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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9.11.15. [충북山行記 81] 충북 충주 주봉산

by 사천거사 2009. 11. 15.

주봉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11월 15일 일요일

◈ 장소: 주봉산 643m / 충북 충주 동량  

◈ 코스: 서운마을회관 → 수련원 → 주봉산 → 수리재 → 임도 → 음달말 → 마을회관

◈ 시간: 3시간 10분


 


주봉산은 충주댐을 막는 바람에 산자락에 거닐고 있는 식구들을 얼추 잊어버리고, 높은 산허리에 몇몇 지역만 지금도 맥을 이어가고 있는 산이다. 주봉산 봉우리는 완만하여 가족나들이로 알맞은 산으로, 팔랑거리는 치마폭자락은 충주호가 다 삼켜버렸기에,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보면 물 위에 떠있는 섬으로 느껴지는 산이다. 주봉산과 부대산을 갈라놓은 흑목이 골짜기는, 충주호에 잠기기 전에는 골짜기를 따라 남쪽으로 길게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떠나 사는 이가 없다.


주봉산 남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능골은 고령 박씨로 이조판서 벼슬을 한 분의 묘소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마을에 동량초등학교 서운분교가 있었으나 사람들이 떠나자 폐교되어 지금은 수련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운리에서 지동리를 넘나들던 수리재는 임진왜란 때 이대수(李大遂)가 의병을 일으켜 왜적을 무찌른 곳으로, 그의 아들 여수(汝守)와 더불어 전사하자, 그의 처 한양 조씨(漢陽趙氏)와 맏며느리 전의 이씨(全義李氏)도 순절하였다.


부대산 서남쪽에 봉긋이 솟아 있는 사우앙산은 꼭대기만 남아 있으며, 바위에 꽃이 많이 핀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꽃바위라는 바위가 있다. 꽃바위 아래에는 원화암과 하화암이 있었으나 현재는 모두 충주댐에 수몰되고 일부만 남아 있다. 꽃바위 서쪽에 있던 마그실도 현재는 수몰되고 그 일부만 남아 있다. 옛날 서울로 과거보러 가던 과객들이 이곳에 막을 치고 자고가 불리운 이름이다. 부대산 서쪽에 충주호 선착장이 있어 그나마 사람들의 발길이 빈번하여 부대산도 외로움을 달랠 수가 있고, 호수 너머로 치솟은 계명산으로 오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구경 삼아 출렁이는 충주호와 벗을 삼는다.(한국의 산천 참조)


10:10   아침에 눈발이 많이 날리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잦아들기 시작했다. 금년 들어 처음 내리는 눈이다. 눈이 그쳐가니 또 떠나야지. 오늘 산행지는 충주호 주변에 있는 주봉산이다. 이 산은 지등산에서 시작해서 관모봉, 부대산, 주봉산, 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산행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능선 산행을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주봉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지등산은 올해 3월 1일에 다녀온 적이 있다.

 

2,000원을 주고 떡집에서 점심용으로 찰떡을 산 다음 청주를 출발했다. 36번 국도를 타고 충주로 달리는데 북쪽으로 갈수록 도로 바닥이 뽀송뽀송하다. 여기는 눈이 오지 않은 모양이다. 하늘도 맑게 개어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 있는 것이 여름철 기분이 난다. 충주댐 아래 남한강에 놓여 있는 다리를 건너 우회전해서 충주댐으로 올라갔다. 충주댐 휴게소 주차장은 한산했다. 충주호 선착장을 지나 서운리로 가는 도로는 오른쪽으로 충주호를 바라보면서 가는 길이라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었다. 마치 대청호의 후곡마을로 들어가는 길과 비슷했다.

