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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9.11.14. [충북山行記 80] 충북 충주 탁사등봉

by 사천거사 2009. 11. 14.

탁사등봉 산행기

◈ 일시: 2009년 11월 14일 토요일 

◈ 장소: 탁사등봉 707m / 충북 충주 수안보   

◈ 코스: 작은 새재 → 말잔등 → 마등봉 → 탁사등봉 → 큰골농장 → 신풍휴게소

◈ 시간: 2시간 10분



소조령(작은 새재)은 백두대간 주능선이 마폐봉에서 남쪽 제3관문으로 90도로 꺾여 나아갈 때 그대로 직진하듯 가지를 쳐서 달아나는 신선봉 능선이, 약 2km 거리인 622m봉에서 남서쪽으로 휘어지자마자 능선을 가라앉히면서 생겨난 고갯길이다. 탁사등봉(707m)은 바로 소조령에서 계속 남서쪽으로 달아나는 능선에 있는 봉우리다. 마폐봉에서부터 신선봉-소조령-탁사등봉으로 이어지는 산릉은 북쪽 충주시 수안보면과 남쪽 괴산군 연풍면 경계를 이루고 있다.

 

소조령을 비롯한 새재 일원은 옛날에는 박달령이라고도 불렸다. 그만큼 이 지역에 다듬이 방망이를 만드는 박달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지역은 영남지방에서 한양으로 올라오는 유일한 큰 길이었다. 여기 비하면 죽령이나 추풍령은 사잇길에 불과했다.

탁사등봉의 매력은 등산코스 길이가 짧아 겨울산행지로 적합하고, 게다가 위험지대가 없어 초보자도 편안한 기분으로 찾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탁사등봉 산행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은 수안보온천을 끼고 있다는 것이다. 충주에서 50리 거리인 이 온천은 다른 온천에 비해 퍽 조용하고, 수온이 섭씨 53도인 라듐천으로 남한에서는 가장 물이 뜨거운 곳이다. 산행을 마치고 온천욕을 즐기기에 그만이다.(한국의 산천 자료 참고)


13:30   해발 372m의 작은 새재(소조령)에 올라보니 산불감시차량이 한 대 세워져 있을 뿐 황량하다.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배낭을 둘러멨다. 다른 산행기에 의하면 이곳에 간이매점이 있다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고 오른쪽으로 샛길이 나 있다. 직감적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나무 숲 사이로 올라가는 길이 뚜렷하게 나 있다. 세 명의 나이 지긋한 산행객이 쉬고 있다가 올라가는 나에게 혼자 늦게 산행을 하느냐고 묻는다. 예, 그렇게 됐습니다.

 

멋들어진 소나무들이 오른쪽 사면을 덮고 있다. 능선에 올랐다. 왼쪽에서 올라오는 길이 있다. 능선부터는 경사가 완만하다. 낙엽 속으로 발목까지 들어간다. 오늘 오후부터 강풍이 불고 추워진다더니 정말 큰 바람이 불면서 귀와 손이 시럽다. 자켓을 꺼내 입고 장갑을 꼈다. 11월도 중순이니 추울 때도 되었다. 오늘 같은 날 산불이라도 나면 참 잘 타겠다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그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 작은 새재 정상 도로변에 주차 [13:35]

 

▲ 조령3관문과 문경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구도로) 이정표 [13:35]

 

▲ 작은 새재에서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의 소나무 숲 [13:38]

 

▲ 산행로 오른쪽의 소나무 숲 [13:41]

 

▲ 작은 새재 아래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 [13:42]

 

▲ 낙엽이 푹신하게 쌓여 있는 능선길 [14:00]


14:06   작은 새재에서 30분 정도 걸어 '말잔등'이라고 쓴 이정표가 나무에 붙어 있는 곳에 도달했다. 가지를 양쪽으로 뻗어 올린 커다란 새총 모양의 소나무가 특이하다. 이정표에는 소조령에서 여기까지 15분이 걸린다고 적혀 있다. 날아 왔나 아니면 뛰어 왔나. 쉬지 않고 오른 나도 30분이 걸렸는데 15분에 가능하다니 모를 일이다. 정상까지는 20분이라고 했는데 어느 정상을 말하나?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에 적힌 정상은 마등봉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걸어보니 시간은 12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여러 모로 잘못된 이정표다.

 

횽세영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토요산악회를 따라 신선봉 산행을 왔는데 이방주 선생님을 봤다는 전화였다. 어디 있느냐고 하기에 바로 옆에 있는 탁사등봉 산행 중이라고 했더니 놀란다. 나중에 다시 연락하기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작은 무명봉을 지나니 나뭇가지 사이로 우뚝한 봉우리가 보인다. 저게 표지판에서 말하는 정상인가?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돌로 쌓은 벙커 같은 것이 하나 보이는데 무너져 있다. 무너진 벙커가 저걸 말하는 건가? 이정표나 표지판이 없으니 도통 알 수가 없다. 


▲ 말잔등에 있는 새총 모양의 소나무 [14:06]

 

▲ 말잔등에 있는 이정표: 여기서 정상은 마등봉을 말함 [14:06]

 

▲ 무명봉에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 [14:09]

 

▲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마등봉 [14:10]

 

▲ 마등봉 아래의 돌로 쌓은 벙커 [14:17]


14:18   지도에 나와 있는 무너진 벙커가 있는 봉우리에 올랐다. 봉우리 오른쪽 나무에 '괴산의 명산 마등봉 699m' 라고 적힌 팻말이 하나 붙어 있다. 아까 아래 표지판에서 말하는 정상이 바로 이 마등령이구나. 그렇다면 탁사등봉은 어딘가? 또 가보자. 제법 바위가 있는 능선길을 10분 정도 걸었더니 나무에 또 삼거리 이정표가 붙어 있다. 정상에서 10분, 왼쪽으로 새터 하산길 60분, 직진하면 신풍마을 하산길 60분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여기가 바로 탁사등봉이구나. 예정했던 대로 신풍마을 쪽으로 하산을 하자.

