하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저렇게 힘든 바윗길을 걷고 있는 걸까 라고 산을 모르는 사람들은 말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과 계곡은 엄연히 서로 다른 것이다. 산은 산이요 계곡은 계곡이다. 커다란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올라가니 전망대다.


▲ 암릉이 시작되는 곳 [12:20]

 

▲ 힘드시죠? [12:25]

 

▲ 아래로 보이는 것은 남천계곡 [12:43]

 

▲ 맞은 편으로 보이는 형제봉 능선 [12:43]

 

▲ 둥지봉은 정상까지 계속 암릉길이다 [12:50]


12:51   전망바위에 오르니 아래로 성골마을이 내려다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대어구마을과 남천계곡이 보인다. 보발재를 넘어오는 도로도 보인다. 하늘은 벌써부터 구름이 걷히고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신선봉 쪽 능선에는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다. 적당히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 암릉길은 끝이 없어 이어진다. 가끔씩 불어주는 산들바람이 너무나 고맙다. 전망대에서 1시간 30분 동안 암릉길을 걸어 밧줄이 드리워진 곳에 도착했다.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어구 마을과 성골 마을 [12:51]

 

▲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며 [12:51]

 

▲ 신선봉 쪽 능선에 운무가 피어 오르고 있다 [12:53]

 

▲ 휴식을 취하는 중 [13:18]

 

▲ 잠시 쉴 때는 배낭을 벗지 않는 것이 좋다 [13:18]

 

▲ 둥지봉 암릉길 [13:36]

 

▲ 둥지봉 암릉길 [13:47]

 

▲ 둥지봉 암릉길 [13:54]

 

 

▲ 암릉 옆을 통과하고 있는 회원들 [13:57]

 

▲ 운무가 덮여 있는 신선봉 능선 [14:16]

 

▲ 고사목 뒤로 보이는 형제봉 능선 [14:17]


14:20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 암벽길이 나타났다. 암봉을 우회하는 길인데 밧줄이 너무 가늘어서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짧은 거리였지만 신경을 써서 암벽을 내려와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했다.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았던 정상은 도무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앞에 봉우리가 있어 오르면 아니고 또 올라도 아니다. 밧줄을 타고 내려와서 거의 40분 이상을 걸어 정상에 도착했다.


▲ 밧줄을 타고 암벽을 내려오는 이정희 회원 [14:21]

 

▲ 이정희 회원 [14:21]

 

▲ 송병숙 회원 [14:22]

 

▲ 송병숙 회원 [14:22]

 

▲ 이방주 회장님 [14:23]

 

▲ 이방주 회장님 [14:23]

 

▲ 고사목과 바위 [14:26]

 

▲ 멀리 보이는 백두대간 [14:46]


15:04   해발 822m의 둥지봉 정상에는 작은 케언이 하나 있고 소나무에 충북 다솔산악회에서 만든 표지판이 하나 매달려 있었다. 정상까지 올라오는데 무려 3시간 40분이 걸렸다. 일단 기념사진을 찍고 정상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에 늦은 점심상을 차렸다. 30분 정도 걸려 점심을 먹은 다음 남천계곡 쪽으로 하산을 서둘렀다. 780봉으로 가는 길도 만만치가 않다. 밧줄이 매어져 있는 곳을 두 군데나 통과해야 했는데 한 곳은 가느다란 밧줄에 그나마 길이도 짧아 내려오는데 애를 먹었다.


▲ 둥지봉 정상에서 [15:05]

 

▲ 둥지봉 정상에서 [15:06]

 

▲ 점심을 마치고 출발 준비 중 [15:40]

 

▲ 맨 앞에 보이는 능선이 하산 코스 [15:43]

 

▲ 하산길도 처음은 암릉길이다 [15:49]

 

▲ 가느다란 밧줄이 매어져 있는 암벽 [15:53]

 

▲ 물에 젖어 바위가 미끄럽다 [15:54]

 

▲ 암벽을 내려오는 이방주 회장님 [15:55]


16:18   암릉길이 끝나고 소나무가 아름다운 능선길이 시작되었다. 길이 제법 부드럽다. 주변의 적송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데 어떤 것들은 기묘한 형태로 변신한 자신의 몸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그러나 푹신한 소나무 숲길은 곧 끝나고 다시 작은 돌들이 깔려 있는 너덜지대와 바윗길이 이어졌다. 그와 같은 길은 남천계곡에 이를 때까지 계속 되었다. 계곡의 물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계곡 옆 평탄한 길로 내려섰다. 이제 힘든 길은 다 끝난 건가?


▲ 하산길의 아름다운 소나무 숲 [16:18]

 

▲ 기묘한 형태의 소나무 [16:28]

 

▲ 소백산에서 고치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16:30]

 

▲ 형제봉 능선 [16:30]

 

▲ 예술작품 같은 소나무 가지 [16:45]

 

▲ 대산골로 내려오고 있는 여성회원들 [17:09]


17:11   대산골 남천계곡에 내려섰다. 요즘 비가 많이 온 탓인지 맑은 물이 계곡 가득히 흘러가고 있었다. 먼저 내려온 부부산행객이 계곡물에 땀을 씻고 있다. 계곡을 건너려면 어차피 등산화를 벗어야 하기에 우리도 일단 땀을 씻은 다음 계곡을 건넜다. 다시 등산화를 신고 얼마를 걸어가니 등산화를 벗고 건너야 하는 계곡이 또 나타났다. 그 때 산행기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다. '처음 계곡을 건널 때 등산화를 벗었으면 다시 신지를 마라'는 것이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었다.