 

11:47   서운리 마을 표지석이 보이기에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마을회관도 없고 교회도 보이지 않는다. 마을 주소를 보니 모두 흑목리길로 되어 있다. 그러면 이 길이 흑목고개로 올라가는 길인가? 서운리 마을회관은 어디에 있나? 다시 차를 세워 놓은 곳으로 돌아와 차를 타고 한굽이를 더 돌아가니 왼쪽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서운리 마을회관 건물이 보였다. 회관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살펴보니,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는데 서운반석교회와 능골마을 표지판이 모두 그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포장도로를 따라 능골마을로 걸어 오르는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허리를 임도가 자르며 지나가고 있고 그 위로 솟아 있는 바위봉우리 고봉이 우뚝하다. 산 능선 위로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흩어져 있는 것이 늦가을 풍경이 아니라 한여름철 풍경이다. 도로 오른쪽으로 서문반석교회 건물이 있다. 우리나라만큼 교회가 많은 나라도 없다. 우리나라만큼 절이 많은 나라도 없다. 동네마다 교회고 골짜기마다 절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범죄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걸까?

 

폐교된 동량초등학교 서운분교를 찾아야 하는데 어디 있나? 전봇대에 수련원 표지판이 화살표와 함께 매달려 있다. 직감적으로 폐교된 서운분교가 수련원으로 변신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을을 조금 벗어난 곳 도로 오른쪽에서 개들이 집단적으로 짖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도 개사육장이 있네. 개들아, 그래도 지금은 겨울이 가까워오니 조금 안심 해라. 그러나 내년 여름은 장담 못한다. 예상했던 대로 수련원 건물은 바로 폐교된 서운분교였다. 수련원은 아래로 마을과 충주호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예전의 시골 초등학교는 다 그랬다. 한결같이 교통이 편리하고 전망이 좋고 주변 경치가 아름다운 명당이 바로 시골 초증학교 터였다.


▲ 서운리 마을 표지석 [11:48] 

 

▲ 서운리 흑목마을에서 바라본 주봉산 [11:55]

 

▲ 산행기점인 서운리 마을회관 건물 [11:59]

 

▲ 서운리 능골 마을 입구 [12:01] 

 

▲ 기묘한 색의 조화 [12:02]

 

▲ 능골마을과 주봉산 [12:03]

 

▲ 임도 위로 솟아 있는 고봉의 모습 [12:04] 

 

▲ 서운반석교회 건물 모습 [12:06]

 

▲ 능골마을에서 바라본 주봉산 정상 [12:08]

 

▲ 능골마을 위에 있는 개사육장 [12:09]


12:11   폐교된 동량초등학교 서운분교에 수련원이 들어서 있었다. 무슨 수련원인지 간판도 없기에 이름을 몰랐는데, 나중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중원양생 기공센터 충주수련원이었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기공수련을 통해서 병을 치료하는 곳인 것 같다. 자, 이제 수련원까지는 왔는데 그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나? 표지기도 없고 알 수가 없네. 일단 수련원 건물 오른쪽에 있는 과수원으로 올라서서 주봉산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억새밭 사이로, 참나무 낙엽 위로, 소나무 숲 사이로 아주 뚜렷한 길이 나 있었다. 야, 길 좋네. 그러나......

 

그 좋은 길은 커다란 무덤이 있는 곳으로 이어졌다. 무덤에서 뒤로 돌아서니 멀리 충주호 뒤로 월악산의 실루엣이 보인다. 월악산도 좋은 산이지. 참, 그 좋던 길은 무덤까지였다. 아마 그 길은 무덤에 이르기 위해 닦은 길인 것 같았다. 무덤 주변의 멋진 소나무들을 바라보며 위로 올랐는데 길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수련원에서 어느 길로 주봉산에 올라간 거지? 이 길이 아니었나? 이럴 때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그냥 길을 만들며 올라가는 것이다. 보아하니 큰 암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덤불이 우거진 것도 아니니 조금 고생이 되드라도 길 개척이 가능할 것 같다.

