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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경기山行記

2009.10.01. [경기山行記 14] 경기 남양주 예봉산→운길산

by 사천거사 2009. 10. 1.

예봉산-운길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10월 1일 목요일 

◈ 장소: 예봉산 650m / 운길산 610m / 경기 남양주

◈ 코스: 능내 천주교묘지 → 견우봉 → 예봉산 → 적갑산 → 오거리 → 운길산 → 운길산역 

◈ 거리: 14km

◈ 시간: 6시간 30분  

◈ 회원: 이방주, 이효정(2명)



05:10   오늘은 남양주에 있는 예봉산과 운길산 종주 산행을 하기로 한 날이다. 추석을 이틀 앞 두고 있어 산행을 마치고 청주로 내려올 때 차가 밀릴 거라는 문제가 있지만, 일찍 산행을 마치면 돌아올 때 조금 수월할 것 같아 새벽에 청주로 떠나기로 했다. 아파트 앞에서 이방주 회장님을 만나 내 차로 출발, 오창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가을이 두 번째 달에 들어선 때문인지, 여름 같으면 훤해질 시각인데 아직도 사방이 깜깜하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서울로 가는 고속도로에는 화물차만 달릴 뿐 승용차는 거의 없다. 사실 내일 모레가 추석인데 이 시간에 서울로 갈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06:15   이천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날이 조금씩 밝아온다. 다시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서울 쪽에서 내려오는 차들이 많다. 벌써 歸省 전쟁이 시작되었나? 하남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6번 국도를 타고 한강에 가로놓인 팔당대교를 건너 우회전했다. 양수리 쪽으로 가는 이른바 경춘가도 옛날 도로을 따라 달리는데 오른쪽 한강의 경치가 아름답다. 서울에서 양수리를 지나 청평, 가평, 강촌, 춘천으로 이어지는 경춘가도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연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이제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고속도로가 뚫렸으니 예전의 낭만을 맛보려면 일부러 이 길을 달려야 한다.


▲ 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


06:50   천주교 신당동교회 소화묘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고 평일에다가 명절 밑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산행준비를 한 다음 마침 아주머니가 있기에 이리로 가면 예봉산에 올라갈 수 있으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오른쪽으로 나무계단이 있다. 표지기는 없지만 그쪽 길이 맞을 것 같아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 끝에는 커다란 개인 묘가 하나 있었고 묘 뒤로 길이 나 있다. 확실한 산행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대충 감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손에 스치는 이슬이 차금차금하다. 능선따라 길은 뚜렷하다. 가끔 가뭄에 콩 난듯 표지기도 보이고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도 있다. 왼쪽으로 포장도로가 보인다. 천주교묘지 주도로였다. 일단 주도로로 나가 포장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경사가 심하다. 왼쪽으로 돌아가는 도로에서 능선 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왔다. 직감적으로 어디로 가야하는지 판단을 해야 한다. 능선 쪽으로 Go! 급경사를 올라가니 비로소 전망이 트이고 산행로가 뚜렷하다. 양수리 쪽으로 운해가 넘실대고 하늘에는 붉은 기운이 엷게 퍼져있다. 아름답다.


▲ 천주교 묘지 주차장에 주차 [06:52]

 

▲ 천주교 신당동성당 소화묘원 입구 [06:54]

 

▲ 천주교 묘지의 모습 [07:11]

 

▲ 능선에서 본 운해 [07:22]

 

▲ 능선에서 본 운해 [07:22]

 

▲ 승원봉으로 오르고 있는 이방주 회장님 [07:22]


07:30   다시 전망이 트이는 곳에 올랐는데 먼저 올라와 있던 몇 사람 중 한 사람이 우리를 보고 '기다리다가 먼저 왔어요' 라고 말을 한다. 우리를 기다려? 왜? 그들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었다. 오늘 운해가 장관을 이룰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작심하고 올라온 사람들이었다. 대포만한 사진기를 들고 있던 그 사람은 우리가 손바닥만한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드는 것을 보고 말은 안 해도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일망대에서 바라보는 雲海는 가히 사진작가들이 탐낼만한 것이었다. 저렇게 낮게 구름이 깔릴 수 있단 말인가? 마치 수 천미터 위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풍경이었다. 우리의 목적은 사진이 아니니 승원봉을 향해 출발, 15분 정도 걸어 오늘 처음 만난 이정표가 있는 승원봉에 올랐다. 승원봉에서는 팔당대교 쪽이 잘 보였다. 조금 올라가니 예빈산 견우봉이 봉긋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 일망대에서 사진을 찍기에 바쁜 사람들 [07:30]

 

▲ 일망대에서 바라본 운해 [07:30]

 

▲ 일망대에서 바라본 운해 [07:31]

