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2월 19일 목요일
◈ 장소: 조계산 884.3m / 전남 순천
◈ 코스: 주차장 → 선암사 → 장군봉 → 작은굴목재 → 선암사 → 주차장
◈ 시간: 3시간 35분
◈ 회원: 홍세영, 이효정
10:45 오늘은 4일 동안의 전라남도 명산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전라남도가 청주에서 워낙 멀다 보니 한 번 움직이기가 보통 어렵지가 않다. 그래서 아예 시간이 있을 때 한꺼번에 몰아서 산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운 것이다. 첫 날 산행 대상지는 순천에 있는 조계산. 산행을 함께 할 홍세영 선배가 아침에 일이 있어 조금 늦게 청주를 출발했다. 청원나들목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한 다음 비룡분기점에서 대전-통영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평일이라 차가 많은 편은 아니었고 하늘은 잔뜩 흐려 있지만 아직 비는 내리지 않는다.
12:05 덕유산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사골우거지해장국, 값은 5,000원. 지리산이 가까운 단성을 지나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아래로 갈수록 눈발이 점점 세지는데 바닥에 쌓이지는 않는다.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순천 쪽으로 달리니 눈이 조금 줄어들다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승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857번 지방도를 타고 6km 정도 달리니 선암사 주차장이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놓칠 염려가 거의 없다.
▲ 대전-통영 고속도로에 있는 덕유산휴게소 [12:05]
14:30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 주차료 2,000원, 문화재관람료가 1,500원이다. 눈은 계속 내리고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홍세영 선배는 우의를 입고 나는 윈드자켓을 입었다. 그나마 바람이 불지 않아 다행이었다. 넓은 도로를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니 오른쪽에 부도전이 있고 전통야생차 체험관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다. 체험관 쪽으로 Go! 체험관은 여러 채의 한옥으로 되어 있는데 숙박도 가능하단다. 체험관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하나 넘으니 쭉쭉 뻗은 편백나무 숲 사이로 나무계단 길이 나 있다. 계단을 내려와 다리를 하나 건너면 선암사다.
▲ 눈이 내리고 있는 선암사 주차장 [14:31]
▲ 선암사로 가는 넓은 도로 [14:37]
▲ 선암사 전통야생차 체험관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오른쪽에 있는 부도탑 [14:47]
▲ 선암사 전통야생차 체험관 [14:48]
▲ 체험관에서 선암사로 넘어가는 편백나무 숲길 [14:53]
▲ 편백나무 숲길을 내려와 선암사를 배경으로 [14:54]
14:57 한국불교태고종의 태고총림 선암사에 도착. '아제아제바라아제', '취화선'과 같은 영화가 촬영될 정도로 주변 경치가 아름다운 사찰로 이름이 나 있는 곳이다. 대웅전과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화장실 '뒤깐'을 10분 정도 살펴본 후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다.
선암사
백제 성왕 7년인 529년에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절을 짓고 해천사(海川寺)라고 부른 것이 선암사의 기원이라고 전해진다. 통일신라 시대에 와서 도선이 선암사를 창건하고 1철불 2보탑 3부도를 세웠다. 고려시대에 의천이 절을 크게 중창하고 천태종의 본거지로 번창했으나, 조선 선조 때 정유재란으로 큰 피해를 입어 절이 거의 소실되었다. 복구도 늦어져 1660년에야 중수되었다.
대한민국의 보물 4점과 도 지정 유형 문화재 5점, 불교회화, 조각, 공예품 등 약 1천 8백여점이 문화재를 보유한 성보박물관이 2001년에 개관되었다. 보물 400호로 지정된 절 입구의 무지개다리 승선교(昇仙橋)와 강선루(降仙樓), 불교 사상을 구현한 독특한 양식의 연못인 삼인당(三印塘)도 유명하다. 대한불교 조계종과 태고종의 오랜 분규 과정에서 선암사의 소속을 놓고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사찰 재산권을 둘러싼 대립으로 불상 바꿔치기에 이은 폭력 사태가 벌어진 적도 있다.