 

주봉산 정상을 목표로 잡고 사면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벌목한 잡목들을 아무데나 방치해 놓아 걷기에 무척 방해가 된다. 게다가 조금 굵은 마사토 위에 낙엽이 쌓여 있고 경사도 만만치 않아 발이 자꾸 미끄러진다. 한 손으로 스틱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은 채 몸을 위로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제는 주정산과 탁사등봉에서 하산할 때 길을 개척했는데, 오늘은 올라갈 때부터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순탄했다가 나중에 고난을 겪는가 하면, 처음에는 어려움에 휩싸였다가 나중에 평안함을 누리는 경우도 있다.

 

힘겹게 비탈을 오르는데 어디선가 멀지 않은 곳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람. 웬 총소리여. 이때 퍼뜩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까 차도를 걸어올 때 금렵구와 수렵구의 경계를 나타내는 표지판을 보았는데 주봉산 지역은 수렵구에 속한다는 사실이었다.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지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떤 정신 없는 사냥꾼이, 혹시 시력이 안 좋은 엽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산짐승인 줄 알고 총을 쏘면 어쩌나? 팔이나 다리에 맞으면 그래도 괜찮을 테지만 잘못해서 머리나 심장에 맞으면 직방으로 갈 텐데...... 별의 별 생각이 다 머리 속을 횡횡했다. 어쩐다? 그냥 내려가? 에라 모르겠다. 사람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그냥 올라가자.


▲ 폐교된 동량초등학교 서운분교: 지금은 수련원 [12:11]

 

 ▲ 억새와 주봉산 정상 [12:14]

 

▲ 낙엽이 떨어져 쌓인 길 [12:17]

 

▲ 평탄한 소나무 숲길 [12:21] 

 

▲ 묘지에서 바라본 월악산 [12:23]

 

▲ 묘지 주변의 아름다운 소나무 숲 [12:24]

 

▲ 산행로가 사라진 너덜 잡목지대 [12:29]


12:41   심심찮게 바위지대가 나타났다. 잡목과 바위가 뒤섞여 있는 산비탈이 갈길을 자꾸 더디게 한다. 눈에 빤히 보이는 정상까지 가는 길이 멀기만 하다. 바위지대가 끝나자 이번에는 마사토와 낙엽이 쌓인 비탈이다. 경사가 급해 보통 미끄러운 것이 아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장딴지가 뻣뻣해질 정도로 힘을 주어야 한다. 낙엽 비탈에 이어 다시 바위지대가 나타났다. 길 아닌 길을 찾아 이리저리 조금씩 오른 끝에 마침내 능선에 올라섰다. 주봉산 정상이 빤히 보이는 곳이었다. 좋은 길이 끝난 무덤에서 주봉산 정상까지 길을 개척하며 오르는데 자그만치 한 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악전고투의 한 시간이었다.


▲ 주봉산으로 오르는 길 바위지대 [12:41] 

 

▲ 낙엽이 쌓인 사면: 경사가 매우 심하다 [12:54]

 

▲ 다시 바위지대가 나타나고 [12:58]

 

▲ 소나무 사이로 충주호가 보인다 [13:07]

 

▲ 계속 이어지는 바위지대 [13:09]

 

▲ 사면에서 능선으로 올라선 지점: 정상 바로 아래 [13:23]


13:24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주봉산 정상에 올랐다. 잡목으로 둘러싸인 정상에는 정상표지석만 하나 달랑 있고 아무것도 없다. 조망도 월악산 쪽으로 조금 틔였을 뿐 잡목 때문에 주변을 살펴보기가 어려웠다. 얼른 기념사진 한 장 찍고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갔다. 잠시 후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은 부대산에서 오는 길이다. 수리재로 가려면 오른쪽에 붙어 있는 표지기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표지기가 자주 보이고 '주봉산 등산로' 라고 쓴 패찰도 가끔 눈에 띈다. 어떤 표지기에는 '전국 1,000명산 산행기념'이라고 쓴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에는 '전국 1,380산 산행기념'이라고 쓴 것도 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산에 미친 사람들이다. 저런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산이 모두 없어져버리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넓은 평원 같은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는데 잠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더니 표지기가 사라졌다. 이거 또 왜 이러나. 일단 계속 진행을 했더니 앞에 커다란 무덤이 나타났다. 산세를 보니 무덤 왼쪽으로 능선이 하나 지나가는데 그 길이 수리재로 이어지는 능선인 것 같았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서운리로 바로 내려가게 되고. 주변을 살펴보니 무덤 왼쪽으로 비탈을 가로질러 산길이 나 있었다. 망설일 게 뭐 있어. 산허리를 한 번 감아돌아 왼쪽 능선에 도착했다. 표지기가 보이고 패찰도 보인다. 