 

등산화를 신고 계곡을 건너다 물에 빠지기도 하고 길을 놓쳐 잠시 헤매기도 하면서 7~8번 계곡을 건넜다. 아까 소백산국립공원 표지목을 보았는데 어째 이렇게 산행로 정비를 하지 않았을까? 우리 뒤를 따라 오던 부부 산행객이 우리를 앞질러 간다. 젊은 사람들이라 그런지 걸음이 빠르다. 1시간 30분 정도 계곡을 건너고 걷고 해서 제법 넓은 수렛길에 들어섰다. 이제 계곡 건너는 것은 끝난 건가?


▲ 대산골 남천계곡 [17:14]

 

▲ 계곡을 건너기 전에 발을 씻고 [17:17]

 

▲ 시원한 계곡물에 땀을 씻고 [17:17]

 

▲ 계곡을 건너는 중 [17:23]

 

▲ 계곡을 건너다 물에 빠져 양말을 벗는 중 [17:42]

 

▲ 소백산국립공원 표지 [17:54]

 

▲ 다시 길이 없어졌다 [17:56]

 

▲ 도대체 몇 번을 건너는 거야 [18:20]

 

▲ 이게 마지막인가? [18:38]


18:44   수렛길이 끝나는 곳에 출입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둥지봉이 소백산국립공원에 속해 있었나? 어디서부터 출입금지구역인가? 생각해보니 아까 대산골을 내려올 때 국립공원에서 세운 표지목이 있었는데 아마 그곳에서부터 국립공원이고 금지구역인 모양이다. 그런데 왜 출입금지를 시켰지? 둥지봉 산행을 하고 어디로 내려오라고? 아무 데나 금 긋고 줄 쳐서 출입금지구역을 만드는 국립공원공단의 정책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출입금지구역을 벗어나 징검다리를 건너자 오른쪽에 야영장이 있다. 소백산국립공원 관리지역이라 그런지 도로도 잘 나 있고 나무로 만든 시설물도 완벽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산행로 하나만을 본다면 금지구역의 환경과 견주어 볼 때 천국이었다. 물론 조금도 훼손되지 않고 자연의 미를 그대로 갖추고 있는 금지구역 환경이 훨씬 더 좋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다시 왼쪽에 있는 야영장을 지나고 남천공원 지킴터 건물을 지나니 주차장이다.


▲ 국립공원 출입금지 현수막 [18:44]

 

▲ 야영장을 향하여 돌다리를 건너고 있는 회원들 [18:45]

 

▲ 가로등 아래서 이방주 회장님 부부 [18:48]

 

▲ 가로등 아래서 [18:48]

 

▲ 남천계곡 야영장 옆을 지나며 [18:50]

 

▲ 소백산국립공원 남천공원지킴터 건물 [18:51]

 

▲ 남천계곡 표지석 [19:02]


19:03   남천계곡 주차장에 도착하니 우리 앞에 내려온 부부 산행객 차와 내 차만 덩그라니 남아 있다. 물에 젖은 등산화를 슬리퍼로 갈아 신고 짐을 차에 실은 다음 주차장을 출발,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청주에 가서 저녁을먹기는 글렀고 음식맛이 좋다는 단양의 꽃거리가든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왔던 길을 되짚어 단양을 지난 다음 단성 쪽으로 가다 도로 왼쪽에 있는 꽃거리가든으로 들어갔다.

 

친절한 안내원의 인사를 받으며 들어간 음식점 실내는 겉에서 보기와는 달리 무척 넓었다. 방을 하나 차지하고 앉아 KBS 6시 내고향에 방영되었다는 오리백숙을 시켰다. 약초를 다린 육수에 삶은 오리고기는 냄새가 젼혀 나지 않고 국물이 담백해서 방송을 탈 만한 요리로 손색이 없었다. 분수가 솟아 오르는 해질녁의 남한강을 바라보며 먹어서 그런지 분위기도 그만이었다. 게다가 후식으로 나오는 죽은 김칫죽이었다. 조금 느끼한 고기맛을 매운 김칫죽으로 깔끔하게 마루리하라는 모양인데 그 또한 맛이 일품이었다.

 

맛있는 음식으로 포식을 한 다음 다시 청주를 향해서 차를 몰았다. 밤이 깊었는지 도로에는 차들이 거의 없다. 부지런히 차를 몰았지만 청주에 도착하니 10시가 훌쩍 넘었다. 오늘 다녀온 둥지봉은 초입부터 급경사 의 사면길로 시작해서, 이어 계속되는 정상까지의 암릉길, 거의 너덜지대 비슷한 하산길, 물을 7~8 차례 건너야 하는 계곡길로 이루어진 정말 파란만장한 여정이었다. 남성들에게는 그저 그런 산이었겠지만 여성들에게는 조금 힘이 들면서 짜증이 나는 산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시간도 많이 걸렸고... 그런 것들이 산이 가지고있는 매력이라고 하면 지나친 역설일까?


▲ 단양을 지나 저녁을 먹은 꽃거리가든 음식점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