▲ 조계산 선암사 일주문 [14:57]
▲ 선암사 대웅전 모습 [15:00]
▲ 전남문화재자료 제214호인 뒤깐 [15:05]
15:07 대각암으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 것으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여성산행객 2명이 내려오기에 장군봉의 상태를 물었더니, 위에는 눈이 많이 쌓여 내려올 때는 미끄럽다고 한다. 대각암까지는 채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고 곧 비로암으로 가는 길과 장군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왔다. 장군봉 쪽으로 Go!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었다. 돌길도 있고 나무계단길도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무와 바닥에 쌓인 눈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눈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린다. 삼거리에서 30분 정도 걸어 올라 절터 아래 공터에 도착했다.
▲ 대각암으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도로 [15:07]
▲ 눈이 내리는 대각암의 모습 [15:11]
▲ 비로암 가는 길과 장군봉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5:13]
▲ 장군봉으로 오르는 돌길 [15:16]
▲ 경사가 급한 곳에는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15:21]
▲ 위로 올라가자 서서히 설경이 시작되고 [15:29]
▲ 제법 눈이 쌓인 길을 올라가고 있는 홍세영 선배 [15:42]
▲ 조릿대 잎이 눈 무게 때문에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다 [15:43]
15:44 오른쪽에 날리는 눈 사이로 석축이 보인다. 지도에 나와 있는 절터인 모양이다. 절집은 어디로 갔나? 절터를 지나 다시 올라가는데 여성산행객 1명이 내려오고 있다. 사연인즉, 정상을 오르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 중도에 하산을 하는 중이란다. 지금 시간이 늦다면 우리는 어떡하라고? 여성 혼자 겨울산에 왔다니 대단한 사람이다. 15분 정도 올라가니 더 큰 절터가 나타났는데 지도에는 '행남절터'라고 되어 있다. 산행로 옆에는 작은 샘이 하나 보였다. 다시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 30분 정도 경사가 있는 길을 힘겹게 올랐다.
▲ 길 오른쪽 언덕에 있는 석축: 절터로 추정된다 [15:44]
▲ 은백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 [15:46]
▲ 조계산에서는 산행 내내 조릿대를 만날 수 있다 [15:46]
▲ 눈은 계속 내리고 [15:52]
▲ 분위기가 음산한 행남절터의 모습 [16:00]
▲ 장군봉으로 오르는 돌계단 길 [16:01]
▲ 행남절터에서 장군봉으로 올라가는 길 [16:05]
16:29 해발 884.3m의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랐다. 삼각점과 돌탑에는 많은 눈이 내려 앉았고 커다란 바위 위에 서 있는 정상 표지석도 눈에 덮여 있었다. 사진 찍고 하산 시작. 원래는 연산봉을 거쳐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시간적으로 무리일 것 같아 작은굴목재로 하산을 시작했다. 내리막길은 미끄러울 것 같아 아이젠을 착용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낙엽이 아이젠 바닥에 달라 붙어 큰 효과가 없었다. 하산길의 백미는 눈꽃, 설화가 만든 터널은 자연이 빚어낸 하나의 작품이었다.
▲ 조계산 정상 장군봉에 있는 이정표 [16:29]
▲ 눈이 곱게 쌓여 있는 삼각점과 돌탑 [16:29]
▲ 해발 884m의 정상표지석과 함께: 홍세영 선배 [16:31]
▲ 장군봉 표지석을 배경으로 [16:32]
▲ 정상 주변의 눈꽃 [16:32]
▲ 작은굴목재로 내려가는 길의 설화 터널 [16:42]
▲ 눈꽃 때문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16:43]
▲ 사람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 [16:43]
▲ 설화 터널 속에서 [16:43]
▲ 설화 터널을 지나면서 홍세영 선배 [16:44]
16:50 조계산에 있는 유일한 바위인 배바위에 도착했다. 옛날에 배가 떠내려가지 않게 묶어 두었던 곳으로 실제로 조개껍질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또한 전설이 깃든 바위이기도 하다. 배바위에서 작은굴목재로 내려가는 길 양쪽의 설화도 보기에 아주 좋았다. 우리는 참 운이 좋은 편이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 이렇게 눈이 내려 2월에 그것도 남쪽에서 태백산 못지 않은 설화를 볼 수 있다니 말이다.