▲ 초라한 해발 643m의 주봉산 정상 모습 [13:24]

 

▲ 정상 표지석과 함께 기념사진 한 장 [13:25]

 

▲ 정상에서 내려다본 충주호와 월악산 [13:25]

 

▲ 주봉산 등산로 표지판 [13:31]


13:47   전봇대가 서 있는 5거리 안부, 왼쪽은 주봉산에서 제대로 내려오는 길이고 오른쪽은 수리재로 가는 능선길이다. 방금 내가 온 길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서운리로 내려가는 길이고 맞은 편은 지동리로 내려가는 길인 것 같다. 수리재로 가는 능선을 따라 올라가니 왼쪽으로 전망이 트이면서 지동리 쪽 충주호가 잘 보인다. 멀리 충주호리조트 코타레저타운 건물도 보이고 맞은편으로 부산(면위산)도 보였다. 잡목을 잘라 놓은 능선길은 걷기에 좋았다. 14:03 삼각점이 있는 527봉을 지났다. 진행 방향 쪽으로 고봉이 피라미드처럼 솟아 있다.


▲ 전봇대가 서 있는 5거리 안부 [13:47] 

 

▲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충주호 [13:50]

 

▲ 수리재로 가는 능선길 [13:57]

 

▲ 527봉에 있는 삼각점 [14:03]

 

▲ 소나무 사이로 난 산행로 왼쪽으로 고봉이 보인다 [14:06]


14:08   커다란 바위가 있는 전망대에 이르렀다. 좌우로 시야가 확 트이는 곳이다. 왼쪽으로 제천 방향의 충주호가 보이는데, 푸른 호수와 산의 능선과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정면으로는 고봉이 그야말로 피라미드의 형상으로 우뚝 솟아 있고, 그 뒤로 충주호와 산줄기와 하늘과 구름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월악산 쪽 충주호가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고, 서운리 마을과 수련원 건물 오른쪽으로 내가 힘겹게 올라간 산비탈이 주봉산 정상까지 쳐올라간 모습도 잘 보인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주변 구경을 좀 더 잘하려고 큰 바위에 올라선 순간 서운리 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 왔고, 그 바람에 쓰고 있던 모자가 능선 왼쪽 아래로 날아가고 말았다. 2007년 1월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할 때 썼던 밀레 모자로, 조금 낡기는 했지만 추억이 깃들어 있는 것이라 찾아보려고 했으나, 능선 왼쪽이 워낙 급경사 지대라 포기하고 말았다. 그 모자, 산에서 수명을 다 했으니 크게 아쉬울 것 없으리라. 여기서부터는 수리재로 내려가는 능선길이 암릉이었다. 크게 위험한 곳은 없었지만 그래도 늘 조심해야 한다. 거의 90도에 가까운 절개지를 내려서니 수리재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충주호: 제천 방면 [14:08] 

 

▲ 전망대에서 바라본 고봉 [14:08]

 

▲ 전망대에서 바라본 충주호: 월악산 방면 [14:09]

 

▲ 주봉산 정상의 모습 [14:10] 

 

▲ 능골마을과 수련원 건물 [14:12]

 

▲ 주봉산 정상에서 뻗어내린 산비탈 [14:12]

 

▲ 수리재로 가는 암릉길 [14:18]

 

▲ 능선에서 본 충주호: 제천 방면 [14:20]

 

▲ 암릉과 소나무와 고봉 [14:23]