 

▲ 일망대에서 바라본 운해 [07:31]

 

▲ 숭원봉에 있는 이정표 [07:46]

 

▲ 승원봉에서 바라본 팔당대교 [07:47]

 

▲ 예빈산 견우봉의 모습 [07:50]

 

▲ 견우봉으로 오르고 있는 회장님 [07:56]


08:00   예빈산 견우봉 아래 기가 막힌 전망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원래 전망이 좋은 곳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남한강과 북한강, 양수리 지역을 덮은 운해가 온갖 조화를 부리고 있어 한참이나 우리의 발걸음을 잡아두었다. 이러한 운해를 보려면 타이밍이 중요한데, 날씨와 시간과 높이와 위치 등이 제대로 들어맞아야 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 모양이다. 평소에 착하게 살면 이런 행운이 찾아오는 법이다. 구경을 마치고 아쉬운 발걸음을 떼어놓는데 눈은 자꾸 아래로 향한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운해 [08:02]

 

▲ 전망대에서 바라본 운해 [08:05]

 

▲ 전망대에서 바라본 운해 [08:05]

 

▲ 전망대에서 바라본 운해 [08:06]

 

▲ 전망대에서 바라본 운해 [08:06]

 

▲ 전망대에서 바라본 운해 [08:06]

 

▲ 전망대에서 운해를 배경으로 회장님 [08:07]

 

▲ 전망대에서 운해를 배경으로 [08:08]

 

▲ 전망대에서 바라본 운해 [08:14]

 

▲ 전망대에서 바라본 운해 [08:14]


08:15   작은 돌탑이 있는 예빈산 견우봉에 올랐다. 견우봉이 있다면? 당연히 직녀봉도 있다. 견우봉에서는 직녀봉이 건너다 보이고 그 뒤로 예봉산이 잘 보인다. 또한 한강 위에 놓인 팔당대교와 하남시의 아파트 건물도 잘 보였다. 5분 정도 걸려 해발 589.9m의 직녀봉에 오르니 운무가 바람에 날리면서 예봉산을 하얗게 칠해놓는다. 이곳 예빈산은 한성백제의 강역을 수비하던 곳이고 조선시대에는 나라굿 기우제를 봉해하던 명산이다. 다산 정약용 형제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직녀봉에서 4거리 안부인 율리고개까지는 계속되는 내리막길이다. 아침 먹은 지가 몇 시간 지나서 그런지 시장기가 돈다. 내려오는 길 오른쪽에 돌로 여러 명이 둘러 앉아 음식을 먹으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어, 우리도 잠시 배낭을 내리고 떡을 한 조각씩 먹었다. 8시 48분에 율리고개 통과, 율리봉에 오르려면 직녀봉에서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가야 한다. 오늘 처음으로 산행객 두 사람을 만났다. 9시 12분에 해발 587m의 율리봉에 올랐다.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예봉산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름길에 들어섰다.


▲ 예빈산 견우봉의 돌탑 [08:15]

 

▲ 견우봉에서 바라본 직녀봉과 예봉산 [08:16]

 

▲ 견우봉에서 바라본 팔당대교 [08:17]

 

▲ 팔당대교 쪽으로 운무가 퍼지고 있다 [08:21]

 

▲ 예봉산 쪽으로 퍼지는 운무 [08:21]

 

▲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예빈산 직녀봉의 모습 [08:22]

 

▲ 예봉산의 모습 [08:37]

 

▲ 간식을 먹은 장소 [08:39]

 

▲ 율리봉을 오르다가 바라본 능선 [09:08]

 

▲ 율리봉 정상의 모습 [09:12]


09:33   태극기가 휘날리는 예봉산 정상에 오르니 사방으로 전망이 틔였다. 우리가 올라온 능선도 잘 보이고 운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잘 보였다. 정상에는, 그래도 높다보니, 가을을 맞아 조금씩 잎색깔이 변해가는 나무들이 있었다. 정상 바로 아래 한쪽 공터에 찹쌀과 옥수수로 빚었다는 감로주를 파는 사람이 있다. 감로주를 한자로 써놓고 풀이한 것이 이채로운데, 甘露酒, 減老酒, 減勞酒, 減怒酒가 바로 그것이다. 값은 한 잔에 2,000원. 두 잔을 시켜 맛을 보니 시원한 것이 입에 짝 달라붙는다. 이제 철문봉으로 가야 한다.