▲ 조계산에 있는 단 하나의 바위인 배바위 [16:50]
▲ 배바위에서 작은굴목재로 내려가는 길 [16:58]
▲ 조금 경사가 급한 길을 내려가고 있는 홍세영 선배 [17:05]
▲ 2월 조계산의 화려한 눈꽃 [17:05]
▲ 2월 조계산의 화려한 눈꽃 [17:05]
▲ 상고대와는 또 다른 멋이 있는 눈꽃 [17:05]
▲ 이 정도면 태백산 눈꽃이 부럽지 않다 [17:05]
17:06 눈이 쌓여 있는 벤취가 있는 작은굴목재에 도착. 여기서 곧바른 길은 큰굴목재, 오른쪽 길은 보리밥집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 길은 선암사로 직접 내려가는 길이다. 눈이 계속 내리고 시간도 오후 5시가 넘었기에 왼쪽 길을 택했다. 꽤 지루한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자 눈은 눈대로 계속 내리고, 나무에 쌓인 눈이 녹아 비가 되어 떨어진다. 17시 54분, 보물 제400호인 승선교를 지났다. 승선교에서 강선루를 바라보는 광경이 멋있다는데 날씨와 시간 때문에 제대로 구경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18시 6분, 선암사 주차장 출발, 오늘의 숙박예정지인 벌교로 차를 몰았다. 벌교로 가는 길은 간단하다. 857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낙안읍성을 지나 바로 벌교가 나오기 때문이다. 벌교로 가는 길, 날은 벌써 어두워졌는데 눈 대신 비가 계속 내린다. 바람도 세게 분다. 그런데 저게 뭐야. 도로 오른쪽 언덕에 심겨져 있는 대나무가 쓰러져 길을 가로 막고 있다. 왕복 2차로 도로에 한 쪽 차로를 완전히 가로 막은 것도 있다. 이런 위험천만한 곳이 여러 곳 나타났다. 조심, 또 조심.
자 이제 모텔을 찾아야 한다. 시내를 한 바퀴 돌았는데 못 찾겠다. 어떻게 해야 하나? 궁리를 하다가 114로 전화를 해서 '그랜드 모텔'을 알아낸 다음 내비게이션에 입력을 해서 찾아갔다. 대한민국에서 안 되는 게 어딨어. 모텔비 35,000원을 지불하고 샤워를 한 다음, 주인에게 꼬막정식을 잘 하는 집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모텔 1층에 있는 식당을 추천해준다.
▲ 작은굴목재에 있는 벤취와 이정표 [17:06]
▲ 선암사로 내려가다가 [17:12]
▲ 보물 제400호인 승선교 [17:54]
19:38 저녁을 먹기 위해 모텔 1층에 있는 그랜드 식당으로 내려갔다. 벌교는 TV 프로그램 '1박 2일'에 나온 적이 있는 꼬막정식이 유명하다. 꼬막정식과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삶은 꼬막, 꼬막무침, 꼬막전, 양념꼬막 외에 여러 가지 반찬이 나왔는데, 특히 삶은 꼬막 껍질을 젓가락을 이용해서 까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내일 산행을 위해 소주는 한 병만 먹고 모텔로 올라와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먼 길을 달려와 산행을 해서 그런지 조금 피곤하다.
▲ 그랜드 식당의 메뉴 [19:38]
▲ 꼬막정식 상차림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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