 

능선을 따라 계속 걷는데 왼쪽으로 신풍마을과 휴게소 건물이 내려다보인다. 어디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없는지 잘 살피면서 걷는데 하산길을 영 찾을 수가 없다. 다음에는 나오겠지 하면서 몇 개의 봉우리를 넘었다. 지도상의 617봉을 넘은 것 같은데 그래도 정확한 하산로가 나타나지 않았다. 계속 가도 괜찮은 건가? 어디선가 왼쪽으로 내려가야 할 텐데....... 그래도 표지기는 계속 붙어 있어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방주 회장님에게서 안부 전화가 왔다. 바다에 가 있을 사람이 어째 산에 있느냐고.


▲ 마등봉에 있는 무너진 벙커 [14:18]

 

▲ 해발 699m의 마등봉 [14:19]

 

▲ 탁사등봉으로 가는 암릉길 [14:21]

 

▲ 낙엽으로 덮여 있는 능선길 [14:27]

 

▲ 탁사등봉에 있는 하산로 갈림길 표지판 [14:29]

 

▲ 해발 707m의 탁사등봉 [14:30]

 

▲ 소나무 사이로 신풍 마을이 어렴풋이 보인다 [14:47]


15:07   계속 능선길을 따라 가다보니 신풍휴게소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적당한 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려고 길을 찾는데 우정산악회 표지기가 왼쪽 사면으로 여러 개 붙어 있다. 아마 이 팀도 하산길을 찾다가 이리로 내려간 모양이다. 그렇다면 한 번 따라가 보자. 희미하게 나 있던 길이 표지기와 함께 사라졌다. 어떡하나? 에라 모르겠다. 그냥 계속 내려가자. 오전의 주정산 산행 때도 내려올 때 길을 못찾아 사면길을 개척했는데 탁사등봉에서도 그럴 모양이다. 다행히도 계곡 사면길은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고 또 덤불이 없어 고만고만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물론 계곡 끝부분에서는 가시덤불과 잡목 때문에 조금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 우정산악회 리본을 따라 하산 시작 [15:07]

 

▲ 계곡 스크리지대를 개척하며 하산 [15:16]

 

▲ 계곡 사면길을 다 내려와 바라본 맞은 편 낙엽송 숲 [15:31]


15:32   차량 통행 흔적이 있는 넓은 수렛길이 보인다. 신풍리로 내려가는 길이 맞나 모르겠다. 그런데 길 양쪽으로 철사줄을 쳐놓아 통행을 금지시키고 있었다. 일단 줄을 넘어 길로 올라섰다. 조금 걸어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한우 축사가 여러 채 보이는데 축사마다 소들이 들어차 있었다. 축산농장인 모양이다. 계속 길을 따라 내려갔더니 왼쪽에 큰골농장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앞을 보니 신풍휴게소 위로 조령산 능선이 하늘을 가르고 있다. 제대로 내려온 것이다.


▲ 철사줄이 쳐져 있는 수레길 [15:32]

 

▲ 큰골농장 축사 건물 [15:34]

 

▲ 큰골농장 표지판 [15:36]

 

▲ 신풍휴게소와 조령산 능선 [15:41]


15:45   신풍휴게소에 들어섰다. 거친 가을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는 휴게소 광장은 황량 그 자체였다. 그 넓은 광장에 관광버스는 차치하고 승용차 한 대 없었다. 4차로 신설도로가 생기면서 망해 버린 주유소와 커다란 식당 건물이 옛날의 영화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도 모텔 두 곳은 꿋꿋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경기나 위치와는 관계가 없는 모양이다. 영업을 하고 있는 기사식당 유리창에 연풍개인택시 기사 휴대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전화를 걸었더니 1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기사식당 앞에 있는 평상에 앉아 택시를 기다리며 살펴보니 구도로로 다니는 차들이 가뭄에 콩 나듯 한다. 홍세영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방금 주차장을 출발했단다.

 

10분 정도 지나 택시가 왔다. 나를 태우더니 작은 새재로 번개 같이 올라간다. 운임은 9,000원, 무슨 근거에서 그렇게 받는지 모르겠지만 와준 것만 해도 고맙다. 차에 오르려는데 산불감시 차량에서 사람이 한 명 내리면서 어디를 다녀왔냐고 묻는다. 탁사등봉 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괴산에서는 신선봉만 산행이 허가되어 있고 나머지는 금지되어 있다고 말한다. 탁사등봉이 괴산에 속하나? 충주와 괴산의 경계에 있으니 누구 거라고 보야야 하나?

 

16:00   작은 새재를 떠나 연풍 쪽으로 차를 몰았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차들이 별로 없다. 괴산을 조금 지난 곳에서 토요산악회 새한관광 버스를 따라 잡았다. 홍세영 선배에게 전화를 했더니 내 차가 보인단다. 증평에 도착하자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가 정체가 아주 심한 것은 아니었다. 청주에 도착하니 5시 30분 정도 되었다. 탁사등봉은 하산길만 잘 찾으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반나절 산행으로 해볼만한 그런 곳이었다. 


▲ 차 한 대 없는 황량한 신풍휴게소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