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11월 14일 토요일
◈ 장소: 주정산 440.2m / 충북 충주 수안보
◈ 코스: 오산마을 → 전망대 → 봉수대 → 석가산 → 재실 → 오산마을
◈ 시간: 1시간 25분
10:05 오늘은 원래 서해에 있는 위도로 1박 2일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취소하고 대신 충주 수안보에 있는 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주정산은 지난 주 적보산(첩푸산) 산행을 마치고 오산마을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길 옆에 있는 이정표를 보게 되어 오늘 오전 산행대상지로 선정이 되었다. 높이가 그리 높지 않고 산행거리도 짧지만 대신 정상에 있는 봉수가 유명하다.
느즈막히 청주를 출발했다. 지난 주 적보산 갈 때와 마찬가지로 괴산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충주 방면으로 달리다 문강4거리에서 수안보 쪽으로 우회전을 했다. 날씨가 하수상해서 그런지 도로에 차들이 많지는 않다. 수회리에서 3번 국도에 접속해서 수안보 쪽으로 달리다 4차로 국도를 벗어나 오산마을에 당도했다. 왼쪽으로 다릿골가든 안내판과 일양유스호스텔이 연속으로 보였다.
11:20 오산마을 입구 등산 안내도 옆에 차를 세웠다. 그런데 등산안내도의 현위치가 오산마을이 아닌 사조마을 스키장으로 되어 있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 일단 오산교를 지나 오산마을로 들어섰다. 온천으로 유명한 수안보가 가까워서 그런지 민박 영업을 하는 집들이 있었다. 도로 왼쪽으로 수렛길이 있어 올라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한 할머니에게 주정산 올라가는 길을 물었다. 할머니는 일단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다 다시 왼쪽으로 가라고 일러주신다. 내가 처음 올라가려던 길을 가르켰더니 그 쪽은 아니란다. 그리 가도 될 것 같은데...
할머니가 일러주신 대로 도로를 따라 마을 위쪽으로 올라갔다. 마을 맨 위에 있는 집 앞으로 난 도로를 지나 마을을 벗어났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니, 지난 주에 올랐던 적보산(첩푸산) 주능선이 오산마을 뒤쪽으로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꽤 높다. 낮은 4거리 안부로 올라갔다. 사조마을 스키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이다. 산행로는 오른쪽 사면을 따라 나 있었다. 멋진 소나무가 서 있는 곳을 지나니 공터에 만고풍상을 겪은 나무벤취가 있고 이어 철도침목으로 만든 나무계단이 나타났다.
▲ 오산마을 입구에 있는 주정산 등산 안내도 [11:22]
▲ 도로 건너편으로 적보산 산행기점인 일양유스호스텔 건물이 보인다 [11:23]
▲ 오산마을 표지석과 오산교 [11:26]
▲ 마을 위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주정산 [11:35]
▲ 주정산을 오르다 바라본 적보산(첩푸산) 주능선 [11:40]
▲ 사조마을 스키장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곳 [11:41]
▲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11:42]
▲ 고색창연한 벤취가 곳곳에 있다 [11:44]
▲ 철도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11:46]
11:50 나무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갈라지고 있었다. 이정표에 안전한 길은 전망대까지 400m, 험한 길은 200m라고 적혀 있다. 이럴 때 나는? 혼자니까 험한 길로 간다. 예상했던 대로, 험한 길은 경사가 조금 심할 뿐이었다. 10분 만에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는 팔각정자가 있고 그 아래 벤취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그런데 뭘 전망하라는 거지? 주변에 잡목이 둘러 쌓여 있어서 전망을 할 수가 없었다. 봉수대까지 200m 거리라는 이정표 방향을 보고 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망대에서 봉수대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한 돌길이고 밧줄이 매어져 있었다. 일단 내려오면 길이 평탄해지는데, 모양이 가지각색인 소나무 사이로 낙엽이 푹신하게 깔린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가을 정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길이었다. 다시 이정표가 있고 오른쪽으로 오산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다. 조금 경사가 있는 길을 올라가니 주정산 봉수대다.