▲ 태극기가 휘날리는 예봉산 정상의 모습 [09:33]

 

▲ 정상에서 바라본 운길산 능선 [09:34]

 

▲ 앞으로 가야할 운길산 능선 [09:34]

 

▲ 지금까지 걸어온 능선 [09:35]

 

▲ 예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능선들 [09:37]

 

▲ 예봉산 정상에서 [09:38]

 

▲ 예봉산 정상에서 [09:39]

 

▲ 의미가 다양한 감로주 [09:42]

 

▲ 바야흐로 지금은 억새의 계절 [09:53]


09:56   해발 630m의 철문봉에 도착.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형제가 본가인 여유당(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마재)에서 집 뒤 능선을 따라 이곳까지 와서 학문(文)의 도를 밝혔다(喆) 하여 철문봉이란 이름을 얻었단다. 적갑산으로 가는 길, 다 쓰러져가는 움막 같은 곳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있다. 10시 17분에 해발 560m의 적갑산을 지났고 10시 49분에 오거리를 지났다.

 

오거리에서부터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4개 오르내렸다. 우회로가 잘 나있고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 크게 힘이 들지는 않는 길이었다. 한 시간 남짓 걸었더니 음료수를 판매하는 노점상이 있고 그 옆으로 암벽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계단을 올라 약간 걸은 후 다시 계단이 나타났는데 운길산 정상까지 계속 이어지는 계단이었다.


▲ 철문봉에 있는 이정표 [09:56]

 

▲ 적갑산 정상에서 [10:18]

 

▲ 능선에서 바라본 서울 방면 [10:28]

 

▲ 오거리에 있는 이정표 [10:49]

 

▲ 운길산으로 가는 능선길 [11:46]

 

▲ 운길산 능선에서 바라본 맞은편 능선 [11:53]

 

▲ 운길산으로 올라가는 길 [11:53]

 

▲ 운길산 정상 아래 계단 [12:02]

 

▲ 정상에 오르기 직전에 바라본 시우리 마을 [12:08]

 

▲ 정상 직전에서 바라본 능선 [12:08]


12:12   해발 610m의 운길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 한쪽에는 쉼터를 만들어놓았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어디서 올라왔지? 일단 사진을 찍고 정상 아래에 있는 벤취에서 간식으로 포도를 먹었다. 자 이제 하산이다. 음료수 가판대가 있는 헬기장을 지나니 수종사와 운길산역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다. 어디로 갈까? 운길산역으로 가자. 이쪽으로 해서 운길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많다. 계속되는 내리막길, 경사가 만만찮다. 

 

1시 10분에 진중리 산행로 입구 이정표를 지났다. 산길은 여기까지이고 운길산역으로 가는 마을길이 시작되었다. 가을의 상징 억새와 코스모스가 길 옆에서 우리를 반겨준다. 진중2리 마을회관 건물 옆을 지나 전철이 지나가는 고가도로 아래를 통과했다. 차를 세워둔 천주교 묘지 주차장까지는 택시를 이용하기로 하고 우선 점심을 먹기로 했다.


▲ 운길산 정상에서 [12:15]

 

▲ 헬기장에 있는 매점 [12:33]

 

▲ 운길산역으로의 하산길 [12:58]

 

▲ 운길산역으로의 하산길 [12:59]

 

▲ 운길산역 산행로 입구 [13:10]

 

▲ 멀리 운길산역이 보인다 [13:12]

 

▲ 가을의 상징 억새와 코스모스 [13:17]

 

▲ 진중2리 마을회관 건물 [13:18]


13:25   점심을 먹기 위해 운길산역 앞에 있는 음식점을 탐색하다가 마침 올갱이 해장국을 하는 집이 있어 들어갔다. 어차피 술을 먹을 것도 아니니까 간단히 점심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재미있게도, 음식점 이름이 '한강어부'다. 주인댁이 송편을 몇 알 건넨다. 아욱을 넣고 끓인 올갱이 해장국은 집된장과 잘 어울려 충북 괴산 올갱이국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점심 후, 주인댁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해서 차를 세워둔 곳까지 이동을 했다.


▲ 운길산역의 모습 [13:24]

 

▲ 점심을 먹은 집 '한강어부' [13:56]


14:09   차를 세워 둔 천주교 묘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택시요금은 미터제였다. 차를 돌려 하남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예상했던대로 도로에는 차들이 가득하다. 오늘은 휴일이 아니지만 많은 기업체가 휴무를 하거나 오전 근무를 해서 오후가 되자 귀성객들이 늘어난 모양이다. 재미있는 것은. 구역에 따라 차량이 밀리거나 소통이 잘 되거나 한다는 것이다. 진천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를 타고 청주로 왔는데 국도에도 밀리는 곳이 많았다. 5시 25분에 청주에 도착, 그래도 평소보다 한 시간밖에 더 걸리지 않았다. 오늘 산행은 북한강과 양수리 지역 운해를 만끽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산행이었다. 


▲ 다시 찾아온 천주교 묘지 주차장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