14:30   수리재에 내려섰다. 서운리에서 지동리로 넘어가는 임도 고개인 수리재에는 표지석이 한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임도는 최근에 시멘트 포장을 한 모양인데 아직도 시멘트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수리재 왼쪽으로 솟아 있는 고봉을 처음에는 올라갈 생각이었으나, 수리재에 내려서니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아 임도를 따라 서운리 쪽으로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데 승용차가 한 대 올라온다. 내 앞에서 차가 서면서 이리로 가면 화천리로 갈 수 있냐고 묻는다. 난들 아나. 그냥 고개는 넘어갈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잠시 후 또 한 대가 올라오더니 똑같이 길을 묻는다. 그래서 똑같이 답해 주었다.

 

임도에서는 방금 내려온 주봉산이 잘 보였다. 월악산 쪽 충주호도 잘 보였다. 계속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서운리 차도에 이를 것 같기는 한데,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이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른쪽으로 적당한 곳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가기로 하고 장소를 물색하다 능선을 하나 골라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능선에 처음에는 희미하게 길이 나 있더니 곧 벌목된 잡목 사이로 사라지고 말았다. 다시 개척이다. 무덤을 여러 개 지나고 덤불지대를 지나 마침내 차가 다닌 흔적이 있는 수렛길이 이르렀다. 오늘도 길을 제대로 찾았네.

 

수렛길을 따라 마을 어귀까지 내려왔는데 주머니에 넣었던 장갑이 한 짝밖에 없다. 이런! 한 짝이 어디갔지? 내려오다가 바지주머니에서 빠진 모양이다. 찾으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데 그 장갑은 백두대간 종주를 할 때 내 목숨을 구해준 장갑이었다. 대야산에서 촛대봉 쪽으로 바위 직벽을 내려올 때, 얼어 붙은 암벽을 밧줄을 잡고 내려와야 했는데, 그 때 내 몸을 지탱해주며 추락을 막아준 장갑이었다. 그냥 버리고 갈 수가 없었다.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가보니 다행히도 수렛길에서 조금 들어간 지점에 떨어져 있었다. 큰 다행이다. 수렛길을 벗어나 차도에 도착해보니 왼쪽으로 음달말이 보였다.


▲ 시멘트 포장 임도 옆에 있는 수리재 표지석 [14:30] 

 

▲ 임도에서 바라본 충주호: 월악산 방면 [14:33]

 

▲ 임도에서 바라본 주봉산 [14:37]

 

▲ 임도에서 바라본 주봉산과 527봉 [14:37] 

 

▲ 음달말로 이어지는 수레길 [14:53]

 

▲ 음달말의 모습 [15:03]

 

▲ 능골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주봉산 [15:08]


15:09   차를 세워둔 서운리 마을회관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차 안에서 점심으로 가져갔던 찰떡 두 조각을 먹고 청주를 향해 출발했다. 충주호를 따라 굽이굽이 돌아 충주호 선착장을 지나고 충주댐을 지났다. 이번에는, 올 때와는 달리, 마즈막재 쪽으로 차를 몰았다. 마즈막재는 계명산과 남산 산행을 시작했던 곳이기도 하다. 충주시내를 관통하여 36번 국도에 올라섰다. 그런데 도로에 차들이 많다. 꽤 많다. 그래도 다들 잘도 달린다. 청주에 도착하니 날이 어둑해졌다. 오늘 산행을 해본 결과, 주봉산 하나만 다녀오기 보다는 지등산에서 고봉까지 연계해서 산행을 하면 하루 산행 거리로 아주 적당할 것 같다.


▲ 다시 돌아온 서운리 마을회관 주차장 [15:09] 

 

▲ 충주호 선착장 [15:34]

 

▲ 선착장 부근의 충주호 모습 [15:35]

 

▲ 선착장 부근의 충주호 모습 [15:35] 

 

▲ 충주댐의 모습 [15:38]

 

▲ 도로변에서 본 충주호의 모습 [15:49]

 

▲ 충주호변에 있는 충북교직원복지회관 건물 [15:49]

 

▲ 그림 같은 충주호의 모습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