▲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이정표 [11:50]
▲ 험한 길의 나무계단 [11:51]
▲ 험한 길의 소나무 숲 [11:58]
▲ 전망대에 있는 팔각정자 [12:00]
▲ 봉수대로 가는 길 이정표 [12:01]
▲ 전망대에서 봉수대로 가는 급경사 내리막길 [12:01]
▲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급경사 바윗길 [12:03]
▲ 봉수대로 가는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 [12:04]
▲ 낙엽이 융단처럼 깔린 가을길 [12:06]
▲ 오산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 이정표 [12:10]
12:13 봉수대는 모두 5개였다. 하나 같이 제모습을 갖추고 있는데 나중에 다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역사적 사실이 깃든 기념물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잘 관리하고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는 노력이 모든 분야에 뒤따라야 한다. 그것은 국민 모두의 노력과 협조가 수반되어야 할 일이다. 국보 1호가 불에 타버리는 그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원래의 것이 없어진 다음에는, 원래의 것과 똑같은 것을 아무리 다시 만든다 하드라도 그것은 원래의 것이 될 수 없다. 원래의 것에 들어있는 혼과 정신과 마음은 이미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기념사진을 찍고 바로 출발, 석가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 경사진 길을 내려오니 작은 봉우리에 벤취가 두 개 놓여 있다. 석가산인 모양이다. 아무런 표지도 없다. 직진 길이 있는데 오산마을에서 너무 멀어지는 것 같아 오른쪽 사면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처음에 어렴풋이 있던 길이 사라지고 너덜지대가 나타났다.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이끼가 파랗게 낀 바위들이 널려 있는 사면길을 한참 내려오니 넓은 수렛길이 나타났다. 그 길 왼쪽에서 부부인 듯한 두 사람이 내려오고 있었다.
길 오른쪽에 개사육장이 있다. 철창 우리 속에서 수십 마리의 개들이 나를 향해서 일제히 짖어대기 시작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데..... 우리가 먹는 보신탕의 재료가 저 개들인가? 옛날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개사육 농장이 요즘은 도처에 있다. 하긴 소나 돼지도 예전에는 집단으로 사육을 하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기르던 것을 잡아 먹었다. 개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오른쪽에 절집 비슷한 것이 있어 현판을 보니 陜川 李 氏 齋室이었다. 조상을 받드는 거, 좋은 일이지.
주정산봉수(周井山熢燧)
시도기념물 제113호(충주시)
봉수대는 횃불과 연기를 이용하여 급한 소식을 전하던 옛날의 통신수단을 말하며, 높은 산에 올라가서 불을 피워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충주시 상모면 온천리와 괴산군 장연면 추정리의 경계부분인 주정산 봉우리에 있는 이 봉수대는 고려시대에 축조되어 조선시대까지 이용된 것으로, 남쪽의 미륵리 마골재에서 봉수를 받아 북쪽의 대림산 봉수대에 전하였다.
한국전쟁 당시 대부분 훼손되었으나 발굴조사 결과 남북으로 긴 타원형의 방호벽, 석등을 갖춘 남북 2곳의 출입구, 화구(火口)와 화덕을 갖춘 봉조 5개소가 확인되었다. 이곳에서는 조선시대의 자기류와 그릇 조각, 한자와 한글을 같이 새긴 그릇 뚜껑, 석제품 등의 각종 유물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이 봉수대는 봉수대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기우제를 지내는 제의 장소로도 이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봉수대는 봉수대의 완전한 구조가 밝혀져 우리나라 봉수제도의 실증적 연구를 심화시킬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 주정산 봉수대 초입의 모습 [12:13]
▲ 모두 5개로 되어 있는 주정산 봉수대 [12:13]
▲ 봉수대에서 기념사진 한 장 [12:14]
▲ 석가산에 있는 벤취 [12:19]
▲ 하산길 너덜지대 바위의 이끼가 파랗다 [12:26]
▲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개사육장 [12:37]
▲ 오산마을에 거의 다 내려와 바라본 적보산(첩푸산) [12:38]
▲ 陜川 李 氏 재실 [12:39]
▲ 오산마을에서 바라본 주정산 능선 [12:41]
12:45 차를 세워 놓은 곳에 도착했다. 산행시간을 체크해보니 1시간 25분이 걸렸다. 너무 싱겁게 끝났네. 어차피 오늘은 산 하나를 더 하기로 작정하고 왔으니까 오전 산행을 이 정도로 끝낸 것도 괜찮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차를 몰고 수안보 시내로 들어갔다. 오늘이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수안보 시내는 한산했다. 예전에는 적지 않은 관광객들로 넘쳐나던 거리에 알 수 없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사람들이 수안보 온천에 매력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경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가? 하긴 가까이 사는 나도 온천욕하러 수안보에 온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시내에 있는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선지해장국을 시켰으나 없다고 해서 올갱이해장국을 주문했다. 두서너 명씩 세 팀이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잠시 후에 나온 올갱이해장국의 맛은 제맛이 아니었다. 밑반찬도 정갈하지 못했다. 수안보에 사람이 꼬이지 않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이런 것도 한 가지 이유로 작용하지 않을까? 깔끔한 음식맛과 정갈한 밑반찬, 친절한 서비스는 손님을 다시 오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대충 한 그릇 비우고 두 번째 산행 대상지인 탁사등봉 산행을 위해 작은 새재(소조령)로 차를 몰았다.
▲ 오산마을 입구에 세워 놓은 내 차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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